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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2021년, 왜 ESG인가?

서구 기업의 중국 견제? 자본주의 한계 수습?
ESG 효과와 필요성 다시보기

문정빈 |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ESG 경영의 부상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된 주주 중심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 인류세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논의, 급증하는 빈부격차와 불평등, 중국의 부상과 세계 경제 중심의 이동 등 거시적인 변화의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의 핵심인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적 관계 형성은 경영학에서 CSR, 지속가능 경영 등으로 지난 50여 년 이상 논의돼 왔다.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도전 과제에 대한 기업들의 응전에 한국 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편집자주
경영학, 법학, 경제학, 정치학 전공 교수 및 연구원들로 구성된 ESG연구회가 연재를 시작합니다. ESG연구회는 2013년 여름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격월간 세미나를 지속하며 ESG의 개념과 한국 기업 환경에서의 함의를 고민하고 토론해왔습니다. DBR와 ESG연구회가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는 기사를 통해 ESG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혜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21세기 인류가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야생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인류의 활동 영역 확장과 기존의 자연 생태계 파괴로 인해 인간으로 옮겨 왔다. 많은 국가에서 경제가 봉쇄되고,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폐업과 실업이 만연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쉴새 없이 맞물려 돌아가던 글로벌 경제의 톱니바퀴가 극적으로 멈췄다. 이런 위기는 기업의 운영 방식을 비롯한 생산, 소비, 투자 방식 모두에 대한 성찰과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기업이 내놓은 답으로 최근 전면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ESG 경영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적 관계를 근본으로 하는 ESG 경영의 핵심은 오래전부터 경영학의 문제의식에 내재돼 있었다. 오늘날 ESG 경영이 중요하다는 데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으로 바람직한 ESG 경영의 모델을 세우려면 ESG가 왜 지금 글로벌 이슈로 부상했는지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SG연구회와 DBR 공동 기획한 연재의 첫 번째 순서로 각 기업들이 ESG 전략의 초석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ESG 개념의 태동 및 확산 배경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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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중심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

20세기 초반까지의 자본주의는 에디슨, 포드, 카네기, 록펠러 등과 같은 전설적인 창업 경영인들로 상징된다. 이때 ‘공급은 스스로의 수요를 창조한다’는 세의 법칙(Say’s law)1 에 기반한 공급 중심 경제학이 지배했고, 경제는 자유방임에 맡겨 놓아야 한다는 고전파 경제학적 사상이 만연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항과 함께 자본주의의 첫 번째 시기가 막을 내리고,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그리고 수요 관리를 강조하는 케인스 경제학이 지배하는 시기가 등장한다. 크고 복잡해진 기업은 창업자 한 사람의 천재성에 의지할 수 없게 됐고, 기술과 조직관리에 전문성을 쌓은 전문 경영인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GM의 알프레드 슬론(Alfred P. Sloan)이다. 그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다양한 모델과 가격의 차량을 공급함으로써 후발주자였던 GM을 포드를 뛰어넘는 세계 제일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시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자본주의 2.0’이 전성기를 맞으며 전문 경영인들의 수와 영향력 또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전문 경영인들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짐에 따라 비용 낭비가 심해지고 과시형 프로젝트들이 난무하면서 기업의 수익성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계기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러오는데 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정부의 거시경제 관리 능력에 대한 회의가 급격히 대두하게 된다. 동시에 수요가 정체돼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를 계기로 밀턴 프리드먼 2 의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또 GE의 CEO 잭 웰치 같은 경영자가 등장해 주주가치 목표 달성을 위해서 매년 성과 최하위 10% 인력을 해고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식이 등장했다. 이런 ‘자본주의 3.0’ 시기는 정부의 실패, 그리고 기업이 이익 추구를 위해 정치에 개입하는 정치의 경제화를 낳으며 냉전의 종식과 함께 주인-대리인 이론에 기반한 주주 중심 자본주의를 전 세계로 전파했다.

그렇게 30여 년을 이어 온 주주 중심 자본주의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시민들과 학자들이 대다수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기업의 이윤 추구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거시적으로는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 가능성을 모두 인정하고, 경제를 복잡계 시스템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대두됐다.

프리드먼의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언명에 대비해 자주 인용되는 원칙이 존슨앤드존슨의 기업 신조다. 존슨앤드존슨은 일찍이 창업 신조로 ‘고객에 대한 책임, 직원에 대한 책임,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우선하는 경영을 하면 주주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천명하고 있다. 실제로 1886년 창립한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40년 동안 S&P500 지수를 훌쩍 뛰어넘는 연평균 11.4%의 주가상승률을 보이면서 2021년 4월 현재 세계 15위, 미국 10위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선구적인 혜안은 최근 다른 기업들도 이 흐름에 가세하면서 입증됐다. 2019년 8월, 미국 CEO들의 연합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180명의 주요 기업 CEO의 서명을 받아 발표한 성명서에서 존슨앤드존슨의 철학과 마찬가지로 고객 가치 창조, 직원에 대한 투자, 공정하고 윤리적인 협력사 관계, 공동체 지원, 자연환경 보호, 투명성과 주주 관여를 통한 장기적인 주주가치 추구를 기업 운영의 핵심적인 목표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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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빈 문정빈 |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jonjmoon@kore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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