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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면 얻는다

김효준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필자는 지난 17년간 BMW그룹 코리아에서 일해왔고 그중 12년을 CEO로 일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몇 년에 한번씩 더 나은 연봉과 기회를 찾아 다른 회사로 전직하는 사례가 많은데 어떻게 한 기업에서 장수하는지 가끔 질문을 받는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지난 17년 동안 단 하루도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BMW의 가치와 철학이 이제는 몸속에 피처럼 흐르고 있는 느낌까지 든다. 돌이켜보면 끊임없이 한 브랜드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신념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소통이었다.

 

소통의 기본은마음을 열고 경청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마음을 여는 것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관심 있는 것에만 귀 기울인다면 소통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문화적 차이로, 혹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로 오해가 생기곤 한다. ‘국제 운전 면허증에 얽힌 에피소드를 예로 들어보자. BMW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본사의 감사팀이 3주간 BMW 코리아의 전반적인 관리와 비즈니스 관행을 검토했다. 감사팀은 한 가지만 빼고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그 한 가지는 필자가 본사 출장 때문에 만들었던 국제면허증 수입인지대 4500원이 회사비용으로 처리된 부분이었다.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출장 목적이었으니 분명 업무상 비용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감사팀의 의견은 달랐다. ‘이번 한번은 회사 일로 사용하겠지만 향후 개인적으로 해외에 나갈 때에도 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중시하는 독일 기업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논리였다. 결국 4500원을 낸 후에야 감사가 끝났다. BMW 100여 년의 역사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투명한 경영 시스템과 기업 문화를 깊이 이해하게 된 계기였다.

 

소통의 두 번째 기본은믿음과 확신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문화에서 상사나 회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목소리를 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확신과 근거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BMW의 비즈니스 모델은 BMW 코리아가 수입한 자동차를 딜러가 고객에게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형태다. 모두가 윈윈하는 선순환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딜러가 수익을 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 BMW 각 나라 CEO는 판매대수나 이익 등의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2∼3년 임기의 외국인 사장들은 단기 성과를 위해 딜러에게 무리한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5년 전 독일 세일즈 총괄 보드멤버가 바뀌었을 때 필자가 먼저 CEO 평가기준에 딜러의 수익성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본사에서는왜 협력업체의 수익까지 생각하느냐며 의아해 했지만 결국 딜러의 지속가능성이 장기적 관점에서 BMW 성장 동력이 된다는 필자의 의견이 반영돼 전 세계 법인의 사장 평가 항목에 딜러의 수익성이 추가됐다. BMW는 딜러와의 협력관계를 더 견고히 했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한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

 

세 번째는설득하기.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이 방식은 좀 더 적극적인 소통법이다. 작년 출범한 BMW 코리아 미래재단은 이 소통법의 좋은 예다. 공익재단인 BMW 코리아 미래재단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과를 내고 세금을 내며 지속적으로 고용창출을 하는 것으로 충분한 곳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기업에 이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국내에서는 17년 동안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BMW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고 BMW그룹 코리아도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시기가 됐음을 느꼈다. 단순 기부가 아니라 나눔의 문화를 전파시키는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청사진을 펼쳐 보이며 본사를 설득했고 결국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창조적인 펀딩 방식도 큰 지지를 받았다. 이제 이 재단 모델은 다른 나라 법인에서도 벤치마크하고 있다.

 

소통 비결 중 마지막은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눈빛으로, 행동으로, 마음으로 모든 임직원이 서로서로이심전심통하고 있을 때 기업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Hyojoon.kim@bmw.co.kr

필자는 1995년부터 BMW 코리아에서 일하고 있다. 2000년에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2003년부터는 BMW 독일 본사 임원까지 겸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한양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사단법인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KCMC) 회장, 주한 한독상공회의소(KGCCI) 부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위원과 KOTRA Invest Korea Advisory Council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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