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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사내인맥 많을수록 기업가치 하락 外

이창민 | 109호 (2012년 7월 Issue 2)



CEO 사내인맥 많을수록 기업가치 하락

 

Based on “External Networking and Internal Firm Governance” by Cesare Fracassi and Geoffrey Tate(Journal of Finance, 2012)

 

무엇을 연구했나?

네트워크(Network)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떤 사람의 네트워크가 좋다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인적자본(human capital) 또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좋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은 주변에 친밀도가 높은 사람들(peer group)이 많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다양한 지식,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업무 추진이 훨씬 빠르고 수월하다는 장점도 지닌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거나 업무의 추진 및 평가에서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CEO들은 강한 네트워크를 갖는 경우가 많고 업무 수행에 많이 활용한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리더의 네트워크가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네트워크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숫자로 표현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먼저 Cesare Fracassi(텍사스대) Geoffrey Tate(UCLA) BoardEx라는 데이터베이스에서 S&P 1500기업의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자료를 이용해 CEO와 이사진이 어떤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지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는 그것을 사회적 네트워크 인덱스(Social Network Index)라고 이름을 붙이고 평가항목을 크게 4가지로 설정했다. 우선 CEO와 이사진이 현재 동일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지(current employment connection: 예를 들면 Wal-Mart CEO가 현재 GE의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고 Wal-Mart 사외이사 또한 현재 GE의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으면 두 명은 네트워크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본다), 예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지(prior employment connection), 동문인지(education connection), 마지막으로 같은 골프클럽을 이용하거나 자선단체에 속해 있는 등 업무외적 관계가 있는지(other activity connection) 여부를 따져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CEO와 이사진은 예전에 같은 직장에서 일했거나 현재 업무외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동문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위 두 명의 학자는 이렇게 수치화한 CEO 및 이사진의 네트워크 강도를 가지고 전방위적 연구를 수행했는데 재미있는 결과들이 많다.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로 기업지배구조가 나쁠수록, CEO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신과 네트워크 강도가 강한 이사를 뽑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보통 파워 있는 CEO들이 자신과 친한 이사를 뽑기 쉽다고 해석된다. 두 번째, 이사회에 CEO와 친한 이사가 많을수록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친한 이사들은 CEO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친한 이사들이 많을수록 거액의 인수합병 결정이 쉽게 이뤄졌다. 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고 경영진 결정에 잘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새로 뽑은 이사가 CEO와 친하면 주식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다.

 

위와 같은 발견이 주목되는 이유는 CEO와 이사진은 상호 독립적이어야 이사진이 CEO를 더 잘 감시할 수 있는 주장과 서로 친해야 원활하게 정보소통이 이뤄져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파이낸스 분야에서 서로 논쟁 중이기 때문이다. 향후 리더의 네트워크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분석되면 이 분야 연구는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민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changmin0415@gmail.com

저자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자본시장팀(증권, 자산운용 담당)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이기도 하다. 재무(Finance),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자본시장(Capital Market)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큰게 좋다제품 사이즈, 지위를 반영한다

 

Super Size Me: Product Size as a Signal of Status” David Dubois, Derek D. Rucker, and Adam D. Galinsky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pp.1047-1062)

 

연구의 배경

버거킹에 가면 와퍼와 와퍼주니어가 있다. 여러분은 어떤 사이즈를 선택하는가? 물론 배고픈 정도, 덩치가 큰 정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들이 모두 동일하게 통제되는 상황에서도 큰 사이즈를 고집하는 현상이 일관되게 나타난다면 그건 무엇 때문일까?

 

이 연구에 따르면 특정 사이즈에 대한 선호 이면에는 사회적 파워, 지위에 대한 욕구가 숨어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처해 있는 파워(권력) 수준에 따라 선호되는 제품 사이즈가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특정 사이즈의 선호에는 생리학적 이유(: 배고픔, 갈증) 외에도 사회심리학적 원인이 배경으로 작용될 수 있음을 이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는 어느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파워가 제품 사이즈 선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는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 파워가 낮은 사람들이 낮은 파워를 극복하고자 특정 사이즈 제품을 선택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파워가 낮으면지위 욕구(need for status)’가 커지게 되고 이러한 높은 지위욕은 특정 사이즈의 제품 선호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의 여러 특징 중에서 사이즈가 사회적 지위와 연결돼 타인에게 자기 자신을 시그널링(signaling·신호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모든 조건에서 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자신이 잘 드러나는 상황(high social-visibility condition)에서 두드러짐을 보였다. 혼자 집에서 소비하는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공공장소에서 남들이 보는 상황이나 지인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구매할 때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이 연구는 사회적 파워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큰 사이즈를 선호한다고 보지 않고 제품 또는 상황에 따라서 작은 사이즈가 높은 지위와 연결될 경우 작은 사이즈를 더 선호함을 보여줬다.

 

 

연구의 주요 발견점

● 실험1에서는 대학생들에게어떤 한 사람이 음식점(피자, 스무디, 커피 중 하나)에서 3가지 사이즈(, , )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내리도록 했다. 판단은 지위와 관련된 문항(높은 지위, 존경)과 지위와 무관한 문항(정직, 매력)의 질문으로 이뤄졌다. 측정 결과, 지위와 무관한 문항의 경우 그 사람이 선택한 음식 사이즈에 따른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위와 관련된 문항에서는 선택한 음식의 사이즈가 클수록 더 높게 지위를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커피가게 시나리오의 경우 그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사이즈를 선택하는 사람의 지위를 더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즈 선택과 지위 인식 사이에 상관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 실험2에서는 사회적 파워가 사이즈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높은 파워 조건피험자의 경우 남들에게 파워를 행사하고 통제하고 평가를 내렸던 과거 경험을 떠올리고 그때 느낌을 적게 했다. 반면낮은 파워 조건의 경우 누군가가 당신에게 파워를 행사하고, 그로부터 통제를 받고 평가를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고 그때 느낌을 적도록 했다. 그 다음, 피험자들에게 3개 사이즈(, , )의 스무디 그림을 보여주고 이것이 학생회관에 입점하면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물어봤다. 그 결과, 높은 파워 조건에 노출된 사람들은 스무디 사이즈 선택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낮은 파워 조건에서는 작은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파워가 지위욕구를 자극해 제품 사이즈 선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 것이다.

 

● 실험3은 실험2와 달리 파워 수준에 대한 조작을 실제 상황에서 광고 노출을 통해 직접 했다. 시내 한 고층빌딩의 두 개 로비에 베이글 가게 광고판이 걸린 테이블을 각각 설치했다. 높은 파워 조건은 광고판 내용에우리 모두 아침에 힘이 넘칩니다(powerful). 오셔서 무료 베이글 드시고 가세요”, 낮은 파워 조건은우리 모두 아침에 기력이 떨어집니다(powerless). 오셔서 무료 베이글 드시고 가세요라고 적어놓았다. 테이블에는 2개 사이즈(, )의 베이글을 펼쳐놓았는데 각 사이즈별로 먹거나 가져가는 횟수를 측정했다. 높은 파워 조건에서는 사이즈별로 먹거나 가져간 횟수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낮은 파워 조건의 경우 작은 사이즈 베이글은 평균 1.24개가 소비된 반면 큰 사이즈 베이글은 평균 1.93개가 소비돼 낮은 파워 조건에서 큰 사이즈 선호효과가 입증됐다.

 

● 실험4는 파워가 사이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 구매상황의 사회적 노출 정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먼저 파워 수준 조작에 있어 높은 파워 조건은 당신이 회사의 상사로서 아래 직원들에게 지시 내리고 그들을 평가하는 모습을 상상케 했으며 낮은 파워 조건은 부하로서 직장 상사의 명령을 따르고 상사의 평가에 자신의 보너스가 결정되는 상황을 상상케 했다. 사회적 노출 조작은 사적 구매상황(private condition)의 경우 집에 혼자 있으면서 스무디(또는 피자)를 배달시키는 모습을, 공적 구매상황(public condition)의 경우 레스토랑에 혼자 가서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을, 사회적 구매상황(social condition)의 경우 집에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을 각각 상상케 하고 3개 사이즈(, , )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높은 파워 조건에 비해 낮은 파워 조건일 때 큰 사이즈를 더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높은 파워 조건의 경우 사회적 노출 수준에 따른 사이즈 선택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낮은 파워 조건의 경우 사적 구매상황에 비해 공적, 사회적 구매 상황에서 큰 사이즈 선택 경향이 더 높게 나타났다. 낮은 파워 피험자의 큰 사이즈 선호는 남에게 자신의 구매가 보여지는 상황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 실험5에서는사이즈-지위 관계(size-to-status relationship)’의 정(+)/(-) 상황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큰 사이즈가 아니라 작은 사이즈가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경우에 대한 실험이다. 먼저 파워 수준은 앞서 실험4와 비슷하게 상사/부하 역할을 상상하게 하는 것으로 조작했다. 그 다음 사이즈-지위 관계 조작은 정(+) 관계 조건의 경우최근 미국 유명 대학의 조사 결과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1000명 중 63%가 과체중(overweight)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과체중이 두뇌 회전, 웰빙, 사회적 성공과 지위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보여주는 것이다는 가상의 신문기사를 읽게 했고 부(-) 관계 조건은 앞서 문구에서 과체중 대신적당한 체중(fit)’으로 대체해 읽게 했다. 그리고 실험 후 감사의 선물로 받게 될 스낵에 대해 5개 사이즈(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사이즈-지위를 정 관계로 각인시킨 경우 높은 파워 피험자들에 비해 낮은 파워 피험자들에게서 큰 사이즈 선택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사이즈-지위를 부 관계로 각인시킨 경우 높은 파워 피험자들에 비해 낮은 파워 피험자들의 작은 사이즈 선택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 파워가 높은 경우에는 사이즈-지위 관계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파워가 낮은 경우에만 나타났는데 정 관계일 때는 큰 사이즈를, 부 관계일 때는 작은 사이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워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큰 사이즈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이즈가 높은 지위와 연결될 때는 사회적 지위 복구를 위해 작은 사이즈를 선택한다는 의미이다.

 

● 실험6에서는 실험5와 같이 사이즈-지위 관계의 영향을 살펴보면서 여기에 덧붙여 특정 사이즈의 선호 이면에는 지위욕구(need for status)가 메커니즘으로 작동됨을 보여주고자 했다. 파워 조작은 실험2와 동일하게 가져갔으며 사이즈-지위 관계 조작은 에피타이저(전채) 시식 이벤트에서 셰프의 설명을 통해 조작했다. 정 관계 조건의 경우사이즈가 큰 에피타이저는 주로 대통령 연회와 같은 고급 이벤트에 제공되며 작은 사이즈 에피타이저는 조그만 소규모 연회에 제공된다고 설명했으며 부 관계 조건은 반대로 설명했다. 4개 사이즈 전채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는데 사이즈-지위를 정 관계로 인식시킨 경우 높은 파워 피험자에 비해 낮은 파워 피험자의 큰 사이즈 선호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부 관계로 인식시킨 경우 높은 파워 피험자에 비해 낮은 파워 피험자의 작은 사이즈 선호가 더 크게 나타났다. 두 경우 모두 낮은 파워일 때만 특정 사이즈를 선호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 효과에는지위욕구가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시사점

이 연구는 향후 기업이나 공공기관의제품 사이즈관련 마케팅 또는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위해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현재 자신의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사이즈-지위 관계 인식을 파악해 거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제품 사이즈를 지위와 연관시켜보지 않은 기업이라면 이 기회에 자신의 제품 사이즈가 지위 시그널링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은 사이즈일수록 높은 지위를 의미하는지, 큰 사이즈일수록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지 확인해 고객의 지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휴대용 전자제품의 경우 작고, 얇은 스타일이 높은 지위를 상징한다면 향후 제품 또는 패키지 사이즈에 있어 슬림화가 중요한 방향성일 것이다. 연구자가 최근에 행한 조사가 이를 뒷받침하는데 휴대폰의 경우 작은 사이즈일수록 더 높은 지위를 지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적으로 자신의 파워에 위협을 받았을 때 지위 복구를 위해 작은 사이즈의 휴대폰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적극적 캠페인을 통해 사이즈-지위 관계에 대한 전통적 생각을 바꾸는 것도 의미 있다. 앞서 실험 5 6에서 봤듯이 작은 사이즈의 음식이 더 고급스럽고 더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시킨다면 음식 낭비, 비만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서는 작은 사이즈의 자동차가 도움이 될 것인데작은 자동차 = 높은 지위가 될 수 있음을 성공적으로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다임러의 경우스마트 카’라는 명칭을 통해 유럽에서 오랫동안 등식화된큰 차 = 높은 지위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를 했고 곧 이어 BMW 미니, 피아트500 등 타사에서도작지만 높은 지위의 자동차라는 콘셉트를 내놓음으로써 성공적으로 인식 전환이 가능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라 하겠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Human Resources

중국인 조사로 확인한 권한위임과 창의성

 

Based on “Linking empowering leadership and employee creativity: The influence of psychological empowerment, intrinsic motivation, and creative process engagement” by Zhang, X. & Bartol, K(2010,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3:1, pp.107-128)

 

왜 연구했나?

권한 위임과 창조 경영은 21세기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다. 하지만 권한 위임과 창조 경영은 대부분 관리 제도의 일환으로 인식돼 이와 관련된 리더의 행동이나 직원들의 심리적인 변화에 대한 연구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본 연구는 리더의 권한 위임 행동이 직원들의 창의적 행동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지, 효과가 있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분석했다.

 

창의적 활동을 증가시키기 위해 리더가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전반적으로 리더가 지원적인 행동을 보인다거나 변혁적인 모습을 보일 때 구성원들의 창의적 행동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들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본 연구는 권한 위임적인 리더의 행동이 직원들의 창의적 행동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결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타나는지를 직원들의 심리 상태 변화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다.

 

어떻게 연구했고,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중국의 IT 회사를 대상으로 서베이를 실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직과 같은 전문직군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들은 권한 위임을 받기에 적합한 역량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창의성이라는 특성을 발휘하기에도 매우 적합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선 개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베이를 해서 총 498명에게서 응답을 받은 후 이들의 상사에게 다시 서베이를 진행했다. 상사들에게 각 개별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창의적인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해 질문을 함으로써 직원들의 창의적인 행동을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상사와 연구 개발 직원 간의 응답을 통합해 367개의 데이터 세트를 구축해 분석에 활용했다. 이러한 연구 방식은 연구의 여러 가지 변수들에 대한 모든 질문들을 같은 응답자에게서 측정하는 것보다 변수들 간의 인과 관계를 보다 타당하게 점검하는 방식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리더의 권한 위임 행동들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몇 개의 단계로 나누어서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들을 정리해 보면 우선 리더가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에 직원들은 업무 수행에 있어서 창의적인 행동을 보다 많이 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그러한 효과는 여러 단계를 거쳐서 발생하게 되는데리더가 권한 위임적인 행동을 할 때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일에 대한 의미감(즉 자신이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인지함)과 자신감을 갖게 되며 업무를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자기 주도적으로 실행해나가려는 자세를 갖게 된다. ②자신의 일에 대해 이러한 감정을 갖게 되면 복잡한 문제에 당면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며 업무를 수행해나가면서 무언가 새로운 방식을 활용해 개선하려는 열망을 느끼게 된다. ③이러한 심리상태가 작동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제안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방식으로 스스로 업무를 창의적으로 실행하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④이러한 과정에서 리더가 직원들이 창의적인 행동을 보이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시행착오적인 결과를 보이더라도 이를 수용해주며 나아가서 창의적 행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칭찬과 보상을 하게 되면 위의 효과들이 더욱 증가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의 핵심 주제인 권한 위양이 갖는 효과에 대해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본 연구는 직원들의 창의적 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해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핵심 사항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배려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창의성을 강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업무에 관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리게 될 때, 업무 의사결정에 있어서 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관여시킬 때, 그들이 실패를 경험할 때도 높은 기대감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할 때, 직원들의 창의적인 행동이 제고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효과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심리에서 발생하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리더가 그러한 행동을 보이게 되면 직원들은 일이 의미 있고 재미있다고 느끼게 된다. 또 일에 자신감을 갖게 돼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 점에 대해 리더는 보다 면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권한을 위임받은 직원들은 처음부터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보다는 실패를 할 수 있다. 실패를 경험하면 과업에 임하는 자신감부터 흔들리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리더는 권한 위임받는 직원들이 업무에 대해 갖는 자신감이 상실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단순히 권한을 위임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새롭게 부여받은 자율성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과 정보, 지원을 제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본 연구가 중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지금까지 권한 위임이나 창의성 발휘의 이슈들은 다분히 개인주의적인 풍토의 미국 또는 서양에 적합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일본이나 한국처럼 집단주의적이면서 위계적인 관리 문화에서는 개별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으며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시행착오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문화도 아니었다. 본 연구가 권한 위임과 창의적 업무 행동이라는 연구 주제를 중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과 직원들에게 특히 와 닿는 부분이 있다.

 

장은미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mchang@yonsei.ac.kr

필자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미국 매릴랜드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동기부여 및 인적자원관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Strategy

최고제품보다 적절한 제품혁신도 필요하다

 

Based on “Reverse Innovation, Emerging Markets, and Global Strategy” by Vijay Govindarajan and Ravi Ramamurti (2011, Global Strategy Journal, Vol.1, pp.191-205)

 

왜 연구했나?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부상과 이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21세기 들어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이슈가 됐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시장의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신흥시장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신흥시장에서 먼저 개발된 새로운 혁신들이 선진국 시장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주목을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혁신은 선진국에서 태동해서 개도국으로 확산됐는데()혁신(reverse innovation)’은 개도국에서 개발돼 반대로 선진국으로 수입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초저가 자동차와 무선 전화기 개발에 성공한 인도의 타타 나노와 바티에어텔(Bharti Airtel), 전기자동차를 선보인 중국의 비야디(BYD), 빈곤층을 위한 소액대출제도를 도입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세계 중소형 항공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라질의 엠브라에르 등이 좋은 사례다. 역혁신은 아직 보편적인 경영 현상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혁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고 향후 벌어질 글로벌 경쟁과 다국적 기업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임에는 틀림없다.

 

무엇을 연구했나?

본 연구는 통계 분석을 활용한 실증 연구가 아닌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 이론 연구이다. 따라서 논문에서는 역혁신의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기존 혁신이론, 국제화 과정, 다국적 기업의 전략과 경영, 해외직접투자(FDI) 효과 등과 비교해서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이론에서는 혁신이 선도 사용자에 의해 시작됐지만 역혁신은 선도 사용자보다는 지각수용자(laggards)에 의해 시작될 수 있다. 또한 다국적 기업은 탁월한 기술이나 브랜드 같은 경쟁우위를 기반으로 선진국에서 태동해서 전 세계로 확대됐지만 역혁신에 의하면 다국적 기업은 신흥시장에서 태동해 선진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로 확산되기도 한다. 특히 선진 다국적 기업들은 북미, 서유럽, 일본 등에서 글로벌 제품을 개발하고 이들 제품을 일부 수정해서 신흥시장에 적용해 왔다. 하지만 역혁신에서는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제품을 신흥시장에서 별도로 개발하고 더 나아가 일부 제품은 신흥시장 개발팀에게 글로벌 제품을 개발하는 주도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해외직접투자의 경우도 전통적으로는 신흥시장에 있는 현지기업들이 자국에 투자한 선진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배우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역혁신에서는 선진 다국적 기업들이 신흥시장 기업들로부터 학습하기도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 신흥시장에서 개발된 혁신이 선진국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원인 때문이다. 첫째, 신흥시장에서 개발된 혁신은 선진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비교적 쉽게 적용될 수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소액대출 제도는 선진국의 빈곤층에게도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둘째, 신흥시장에서 성공한 극적인 원가절감이나 초저가 혁신은 선진국에서 수요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GE는 중국에서의 노하우를 활용해 초음파 기기의 가격을 15% 정도 낮춤으로써 미국 시장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셋째,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새로운 제품 특성들, 예컨대 휴대성이나 사용편의성 등은 선진국에서 새로운 세분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GE는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심전도 기기를 휴대하기 간편한 소형 모델로 개발했는데 이 덕분에 미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넷째,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저급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선돼 점차 선진국의 고급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다섯째, 신흥시장이 최신 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서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경우가 있다. 개도국이라고 해서 반드시 선진국이 걸어왔던 기술적 진보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다. 비록 유선전화나 오프라인 은행은 부족해도 최신 기술을 도입해서 곧바로 무선전화나 인터넷뱅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이 신흥시장의 특징이다. 인도의 전반적인 전력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인도 기업인 수즐론에너지(Suzlon Energy)는 미래 업종인 풍력에너지 산업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 역혁신은 주요 신흥시장에서의 혁신, 여타 신흥시장으로 혁신의 확산, 선진국 시장으로 혁신의 확산 등 3단계로 이뤄진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선진 다국적 기업과 신흥 다국적 기업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상대적 우위를 갖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1단계에서 선진 다국적 기업들은 풍부한 기술력과 신흥시장에서의 일부 경험,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공략했다. 반면에 신흥 다국적 기업들은 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원가절감 역량을 기반으로 현지 자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서 내수시장을 방어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사업에 몰입했다. 2단계에서도 선진 다국적 기업들은 기존의 브랜드나 유통망을 활용하는 데 반해 신흥 다국적 기업들은 신흥시장 환경에 적합하게 개선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해서 경쟁했다. 끝으로 3단계에서 선진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이 익숙한 시장이라 유리했지만 기존 제품에 대한 자기잠식을 두려워한 나머지 신흥시장에 개발된 혁신을 적극 도입하지 않으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반면에 신흥 다국적 기업들은 선진국 시장에 대한 경험은 부족했지만 시장 확대에 따른 별다른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역혁신 현상은 신흥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려는 다국적 기업 경영자들에게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단 친숙함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진국 시장에 친숙한 관점으로는 신흥시장의 사업 기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상황을 잘 아는 현지 팀에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역량의 함정도 조심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본사에 있는 글로벌 제품 책임부서는 고급 제품에 적합한 R&D 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신흥시장에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저가 제품(value product)이 필요하다. 원가 절감은 물론 가격 대비 적절한 수준의 품질, 새로운 기능 등을 위해서는 전혀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현재 상태에 안주하려는 마인드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기존의 성공법칙에 익숙한 구성원들은 한정된 자원을 새로운 혁신에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신흥시장은 새로운 기회라기보다는 손만 많이 가고 정작 돈벌이는 되지 않는 모순덩어리 시장으로 보일 수 있다. 차라리 신흥시장에서 경험을 쌓았기에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현지 팀에 과감하게 글로벌 제품을 개발하는 주도권을 부여하는 것이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일 수도 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MBA 명강의>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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