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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pth Communication

박경수 | 149호 (2014년 3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박경수 DBR 6기 독자패널 (KT경제경영연구소)

 

DBR 147호의생태계 모델로 각광받던 베터플레이스, 왜 실패했나?’는 생태계 모델과 동물원 모델을 비교하면서 통합위험, 상호의존위험이라는 생태계 모델의 2가지 위험성을 제시했다. 이 근거로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업체인 베터플레이스 사례를 보여줬다. 그런데 베터플레이스 사례는 생태계 모델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서 실패한 사례로 보인다. 즉 생태계 모델의 위험성을 뒷받침한다기보다는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는 기반이 없어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생태계 모델이 제대로 구축돼 있다면 동물원 모델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본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하는 동물원 모델의 경우, 해당 기업의 역량이 탁월하지 않다면 생태계 모델과 마찬가지로 통합위험이나 상호의존위험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동환 DBR 6기 독자패널 (육군)

 

DBR 147생태계 모델로 각광받던 베터플레이스, 왜 실패했나?’에서는 생태계 모델과 동물원 모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무조건적으로 생태계 모델을 추종하기보다는 동물원 모델과 비교해 장점을 극대화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강진구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업체인 베터플레이스를 예로 들면서 이 회사가 창출하려고 했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생태계는 높은 통합위험과 상호의존위험을 극복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에서 선보인 휴대폰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쿤 기업의만땅을 보더라도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만땅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 영화 등을 시청하느라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점에 착안해 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베터플레이스의 업()을 분석하면 서비스업이다.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전기차를 생산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도 힘들다. 베터플레이스의 실패요인은 생태계 모델의 위험성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시장에 대한 섣부른 노력의 투입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진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먼저 두 분 독자께서 지적한 부분에 십분 공감한다. 어찌 보면 비슷한 지적이기도 하다. 먼저 박경수 독자패널의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해보겠다. 베터플레이스의 실패는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그러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생태계 모델이 내포하는 통합위험과 상호의존위험에 대해 생태계 참여자들이 인식하고 참여를 꺼린 것이 생태계의 효과적인 구축을 저해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통합위험과 상호의존위험 이외에도 베터플레이스의 실패를 설명하는 이유는 다양하리라고 생각된다. 다만 필자는 그러한 다양한 측면을 모두 고려해 베터플레이스의 사례에 대해 심층 분석을 시도하기보다는, 생태계 모델의 위험성에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통합위험과 상호의존위험에 주된 초점을 맞춰 봤다. 또한 동물원 모델을 채택하는 기업의 경우 탁월한 역량을 지녀야 한다는 데에도 역시 매우 동의한다. 게다가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탁월한 능력을 지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생태계 모델보다 어쩌면 개별 기업에 더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는 모델이 동물원 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두 가지 모델이 내포하는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장단점을 자신의 내부적인 역량과 비교해 기업들이 각기 다른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동환 독자께 답변 드리겠다. 베터플레이스의 실패는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노력을 투입한 데서 기인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면 왜 이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생태계 모델이 내포하는 통합위험과 상호의존위험에 대해 생태계 참여자들이(전기차 업체 및 정부) 매우 보수적인 인식을 가지고 이 생태계에 적극적인 참여를 꺼린 것이 효과적인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저해한 것이 아닐까 한다. 전기차 업체와 정부 공히 불확실성이 높은 생태계에 참여한다는 것은 높은 비용과 위험을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주주의 이익과 국민의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함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기차 업체나 정부 역시 전기차 생태계에 진입을 두고서 유사한 고민에 직면했을 것이다. 반면에 이 생태계를 주도하려고 한 베터플레이스의 경우 통합위험과 상호의존위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너무 낙관적으로 과감한 진입 결정을 섣부르게 내린 것이 아닌가 한다.

 

박윤진 DBR 6기 독자패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감성리더십에 대한 우종민 교수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 감성리더십의 특징 및 장점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었다. 그러나 공감과 배려를 중시하는 감성리더십이 혹 혁신에는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혁신가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를 과연 공감과 배려의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시장은 차라리 바보인 게 낫다>의 저자 스즈키 다카시도상품명을 정하는 회의를 하면 누구의 마음도 울리지 못하는 무난한 상품명만 생긴다. 왜일까? 회의를 하면 아무래도 참가자들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공감하고 배려하는 감성리더십과 혁신적 제품을 고집하는 독단적인 리더십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조언을 듣고 싶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공감과 배려를 중시하는 감성리더십이 혁신에 방해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은 충분히 이해되고 동감한다.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고 이것저것 지나치게 많이 고려하다 보면 혁신의 시기를 놓칠 수 있고 자칫 온정주의에 빠져서 개인적인 감성에 치우치면 성과가 뒷전으로 밀려날 우려도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느라 새로운 의견을 내지 못한다면 회사에 온 근본 목적을 망각하는 꼴이다. 아이디어 회의 시간에는 소위악마의 대변자(Devil’s advocate)’를 지정해서 계속 직면하게 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사용해야 한다. 공감과 배려를 원칙 없이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공평무사한 업무 처리와 조직의 성과를 위한 혁신의 노력은 당연히 강조돼야 한다.

 

감성리더십과 혁신은 원리상 상반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호보완적으로 상승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감성리더십은 혁신에 따르는 근본적인 질문 즉, ‘왜 혁신을 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누가 혁신을 추진할 것인가’ ‘지금 어떤 혁신이 필요한가등을 판단하는 과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혁신은 모두의 발전을 위해 하는 것이지 누구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관성을 깨고 혁신을 이루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강력한 열정을 발휘해야 한다. 그 열정의 감성적 에너지는 공감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감성리더십에서 비롯된다. 최고만 살아남는 경쟁 시대에서 리더가 자기 일에 몰입하는 인재를 놓치지 않고 역량을 집중하려면 그들과 인간적인 유대를 맺고 감성적으로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에서 예로 든 스티브 잡스는 심한 자기애적 성격으로 독단적이었다. 타인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았고 독설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소비자 감성에 최고의 공감과 배려를 한 리더로 탁월한 능력과 예지력으로 상대방을 동조하게 했다. 성공에 대한 확실한 보상책을 확보해 조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냈다.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제갈공명은 감성리더십이 부족해서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는 혁신을 이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남들과 감성적 공감대를 탄탄히 형성하지 못했고 늘 혼자 고독하게 분투했다. 관우와 장비 등 창업공신들과 서로 질시하고 견제했다. 젊은 장수 마속이 군령을 어겨 가정 싸움에서 패했을 때 울면서 참형에 처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를 보면 제갈공명은 스스로의 기준이 높아서 한번이라도 잘못하면 용서하지 못했다.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아끼던 장수를 한 칼에 처벌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장수들의 마음마저 싸늘하게 돌아서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역사의 패자가 됐다.

 

리더는 혁신의 돌파력과 감성리더십 두 가지 모두 갖추려고 노력하면서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김동환 DBR 6기 독자패널(육군)

 

DBR 146경영은 정치다, 3D 원칙으로 좋은 사내정치를 구현하라에서는 나쁜 정치의 특징에 대해서 분석하고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한 CEO의 권력행사 방안을 제시했다. 나쁜 사내정치의 4가지 원인에 대해서 분석했는데 그중 하나가 성과가 명확하게 측정되지 못했을 때다. 근래에 이슈가 된 두 가지 사안이 있는데 첫 번째가 대학평가지표를 일률적으로 편성해 추계예대와 같은 예술대학 등이 대학구조조정 대상이 된 예다. 두 번째는 삼성의 SSAT를 대체하기 위해 총장추천제를 시행하려 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무산된 일이다. 두 가지 예의 공통점은 대학들을 몇 가지 기준으로 서열화한 것이다. 기업의 경영에 비춰 볼 때 우리나라의 교육과 취업에 대한 결정사항들도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의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가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방안은 어떠한 것이 있을지 조언해 달라.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독자패널의 질문은 엄밀히 말해사내정치와는 조금 다른 영역으로 보인다. ‘평가라는 좀 더 세분화된 영역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나 사내정치의 양성화를 위해평가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어느 정도 답변을 해볼 수는 있겠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의 목적이 조직의 목표와 전략과 잘 연계되는지, 평가방법이나 지표가 타당한지, 피평가자들이 해당 평가를 잘 수용할 만한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특정 평가가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전략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이러한 고민의 과정이 끝나면 이에 기초한 명확한 평가 목적과 기준이 제시돼야 하며 이에 적합한 성과 개념과 평가 절차가 구체화돼야 한다. 예를 들어, 성과의 개념도 그 목적에 따라 경제성에 초점을 둘 건지, 능률성이나 효과성을 중시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음은 타당성이다. 성과를 평가할 때는 정의된 성과와 관련된 부분들만 측정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관련된 모든 성과를 측정하지 못하거나 성과와 별 관련 없는 내용들이 성과측정에 포함돼 그 결과가 오염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평가의 수용성이다. 평가의 개념과 기준이 명확하고 측정의 타당성이 확보됐다고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우면 해당 평가의 효과와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정리하면,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평가의 목적이나 기준, 평가절차, 그 활용방안을 결정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피평가자들에게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잘 알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때에 따라서는 직무나 상황 등의 특수성을 고려한 성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평가 목적이나 맥락에 맞게 평가집단을 세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가 후에는 결과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피평가자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도 빠질 수 없는 내용이다. 평가의 공정성 향상과 관련한 일반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정책 당국이나 기업들도 대학 평가나 신입사원 채용과 관련해 위 원칙들을 잘 적용하면 피평가 대학이나 지원자들에게 좋은 정치를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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