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칠십이초의 모바일 콘텐츠 전략

“만들 때 재미있어야 잘 팔리더라” 모바일 문법 다시 쓴 72초의 혁명

242호 (2018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5년 ‘72초’ 드라마라는 채 2분이 안 되는 웹드라마와 함께 나타난 칠십이초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살짝 비틀거나 재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들이 가장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모바일 및 웹 콘텐츠 제작 기업으로 떠올랐다. 속도감 있는 편집과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최적화된 촬영 기법, 대사보다 내레이션 중심의 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칠십이초의 콘텐츠는 2030세대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새로운 모바일 콘텐츠 문법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광고 아닌, 광고 같은, 광고 영상’을 만드는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이나 콘텐츠 자체를 브랜드화해서 해당 콘텐츠에 등장하는 제품을 실제 상품화하는 ‘콘텐티드 브랜드’ 전략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모바일 콘텐츠는 돈이 안 된다’는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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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사는 30대 남자. 아침 6시 알람 소리에 잠을 깨 일어나자마자 ‘섹시하게’ 목욕가운을 입는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위해 냉장고를 연다. 냉장고는 365일 완벽하게 정리돼 있다. 그중 맨 앞에 있는 식빵을 꺼내 토스트를 굽는다. 이때 커피는 필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갓 내려진 ‘룽고’ 커피를 토스트에 곁들인다. 아, 난 인텔리한 남자니까 영자신문도 잊지 않는다.

퇴근 후 집에 놀러 온 애인과 술 한 잔을 한다. 그녀가 말한다. “전 와인 마시면 취해요.” 그래, 오늘은 와인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참으로 ‘완벽한’ 하루다.

그런데 다시 알람 소리가 들린다. 왜지?… 왜 또 알람이 울리는 거지? 아차, 이 모든 게 꿈이구나. 너저분한 침대, 텅 빈 냉장고. 다시 현실이다.

혼자 사는 젊은 남자의 이상과 현실을 그린 웹드라마 ‘72초’의 첫 회 내용이다. 1분40초 정도로 짧은데다 특별한 내용도 없고, 심지어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 동영상은 네이버TV에 방영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제작사인 ‘칠십이초’를 세상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15년 5월10일, 첫 예고편이 올라온 이후 칠십이초는 이 웹드라마를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정기적으로 올렸다. 모바일 콘텐츠지만 마치 드라마처럼 매주 같은 시간에 네이버TV와 유튜브 등에 콘텐츠를 올림으로써 정기 연재 형식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첫 에피소드였던 ‘나는 혼자 사는 남자다’ 방영 이후 ‘나는 오늘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는 오늘 미용실에 갔다’ ‘나는 평범한 남자다’ 등 흔남(흔한 남자)인 남자 주인공의 일상을 위트 있게 보여주는 짧은 드라마 형식의 동영상들이 연이어 방영됐다. 낯선 여자와 엘리베이터를 단둘이 탔을 때 남자들만이 느낄 법한 은밀한 심리나 연예인 머리를 본뜬 멋있는 헤어스타일을 꿈꾸며 미용실에 들어서곤 결국 ‘깔끔하게요’라고 말하는 대한민국 현실 남자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여기에 B급 ‘병맛’ 코드가 가미되면서 영상에 재미를 더했다.

웹드라마 ‘72초’ 시즌 1이 네이버를 통해 공개되면서 가능성을 눈여겨본 기업들이 너도나도 제휴 요청을 해왔다. 하지만 칠십이초는 나름의 원칙과 스타일이 확고했다. 자신들의 제작 방식이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기는 날로 높아갔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그들만의 특별한 스타일로 보여주는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 이후 자신감을 얻은 칠십이초는 72초 드라마 시즌 2, 오구실, 두여자(Deux_Yeoza), 바나나액츄얼리, 태구드라마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모바일 및 웹 콘텐츠 생산 전문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렇다고 칠십이초를 웹드라마 제작 전문 업체로 부르기는 애매하다. 모바일에 특화된 드라마를 주로 제작하지만 광고도 만들고 뮤직비디오도 찍는다. 또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대놓고 PPL을 앞세운 ‘광고 아닌, 광고 같은, 광고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자신들이 제작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화장품 판매에도 기웃거리더니 아예 콘텐츠를 활용한 패션 브랜드까지 론칭하고 성수동에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기업들이 가장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어 하는 콘텐츠 제작사, 거기에 MCN(Multi Channel Network) 업계에서 가장 고퀄러티의 콘텐츠를 만든다고 평가받는 칠십이초. 모바일에 특화된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고 있는 칠십이초의 성장 스토리를 DBR이 분석했다.

공연기획자, 연출가, 미술감독, 무대감독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

모바일 콘텐츠 분야는 전형적인 레드오션 시장이다. 젊은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채널이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모두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이고 CJ E&M 등 대기업 계열 콘텐츠 제작사, 외주 제작사, 광고회사 등 콘텐츠 제작에 일가견이 있다는 기존 강자들이 콘텐츠 제작 능력과 제작비 동원 능력 등을 앞세워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이른바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을 활용한 1인 미디어가 범람하면서 시청자들의 선택권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넓어졌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평균 클릭 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칠십이초는 이런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짧은 시간에 가장 주목받는, 그리고 가장 혁신적인 모바일 및 웹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그 배경에는 창업자 그룹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했다.

특이하게도 칠십이초의 공동 창업자들은 공연기획, 무대감독, 미술감독 등 순수 예술 분야 출신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칠십이초 창업 전 인더비(In the B)라는 공연기획사에서 함께 일했다. 모바일 및 웹 콘텐츠 시장 경쟁자들이 대부분 독립제작사나 마케팅 업체, 기술 스타트업인 것과 대비된다. 그 때문에 이들은 처음부터 ‘데이터 분석’이나 ‘모바일 문법’ 등에 집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잘 몰랐다. 대신 재미와 창의성에 집중했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성지환 대표는 수학을 전공한 개발자 출신이기는 하지만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공연 기획 일을 하면서 보냈다. 본인이 잘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멀쩡하게 학교를 잘 다니다 졸업 전 마지막 기말시험을 앞두고 공연 기획 일이 해보고 싶어 커리어를 전환한 케이스다. 성 대표는 서울아트스쿨(SSOPA·한국공연예술학교의 전신)에서 이론을 배우고 자라섬재즈패스티벌에서 공연 기획 실무를 배운 후 2010년 인더비라는 공연기획사를 세운다. 이 인더비가 칠십이초의 모태다.

인더비는 무대감독, 뮤지션, 배우 등 다양한 전공 분야 창작자들이 소속돼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상을 전문으로 하던 회사는 아니다. 인더비의 당시 제품들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전공자들이 모여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EBS의 ‘다큐프라임’팀과 함께 제작한 ‘악기의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장르의 창작가들이 모여 만든 아트파티 공연 ‘톰과 제리의 밤’ 등이 대표작이다. 칠십이초의 첫 작품인 웹드라마 ‘72초’ 역시 사실 인더비 시절 만들었다.

인더비는 창업 후 4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선보였고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실험적인 것들을 시도하다 보니 돈 버는 일에는 소질이 없었던 것. 결국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성 대표는 인더비를 접는다. 당시 상황을 성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신기한 일을 많이 하니까 문화예술 분야 지원 기관에서 지원금을 주겠다고 나섰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가 하는 일이 돈이 될 만한 사업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사업을 더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말에 회사를 접고 성 대표는 평소 안면이 있던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을 찾아간다. 권 의장은 성 대표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인더비라는 회사가 하는 창의적인 일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때 권 의장이 성 대표에게 MCN 비즈니스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사실 성 대표는 당시 MCN이 뭔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때부터 2주 동안 MCN에 대해 열심히 독학을 시작한다. 성 대표는 “공부를 해보니 MCN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아닌 것 같지만 미리 만들어 놓은 ‘72초’라는 드라마도 있고 디지털 영역에서 콘텐츠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마침 네시삼십삼분도 디지털 동영상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던 시기라 권 의장의 멘토링과 투자를 바탕으로 성 대표는 칠십이초를 세우게 된다. 네시삼십삼분은 이 회사에 공동 출자자로 참여한다. 이후 개인투자자와 한국투자파트너스(15억 원), ES인베스터(5억 원),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 미시간벤처캐피탈, 캐피털원 등에서 투자를 받으며 사업을 키워 나간다.

인더비에서 성 대표와 함께했던 핵심 동료들도 칠십이초에 창업자 그룹으로 참가한다. 이들 창업자 그룹은 현재도 칠십이초의 이른바 ‘집단 창작 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 중 진경환 감독은 성 대표와 서울아트스쿨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사이다. 그는 ‘72초’ ‘두여자’의 연출자이자 도루묵이라는 예명으로 직접 연기도 하는 배우다. 이외에도 바나나액츄얼리를 연출한 김남조 감독, 오구실을 연출한 임태형 감독, 두여자를 연출한 김지원 감독 등이 인더비를 거쳐 칠십이초를 만든 창업자 그룹이다. 이들은 미술감독, 무대감독, 콘서트 연출, 사운드 디자이너 등 과거 이력이 각기 다르다. 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기획 및 연출 작업을 하고, 콘티를 짜고, 각본을 쓰고, 촬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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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대표는 “지금은 어느 정도 조직이 커져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팀이 꾸려지고 있지만 여전히 칠십이초는 ‘집단 창작 체제’를 중시한다”며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시도해보는 사이에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재미가 더해진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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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이초의 콘텐츠 유통 전략

칠십이초는 사업 시작과 함께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한 운이 좋은 케이스다. 칠십이초 창업 전 프랑스 시트콤을 패러디해 만든 웹드라마 ‘72초’가 공개되자마자 큰 화제가 되면서 사업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들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초기 CJ E&M과 네이버가 칠십이초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자 시장성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성 대표는 “당시 MC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남달랐던 것 같다”며 “운이 좋았다”고 회고했다.

칠십이초는 시장 진입 초반 일반적인 모바일 콘텐츠 기업들과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유통기업들이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TV, 카카오TV 등에 닥치는 대로 콘텐츠를 노출하는 것과는 반대로 네이버TV 한 가지 미디어 플랫폼에만 집중했다. 시장에 이미 많은 콘텐츠 제공업체가 있기 때문에 다수의 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린다고 해도 소비자의 인지 망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그보다는 오히려 한 가지 미디어 플랫폼에 집중해 하나의 채널에서라도 인지도를 확실하게 쌓는 방법을 썼다. 이후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칠십이초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쌓이면서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한 콘텐츠 유통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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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곧 플랫폼_비범한 일상의 힘

‘72초’ 시즌 1이 성공을 거두면서 칠십이초는 탄력을 받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다. 웹드라마를 넘어 뮤직비디오, 광고를 넘어 뉴스 형식을 빌린 콘텐츠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역시 핵심 콘텐츠는 2분 남짓의 짧은 웹드라마다. ‘나는 혼자 사는 남자다’로 시작하는 ‘72초’, 30대 직장인의 연애사를 그린 ‘오구실’, 20대 여성 두 명이 중고차 구매, 셔츠 환불로 토닥거리는 ‘두여자’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일상’이다. 이게 비현실적인 설정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TV드라마와 칠십이초가 가장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오구실’의 경우 30대 직장 여성의 일상을 생생하게 다룬 콘텐츠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30대 여성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 웹드라마 주연 배우 이채은 씨의 경우 오구실을 발판 삼아 CF와 드라마를 찍는 등 인지도를 얻었다. 기존 드라마들의 경우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서 고객을 모았다면 오구실은 현실적인 상황 속에 나를 대입해 볼 수 있는 콘텐츠다. 여기에 가수 커피소년의 매력적인 내레이션, 주인공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일상 속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는 하지만 결코 무겁거나 비현실적이지 않은 연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오구실은 2030 여성들의 지지를 얻으며 시즌3까지 제작됐고 누적 조회 수가 1800만 건을 넘어섰다. KBS N, JTBC2 등 TV 채널에 특별 편성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작 ‘72초’ 드라마 역시 지극히 평범한 30대 남자의 발랄한 일상을 다룬다. 30대 남자가 미용실에 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자를 만나는 아주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다. 하지만 칠십이초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살짝 비틀거나 의미를 부여해 특별한 순간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근 방영 중인 ‘태구드라마’는 학교에서 ‘화석’이 돼 버린 12학번 태구가 복학한 뒤 일어나는 캠퍼스 생활기를 소재로 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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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다룬다고 해서 콘텐츠의 퀄러티도 평범한 것은 아니다. 칠십이초의 콘텐츠들은 고작 2분의 시간을 쓰면서도 스토리텔링이 탄탄하다. 편당 제작비 역시 만만치 않다. 2분 남짓한 동영상 제작비가 편당 2000만 원 내외다. 여기에 마치 랩을 하는 듯한 속도감 있는 내레이션에 빠른 박자의 배경음악을 바탕으로 한 속도감 있는 편집까지 더해져 넋 놓고 클릭하다 보면 한 시즌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뮤직비디오 한 편을 보는 듯 음악과 영상이 조화롭게 붙어 있고, 빠른 편집으로 ‘호흡’을 살렸기 때문이다. 편집과 음악, 내레이션 3박자가 ‘72초’ 드라마를 이색적으로 만든 힘이다.

어떻게 이런 콘텐츠가 탄생했을까. 성 대표는 “잘 팔리는 콘텐츠를 고민하기보다 만드는 사람이 봐도 재밌는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만드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게 어떤 건지, 잘 만들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고민하다 보니 공감과 인기가 자연스레 따라왔다는 이야기다. 

칠십이초만의 모바일 문법

칠십이초는 자신들이 모바일 콘텐츠 제작 전문 업체도 아니고, 모바일에 특화된 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들은 모바일 콘텐츠의 성공 문법을 만들었고, 많은 후발 주자가 그 스타일을 따라 했으며, 여전히 그 스타일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 멈춤 버튼을 누를 타이밍을 놓치게 한다

칠십이초 콘텐츠의 흥행은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스마트폰 및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TV 속에만 머물던 드라마가 모바일로 외연을 넓혔고 바뀐 콘텐츠 소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웹드라마, 모바일 드라마라는 이름으로 많은 플레이어가 영상 콘텐츠 제작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간의 영상들은 기존 롱테이크 문법의 드라마를 그대로 옮겨 왔기에 반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칠십이초는 드라마 ‘72초’의 성공을 시작으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영상을 시도하고 ‘오구실’ ‘바나나액츄얼리’ ‘태구드라마’ 등을 통해 이른바 ‘모바일 영상 드라마 문법’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 짧게, 빠르게, 하지만 재밌게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비율이 늘어나다 보니 버스나 지하철 등 이동 중에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50분을 넘어 70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기존 TV 드라마는 승·하차로 인해 시청이 끊기는 등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칠십이초는 사명(社名)처럼 2∼3분 내외로 분량을 한정하고, 콘텐츠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짧은 분량 속에서도 에피소드 하나를 완결한다.

짧은 시간 동안 하나의 이야기를 녹여내기 위해서 칠십이초는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형태의 편집을 시도한다. 등장인물의 심리,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묘사를 위한 인물 간 대사 주고받기나 이른바 ‘떡밥’이라 불리는 복선, 은유 등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고 대신 내레이션 형태의 직접 묘사를 극대화하며, 그마저도 빠르게 처리해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인물 간 대사도 방송에서 금기시하는 속칭 마이크 물리기(두 명이 동시에 얘기하는 등)도 허용하는 파격을 보이기도 한다. 인물 간 대사가 줄어들어 부족한 서사는 자막을 통해 보완해 주기도 한다. 모바일 시청자들은 사운드를 안 듣고 화면만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자막은 문자라는 형태로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이야기와 상황을 설명함과 동시에 재미, 웃음을 유발한다.

장면 전환 역시 롱테이크 사용은 배제된 상태에서 굉장히 짧고 빠르게 진행되며, 배경 음악은 빠른 호흡의 감각적인 음악이 사용된다. 시청자가 멈출 타이밍을 뺏는 것이다.

3. 작은 화면을 꽉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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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에서는 화면 속 상황을 설명해주기 위해 풀샷을 사용한다. 풀샷이란 등장인물의 전신이 보여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화면을 보는 순간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알 수 있기에 상황과 이야기 설명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속에서 이러한 풀샷은 인물이 굉장히 작게 보여 오히려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칠십이초 콘텐츠의 특성상 이러한 풀샷 화면을 통한 서술은 배제되고 작은 화면에서도 더 잘 보일 수 있는 클로즈업을 자주 활용한다.

4. 현실, 그리고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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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이초가 추구하는 방향은 ‘일상을 새롭고 재밌게’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하며, 그 공감은 누구나 겪어 봄직한 ‘현실’에서부터 시작한다. ‘끄덕거림’과 ‘맞아, 맞아’를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조금 더 새롭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칠십이초 콘텐츠의 특징이다. 판타지나 수사물 등의 극단적인 장르물보다는 복학생(태구드라마), 직장 내 노처녀(오구실), 썸남썸녀 간의 밀당(바나나액츄얼리) 등 72초TV에서는 본인 또는 가까운 지인이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소재만 다뤄진다.

칠십이초의 수익 모델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나 제품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일지라도 수익 모델을 갖추지 못하면 오래가기 어렵다. 첫 작품부터 업계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한 칠십이초지만 결국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다 보니 ‘콘텐츠=무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이 돈을 내고라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회사를 세운 지 4년째를 맞는 칠십이초의 수익 모델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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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콘텐츠 유통 및 광고 수익

모바일 콘텐츠 유통만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 일단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면 뷰당 얼마씩 수익을 배분해주지만 그 액수가 아주 미미하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돈을 내고 콘텐츠를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콘텐츠 공급 업체들이 자신들의 콘텐츠의 시작이나 끝에 광고를 붙인다. 칠십이초 역시 초기에 자사의 콘텐츠에 광고를 붙였다. 네이버TV와 유튜브에서 동영상 재생 전 프리롤 광고를 삽입하고 광고주에게 과금하는 방식이다. 칠십이초는 더 나아가 유튜브나 네이버TV 캐스트에서 감상하는 동영상에 삽입되는 프리롤 광고의 집행 권한을 확보했다. 콘텐츠 제작사면서도 광고대행사의 수익모델을 접목한 것이다.

문제는 시청자들이 이런 프리롤 광고를 싫어한다는 점. 그래서 칠십이초는 업계 최초로 흥미로운 시도를 한다. 프리롤 광고를 콘텐츠와 어우러지도록 동일한 소재로 만든 것. 유튜브나 네이버에서 ‘오구실’을 보면 프리롤 광고로 오구실을 컨셉으로 만든 화장품 광고가 뜨는데 플랫폼 사업자가 광고를 파는 게 아니라 칠십이초가 자사 콘텐츠의 프리롤 광고를 광고주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성 대표는 “기존 네이버 광고보다 비싸게 팔고 수익을 네이버에 배분해주는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조회 수와 상관없는 수익구조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상 시청자들에게 프리롤 광고는 짜증을 유발하는 원인이지만 콘텐츠와 같은 컨셉의 광고의 경우 반응이 달랐다. 여전히 광고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칠십이초의 새로운 시도에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특히 오구실 마니아층은 오구실이 더 흥했으면 하는 마음에 프리롤 광고를 열심히 보는 현상도 나타났다.

칠십이초는 이후 광고 수익을 넘어 콘텐츠 자체의 유료화도 시도한다. 국내에서 모바일 영상 콘텐츠가 유료로 제공된 사례는 거의 없다. SK브로드밴드가 모바일 영화 ‘통메모리즈’에 웹툰에서 자주 시도하는 회차별 과금 방식을 도입한 적이 있지만 ‘통메모리즈’는 이미 웹툰으로 인기를 얻었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반면 칠십이초는 ‘오구실’을 서비스하면서 일반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하되 스페셜 에피소드를 만들어 영구 소장 기준 편당 1200원에 유료 서비스를 했다. 유료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저항이 우려됐지만 예상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성 대표는 “콘텐츠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 차원에서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오구실 스페셜 에피소드는 네이버 N스토어 기준 실시간 1위, 일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구실의 경우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들이 많다 보니 유료화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2. 브랜디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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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드 콘텐츠는 칠십이초의 대표 수익 모델 중 하나다. 초기에 칠십이초는 콘텐츠 자체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 그 때문에 기업들의 협업 제의를 거절했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다가 자칫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이 칠십이초가 가진 색깔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콘텐츠 유통으로 돈을 벌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뷰당 1원 정도 하는 박한 수익 구조 때문이다.

칠십이초의 첫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은 ‘72초’ 드라마 시즌 1이 방영되던 시기에 처음 시도한 부산지방경찰청과의 협업이다. ‘누군가 엉디를 만졌다’와 ‘잠복근무’ 등이 대표 작품인데 이 중 ‘누군가 엉디를 만졌다’는 72초 드라마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되 내용을 피서철 성범죄 예방 관련 내용으로 바꿔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콘텐츠가 호평을 얻으면서 다양한 기업들의 컬래버레이션 동영상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한 ‘나는 오늘 드디어 협찬을 받았다’ 편은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가 된 브랜디드 콘텐츠로 꼽힌다. ‘72초’ 드라마의 등장인물과 컨셉을 그대로 살리면서 ‘삼성으로부터 협찬을 받아서 부득이하게 드라마 곳곳에 제품을 홍보해야 한다’는 컨셉으로 영상을 만든 것이다. 주인공이 광고주에게 압박을 느끼며 삼성의 이어폰 ‘레벨U’를 결정적인 순간마다 껴 넣으며 웃음을 유발한다.

TNGT와의 컬래버레이션 동영상 ‘나는 오늘 옷을 한 벌 샀다’도 마찬가지다. 매번 면접에서 떨어지는 ‘72초’ 드라마의 주연배우 도루묵이 면접 불합격 원인을 복장에서 찾고 TNGT에서 정장을 사 입으면서 영상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 옷을 입는 순간 배우 도루묵이 TNGT의 전속 모델 박보검으로 변한다. 그 덕에 주인공은 면접에 쉽게 합격하고 훈훈한 외모로 회사 여직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하지만 여직원과 차를 마시던 중 추워하는 여직원에게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재킷을 벗어주는 순간 박보검은 다시 도루묵으로 돌아오고 변한 모습에 놀란 여직원은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이처럼 칠십이초의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은 목적이 광고이면서도 재미있다. 무조건 ‘이 제품 좋아요’라고 홍보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제품이나 회사를 디스하기도 하고 PPL의 달인이라는 ‘PPL 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대놓고 PPL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 대표는 칠십이초의 컬래버레이션 전략에 대해 “광고주가 원하는 것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착한다”며 “광고지만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 광고주들이 기존 CF 같은 방식을 원하면 우리는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거절한다”고 말했다.

실제 작업 중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사례도 다반사다. 삼성전자와의 협업 시에도 삼성전자 PPL을 ‘디스’하는 뉘앙스가 있다 보니 작업이 순조롭지 못했다. 결국 수정작업을 거치다 칠십이초 측에서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다행히 삼성전자의 담당 임원이 완성된 콘텐츠를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결정을 해준 덕분에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칠십이초가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집하다 보니 실제 기업에서 제안이 와도 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0개의 제안이 들어오면 실제 제작까지 가는 경우는 1∼2건 수준이다. 한 푼이 아쉬운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성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형식이 아니면 제작과정이 힘들어지고 힘이 빠진다. 결과적으로 마이너스”라며 “무조건 우리 콘텐츠의 결을 살리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게 우리한테도 득이 된다”고 설명
했다.

3. ‘콘텐티드 브랜드’, 칠십이초의 파격 실험

‘콘텐티드 브랜드’는 칠십이초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수익 모델이다. 브랜디드 콘텐츠가 콘텐츠에 브랜드를 녹이는 작업이라면 콘텐티드 브랜드는 콘텐츠로 브랜드를 만드는 방식이다. ‘두여자’ ‘오구실’ ‘바나나액츄얼리’ 등과 같이 마니아층이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려는 시도다. 콘텐티드 브랜드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주 시청층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해본 결과 일상을 콘텐츠로 만드는 시도 다음 단계로 칠십이초의 콘텐츠를 다시 일상으로 가져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
이다.

성 대표는 “칠십이초가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어 큰 사랑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콘텐츠로 만들어진 일상이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수익모델 다각화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칠십이초는 첫 브랜드화 타깃으로 모바일 드라마 ‘두여자(Deux-Yoeza)’를 선택했다. 두여자는 일상적 상황을 대하는 두 여자의 독특한 대화방식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칠십이초의 대표작으로 화려한 미술 연출과 주인공들의 감각적인 패션으로 유명하다. 칠십이초는 ‘두여자’를 브랜드화해 뷰티 및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 실제 상품들을 출시했다. 라뷰티코아와 협업해 ‘헤이!두여자 리브인 트리트먼트’라는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이송희 셰프의 아메리칸 캐주얼 다이닝 ‘마이쏭’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코코아가루가 포함된 ‘두여자 핫코코아 세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고태용 디자이너의 패션 브랜드 ‘비욘드클로젯’과의 협업을 통해 비욘드클로젯의 컬렉션 라인 ‘노맨틱(Nomantic)’에 ‘두여자’의 컨셉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으며 이니스프리의 그린 크리스마스 리미티드 에디션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DBR 236호 ‘웹툰의 유료화 전략’에서 소개된 재담미디어의 ‘노점묵시록’ 사례와도 닮았다.1  재담미디어는 웹툰 ‘노점묵시록’이 인기를 끌면서 웹툰에 등장하는 떡볶이를 실제 맛보고 싶다는 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하자 G마켓과 협업을 통해 ‘떡마귀’라는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칠십이초는 최근 성수동에 ‘두여자’를 브랜드화한 스튜디오 카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도 ‘두여자’에서 ‘dxyz’로 바꿔 스튜디오, 카페, 의류 전시장을 겸하고 여기서 dxyz에 나온 의류나 컨셉을 따서 디자인한 의류를 직접 판매할 예정이다.

성 대표는 “이 같은 실험은 수익구조가 열악한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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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문화 고심

그렇다면 최근 칠십이초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성 대표는 주저없이 ‘조직문화’라고 답했다. 칠십이초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조직도 작았고 프로젝트 수도 소수였다. 그러나 2016년을 기점으로 조직도 커지고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됐다. 직원 수도 창업 초기 5명에서 50여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칠십이초가 자랑하는 ‘집단 창작 체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사람이 늘면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많아지고 기존에 회사에 없던 직무들이 생겨나면서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 과거에 없던 조직의 구조적 문제들이 발생했다.

성 대표는 “나는 회사의 존재 이유가 직원의 행복과 재미에 있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운영해 왔는데 어느 시점부터 이런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성 대표는 과감한 결단을 한다. 칠십이초는 2016년도 말 매출이 크게 증가한다. 그런데 2017년에 다시 소폭 감소한다. 성 대표가 조직의 성장보다는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바꾸기 위해 과감한 조직 개편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미 칠십이초라는 브랜드가 유명해져서 여기저기서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외적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칠십이초가 최근에 도입한 조직문화는 이른바 ‘셀 조직’이다. 셀 조직은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생성, 활성화, 소멸되는 조직 구조를 뜻한다. 칠십이초 역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셀을 구성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통상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각 분야 전문가들을 셀 단위로 모으는 것에 비해 칠십이초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셀을 구성할 수 있게 했다. 셀이 구성되면 해당 셀 안에서 기획, 마케팅, 홍보, 영업 등 모든 비즈니스를 다 책임진다. 이는 ‘일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 성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조직이 작을 때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사람들이 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건 포기했어요. 대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최소한 같이 일하는 게 즐거운 사람들끼리 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셀 조직’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셀을 만드는 기준은 없다. 그저 같이 일하고 싶거나 셀이 담당하는 일이 재미있어 보여서 해보고 싶으면 셀에 가입해 같이 일하게 된다. 이렇게 2018년 1월 기준으로 칠십이초에 10개의 셀이 있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셀이 대다수지만 단순히 성향이 맞아 묶인 셀도 있다.

참신함, 그 이후는?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기는 간식 같은 콘텐츠. 스낵 컬처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젊은 층들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칠십이초의 콘텐츠 역시 이런 스낵 컬처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스낵 컬처의 경쟁력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 하지만 그만큼 아주 짧은 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칠십이초는 이걸 잘해서 성공했다. 그리고 그 힘은 ‘참신함’에서 나왔다.

그러나 칠십이초식 참신함이 언제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성 대표도 인정할 정도로 칠십이초 스타일의 콘텐츠를 만드는 경쟁사들은 늘어났고 시청자들은 이 스타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결국 지속적으로 참신한 무엇인가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칠십이초가 준비하고 있는 다음은 무엇일까. 성 대표는 “2분 남짓한 콘텐츠를 벗어난 장편 드라마, 해외 콘텐츠 유통 사업 등 고민하고 있는 것은 많다”고 설명하면서도 “하지만 결국 칠십이초는 언제나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재미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결과물들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DBR mini box I 
칠십이초의 콘텐츠 제작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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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이초의 참신한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칠십이초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콘텐츠 기획 및 제작 방식도 계속 변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확고하다. 내부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초기에는 모두가 모여 콘텐츠 기획안을 공유하고 평가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매주 금요일 구성원들이 다 같이 한자리에 모이는 ‘맥주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새로운 콘텐츠 기획안을 공유하고 토론 및 투표 과정을 거쳐 선택된 콘텐츠가 제작됐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제작하는 콘텐츠 수도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셀 생성 방식’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셀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업계획서에는 제목, 아이디어 한 줄 소개, 재미 포인트, 수익화 전략, 예산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 계획서를 성 대표에게 제출한 후 성 대표와 면담을 통해 셀이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셀이 생성되고 제작에 들어가는 식이다. 이때 성 대표는 신규 프로젝트가 타당성이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내부나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기도 한다. 취재가 진행된 2018년 1월3일 기준으로 칠십이초 내 이런 셀이 10개가 존재한다.

DBR mini box II 
MCN이란?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UCC 열풍이 불었다. 과거 시민들은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를 보기만 했는데 UCC 열풍이 불면서 직접 만드는 존재가 된 것. 해외에서는 단순히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체계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기업이 나타났다. 이런 사업을 멀티채널 네트워크, 줄여서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의미가 확장돼 단순히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을 넘어 ‘72초TV’나 SBS 모비딕처럼 모바일이나 인터넷 전용으로 만드는 콘텐츠도 MCN이라고 부른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최기영 ㅍㅍㅅㅅ 경영전략 본부장 kychoi@ppss.kr
최기영 본부장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와 카이스트 테크노 MBA를 거쳐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비석세스에서 스타트업 취재, IT 트렌드 분석 등을 담당했다. 이후 현대오토에버로 자리를 옮겨 기획 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최근에는 인터넷 큐레이팅 매거진 ‘ㅍㅍㅅㅅ’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다. 저서로 『스타트업 코리아』 『한국의 스타트업 부자들』 『왜 지금 드론인가』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4호 The Centennial Strategy 2020년 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