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 경영학자로 55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타계한 수만트라 고샬(Sumantra Goshal)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MBA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가 만든 글로벌 기업의 유형 분석(Multinational, Global, International, Transnational Enterprise)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경영과 전략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냈던 고샬 교수의 유작은 ‘나쁜 경영 이론이 좋은 경영 관행을 파괴한다(Bad Management Theories Are Destroying Good Management Practices)’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그는 이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주장을 폅니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이론을 많은 사람이 믿고 있다고 해서 실제로 태양이 지구를 돌지는 않는다. 따라서 언젠가는 잘못된 이론이 수정될 것이다. 하지만 경영 이론은 다르다. 나쁜 경영 이론이 확산되면 경영자는 이론을 토대로 실천을 한다.’(Academy of Management Learning & Education, 2005, Vol.4 No.1, p.77)
그가 지목한 나쁜 이론은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서양의 경영 이론 대부분을 포함합니다. 거래비용 이론(transaction cost theory),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 게임 이론(game theory) 등 학계에 메가톤급 파급력을 끼친 이론들이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이 이론들은 인간을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인’으로 바라봅니다. 특히 인간은 이익 추구를 위해 기회주의적 행동을 한다는 점을 들어 이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이론을 토대로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하면 오히려 기회주의적 성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규제를 강하게 해도 이기심과 경쟁심을 자극하는 체제에서는 더 교묘한 방법으로 이기심을 충족하려는 사람만 양산됩니다. 나쁜 이론이 현실을 왜곡시키고, 이런 현실이 더 나쁜 이론을 양산하는 부정적 강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물론 인간은 기회주의적 성향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인간의 30%는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그보다 많은 50%는 조직적으로, 또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타인과 협력하거나 공생하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도 있지만 이타적 유전자의 비중이 더 크다는 얘기입니다. 인간의 이런 특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현행 자본주의 체제는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접근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답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양의 사상입니다. 동양의 철학은 나와 타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인(仁)’ 사상이 대표적입니다. 또 인간이 가진 미덕을 상호 교환함으로써 대등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경쟁과 갈등으로 야기된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점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일 뿐만 아니라 창조적 혁신에도 큰 영감을 줍니다.
이미 서양의 경영 사상가들은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과거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에도 좋고 사회에도 좋은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게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과거 교과서(Marketing Management)에 BCG매트릭스를 실었다가 2006년판부터 이 내용을 뺐습니다. BCG매트릭스는 시장점유율을 강조하는 툴로 경쟁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방법론입니다. 코틀러 교수는 최근 소비자를 영혼을 지닌 전인적 존재로 바라보는 마켓팅 3.0 개념을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모두 동양 사상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동양의 철학이 경영자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집중 탐구한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바탕으로 이전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보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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