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 기업 성공사례 분석
“삼시세끼 제공하고 정신교육까지… 직원들이 파파라 부르며 따랐죠”
Article at a Glance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갈등이 심화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너도나도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김흥수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호찌민 코참) 회장은 단호하게 “겉보기와 현실은 다르다”며 기업들에 신중한 접근과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릴 것을 요청했다.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아직 고급 노동력은 부족하고 관료들의 부패와 관료주의적 행태도 만만치 않다는 것. 그는 “스스로를 너무 믿지도, 서둘지도 말라”며 “사업 아이템을 시장에 접목할 방안이 100% 준비됐을 때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이 소개
1993년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뎌 지금까지 20여 년간 베트남서 섬유업체를 이끌어온 김흥수 대광마이카 회장은 베트남 경제발전사의 산증인. 올 3월부터는 베트남 중남부 지역 700여 개 기업을 대표하는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호찌민 코참) 회장을 맡아 현지 기업 간 협력 등을 돕고 있다.
시베츠(CIVETS, 콜롬비아·인도네시아·베트남·이집트·터키·남아공), 마빈스(MAVINS, 말레이시아·호주·베트남·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남아공) 등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잇는 신흥시장)’ 후보를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92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베트남은 낮은 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매력적인 생산기지인 동시에 소비 욕구가 강한 젊은 층과 여성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큰 소비시장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출대상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각종 조사에서도 베트남 시장은 성장이 유망한 시장
1위를 차지하며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제2의 ‘도이머이’1 를 이끌며 적극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외국인 주택 소유를 허용하는 등 투자환경을 개선 중이다. 대외적으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양한 경제권과의 협력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꿈에 부풀어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쉬운 시장이 베트남이기도 하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많은 경쟁자들이 이곳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의미. 일본, 태국 등 각국 기업들이 진출해 이미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이곳에 제대로 된 전략이 없이 들어갔다가는 만만치 않은 수업료만 지불한 채 실패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베트남 한인사회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성공담 못지않게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시장에 섣불리 발을 디뎠다가 쓴맛을 본 기업가들의 실패 스토리도 떠돈다.
과연 베트남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기업들이 ‘기회의 땅’ 중국에 매달려 있던 1990년
대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의 문을 두드려 20여 년 넘게 사업을 일군 베트남 경제발전의 산증인 대광마이카 김흥수 회장을 호찌민에서 직접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현재 베트남에서 2개 공장, 2000명의 직원의 직원을 이끌며 연간 5000만∼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김흥수 회장은 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찌민의 한인 기업들을 대표하는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호찌민 코참)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3분의 1 수준인 임금 때문에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임금이 낮은 편이지만 2010년 이후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현재 월 400달러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자동화한 시스템으로 생산설비를 준비하면 기업 운영이 용이해질 수 있다. 특히 베트남 인력의 우수한 자질은 높게 살 만하다. 저렴한 인건비에 뛰어난 두뇌와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또 법인 설립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으며 건축 인허가 소요시간도 길지 않다.
나도 이러한 매력 때문에 중국 대신 베트남으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섬유사업을 하다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인건비 때문에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려고 1986년 중국을 방문했었는데 중국 사람들의 마인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같이 일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얼룩이 지거나 살짝 흠집이 난 불량제품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수출하겠다고 포장을 하고 있었다. 이런 마인드로는 좋은 물건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중국은 생산지가 아니라 거꾸로 소비시장으로 접근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한국에서 약간 하자가 있거나 불만이 접수된 물건들을 중국에 싸게 가져다 팔았다. 결과적으로 순식간에 물건이 동이 나는 등 큰 이득을 봤다.
아무튼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라 중국을 떠나 필리핀 등을 둘러보다가 필리핀에서는 노사분규가 너무 빈번하고 주급이 금요일에 지급되면 월, 화요일에는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태업이 만연한 상황이어서 결국 베트남을 선택하게 됐다. 베트남 사람들은 똑똑하고 손이 야무졌다. 지금도 PISA(국제학업성취도)2 평과 결과를 보면 과학, 수학 성적이 높은 편이다. 교육열, 학구열이 높다. 기본적인 머리가 좋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1993년 바로 베트남에 오게 됐다.
20년 넘게 베트남을 지켜봤는데 변화를 실감하는가.
그렇다. 요새만 해도 그런 일이 없는데 20여 년 전 막 공장을 열었을 때만 해도 직원들이 5∼8명씩 일하다가 픽픽 쓰러지는 경우가 있었다. 아침도 못 먹고 굶어가며 일을 하다가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직원식당에서 중식, 석식을 제공하다가 아예 아침까지 제공했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조회도 꼭 진행해 근로 의욕을 고취시켰다. 30분 동안 조회하면서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의 95%는 사람이 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지, 왜 저축을 해야 하는지, 그러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니 직원들의 ‘로열티’가 생기고 나를 ‘파파(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하더라. 사실 베트남에서 노사분규가 적지 않다. 많은 한국, 대만 기업이 노사분규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나는 노사분규를 경험하지 않았다. 직원들과 이렇게 오랜 시간 신뢰관계를 쌓았더니 직원들이 “파파랑 대화하면 되는데 왜 파업을 하느냐”고 오히려 근처 공장 직원들에게 되묻는다더라. 공장 초기 멤버들이 23년 넘도록 아직까지 일하고 있다. 그 같은 신뢰관계가 21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이끄는 데 큰 자산이 됐다.
평균 연령이 28.2세로 젊은데다 9200만 명에 이르는 인구를 가진 베트남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베트남은 한마디로 역동적이다. 우수한 노동력, 풍부한 천연자원, 안정된 정치여건 등 발전에 좋은 요소들을 베트남 정부가 잘만 활용하면 장기적 잠재력은 매우 클 것으로 본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관료들의 부패와 관료주의 행태, 인프라 부족, 비효율적인 생산구조는 베트남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풍부한 노동력과 임금에만 ‘혹’하는데 외국 투자기업들이 대거 진출하고 대기업에서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면서 쓸 만한 노동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 고급 노동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기업에서 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 공업, 실업계 고등학교와 같은 교육 인프라가 미비하다. 우리나라가 양질의 노동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경제 발전 초기 기초 교육에 박자를 가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도 산업을 육성시킬 교육기관과 학교가 많이 필요하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는 베트남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 및 외국인 투자 유입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그렇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리스크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경공업 중심의 섬유 업계에 타격이 가장 크다.3 하지만 워낙 한국 기업 제품들의 품질이 좋다보니 주문이 줄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에서 미국과 양자 간 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이 1∼2년만 잘 버티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1인당 평균 소득이 2000달러 수준으로 낮아 구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한국 기업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점이 주효했다고 보는가.
이곳 베트남의 소비시장 잠재력은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고 본다. 베트남의 특성 중 하나는 ‘쓰는 문화’라는 점이다. 한국처럼 월급을 받으면 저축하는 문화가 아니라 벌어들이면 거의 다 써버리는 나라다. 가처분 소득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 게다가 ‘돈의 맛’, 즉 돈을 벌고 쓰는 재미를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오토바이만 탔었는데 자동차를 빌려보니 기대보다 더 좋은 것이다. 집 한 칸만 있어도 좋았는데, 고급 빌라 광고를 보게 됐다. 또 인터넷이 굉장히 발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SNS를 즐기는데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더 열심히 벌어서 쓰고 싶다는 욕심이 커져가고 있다. 그리고 GNP는 작지만 유통되는 돈의 규모는 그보다 훨씬 크다. ‘커미션’ 문화가 발전했기 때문에 집을 소개한다든가, 인력을 소개할 때도 소개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등 부수입 규모가 꽤 된다.
물론 여기에 더해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와 상품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특히 한국 제품이 매우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도 주효했다. 한국 상품의 디자인과 ‘맛’이 베트남인들에게 잘 맞아 떨어졌다. 베트남인에게 ‘Made in korea’는 선망의 대상, 그 이상이다.
베트남전쟁 참전과 같은 역사적 과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한국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롤모델’ 그 자체다. 이웃 국가인 일본도 있지만 성장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 않나. 한국은 라디오에서부터 시작해 최첨단 IT 산업을 발전시킨, 초고속 성장을 일궈낸 국가다. 이러한 한국에서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며 비슷한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일단 인구가 1억 명을 앞두고 있는데다 바다를 많이 끼고 있고, 전쟁 이후에 생겨난 젊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강점이다. 또 과거 사람들이 지시하는 대로 이행하기 바빴다면 젊은 사람들은 뭔가를 스스로 바꿔보려고, 일궈내려 하고 있다. 다만 아직 기초 기술, 기초 산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있다. 생산단지가 엄청나게 조성돼 있지만 다 해외 기업들 아닌가. 어찌 보면 다 남이 가져온 것들인데 과연 베트남이 기초 기술, 기초 기자재 산업을 일궈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단 베트남 정부는 그를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 해외 진출 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치적인 안정성이다. 베트남의 정치적인 상황은 어떠한가.
베트남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외국 기업들에 정부가 굉장히 우호적이지만 앞으로 경제가 성장했을 때 정치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아직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고, 이 같은 인프라 형성을 위해 외국 기업들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향후 15∼20년간은 현재와 같이 외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는가.
법률의 제·개정이 많고,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선이 많다. 또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똑 떨어지는 것이 없어 관료들과의 마찰이 빈번하다. 어떻게 보면 베트남의 그늘진 부분인데 법령에 어디까지가 되고, 안 되는지가 명확하게 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애매하게 법령상 표현이 돼 있다 보니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담당 공무원의 몫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성향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기도, 더 커지기도 한다. 진취적인 성향의 공무원은 통과시켜줄 일을 보수적인 사람은 나중에 문책이 생길까 봐 안 해주는 식이다. 더 나쁜 것은 “해줄 수 있긴 한데 그냥은 못 해준다”는 식으로 커미션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뒷돈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베트남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야 장기적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모두 느끼고 공통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베트남에 대한 최대 ODA 국가인 일본은 이를 통해 주로 지하철, 교각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에 투자해 자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데 한국 정부는 소규모 지원만 산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정부가 보다 큰 그림을 그려 베트남에 도움이 되고,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벌인다면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더 강화될 수 있다.
사실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다. 하노이 삼성전자 공장에서는 무려 10만 명이 넘는 베트남인들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일을 하지 않으면 베트남에 무역 역조(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상태)가 발생한다고 할 정도이다. 올해 베트남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블룸버그 전망치(6.25%)를 크게 밑도는 5.1%에 그친 것이 베트남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이렇게 개별 기업이 활발하게 뛰고 있는 것에 비해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먼저 길을 닦아 기업이 보다 쉽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 한국은 기업이 길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가 돼서야 정부가 들어온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모든 것을 기업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므로 위험부담도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애로사항도 많다. 한국 정부가 해외 진출을 하는 기업들에 더 많은 지원(해외 진출 시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 기술자문 등)이 있어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며 기업의 지속성장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베트남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어디인가.
소비문화가 발달하고 있어 유통업종과 베트남 업체가 아직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IT, 중공업 분야라고 본다. 단, 투자 시 해외 수출과 로컬시장을 동시에 공락할 수 있도록 관련 판매 허가를 처음부터 취득하는 게 좋겠다.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인가.
너무 ‘자기 자신’을 믿거나 상대방의 말을 믿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비즈니스는 어디까지나 명확한 약정을 기초로 한다. 덧붙여 계약서는 좋은 기분과 전망에 빠져 작성하지 말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만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계약서를 만들어두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 또 아무리 똑똑하고, 베트남 시장을 잘 안다고 해도 법률적이고 세부적인 것은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한국 기업인들이 세세한 베트남 법률까지 다 알고 대처하기란 어렵다. 유명 법무법인을 통해 미리 컨설팅을 받아두는 게 현명하다.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꼭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일단 뉴스 등을 통해 접한 정보만 100% 믿지 말고 투자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베트남 시장에 접목할 방안이 100% 정립됐을 때 투자하는 것이 좋다. 서두르면 그만큼 실패확률이 높아진다. 또 최대한 현지인을 활용해야 하지만 베트남 현지인 관리자 1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다반사다. 반드시 점검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가급적이면 현지인에게 경리를 맡기지는 말 것을, 또 한 사람에게 전담시키지 말 것을 권한다.
그리고 실무적인 부분인데 베트남은 구두로 한 것은 효력이 전혀 없고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중요한 계약의 경우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반드시 공증을 받아 놓는 것이 좋다. 한국의 대형 로펌 대부분이 베트남 현지시장에 이미 나와 있으니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하다. 베트남어로 작성된 서류가 가장 효력이 있으며 이를 한국어, 영어로 번역해 공증을 받아놓는 것이 안정적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어느 시장에서도 공통적이겠지만 한국과 베트남이 유사한 부분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인정하고, 이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빨리 적응하고, 사업의 성공도 빨라질 것이다.
호찌민=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갈등이 심화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너도나도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김흥수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호찌민 코참) 회장은 단호하게 “겉보기와 현실은 다르다”며 기업들에 신중한 접근과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릴 것을 요청했다.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아직 고급 노동력은 부족하고 관료들의 부패와 관료주의적 행태도 만만치 않다는 것. 그는 “스스로를 너무 믿지도, 서둘지도 말라”며 “사업 아이템을 시장에 접목할 방안이 100% 준비됐을 때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이 소개
1993년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뎌 지금까지 20여 년간 베트남서 섬유업체를 이끌어온 김흥수 대광마이카 회장은 베트남 경제발전사의 산증인. 올 3월부터는 베트남 중남부 지역 700여 개 기업을 대표하는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호찌민 코참) 회장을 맡아 현지 기업 간 협력 등을 돕고 있다.
시베츠(CIVETS, 콜롬비아·인도네시아·베트남·이집트·터키·남아공), 마빈스(MAVINS, 말레이시아·호주·베트남·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남아공) 등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잇는 신흥시장)’ 후보를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92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베트남은 낮은 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매력적인 생산기지인 동시에 소비 욕구가 강한 젊은 층과 여성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큰 소비시장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출대상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각종 조사에서도 베트남 시장은 성장이 유망한 시장
1위를 차지하며 ‘포스트 차이나’로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제2의 ‘도이머이’1 를 이끌며 적극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법인세를 인하하고 외국인 주택 소유를 허용하는 등 투자환경을 개선 중이다. 대외적으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양한 경제권과의 협력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닫기하지만 장밋빛 꿈에 부풀어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쉬운 시장이 베트남이기도 하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많은 경쟁자들이 이곳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의미. 일본, 태국 등 각국 기업들이 진출해 이미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이곳에 제대로 된 전략이 없이 들어갔다가는 만만치 않은 수업료만 지불한 채 실패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베트남 한인사회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성공담 못지않게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시장에 섣불리 발을 디뎠다가 쓴맛을 본 기업가들의 실패 스토리도 떠돈다.
과연 베트남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기업들이 ‘기회의 땅’ 중국에 매달려 있던 1990년
대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의 문을 두드려 20여 년 넘게 사업을 일군 베트남 경제발전의 산증인 대광마이카 김흥수 회장을 호찌민에서 직접 만나 조언을 들어봤다. 현재 베트남에서 2개 공장, 2000명의 직원의 직원을 이끌며 연간 5000만∼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김흥수 회장은 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찌민의 한인 기업들을 대표하는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호찌민 코참)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3분의 1 수준인 임금 때문에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임금이 낮은 편이지만 2010년 이후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현재 월 400달러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자동화한 시스템으로 생산설비를 준비하면 기업 운영이 용이해질 수 있다. 특히 베트남 인력의 우수한 자질은 높게 살 만하다. 저렴한 인건비에 뛰어난 두뇌와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또 법인 설립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으며 건축 인허가 소요시간도 길지 않다.
나도 이러한 매력 때문에 중국 대신 베트남으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섬유사업을 하다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인건비 때문에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려고 1986년 중국을 방문했었는데 중국 사람들의 마인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같이 일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얼룩이 지거나 살짝 흠집이 난 불량제품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수출하겠다고 포장을 하고 있었다. 이런 마인드로는 좋은 물건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중국은 생산지가 아니라 거꾸로 소비시장으로 접근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한국에서 약간 하자가 있거나 불만이 접수된 물건들을 중국에 싸게 가져다 팔았다. 결과적으로 순식간에 물건이 동이 나는 등 큰 이득을 봤다.
아무튼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라 중국을 떠나 필리핀 등을 둘러보다가 필리핀에서는 노사분규가 너무 빈번하고 주급이 금요일에 지급되면 월, 화요일에는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태업이 만연한 상황이어서 결국 베트남을 선택하게 됐다. 베트남 사람들은 똑똑하고 손이 야무졌다. 지금도 PISA(국제학업성취도)2 평과 결과를 보면 과학, 수학 성적이 높은 편이다. 교육열, 학구열이 높다. 기본적인 머리가 좋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1993년 바로 베트남에 오게 됐다.
20년 넘게 베트남을 지켜봤는데 변화를 실감하는가.
그렇다. 요새만 해도 그런 일이 없는데 20여 년 전 막 공장을 열었을 때만 해도 직원들이 5∼8명씩 일하다가 픽픽 쓰러지는 경우가 있었다. 아침도 못 먹고 굶어가며 일을 하다가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직원식당에서 중식, 석식을 제공하다가 아예 아침까지 제공했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조회도 꼭 진행해 근로 의욕을 고취시켰다. 30분 동안 조회하면서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의 95%는 사람이 왜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지, 왜 저축을 해야 하는지, 그러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니 직원들의 ‘로열티’가 생기고 나를 ‘파파(아버지)’라고 부르기 시작하더라. 사실 베트남에서 노사분규가 적지 않다. 많은 한국, 대만 기업이 노사분규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나는 노사분규를 경험하지 않았다. 직원들과 이렇게 오랜 시간 신뢰관계를 쌓았더니 직원들이 “파파랑 대화하면 되는데 왜 파업을 하느냐”고 오히려 근처 공장 직원들에게 되묻는다더라. 공장 초기 멤버들이 23년 넘도록 아직까지 일하고 있다. 그 같은 신뢰관계가 21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이끄는 데 큰 자산이 됐다.
평균 연령이 28.2세로 젊은데다 9200만 명에 이르는 인구를 가진 베트남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베트남은 한마디로 역동적이다. 우수한 노동력, 풍부한 천연자원, 안정된 정치여건 등 발전에 좋은 요소들을 베트남 정부가 잘만 활용하면 장기적 잠재력은 매우 클 것으로 본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관료들의 부패와 관료주의 행태, 인프라 부족, 비효율적인 생산구조는 베트남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풍부한 노동력과 임금에만 ‘혹’하는데 외국 투자기업들이 대거 진출하고 대기업에서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면서 쓸 만한 노동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 고급 노동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기업에서 교육을 많이 해야 한다. 공업, 실업계 고등학교와 같은 교육 인프라가 미비하다. 우리나라가 양질의 노동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경제 발전 초기 기초 교육에 박자를 가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도 산업을 육성시킬 교육기관과 학교가 많이 필요하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는 베트남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 및 외국인 투자 유입이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그렇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리스크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경공업 중심의 섬유 업계에 타격이 가장 크다.3 하지만 워낙 한국 기업 제품들의 품질이 좋다보니 주문이 줄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에서 미국과 양자 간 무역협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이 1∼2년만 잘 버티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1인당 평균 소득이 2000달러 수준으로 낮아 구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한국 기업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점이 주효했다고 보는가.
이곳 베트남의 소비시장 잠재력은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고 본다. 베트남의 특성 중 하나는 ‘쓰는 문화’라는 점이다. 한국처럼 월급을 받으면 저축하는 문화가 아니라 벌어들이면 거의 다 써버리는 나라다. 가처분 소득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 게다가 ‘돈의 맛’, 즉 돈을 벌고 쓰는 재미를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오토바이만 탔었는데 자동차를 빌려보니 기대보다 더 좋은 것이다. 집 한 칸만 있어도 좋았는데, 고급 빌라 광고를 보게 됐다. 또 인터넷이 굉장히 발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SNS를 즐기는데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더 열심히 벌어서 쓰고 싶다는 욕심이 커져가고 있다. 그리고 GNP는 작지만 유통되는 돈의 규모는 그보다 훨씬 크다. ‘커미션’ 문화가 발전했기 때문에 집을 소개한다든가, 인력을 소개할 때도 소개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등 부수입 규모가 꽤 된다.
물론 여기에 더해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와 상품에 대해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특히 한국 제품이 매우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도 주효했다. 한국 상품의 디자인과 ‘맛’이 베트남인들에게 잘 맞아 떨어졌다. 베트남인에게 ‘Made in korea’는 선망의 대상, 그 이상이다.
베트남전쟁 참전과 같은 역사적 과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한국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롤모델’ 그 자체다. 이웃 국가인 일본도 있지만 성장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 않나. 한국은 라디오에서부터 시작해 최첨단 IT 산업을 발전시킨, 초고속 성장을 일궈낸 국가다. 이러한 한국에서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며 비슷한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일단 인구가 1억 명을 앞두고 있는데다 바다를 많이 끼고 있고, 전쟁 이후에 생겨난 젊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강점이다. 또 과거 사람들이 지시하는 대로 이행하기 바빴다면 젊은 사람들은 뭔가를 스스로 바꿔보려고, 일궈내려 하고 있다. 다만 아직 기초 기술, 기초 산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있다. 생산단지가 엄청나게 조성돼 있지만 다 해외 기업들 아닌가. 어찌 보면 다 남이 가져온 것들인데 과연 베트남이 기초 기술, 기초 기자재 산업을 일궈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단 베트남 정부는 그를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 해외 진출 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치적인 안정성이다. 베트남의 정치적인 상황은 어떠한가.
베트남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외국 기업들에 정부가 굉장히 우호적이지만 앞으로 경제가 성장했을 때 정치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아직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고, 이 같은 인프라 형성을 위해 외국 기업들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향후 15∼20년간은 현재와 같이 외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었는가.
법률의 제·개정이 많고,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선이 많다. 또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똑 떨어지는 것이 없어 관료들과의 마찰이 빈번하다. 어떻게 보면 베트남의 그늘진 부분인데 법령에 어디까지가 되고, 안 되는지가 명확하게 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애매하게 법령상 표현이 돼 있다 보니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담당 공무원의 몫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성향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기도, 더 커지기도 한다. 진취적인 성향의 공무원은 통과시켜줄 일을 보수적인 사람은 나중에 문책이 생길까 봐 안 해주는 식이다. 더 나쁜 것은 “해줄 수 있긴 한데 그냥은 못 해준다”는 식으로 커미션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뒷돈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베트남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야 장기적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모두 느끼고 공통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베트남에 대한 최대 ODA 국가인 일본은 이를 통해 주로 지하철, 교각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에 투자해 자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데 한국 정부는 소규모 지원만 산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정부가 보다 큰 그림을 그려 베트남에 도움이 되고,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벌인다면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더 강화될 수 있다.
사실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다. 하노이 삼성전자 공장에서는 무려 10만 명이 넘는 베트남인들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일을 하지 않으면 베트남에 무역 역조(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은 상태)가 발생한다고 할 정도이다. 올해 베트남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블룸버그 전망치(6.25%)를 크게 밑도는 5.1%에 그친 것이 베트남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이렇게 개별 기업이 활발하게 뛰고 있는 것에 비해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해 한국 정부의 지원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먼저 길을 닦아 기업이 보다 쉽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 한국은 기업이 길을 만들어 놓으면 그때가 돼서야 정부가 들어온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모든 것을 기업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므로 위험부담도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애로사항도 많다. 한국 정부가 해외 진출을 하는 기업들에 더 많은 지원(해외 진출 시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 기술자문 등)이 있어야 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며 기업의 지속성장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베트남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어디인가.
소비문화가 발달하고 있어 유통업종과 베트남 업체가 아직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IT, 중공업 분야라고 본다. 단, 투자 시 해외 수출과 로컬시장을 동시에 공락할 수 있도록 관련 판매 허가를 처음부터 취득하는 게 좋겠다.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인가.
너무 ‘자기 자신’을 믿거나 상대방의 말을 믿어버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비즈니스는 어디까지나 명확한 약정을 기초로 한다. 덧붙여 계약서는 좋은 기분과 전망에 빠져 작성하지 말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만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계약서를 만들어두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 또 아무리 똑똑하고, 베트남 시장을 잘 안다고 해도 법률적이고 세부적인 것은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한국 기업인들이 세세한 베트남 법률까지 다 알고 대처하기란 어렵다. 유명 법무법인을 통해 미리 컨설팅을 받아두는 게 현명하다.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꼭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일단 뉴스 등을 통해 접한 정보만 100% 믿지 말고 투자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베트남 시장에 접목할 방안이 100% 정립됐을 때 투자하는 것이 좋다. 서두르면 그만큼 실패확률이 높아진다. 또 최대한 현지인을 활용해야 하지만 베트남 현지인 관리자 1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다반사다. 반드시 점검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가급적이면 현지인에게 경리를 맡기지는 말 것을, 또 한 사람에게 전담시키지 말 것을 권한다.
그리고 실무적인 부분인데 베트남은 구두로 한 것은 효력이 전혀 없고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중요한 계약의 경우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반드시 공증을 받아 놓는 것이 좋다. 한국의 대형 로펌 대부분이 베트남 현지시장에 이미 나와 있으니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하다. 베트남어로 작성된 서류가 가장 효력이 있으며 이를 한국어, 영어로 번역해 공증을 받아놓는 것이 안정적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어느 시장에서도 공통적이겠지만 한국과 베트남이 유사한 부분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인정하고, 이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빨리 적응하고, 사업의 성공도 빨라질 것이다.
호찌민=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생각해볼 문제 1 김흥수 회장은 베트남 현지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매끼 식사를 제공하고, 매주 조회를 통해 일을 하는 의미를 설파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당신의 기업은 베트남 현지직원들과의 소통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2 낮은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 인구 9200만의 소비시장을 갖춘 베트남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격전지이기도 하다. 또 법령상 애매한 부분들이 많아 담당 공무원의 성향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기도, 꼬이기도 한다. 과연 당신의 기업은 베트남 시장 진입에 앞서 충분한 현지 시장조사, 법률 해석을 거쳤는가. 3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던 많은 섬유업체들의 경우 TPP가 무산됨에 따라 고민에 빠졌다. 국내 중견 면방업체인 삼일방은 아예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기로 용단을 내렸다.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시장 변화에 당신의 기업은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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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 동아일보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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