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41

IFRS 졸속 도입? ‘글로벌코리아’의 기회다!

113호 (2012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IFRS)을 채택한 것은 2011년이다. 한국에서 채택한 국제회계기준을 K-IFRS라고 부른다. 채택을 발표한 2008년 말부터 우리나라가 왜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버리고 IFRS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IFRS를 채택하면 국가 간 비교 가능성이나 회계투명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가를 낮게 평가하는 이른바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에 따라 IFRS 도입이 확정됐다. K-IFRS 2011년 대기업에, 2012년부터 상장 중소기업에 의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IFRS의 도입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2012 7월 미국이 당분간 IFRS를 도입하지 않고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왜 미국이나 일본보다 먼저 도입했는지를 비난하는 목소리와 함께 도입 담당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얘기가 여러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사실 미국이 IFRS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에도 수차례 발표된 내용이다. IFRS를 제정하는 IASB(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와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SEC)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IFRS 도입을 논의해왔다. 미국은 IFRS가 기업의 자의적인 회계처리 선택을 상당히 많이 허용하고 있으므로 회계 정보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IASB가 미국 회계기준 수준으로 IFRS를 엄격하게 개정한다면 미국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IFRS는 미국 회계기준 수준으로 개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바람과는 달리 기업의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더 많이 허용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럽 국가들의 정부가 앞장서서 회계처리를 변경, 금융사들의 엄청난 부채 숨기기를 허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DBR No.66에 실린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 31시가평가제가 탐욕을 넘어설 수 없는 까닭을 참조하기 바란다.) 따라서 미국이 당분간 IFRS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미 예측됐던 바다.

 

IFRS의 졸속도입에 대한 비판

 

국내 언론에서 비판하는 내용을 보면 마치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서 IFRS를 서둘러 도입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늦게 IFRS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 미국과 일본만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사용하고 있을 뿐 다른 나라들은 모두 한국과 동시에 또는 한국보다 앞서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했다. 2012년까지 IFRS를 도입한 나라는 무려 100개 국이 넘는다. 대부분의 유럽 및 영연방 소속 국가들은 2005년까지 IFRS를 의무적으로 도입했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2005년 전에도 자발적으로 IFRS를 사용하고 있었다. 홍콩은 2005, 중국은 2009, 브라질은 2010, 캐나다와 인도, 아르헨티나는 2011년부터 IFRS를 도입했다. 한국과 멕시코만 2012년부터 IFRS를 전면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가장 늦은 편에 속한다. 이러니 IFRS를 다른 나라보다 서둘러, 졸속으로 도입했다는 비판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위다. 중국에 추월당하기는 했지만 일본은 아직 세계 3위다. 이 두 국가는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을 국가나 투자자가 없다. 아쉬운 사람이 이들의 회계기준을 공부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들 국가의 회계기준은 IFRS보다 더 엄격하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한국이 IFRS 도입을 결정할 당시 전 세계 선진국이나 중진국 이상 국가들 중 IFRS를 사용하거나 곧 사용하기로 결정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미국, 일본 세 나라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계속 독자적인 회계기준 사용을 고집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회계 정보를 디스카운트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한국의 회계 투명성이 선진국보다 낮아서 많은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이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명약관화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왜 IFRS를 신속하게 도입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일부에서는 회계사들과 회계학 교수들이 돈을 벌기 위해 IFRS 도입을 주장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회계학 교수인 필자 입장에서는 IFRS 도입의 당위성을 이해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IFRS 도입이 달갑지 않다. 회계는 기업이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일종의 언어(language). 회계기준이 바뀌면 언어가 달라진다. 쉽게 설명하면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영어를 열심히 배워서 남들과 소통했는데 갑자기 공용어가 불어로 바뀌는 식이다. 이 점은 회계사들도 마찬가지다. IFRS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감이 많이 생기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단 한번뿐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공부를 새로 해야 할까. 결국 회계사들도 IFRS 도입의 필요성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다. IFRS를 새로 도입한 기업들이 시스템을 바꾸고 직원들을 교육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처럼 회계학 교수들이나 회계사들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야 한다. 그러나 어렵다고 하더라도 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각종 부담과 수고를 감수하더라도 가는 것이다.

 

IFRS 도입의 긍정적 효과는?

 

IFRS 도입에는 긍정적인 점도 상당하다. IFRS를 도입하면 국내 대기업들은 상당한 비용을 직접 절감할 수 있다. 과거 세계 각국이 대부분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해당 국가의 회계기준을 공부해서 회계장부를 마련해야 했다. 한국회계기준에 따른 장부를 만들고 해당 국가 기준에 따른 장부를 별도로 만들어야 했다는 의미다. 필자가 홍콩에서 근무할 때도 홍콩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사들이 모두 장부를 두 개씩 만들어 관리했다. 진출한 국가가 소수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으나 수많은 국가에 진출해 일하는 대기업에서는 국가별로 서로 다른 회계기준을 공부해서 장부를 모두 다르게 만든다는 것이 상당히 번거롭다.

 

그런데 이제 전 세계 회계기준이 IFRS로 통일됐으니 이런 수고가 줄어들었다. 아프리카나 유럽, 중국이나 아시아, 남미 등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자회사들의 회계장부를 동일한 기준인 IFRS를 써서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해외 자회사나 지사들을 본사에서 관리하기가 이전보다 훨씬 쉽고 저렴해졌다.

 

또한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해외 기업의 재무제표를 이해하기 위해 현지 국가의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별도로 공부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IFRS를 사용하게 됐으므로 한번만 제대로 공부해두면 어떤 나라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에 대한 투자가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있다. 그래서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자본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IFRS 도입의 간접적인 혜택을 누리게 된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은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 두 국가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나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미국 및 일본의 회계기준을 공부해야 한다. 다만 미국은 IFRS를 도입하지 않는 대신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외국 회사는 미국 회계기준이 아닌 IFRS에 따라 작성한 재무제표를 그대로 이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IFRS와 미국 회계기준의 차이로 이익이나 자산, 부채, 자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요약해서 보여주는 표를 첨부하면 된다. 이로 인해 미국 시장에 상장된 SK텔레콤이나 KT 등이 앞으로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IFRS가 아니라 미국 회계기준을 도입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회계기준을 도입했다면 전 세계에서 미국과 한국만 동일한 회계기준을 사용하게 되므로 IFRS를 도입한 것처럼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에서도 기존 국내에서 사용하던 회계기준보다 더 엄격한 미국 회계기준 도입을 환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상황에서 IFRS 도입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IFRS 도입 시 발생한영업이익계산의 혼란

 

물론 IFRS 도입이 모든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절대 아니다.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문제들도 있다. 2011년부터 도입된 K-IFRS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점 중 가장 중요하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영업이익 공시 문제다. 과거 한국 회계기준은 미국 회계기준처럼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차감한 것을 영업이익이라고 하고 영업이익 계산에 포함해야 할 항목을 규정했다. 그런데 최초에 도입된 K-IFRS에는 이런 규정이 없었다. 영업이익 공시 여부나 영업이익 계산 방법 등이 기업 자율에 맡겨진 것이다. 다만 해당 영업이익을 어떻게 계산했는지에 대해서만 주석을 통해 자세히 공시하도록 규정했다.

 

원래 IFRS원칙 중심 회계기준이라고 불린다. 이는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던규칙 중심 회계기준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기존 회계기준은 마치 법률 조문처럼 세부적인 사항들이 일일이 규정돼 있어서 그 규정에 따라 회계를 처리하면 됐다. 그러나 IFRS에서는 기본 원칙만 제시하고 있을 뿐 그 기본 원칙을 해석해서 적용하는 데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칙이 없다. 기본 원칙을 어떻게 해석해서 적용할지는 기업 자율에 맡겨진 셈이다.1  이 같은 방식은 영업이익 공시나 계산뿐 아니라 다른 많은 회계처리 방법에 모두 적용된다. 다만 해당 회계처리방법이나 분류방법을 왜 선택했는지를 주석을 통해 자세하게 공시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들에 자율권이 부여되자 몇몇 기업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KSS해운은 2011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무려 331% 증가한 192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나중에 분기 재무제표가 공시된 후 살펴보니 과거에는 영업외수익으로 분류하던 보유선박 매각을 통해 발생한 유형자산처분이익을 영업이익에 포함한 결과였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47억 원으로 전년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분기 영업이익이 최초 공시됐을 때는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실제 재무제표가 공시돼서 영업이익이 급증한 이유가 밝혀지자 주가가 떨어져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이뿐만 아니다. 코스닥 상장사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 종목에 지정된다. 그리고 5년 연속 손실을 면치 못하면 거래소에서 퇴출된다. 뉴로테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011년에는 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당기순손실은 150억 원에서 437억 원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한 까닭은 기타 대손충당금 21억 원을 2011년에 환입했는데 이를 영업이익 계산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항목이 영업외수익으로 분류됐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적자인 상장사 69곳 가운데 41곳이 2011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 중 절반은 영업이익 항목을 회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IFRS 특징을 활용해서 흑자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바뀐 회계기준을 활용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일을 피한 셈이다. 이러니 영업이익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어떻게 계산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업이익을 어떻게 계산할지가 기업 자율에 맡겨지면서 기업 간 비교가 어려워졌다는 문제도 있다. 기업마다 사용하는 회계처리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건산업이나 디스플레이테크처럼 2010년도 영업이익 자체를 공시하지 않는 회사도 생겼다. KSS해운과 비슷한 시점에 현대상선은 보유선박 매각을 통해 발생한 287억 원의 유형자산처분손실을 영업이익 계산에 포함했다. 그 결과 영업손실 240억 원이 기록됐다. 과거 회계기준으로 처리했다면 영업이익은 47억 원 흑자였을 것이다. 오히려 불리해 보이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외환 관련 평가손익을 서로 다르게 회계 처리했다. 배당금수익을 영업수익으로 처리하는 회사도 있고, 영업외수익으로 처리하는 회사도 있다. 영업이익 계산법뿐 아니라 영업현금흐름 계산도 기업별로 제각각이다.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이나 회계기준원에 비난이 쏟아졌다. 졸속 도입으로 혼란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도 나서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주장을 이해는 하지만 동의는 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은 IFRS가 기존에 사용하던 기준과 접근방법이 달라 생긴 것일 뿐 도입상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IFRS를 도입한 외국에서는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이유는 선진국에서는 회계 정보를 분석하고 가공해서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이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어떤 회계처리 방법을 쓰더라도 애널리스트들이 그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서 재무제표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낸다.따라서 기업이 사용한 회계처리 방법을 제대로 공시만 했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예측치를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들은 공통적인 기준을 적용해 회사가 발표하는 영업이익과는 다른 별도의 영업이익을 계산하고 이를 정보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회계정보 이용자가 너무 많다. 금융사나 규제기관 담당자들도 구체적인 회계처리 절차를 잘 모른다. 회계전문가여야 할 애널리스트 중 상당수도 변경된 회계기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 회계처리 방법의 차이로 발생하는 효과를 분석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그저 기업에서 보고한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수치를 그대로 이용해서 연도별 또는 분기별로 비교하고, 그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할 뿐이다. 영업이익 계산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 재무제표를 비교할 수 없다는 불평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해야 할 공부를 안 한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기준이 복잡해져 불편해졌다는 불평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주석사항을 조금만 읽어보면 이전과의 차이점을 알고 비교할 수 있는데 할 일을 소홀히 한 채 불만만 표출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한국거래소는 필요한 항목만 선택해서 스스로 영업이익을 규정하고, 이렇게 계산된 이익이 4년 연속 적자면 관리종목에 지정하겠다고 기준을 바꾸면 된다. 재무제표에 나타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4년 적자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은행이나 신용평가사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평가기준을 적절하게 바꾸면 된다. 제도가 변하는데 자신들의 기준을 그에 따라 맞추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자 바뀐 제도를 탓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어쨌든 재무제표를 이용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회계를 잘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은 K-IFRS를 재개정해서 영업이익을 2011년부터 포괄손익계산서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했고 영업이익을 어떻게 계산하는 것이 적정한지 연구한 후 2012 7월 회계기준원을 통해 K-IFRS 개정초안을 발표했다.2  이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차감한 것으로 판매관리비에 들어가는 세부 항목들도 열거됐다. 이 안에 따르면 영업이익 계산에 대한 기준만큼은 종전 기준으로 환원하게 된 셈이다. 이는 IFRS를 도입한 국가들 중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외국에서는 영업이익을 공시하도록 규정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영업이익 자체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칙을 두는 나라는 거의 없다. 회사의 영업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을 정의하라는 기본 원칙만 제시돼 있을 뿐이다.3

 

회계처리의 자율성이 가져 온 장점과 단점

 

영업이익의 구분 표시와 영업이익 계산법에 대한 규정이 발표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영업이익 계산법을 규정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다. 영업이익에 포함되는 항목들을 회계기준에서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차피 영업이익과 영업외손익을 모두 고려한 후의 당기순이익은 변하지 않는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하는 항목이다. 따라서 회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영업이익이 불명확하면 당기순이익을 보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영업이익의 정의에 대한 혼란보다 더 큰 문제는 회계처리 방법의 자율성이다. IFRS하에서는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회계처리의 자율성이 종전보다 높다. 회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재무제표의 주석을 꼼꼼히 읽고 기업마다 서로 다른 회계처리 방법의 효과를 이해할 수도 있고 동일한 기준으로 변경해서 기업과 기업을 비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회계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능력을 갖춘 애널리스트 또한 국내에는 많지 않다. 그러니 기업들이 서로 상당히 다른 회계처리 방법을 사용한다면 재무제표에 보고된 수치만으로 기업들을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진 셈이다. 회계처리 방법을 바꾸면 당기순이익 수치도 수십 퍼센트 차이가 나도록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동일 산업군에 속한 다른 기업들보다 상당히 보수적으로, 즉 이익이나 자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이익 100억 원과 다른 회사의 이익 100억 원을 같은 기준에서 평가하면 안 될 것이다. 동일한 회계처리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의 이익 수치를 근거로 PER이나 PBR, ROA EVA 등을 계산해서 다른 기업과 비교하는 것은 별로 정확하지 않은 비교가 되는 셈이다.

 

IFRS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근거에서 그러한 방법으로 회계를 처리했는지 주석을 통해 자세히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IFRS를 조기 도입한 기업의 재무제표 주식을 분석한 결과, 2008년 과거 회계기준 적용 시점 시 주석은 평균 45페이지였으나 2009 K-IFRS 도입 후에는 77페이지로 분량이 늘었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회사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재무제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석을 꼼꼼히 읽어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용된 회계처리 방법을 이해하고 다른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통일해서 다시 이익을 계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석을 읽는다고 해도 회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최소한 기업의 경영진이나 주식 및 채권 투자자들, 금융사 직원들이라도 과거보다 더 열심히 회계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IFRS하에서는 과거보다 더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므로 회계를 충분히 잘 아는 전문가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회계를 잘 모르는 상당수 사람들에게는 비교나 이해 가능성이 낮아진 회계기준이 도입된 셈이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경영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이 많을 텐데 이럴 때는 회계처리 방법을 자의적으로 선택해 성과를 좋게 포장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업들에 대해 회계감사인은 더욱 엄격하게 감사해야 하며 특정 회계처리 방법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자세히 공시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면 감독당국에서 엄격히 지도해야 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기업들에 한 가지 회계처리 방법만 사용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미국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회사 상황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회계처리 방법을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을 허용하는 것이다. 결국 회계처리 방법을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회계정보 이용자들의 능력에 달렸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새 제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혼란이 생기게 마련이다. 2012년 들어 2011년 업적을 발표한 후 일부 내용을 정정공시한 기업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 역시 IFRS를 적용해 회계처리하는 데 서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 세금계산의 차이, 자산재평가의 허용, 금융자산의 시가평가, 리스의 회계처리 등 여러 복잡한 사항들이 상당히 많이 변했다.4  그렇지만 이런 혼란은 앞으로 1년이나 2년 정도만 지나고 IFRS에 익숙해지면 사라질 것이다. 이런 혼란이 두렵다면 새 제도는 영원히 도입할 수 없다.

 

IFRS는 이미 전 세계 대부분 국가를 포함해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이를 취소하고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전술한 것처럼 IFRS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잘 도입한 것이냐, 잘못 도입한 것이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란을 지속하기보다는 IFRS의 도입 시 발생한 회계정보 해석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으로 영업이익의 공시 및 계산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앞으로 비교 또는 이해 가능성이 부족한 항목이 발견된다면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찾아 기준을 수정하면 된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다 만족하게 하는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이 회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회계 정보는 그 의미를 아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정보의 원천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숫자들의 나열일 뿐이다. 결국 숨겨진 정보를 찾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남들이 알지 못하는 가치를 낚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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