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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1. ‘메타콩즈’ 사례로 본 NFT 프로젝트의 허와 실

모럴해저드에 NFT 가치 창출도 실패
시장을 거스르면 고객이 등 돌린다

윤준탁 | 359호 (2022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때 국내 대표 NFT 프로젝트였던 ‘메타콩즈(MetaKongz)’는 출시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몰락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메타콩즈의 NFT 가격은 2022년 11월 기준 약 5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메타콩즈는 회사 자금 유용, 임금 체불, 횡령 의혹 등 운영진의 모럴해저드와 프로젝트 로드맵 일정 지연 등 방만한 운영으로 신뢰를 잃었다. 또한 NFT를 합성해 새로운 NFT를 만드는 ‘브리딩’ 등의 자기 복제로 유사한 이미지의 메타콩즈 NFT가 만들어지며 IP의 희소성과 가치가 떨어졌다. NFT와의 연계성, 암호화폐가 사용될 소비처,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지 않고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 점도 전체 프로젝트의 관리 리스크를 키웠다.



러그풀이 판치는 NFT 시장

2021년 영국의 대표 사전 중 하나인 콜린스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 정도로 NFT는 큰 화두였다. 암호화폐 가격 상승과 더불어 NFT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관련 시장이 급성장했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수많은 기업이 NFT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으며 개인이 수백만 달러짜리 NFT를 거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NFT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소유권을 부여하는 데 제약이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개인, 기업 등이 만든 수많은 프로젝트가 NFT를 만들어 대중에게 판매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다양한 주체가 NFT를 발행하면서 2021년 NFT 시장의 거래 대금은 약 248억 달러(약 32조 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 일명 블루칩(투자 우량 종목)으로 불리는 유명 NFT 가격이 50% 이상씩 하락하면서 NFT 시장은 약세장을 맞았다. 특히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NFT가 수십만 원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아예 거래되지 않아 사실상 가치가 0이 돼버린 NFT도 수두룩하다. 가상 자산 분석 데이터 플랫폼 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NFT 거래량은 올해 1월 대비 약 97% 하락했다. 정상적으로 NFT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예 ‘러그풀(Rug Pull,가상 자산 개발자의 투자 회수 사기)’이 일어나 NFT가 디지털 휴지 조각이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러그풀이란 양탄자를 잡아당겨 사람들을 넘어뜨린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일부 NFT 프로젝트 팀이 갑자기 개발을 중단하고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NFT 보유자들과 소통을 중단하고 운영하던 소셜미디어 계정도 소리 없이 사라졌다. 개발진이 예고 없이 NFT를 소각해버리거나 시장에 싸게 내놓아 차익을 챙기고 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러그풀의 대표적인 국내 사례는 ‘캣슬(Catsle)’이다. 2021년 11월 NFT 1만 개를 발행한 캣슬은 도트 형태의 고양이 이미지 기반 NFT를 통해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공언했다. 글로벌 NFT 마켓 플레이스인 오픈시(OpenSea)에서 한때 거래량 2위를 달성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발행 초기 개당 3만∼5만 원에 거래되던 캣슬의 NFT 가격은 10배 넘게 치솟아 30만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운영자가 해킹을 핑계로 홈페이지를 비롯한 모든 소통 채널을 폐쇄했다. 러그풀이 일어나자 개당 가격은 약 99% 하락한 3000원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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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러그풀 사례는 P2E 프로젝트 ‘케놈’이다. NFT를 활용한 플레이투언(P2E) 열풍이 불었을 때 케놈은 약 150억 원의 자금을 모금했다. 하지만 로드맵대로 서비스는 출시되지 않았고 프로젝트는 일정 연기를 선언했다. 커뮤니티는 방치됐고 이후 일방적으로 사업 중단을 발표하며 홈페이지를 비롯한 모든 소통 창구를 닫았다. 투자자들이 모금한 거액의 프로젝트 자금은 해외 거래소로 이체됐고 돈을 날린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 밖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NFT 프로젝트인 ‘조선 다이너스티’도 가상 토지를 NFT로 판매하며 메타버스 공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개발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했다.

탈중앙화라는 명목 아래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NFT 프로젝트 대다수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누가 혹은 어떤 집단이 NFT를 만들고 돈을 가져가는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애초에 지켜지지 않을 계획을 만들고 NFT를 매개체로 사기 행각을 벌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러그풀은 NFT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진 사기 수법이다. 사람들은 이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신뢰하기 어려운 NFT 프로젝트에 무작정 뛰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유명인이나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 참여한 NFT 프로젝트는 그래도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 구매에 나서기도 하는데 최근 유명인이 참여하는 NFT 프로젝트에서도 러그풀과 다름없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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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NFT 프로젝트의 몰락

한때 국내 대표 NFT로 꼽혔던 ‘메타콩즈(MetaKongz)’는 2021년 12월 출시된 PFP(Profile Picture) NFT 프로젝트다. 메타콩즈는 방송 출연 등으로 인지도가 높은 유명 프로그래머 이두희 씨가 최고개발책임자(CTO)를 맡아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20만 원으로 판매를 시작한 NFT 가격은 불과 2개월 만에 수천만 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은 NFT 프로젝트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과 함께 거론되며 ‘한국의 BAYC’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메타콩즈는 GS, 신세계,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향후 엔터테인먼트 회사, 블록체인 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메타버스 게임 개발 등 ‘K-NFT’의 세계화를 목표로 삼은 로드맵을 제시했다.

높은 가격, 장밋빛 로드맵과 더불어 메타콩즈는 국내 대표 NFT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기는 불과 1년이 채 안 돼 추락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메타콩즈의 NFT 가격은 2022년 11월 기준 약 5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NFT의 전체 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1년을 유지하지 못하고 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메타콩즈가 제시한 프로젝트 로드맵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커뮤니티 해킹 사태, 자체적으로 발행한 메타콩즈 코인(MKC) 하락 등 여러 이슈가 발생했고 여기에 경영진의 내부 불화와 비리 폭로, 횡령, 임금 체불 등 수많은 문제가 더해져 소송전으로 번졌다. 한때 국내 대표 NFT 프로젝트로 승승장구하던 메타콩즈의 몰락을 야기한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1. 방만한 운영과 운영진의 모럴해저드

메타콩즈 운영진은 2022년 6월 새로운 NFT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LGO(Life Goes On)라는 새 프로젝트는 메타콩즈가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메인넷을 옮긴 후 계획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메타콩즈 IP 생태계에는 이미 여러 NFT가 존재했다. 기존 NFT의 가격 관리가 안 되고 로드맵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LGO NFT가 발행되면 메타콩즈가 발행한 NFT의 전체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에 NFT를 보유한 홀더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반대했지만 메타콩즈는 강행했다. 결국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행한 LGO NFT는 ‘완판’에 실패했다.

또 프로젝트와 별개로 운영진의 외제 차량 구매 의혹, NFT 매도, 가족의 내부 채용 등 여러 의혹이 커뮤니티에서 제기됐다. LGO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 후 운영진 간 내용증명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회사 자금 유용, 임금 체불, 횡령 등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다. 운영진, 메타콩즈, 커뮤니티 등이 얽혀 형사 고소가 진행되며 프로젝트는 점차 신뢰를 잃었다.

메타콩즈 CEO와 COO 등 경영진이 사퇴하고 이두희 CTO가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프로그래밍 교육 업체 멋쟁이사자처럼이 메타콩즈 프로젝트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는 다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미 회사 자금으로 외제 차량을 구입하고 4억 원 상당의 NFT 2차 거래 수수료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두희 CTO에게 최근 외주 개발 용역비를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됐다. 운영진 간 법적 공방이 이어지며 ‘폭로전’ ‘부정부패’와 같은 수식어가 메타콩즈에 붙었다. 이미지는 추락했고 이후 디스코드나 트위터의 공식 활동은 모두 중단됐다. 커뮤니티가 모여 있는 디스코드 공간에는 NFT 홀더들의 성토만 남았다.

누가 잘못했고, 얼마나 횡령했는지 등 운영진 간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밝혀질 문제다. 핵심은 운영진의 잘못된 프로젝트 운영과 허술한 자금 관리다. 다른 NFT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메타콩즈 NFT 프로젝트를 지탱하는 핵심은 커뮤니티 지지다. 메타콩즈의 몰락은 커뮤니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잇단 구설수로 신뢰를 잃은 운영진의 책임이 크다. 특히 자금 횡령 문제는 운영진의 모럴해저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메타콩즈는 지난 4월 디스코드 해킹으로 손실을 입은 후에 다시 한번 해킹을 겪었다. 디스코드 해킹은 BAYC를 비롯해 여타 NFT 프로젝트도 종종 겪는 일이다. 하지만 해킹 문제 재발은 메타콩즈 운영진의 방만한 운영을 여실히 보여줬고 커뮤니티의 신뢰를 잃는 치명타였다.

NFT 프로젝트는 독자적인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이 작은 규모의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준이 아니다. 발행하는 NFT의 가치를 관련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상품화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NFT 프로젝트는 운영진이 수익을 챙기는 데 집중하기보다 고객과 커뮤니티를 위한 사업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한다. NFT 프로젝트는 웹 2.0 시대의 방정식과 달리 중앙화 발행 주체보다 참여자, 커뮤니티의 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NFT 홀더들은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 2차 창작 등을 통해 NFT 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NFT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팀이나 기업은 운영 주체보다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NFT 가치가 높아지도록 프로젝트를 관리해야 한다.

2. NFT 가치 창출 실패

메타콩즈는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유명 NFT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지만 불과 1년도 안 돼 가격은 물론 NFT의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NFT는 각종 IP,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증명서다. NFT의 본질인 IP와 콘텐츠의 가치가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NFT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메타콩즈는 여러 NFT를 발행했다. 얼핏 보면 IP를 활용한 2차 창작 혹은 생태계 확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NFT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는 희소성이다. 반복되는 자기 복제는 NFT 가치를 높일 수 없다. 그러나 메타콩즈는 NFT를 합성해 새로운 NFT를 만드는 ‘브리딩’으로 발행한 베이비 콩즈 외에 뮤턴트 콩즈, 지릴라 등 유사한 이미지의 NFT를 잇달아 만들었다.

메타콩즈는 IP 확장을 시도했지만 이런 확장과 함께 IP의 희소성은 점차 희미해졌다. 누구나 가질 수 있다면 희소성을 부여할 수 없다. 비슷한 캐릭터가 늘어갈수록 점차 사람들의 관심은 줄어들었다. 판매자인 메타콩즈 팀은 과도한 자기 복제가 모두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NFT 구매자들에게는 지갑을 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미 여러 NFT의 가격이 하락하고 로드맵 일정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NFT 발행은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일 뿐이다.

경영진이 프로젝트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친 LGO 프로젝트는 당초 총 3차례에 걸쳐 NFT 8800개를 판매할 계획이었다. 개당 판매 가격은 40만 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NFT 3000개는 팔리지 않아 소각하기로 결정했고, 수요가 적은 탓에 가격 역시 초기 판매 가격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여기에 대형 게임사 넷마블과 협업해 내놓은 ‘세나콩즈’ NFT 프로젝트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 신작 게임의 IP와 캐릭터를 활용한 프로젝트로 관심을 끌었지만 대중에게는 메타콩즈가 기존에 내놓은 것과 비슷한 NFT를 사야 할 이유가 없었다. 판매 수익을 취약 계층에 기부한다는 취지까지 담았지만 20만 원이 안 되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총 11개 중 입찰 건이 1∼2건에 그친 NFT도 있었다. 세나콩즈 NFT는 지난 7월 경매가 끝난 후 8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일한 IP를 활용한 2차 창작 및 NFT 발행은 생태계 확장에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무리한 자기 복제로 인한 희소성 감소는 오히려 NFT 가치를 떨어뜨린다.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과의 협업 역시 가치를 보존하지 못하는 자기 복제이자 일회적인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 NFT의 가치는 IP 활용과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에서 나온다. 수익을 올리기 위한 단발성 판매나 기존에 제시한 로드맵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진행되는 사업 등은 NFT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아무리 독창적인 이미지와 눈에 띄는 마케팅이 더해진다고 해도 실패한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준비되지 않은 암호화폐 발행과 부족한 토크노믹스

NFT 프로젝트가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BAYC가 대표적이다. 또한 NFT를 게임 요소로 사용하는 플레이투언(P2E, Play to Earn) 프로젝트도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 메타콩즈도 MKC(메타콩즈코인)라는 자체 암호화폐를 만들었다. 메타콩즈 NFT를 보유한 홀더에게 NFT 1개당 MKC 4개를 제공하고, 이 토큰을 활용해 새로운 NFT를 만들 수 있는 브리딩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일 발행되는 코인 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자들은 받은 MKC를 새로운 NFT를 만들기 위한 수수료로 사용하지 않고 시장에 계속 매도했다. 이에 메타콩즈는 그나마 인플레이션을 지탱하던 브리딩 시스템을 없앴고, 더 이상 토큰 이코노미가 지속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MKC가 계속 발행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토큰을 쓸 소비처가 부족해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MKC 가격이 하락하자 새로 발행하는 NFT를 MKC로 구매하고 수익의 10%는 소각하는 등 여러 방안을 내놓았지만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한때 6000원이 넘던 MKC 가격은 현재 최고점 대비 약 99% 하락한 5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NFT 프로젝트 등에서 거버넌스 투표에 사용하거나 서비스의 수수료로 사용하는 등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NFT 프로젝트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범용적인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NFT와의 연계성, 암호화폐가 사용될 소비처,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토큰 이코노미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설계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코인을 소각할 사용처가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먼저 암호화폐를 매수해 빨리 매도하는 사람만이 나중에 참여한 사람의 돈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인 사실상 폰지 사기와 다름없는 셈이다.

NF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암호화폐가 반드시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모든 NFT 프로젝트가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건 아니다. IP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NFT를 오프라인에서 활용하는 데 집중하는 프로젝트도 많다. 만약 암호화폐가 필요하다면 신중히 발행해야 한다. 암호화폐 가격과 NFT의 가치가 연동되는 순간 양쪽 모두를 운영해야 하므로 전체 프로젝트의 관리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 토큰 이코노미를 잘못 설계할 경우 전체 프로젝트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기에 암호화폐가 사용될 소비처,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고려해 관련 생태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메타콩즈 NFT가 주는 교훈

2022년 글로벌 경제 침체와 함께 암호화폐와 NFT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NFT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일부 대기업은 마케팅과 멤버십 강화 등에서 활용 가능한 NFT를 발행하며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멤버십 제도인 ‘오디세이’를 추진하는 스타벅스는 물론 최근 인스타그램은 NFT를 제작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 역시 일론 머스크의 인수 이후 블록체인과 NFT 도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업 목적에 블록체인과 가상 자산 항목 등을 추가하는 기업이 늘었다. 지난 3∼4월 LG전자, CJ ENM 등 여러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됐다. 또한 제약, 광고, 화장품, 미디어 등 여러 분야의 기업이 NFT를 이미 발행했거나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메타콩즈 사례를 보면 앞으로 NFT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과 프로젝트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기업이 NFT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고객이다. 회사가 NFT를 발행해 얻는 수익보다 NFT를 통해 고객에게 어떤 혜택과 가치, 브랜드와 기업에 대한 로열티를 제공할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객에게 NFT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이유와 NFT가 고객에게, 그리고 회사 비즈니스와 브랜드에 어떤 혜택을 주는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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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가치를 인정하고 높여주는 지지 세력인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지도 중요하다. 커뮤니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기업이 참고하기 좋은 사례는 BAYC다. BAYC가 강력한 커뮤니티를 만든 핵심 요인은 NFT 소유자에게 확실한 혜택을 제공한 점이다. BAYC는 NFT 소유자에게 지식재산권을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이는 BAYC IP를 게임이나 뮤직비디오에 활용하거나 햄버거 가게 캐릭터로 사용하는 등 2차 창작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확장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NFT가 알려지고 커뮤니티가 구축되자 NFT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확실한 금전적 혜택을 안겨줬다. BAYC 커뮤니티에 소속돼야 할 이유와 욕망을 느끼게 해주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관련 커뮤니티로 인해 NFT 가치가 상승하면서 커뮤니티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고객과 커뮤니티를 고려하면서 NFT를 기업의 브랜드와 핵심 제품에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인 닥터자르트는 베스트셀러 제품과 관련한 NFT 아트를 선보였다. 또한 제일기획 등 광고 회사는 광고주 브랜드를 대상으로 NFT를 제작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NFT의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업은 NFT를 동떨어진 디지털 상품이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연결할 전략을 짜야 한다.

단, 암호화폐 발행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NFT 생태계를 단단히 구축한 후에 암호화폐를 발행해도 늦지 않다. NFT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한다면 암호화폐가 그 중심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암호화폐를 투기 자산 용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투표권, 수수료, 멤버십 등 반드시 생태계에 필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준비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NFT 프로젝트를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현실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관련 일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기업의 암호화폐 지갑을 공개해 판매 대금이나 수수료 내역 등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도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2022년은 1990년대 처음 등장한 인터넷을 기업들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던 시기와 유사하다. 오늘날 기업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블록체인과 NFT 활용법을 고민하고 있다. 웹 3.0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다양한 IP와 콘텐츠를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어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프로젝트가 더 많이 등장할 전망이다. 블록체인과 NFT는 웹 3.0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메타콩즈는 운영진 간 신뢰, 커뮤니티와의 신뢰 등 블록체인에서 중요한 요소인 ‘신뢰’가 사라지면 아무리 유명 프로젝트라도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앞으로 NFT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업과 프로젝트에는 투명한 운영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미 신뢰를 잃은 프로젝트라면 커뮤니티로부터 다시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투명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윤준탁 비트블루 CSO chris@bitblue.team
필자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기술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SK하이닉스, 한국IBM, SK플래닛에서 근무한 후 음악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크레바스AI를 공동 창업했다. 현재 웹3, NFT 전문 기업 비트블루의 CSO이며 IT 분야 컨설팅 및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브랜드 에이블랩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표 저서에는 『웹 3.0 레볼루션』 『한 권으로 끝내는 디지털 경제』 『웹 3.0 넥스트 이코노미』(공저)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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