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시니어 용품 판매고 다른 하나는 시니어가 이용하는 서비스 제공이다. 이 가운데 본고에서는 시니어 용품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한 방법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먼저 시니어 세대가 갖는 특성을 진단하고 이를 잘 활용한 기존 상품 사례를 소개한다. 상품 기획을 위해 시니어 세대를 파악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전략을 짚어본다.
1. 시니어 세대의 일반적인 특성
1-1. 외로움과 고독감
시니어 세대가 갖는 공통적인 특성은 배우자의 사별이나 자녀들과의 교류 감소, 지인들과의 네트워크 축소 등으로 인한 외로움과 고독감이다. 시니어 세대의 외로움 해소를 위한 감성 케어 용품으로 일본의 파로(パロ)라는 테라피 로봇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이 로봇은 애완동물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마음의 병을 예방·치료하고 재활 치료에 도움을 주는 애니멀 테라피(animal therapy)의 철학을 바탕으로 상호 작용을 통해 사람에게 즐거움과 평안함 등 정신적 치유를 제공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테라피 효과가 뛰어난 로봇(most therapeutic robot)’으로 선정되기도 한 파로는 일본을 비롯해 덴마크, 독일, 미국 등에서도 그 효과가 인정돼 전 세계 고독한 시니어들에게 동반자가 돼 주고 있다.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등에서는 치매 예방 및 뇌기능 활성화 촉진 등 파로의 테라피 효과를 인정해서 의료복지시설 등에서 구입하는 경우 구입 금액의 절반을 지원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태 때는 이와테(岩手)현, 미야기(宮城)현, 후쿠시마(福島)현 등 피해 지역의 피난 시설에 50여 대의 파로가 무상 지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봇 파로를 사용한 애니멀 테라피는 심리적, 생리적 효과 외에도 개인의 사회성 향상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단법인 가나가와 복지 서비스 진흥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료복지시설의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로봇 파로와 접촉한 환자는 다른 환자나 간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늘거나 간호사의 영역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
파로와 같은 테라피 로봇이 일본을 비롯한 선진 복지 국가에서 연구·개발되고 의료복지시설에 도입되는 것은 고령화 심화 및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1-2. 높은 활동성과 적응력
시니어 세대의 또 다른 특성으로는 높은 활동성과 충분한 소득, 새로운 문화에 잘 적응하는 능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시니어 세대의 생물학적 건강 상태는 의학 발달 등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UN의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서는 이를 두고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도래했다”고 표현한다. 높은 활동성을 지닌 현대의 시니어들을 액티브 시니어, +50 등으로 재분류하기도 한다. 요즘의 시니어 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은퇴하기 전에 이미 은퇴 이후의 삶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연금 제도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노후에 오히려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기도 하다. 또한 이들 시니어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은퇴하기 전에 컴퓨터나 모바일폰 등에 대한 사용경험을 10년 이상씩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상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활동성을 보조하는 용품으로 지팡이와 전동의자, 신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Pathlighter에서 제작된 지팡이에는 하단부에 램프가 설치돼 있다. 야간에 이동할 때도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것이다. 램프를 켜기 위한 버튼은 지팡이 손잡이에 달아 점등하기 쉽도록 배려했다.
브라질 Usaflex에서 만드는 여성 구두는 패드를 넣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이동상 편안함을 높이면서도 소재를 고급화했으며 디자인에 최신 유행을 반영해 장년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니어 세대의 높아진 소득은 구매 의사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보청기의 경우 이전에는 가격과 성능이 구매 의사 결정에 KBF(Key Buying Factor)였다면 최근에는 디자인과 하이엔드급 성능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Audika에서 만든 보청기는 기존 삽입형 보청기와 달리 귀 뒤로 거는 귀걸이형으로 제작됐다. 단순히 더 잘 들리게 하는 기능성 제품에서 벗어나 패션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한 피부색으로 일정했던 색깔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다른 보청기 대비 50% 이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최근까지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는 IT기기 등 최신 기기와 젊은 세대의 문화에 높은 적응력을 갖고 있다. 독서인구가 많은 캐나다 지역에서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전자책이 출시됐고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시니어 세대가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특수제작 컴퓨터 주변기기(마우스, 키보드, 모니터 등)가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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