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지 상하이에 위치해있다는 점, 중국 경제의 실상과 위용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 외에 CEIBS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대답이 바로 China Discovery Week라고 생각한다.
CEIBS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중국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China Discovery Week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CEIBS 학생들은 중국의 마케팅, 조직관리, 경제, 회계, 역사 등에 관한 12개 과목 중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다. 각각의 수업은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인기있는 강의는 신청자가 많기 때문에 입찰 형식으로 참석자를 결정한다.
이 중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바로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인가(Will China catch the U.S.)’였다. MBA 과정이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와 토론 위주의 수업을 진행한다 해도 정규 커리큘럼에서 이러한 이슈들을 심도있게 다루기는 힘들다. 강사 또한 중국 경제학계의 거두인 쉬 빈(許斌 , Xu Bin) 교수여서 관심이 더 컸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쉬 빈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건강 문제로 잠시 강의를 중단한 적이 있어 많은 학생들이 그의 수업을 들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이 수업은 강당을 제외한 가장 큰 강의실에서 진행됐다. 신청 학생 이외에도 졸업생, 교환학생뿐 아니라 다른 교수진까지 몰려와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참석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강의 중간중간 손을 드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수업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중국 경제, 미국 추월할 수 있다
10년 전 국내에서 중국 관련 붐(boom)이 처음 일었을 때 필자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2권 있다.
<차이나 쇼크>와 <중국은 가짜다>다. 전자는 중국이 중화 경제권을 중심으로 향후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는 내용을, 후자는 중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이 맞을까? 지금으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내로라하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인인 쉬 빈 교수는 당연히 전자의 관점을 지지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그 주장에 관한 논거도 제시한다.
2010년 중국의 GDP는 약 5조 878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을 4000억 달러 정도 앞서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물론 아직은 미국 GDP 규모의 약 39%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쉬 빈 교수는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10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10.4%였다. 1989∼2010년 평균 GDP 상승률도 9.31%였다. 이 정도의 고속 성장을 20년간 지속한 나라는 중국뿐이다.
쉬 교수는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하는 건 기정사실이며 그 시기가 언제냐는 문제만 남았다고 평가한다. 시기 예상은 중국의 향후 실질 GDP 상승률, 물가 상승률, 위안화 평가절상 정도를 얼마로 전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평가했다. 현재 해외 유명 투자은행이나 신용평가회사가 각각 다른 예측을 하는 이유도 이 변수를 각각 다르게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7.75%(미국은 2.5%), 평균 물가 상승률을 4%(미국은 1.5%), 미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절상 정도를 매년 3%로 가정하면 오는 2019년 중국이 미국의 경제규모를 추월할 거라고 예상한 바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에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시기를 2040∼2050년으로 예상하는 기관이 많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침체, 중국의 풍부한 외환보유고 등으로 이 시기가 앞당겨질 거라고 보는 기관이 늘고 있다.
쉬 교수는 중국 경제가 향후에도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높은 저축률과 투자, 후발주자의 이익(Later-comer Advantage), 국내 소비의 엄청난 잠재력, 중국 특유의 기업가 정신 등을 들었다. 특히 그는 후발주자의 이익을 강조했다. 다른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큰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도 빠른 시간 안에 발전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경제, 우려할 점은 없나
쉬 빈 교수의 강의를 듣는 도중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중국의 경제 성장을 예측하려면 단지 경제학적 접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었다. 중국의 극심한 빈부격차 및 도농격차, 티베트의 분리 독립과 소수민족 문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의미하는 자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 등 정치사회적 갈등 요인도 분명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쉬 빈 교수도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지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모든 문제를 다 담아내기에 3시간이라는 강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때문에 정규 수업 과정에서 다시 그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사회 문제에 관한 그의 견해를 듣고 싶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신문 및 인터넷의 검열이 존재한다. 자스민 혁명이 한창 이슈로 떠올랐던 지난 2월에는 인터넷에서 자스민이라는 단어를 검색할 수 없었을 정도로 중국 정부의 통제는 대단하다. 현재의 자스민 혁명이 티베트의 분리 독립 및 소수민족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주화 운동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겪은 중년층, 80후 세대(빠링호우,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지식인들)들이 주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은 민주화에도 관심이 많지만, 강한 중화민족주의 사상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와 같은 이방인의 눈에는 인터넷 검열과 민주화 운동을 억누르는 자국 정부에는 반대하지만,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이나 소수민족 문제처럼 중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는 정부를 강력하게 두둔하는 이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북공정 논란에서 보듯 중국의 자국 중심적 사고가 주변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배타적 국수주의로 변모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국의 민주화 열기는 중국 경제의 미래를 섣불리 낙관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 또한 문제다. 현재 중국 정부는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그리 큰 것 같진 않다. 이런 긴축 정책이 거듭되면 어느 순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급락을 유발할 수 있다. 그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맺음말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중국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피력한다. 필자 역시 그랬다. 하지만 직접 중국에서 살아보니 그 의견 중에는 틀린 것도 많았다. 나라 자체가 너무 크고 빠르게 변하다 보니 외국인이 접할 수 있는 시각과 정보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CEIBS의 약 48%를 구성하고 있는 중국학생들과 수업, 토론 및 다양한 교류를 통해 실제 언론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그들의 가치관, 세계관을 공유하며 중국에 대한 시각을 넓혀가고 있다. MBA 과정을 통해 중국에 대한 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면 CEIBS 졸업장보다 훨씬 값진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시환 CEIBS Class of 2012 csihwan.m10@ceibs.edu
조시환 씨는 한양대 행정학과 및 동 대학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를 졸업했다. 우리은행의 IB사업단 및 영업점에서 Project Financing 및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CEIBS는 1994년 중국 정부와 EU의 합작 투자로 탄생한 학교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해 여러 차례 아시아 최고 MBA로 뽑혔다. 중국 본토 최초로 풀 타임 MBA 과정을 채택했으며 매년 190명의 학생들을 선발한다. 전체 인원 중 45% 정도가 중국 밖에서 온 학생들이다. 총 교육 기간은 18개월 정도이나 일반 2년제 MBA 학교와 달리 방학 기간이 2주 정도로 매우 짧다. 한국 학생은 매년 15명 정도 입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