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인공지능(AI)은 우리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AI가 우리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일자리 문제나 빈부 격차 심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그는 “없어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들도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새로 탄생할 업무에 맞는 재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편집자주DBR은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해 지난 4월1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동아 이코노미 서밋’에 주요 연사로 참석한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의 강연 내용을 지상 중계합니다. 제리 캐플런 교수는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이자 벤처 업계에서 여러 회사를 경영한 기업가이자 기술 혁신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네 개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해 두 곳을 성공적으로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은 필요 없다>와 <인공지능의 미래> 등이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풍요롭게 해줄 도구입니다.”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 제리 캐플런 스탠퍼드대 교수는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캐플런 교수는 “인공지능은 우리를 좀 더 편하게 하고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며 로봇이 인간의 모든 일을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을 제2차 산업혁명 때 인류가 겪었던 ‘공장화’와 ‘자동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봤다. 공장 내 근로자들을 기계가 대체했듯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이 요즘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종래에는 로봇이 단순 노동을 넘어 변호사, 의사, 교사 등 지적(知的) 노동까지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캐플런 교수는 AI가 불러올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봤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새로운 직업이 반드시 늘어난다는 것. 또 대부분의 근로자는 자신의 업무 중 단순 업무를 AI에 맡김으로써 좀 더 전문적인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캐플런 교수는 한국이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캐플런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가 초기 단계였던 1970년대에 현재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자연언어 처리를 연구해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스탠퍼드대 로스쿨 법정보센터 연구직을 겸하며 같은 대학 컴퓨터과학과에서 인공지능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의 강연을 DBR이 요약 정리했다.
강연 요약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구글에 검색을 해보면 인공지능은 ‘컴퓨터 시스템이 시각적 인식, 음성 인식, 의사결정, 그리고 언어들 간의 번역과 같은 인간의 지능이 요구되는 분야를 수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정의는 별로 좋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정의는 ‘컴퓨터를 활용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업무들을 빠르고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인간의 행동을 베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전의 세 번의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감탄하면서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걱정했고 기계가 인간을 장악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워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서 우려를 한다. 이 우려는 1800년대 공장 노동자들의 우려와 같은 맥락이다. 자카드(직조기)는 고도로 숙련된 사람만 할 수 있었던 직조 과정을 대체했다. 그 당시 직조는 수년간의 훈련을 거쳐야 했고 매우 전문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직조공은 존중을 받았고 높은 소득을 얻었다. 그러나 자카드가 도입되면서 직조공들은 직업을 잃게 됐다. 오늘날엔 이 같은 현상이 지적 능력이 필요한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간 바둑 경기를 살펴보자. 알파고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많은 바둑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서 바둑을 둔다. 인간이 살면서 학습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학습량이다. 경기가 끝나고 이세돌은 알파고에 패해 유감이라며 사과까지 했다. 이 경기로 인해 한국 정부가 AI에 대해서 주목을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이세돌의 겸손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사과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게 된 것은 자카드가 직조공을 넘어서고 달리기 선수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새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는 비행기, 고래보다 더 깊게 잠수할 수 있는 잠수함과 똑같은 맥락이다. 놀랄 일이 아니다. 정말로 놀랄 일은 놀라운 기술을 구현했다는 것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다. 자카드라는 직조기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알파고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구글은 수많은 돈을 들여 알파고를 개발했을까. 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왜 컴퓨터에게 체스를 할 수 있게 프로그래밍을 할까’라는 질문을 했었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우리가 체스를 하는 힘들고 단조로운 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만약 인공지능이 기계를 똑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인공지능은 무엇일까?
인공지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자동화에서부터 사고를 시작하는 것이다. 기계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으로든 이전에는 인간의 주의를 요구하는 일들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했다. 그리고 인간보다 더 빨리, 더 저렴한 비용을 들여서 작업을 수행했다.
미래 인공지능은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 기계가 똑똑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즉 인공지능은 우리를 좀 더 편하게 하고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그렇다면 과연 로봇이 모든 일을 다 하게 될까? 이미 로봇은 운송, 정보 처리, 문서 저장 검색, 제조 생산 등을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기계가 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인공지능에 대해서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소개하겠다. 인공지능은 이전의 기계들과 뭐가 다를까? 새로운 세대의 로봇들이 인간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오늘날 로봇의 활용은 간단한 반복 작업에 국한돼 있다. 여전히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기계에 눈과 귀가 생기는 것과 같다. 때문에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적응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유연화 로봇(Flexible Robot)이 되는 것이다. 이런 로봇들은 실제 현장에서 인간들과 함께 작업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가 대표적 사례다. 자율주행차는 길에 사람이 등장하면 사람이 길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출발하고 알아서 주차도 한다. 또 다른 사례를 보여주겠다. 미국의 ‘garden plants nursery’라는 식물원이 있다. 이 식물원에서는 로봇이 화분에 심은 식물이 성장하는 정도에 따라 알아서 식물을 더 넓은 곳으로 옮겨 배치한다. 로봇은 깜깜할 때도 일을 할 수 있다.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다. 인간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아주 주목할 만한 사례를 보여드리겠다. 바로 군집 로봇(Swarm Robot) 사례다. 인간이 던진 공을 드론이 받아 자신들끼리 주고받는다. 스스로 막대기의 균형을 잡고 저글링하는 로봇도 있다. 앞으로는 이런 유연한 로봇을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리를 만들고, 스스로 치우고, 침대 시트를 갈고, 세탁소에 가서 세탁물을 가져오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등의 모든 일들을 로봇이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인공지능의 주요한 발전을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신문기사나 문학 등 인간의 언어로 쓰여진 것을 읽고 이해하는 분야다. 자동적으로 문서를 읽고, 번역하고, 조언도 해준다. 예를 들어, 지금도 매일 의학 분야에서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의사들은 이런 논문들을 다 챙겨 읽기 어렵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통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이 논문들을 수집해서 읽고 이해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조언을 할 수 있다. 또 컴퓨터 사용을 더 쉽게 하는 것도 인공지능의 영역이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배워야만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간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따로 배우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하다.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과 결합으로 기계에 명령을 내리고 질문도 할 수 있고 인공지능을 통해 하고 싶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기계는 인간처럼 감정이 있지 않다. 하지만 기계에 감정이 없다고 해서 감정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새로운 분야인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을 알게 된다면 아마 놀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간의 감정을 인지하고 반응하며 당신의 감정에 따라 다양한 제안들을 한다.
증강현실 분야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이글라스(iglasses)라는 제품은 증강현실을 이용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보고 있는 곳에 다양한 그래픽 정보를 띄워준다. 이 시스템은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위치를 추적한다. 증강현실은 실제 사업에서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증강현실은 업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한 사람은 종이 설명서를 보면서 배선 작업을 하고, 한 사람은 증강현실 안경을 끼고 배선 작업을 하는 경우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장비 위에서 어디에 선을 연결해야 하는지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기술자가 34% 정도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최근 ‘머신러닝’ 분야 역시 상당한 진보가 있었다. 머신러닝의 진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 가능하게 했다. 머신러닝은 인간의 학습과는 다르다. 머신러닝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속에서 미묘한 패턴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플렉서블 로봇(Flexible Robot)을 사용해서 카메라나 레이더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패턴을 분석하고 로봇이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한다. ‘빅 도그(Big Dog)’이라는 로봇은 이미지 인식을 하며 변하는 환경에 대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