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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Drucker is Still Alive

‘개선’에 집중하면 ‘혁신’이 달아난다

이윤철 | 112호 (2012년 9월 Issue 1)








산업리더가 되기 위한 기업가정신

 

기업은 자기가 속한 산업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을 도입해 경쟁자가 미처 겨냥하지 못한 고객의 욕구를 적절한 타이밍에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시장에는 경쟁이 있기 마련이다. 경쟁은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한정된 고객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다툼이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시장에서 인정받는 모범사례(best practices)를 모방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런데 서로 베끼기를 반복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모든 경쟁자들의 전략이 똑같아지는 경쟁적 수렴(competitive convergences) 상태에 빠지고 시장은 레드오션(Red Ocean)이 되고 만다. 예컨대, 선도기업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으로 시장을 형성하면 후발기업이 이를 모방해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은 결국 벤치마킹에 의해 탄생한 수많은 모방 기업들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는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동질적인 경쟁자가 집중된 포화상태에 빠진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경쟁자를 이기는 데 집중하는 대신 고객을 위해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 대안일 것이다. 선도기업이 본연의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후발기업이 추격하는 기업에서 추월(leapfrog)해 산업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도 기존 산업에 형성돼 있는 모방이라는 게임의 룰에서 벗어나는 창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피터 드러커는 창조적 혁신은 기업가정신에서 출발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관리적 경제와 기업가적 경제를 구분하면서 전자는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비용을 낮추거나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개선을 추구하고, 후자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정의했다.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경영혁신을 통해 새롭고도 다른 가치와 만족을 창출하고물질자원으로 바꾸어 놓고자 노력한다. 중요한 것은 한탕을 노리거나 하루아침에 산업을 바꾸어 놓는 무분별한 혁신을 시도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체계적 혁신을 통해 변화를 목표 지향적, 조직적으로 탐색하고 그런 변화가 불러올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혁신 기회를 적절히 활용한다. 흔히 기업가정신을 창업이나 벤처기업에 필요한 도전정신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 정도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드러커가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조직의 규모나 형태에 관계없이 외부혁신 기회를 탐색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 전반을 지칭한다. 벤처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거나 기존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 모두 끊임없이 변하는 고객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 기업이 지닌 자원을 재조합하는 지속적인 혁신과정이다. 드러커는 고객을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의 7가지 원천을 제시하고 있다.



 

고객창조를 위한 경영혁신의 7가지 원천

 

첫째,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이는 예상치 못했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외부사건 등을 의미한다. 경영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일을 접하면서 가장 일반적으로 보이는 반응은 충격이다. 우리 모두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 어떤 현상을 보고는 그것이 정상적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심리적 관성이다. 그래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면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러한 관성을 깨는 자만이 예상치 못한 일들로부터 교훈을 얻어 혁신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일에 봉착했을 때 이를 창의적 기회로 받아들이는 기업가정신이 요구된다. 이는 조선강국의 신화를 창조한 현대중공업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산업에 예기치 못한 호황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단기간에 걸쳐 선박주문이 집중적으로 밀려들자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건조시설()로는 생산설비를 확장하기 어렵게 됐다. 조선소는 독 수에 따라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의 숫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기회를 기존방식으로 놓치기보다는 과감한 혁신을 도입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육상건조방식을 채택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존의 독 생산방식을 과감히 혁신해 블록공장에서 선박의 부분품을 완성해 대형 트레일러로 운반한 뒤 독에서는 최종조립만 해서 진수시키는 혁신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로 인해 독 회전율을 높여 단기간에 집중된 예상치 못한 주문을 소화할 수 있었다.

 

둘째, 불일치(incongruity). 이는 현재의 것과당연히그래야 하는 것, 또는 실제 현실의 모습과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는 현실의 모습 사이의 괴리이자 부조화를 의미한다. 즉 우리가 현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관과 실제 현상에 차이가 있는 경우다. 이러한 불일치를 인지해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으면 전혀 다른 차원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1970년 필라델피아에 있는 드럭셀증권사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마이클 밀큰(Michael Milken)은 정크본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정립했다. 당시만 해도 대형 은행이나 투자기관들은 신용도가 낮은 정크본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당시 정크본드는 주로 왕년에 잘나가던 블루칩 회사였지만 지금은 빈사상태에 빠진 회사, 아니면 자본금도 얼마 안 되고 이렇다 할 영업실적도 없는 신설기업들이 발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밀큰은 당시 업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정크본드에 관한 학술논문들을 통해 그 원리를 학습하고 현장조사를 통한 분석을 바탕으로 불일치를 발견했다. 예컨대, 투자부적격 기업들은 투자적격 기업들보다 통상 3∼10%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런 기업이 실제로 부도를 낼 확률은 블루칩회사보다 약간 더 높을 뿐이다. 현상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투자기관들은 지나치게 몸을 사려 매우 낮은 수익률밖에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밀튼은 모든 사람들이 투자할 수 없다고 여겼던 정크본드에서 현상의 불일치를 발견하고 수익창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수만 가지 정크본드들을 하나로 묶어 펀드를 조성해 설사 이들 가운데 얼마가 도산해도 전체적으로는 블루칩 기업들과 같은 정도의 위험수준에서 평균 3∼4% 더 높은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었다.

 

셋째, 프로세스상의 필요성이다. 이는 다른 혁신들과는 달리 외부환경 변화와 관련 없이 기업 내부적으로 기존 과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혁신이다. , 새로운 지식을 활용해 낡은 프로세스를 다시 디자인함으로써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도요타의 생산혁신에 잘 나타난다. 프로세스 혁신 이전에는 포드가 하루에 7000대를 생산하는 데 반해 도요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80대를 생산하고 있었다. 포드의 루지 공장을 면밀히 관찰한 도요타의 회장 도요타 에이지는 생산방식을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포드와 같은 대량 생산방식이 그대로 일본기업에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 생산방식이라 불리는 린 생산방식이 도입됐다. 린 생산방식은 과잉 생산으로 인한 낭비를 없애고 생산공정에 품질 개념을 도입했으며 비용절감원칙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시스템 최적화를 도모하는 혁신이다. 이는 내부적인 프로세스상의 필요에 의해 창출된 혁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산업과 시장구조의 변화다. 산업과 시장구조는 너무도 단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운명적으로 그런 산업에 속해 있고, 그것은 자연 질서의 한 부분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확신하기 쉽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많은 산업은 너무 쉽게 변화하고 조그만 충격만으로도 해체될 수 있는 연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가 자사에 어떤 기회를 제공할지 항상 탐지하고 있어야 한다. 산업과 시장구조를 철저히 관찰해 변화가 언제 발생할지를 예측해야 하며 예측에 대비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다가올 위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고 새로운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시장이 안정적이라 믿는 순간 그 기업은 혁신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질레트는 세계 최초로 안전면도기를 발명해 산업의 선도자가 됐다. 질레트의 창업자인 킹 질레트(King C. Gillette)가 기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면도를 하다가 얼굴을 베인 후 발명한 면도기는 현재 전 세계 12억 명이 사용하는 안전면도기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질레트도 1970년대 볼펜을 생산하던 프랑스 빅(BIC)의 저가 면도기 공략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질레트는 산업과 시장이 경쟁자의 원가우위 전략에 의해 급속히 변하는 가운데 저가의 일회용 면도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인체공학에 기반한 제품 고급화와 면도용품, 칫솔, 전기면도기 등 관련 산업에 진출하는 전략으로 산업과 시장구조 변화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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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윤철

    - (현)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 (전) 일본 히토츠바시대 산업경영연구소 객원연구원
    -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 산업정책연구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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