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Competition for Managers, Corporate Governance and Incentive Compensation” Viral Acharya, Marc Gabarro and Paolo Volpin, Working Paper 2012
능력 있는 CEO는 ‘나쁜 지배 구조’를 좋아한다?
무엇을 연구했나?
CEO에 대한 기존 연구는 CEO들이 왜 이렇게 임금을 많이 받는지, 임금이 과연 기업 성과와 관계가 있는지, 지배구조와 연관성이 있는지 등에 집중돼 있었다. 일반적인 결론은 CEO들이 기업 성과와 관계없이 임금을 많이 가져가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지배구조가 좋지 않아서, 즉 CEO를 잘 감시하지 못해서 그들이 지대(rent)를 누린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런 결론에 반기를 드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출발점은 노동시장이다.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 특히 전문가 노동시장이라는 것이 활성화되면서 이직이 매우 활발해졌다. 쉽게 말해 능력 있는 CEO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자신이 원하는 기업을 선택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능력 있는 CEO들은 어떤 기업을 선호하는가라는 주제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아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Viral Acharya(미국 뉴욕대 교수) 외 2명의 학자들은 Compustat, ExecuComp, RiskMetrics, ThompsonDeal이라는 데이터베이스에서 1993∼2007년 약 1만 개에 달하는 기업 성과, CEO 임금, 기업지배구조, M&A에 대한 자료를 구했다. 우선 이들은 기업 성과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들을 통제하고 순수하게 CEO가 성과에 기여한 부분만 측정해서 이를 CEO 능력(CEO ability)의 지표로 삼았다. 이 지표는 이 연구의 목적이 능력 있는 CEO가 어떤 기업에서 일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들은 이 CEO 능력 지표와 기업의 다양한 특성들이 어떤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이 논문의 여러 가지 발견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결과를 두 가지만 소개하면 우선 능력 있는 CEO들이 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CEO 시장이 경쟁적일수록 CEO들은 지배구조가 좋아서 자신이 해고될 가능성이 크거나 M&A 과정에서 사적으로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작은 회사에서 일하기 싫어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는 CEO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업지배구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데 특히 전임자보다 능력 있는 CEO를 새로 뽑을 때 기업의 지배구조가 약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두 번째 발견은 어떤 제도나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기업지배구조를 강화시키는 것은 CEO를 잘 감시해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CEO 시장이 경쟁화되면 지배구조가 좋은 회사를 능력 있는 CEO가 기피하는, 이른바 부정적 매칭(negative matching)이 발생할 수 있다.또한 기업들은 좋은 CEO를 모셔오기 위해 일부러 지배구조를 약화시키는 행동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가 나쁜 지배구조를 좋은 것으로 주장하는 근거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다만 지배구조를 디자인할 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창민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changmin0415@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노스탤지어, 힐링마케팅이 중요한 도구다
“Nostalgia: The Gift that Keeps on Giving” by Xinyue Zhou, Tim Wildschut, Constantine Sedikides, Kan Shi, and Cong Feng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June, pp.39 – 50)
연구의 배경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건축학개론’을 본 관객이라면 지나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과거가 있다. 옛 시절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한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리면 ‘감상적 그리움(sentimental longing)’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지나간 일에 대한 그리움’을 노스탤지어(Nostalgia)라고 하는데 이 연구는 바로 이 노스탤지어의 소비자행동적 효과를 다룬다.
한국말에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의미의 ‘향수’, 지나간 일을 떠올린다는 의미의 ‘추억’이 있지만 두 단어 모두 노스탤지어의 정확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아 원어 그대로 표기한다. 관련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노스탤지어는 의미 있는 순간에 함께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사회적 연결감(social connectedness)을 불러일으키기에 사회적 감정(social emotion)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한 노스탤지어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 속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형상화하는 것이라 한다. 노스탤지어는 강한 관계적 기능을 제공하며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고 사회 공헌에 대한 의식을 높인다고 한다.
이처럼 노스탤지어는 사회를 향한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것, 이것이 사람들의 행동에 긍정적 효과를 발현시킨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노스탤지어의 친사회적 효과로 기부행위의 촉진을 살펴봤다. 또한 이러한 효과의 원인으로 공감(empathy)의 힘을 제시했는데 노스탤지어 자극을 받으면 타인에 대한 공감 또는 감정이입이 강해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동정심에 의해 기부 의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건축학개론 영화에 적용해본다면 관객에게 점화시킨 노스탤지어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높이기에 관람 후 자선단체 기부 요청 시 이에 응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의 주요 발견점
● 첫 번째 실험에서는 중국 소재 대학생을 2개 집단으로 나눠 노스탤지어 자극 집단의 경우 지나온 인생에서 노스탤지어를 강하게 느끼는 순간을 몇 분간 떠올려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생각하게 했으며 통제 집단의 경우 일상 생활 속에 일어나는 평범한 일을 떠올려 본 뒤 어떤 느낌인지 생각하게 했다. 그 다음, 2008년 중국 스촨성 대지진 때 고아를 돕는 자선 단체를 소개하고 얼마의 봉사 시간을 할애할지, 얼마의 금액을 기부할지 적게 했다. 그 결과 노스탤지어 자극 집단이 통제 집단보다 더 많은 시간과 금전 기부 의향을 보여줬다.
● 두 번째 실험은 첫 번째 실험과 방법상 동일하며 자선단체 소개 후 공감(empathy) 관련 질문을 추가함으로써 노스탤지어 효과의 메커니즘을 테스트하고자 했다. 그 결과, 실험1과 마찬가지로 노스탤지어 자극 그룹에서 더 많은 기부의향을 보였으며 더 높은 공감 지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탤지어 자극을 받으면 힘든 상황에 놓인 타인에 대한 공감(동정심, 연민 지각 등)이 높아지며 이것이 기부의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실험3에서는 실험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선단체의 내용을 바꿨는데 중국 광둥성 오지마을 어린이 교육 후원 단체로 소개한 뒤 기부 의향을 물었다. 그 결과 실험2와 마찬가지로 노스탤지어 그룹에서 더 많은 공감 지각과 더불어 높은 기부의향을 보였다.
● 실험4는 일반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 소재 대학의 외국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국적에 관계없이 동일한 노스탤지어 효과가 나타났다.
● 실험5에서는 기부의향이 아니라 실제 기부를 얼만큼 하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했다. 먼저 실험참가자에게 실험참가의 대가로 7위안을 제공했다. 그 다음 자선단체의 기부 안내문을 보여줬는데 노스탤지어 자극이 들어간 안내문의 경우 헤드라인과 사진설명에 “예전의 그날들입니다. 원촨 어린이들을 위해 옛 모습을 되찾아줘야 합니다.”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그 시절… 그때를 기억하십니까?”를 넣었으며 노스탤지어 자극이 사용되지 않은 안내문은 “이제 때가 왔습니다. 원촨 어린이를 위해 미래를 건설합시다.” “미래에 이와 같은 더 나은 모습을 그려봅니다.”가 사용됐다. 이후 나가는 문 옆에 설치된 기부함에 실제로 얼마나 기부하는지 체크했는데 노스탤지어 자극에 노출된 집단(평균 5.96위안)이 그렇지 않은 집단(평균 5.07위안)에 비해 더 많은 기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시사점
최근 우리 사회는 정신적 빈곤 현상이 잦아지면서 사회적 불안지수, 타인과의 관계를 피하는 회피지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으로 가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무시되면 반사회적 장애, 자살, 흉악 범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노스탤지어를 통해 사회적 연결감을 만들어내고 타인에 대한 공감 지수를 높여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한민국 노스탤지어’ 소재와 스토리를 만들어 국민들의 상처 난 감정을 치유할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이벤트를 회상시키는 방법으로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높일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신화, 하계, 동계 올림픽에서의 명승부, 월드스타 배출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낸 가요, 드라마, 영화와 같은 문화예술 이벤트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아울러 기부 문화가 아직 미약한 우리나라에 노스탤지어 자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본 연구에 따르면 옛 생각을 떠올리며 그때를 그립게 하는 자극이 기부의향을 높이기에 사회 공익 단체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기부 행사와 같은 사회공익 마케팅을 행할 때 노스탤지어를 활용하면 좋다.
노스탤지어는 일반 기업이 소비자에게 마케팅을 할 때 힐링마케팅(healing marketing)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정신적 결핍으로 외로운 소비자에게 어린 시절 또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프로야구, 리메이크 음악, 소설, 만화, 영화, 게임, 패션, 음식 등과 같은 노스탤지어 자극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 타인들과 연결돼 있고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뿌듯함,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상품이나 프로모션 기획 시 이러한 노스탤지어 소재, 스토리의 투입은 공유 감정 유발과 함께 마음의 상처 치유, 더 나아가 그 제품이나 광고에 대한 호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기업 내부 직원을 위한 힐링마케팅 차원에서도 노스탤지어는 유용하다. 기업 홍보나 광고물, 내부 인테리어에 옛 영광과 땀방울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 전달 외에 공감, 유대감을 높이기에 노사, 동료 간 협력을 키우고 내부 소통력을 높일 것이다.
무심코 들어간 매장에서 대학시절을 그립게 하는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상상해보라. 그 음악 한 소절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긴장과 불안이 사라지는 속에서 타인을 돌아보는 여유를 만들어 낸다. 노스탤지어는 소비자 웰빙, 조직 또는 사회 웰빙을 동시에 일궈낸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의 유용한 마케팅 소재가 될 수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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