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스마트머니\' 전략

카카오,게임사,스타트업에 韓流투자 텐센트, 한국을 글로벌 확장 발판삼다

201호 (2016년 5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수많은 중국 자본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텐센트다. 1999년 이스라엘의 메신저 서비스 ICQ를 모방해 만든 채팅앱 OICQ로 사업을 시작한 텐센트는 메신저 플랫폼을 이용한 게임사업으로 세계 1위 게임업체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 넷마블 게임스의 주요 주주이며 중소 게임업체에도 지분을 늘려왔다. 텐센트가 한국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중국 내 플랫폼에서 서비스할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국을 글로벌 확장 전략의 발판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도 있다. 한국의 콘텐츠 기업은 텐센트의 플랫폼 전략을 참고해야 하며, 대기업은 텐센트와 같은 중국 자본이 집중 투자하는 분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필자주

이 글의 작성에는 CJ 중국본사 사업개발팀 이승진 차장, 중국 O2O 기업인北京快宏科技有限公司’ CSO 정원선 이사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한류(韓流)가 한류(漢流)

한류가 이름값을 하고 있다. 2013년 김수현과 전지현을 중국 전역의 대세 스타로 만들었던 SBS별에서 온 그대를 뛰어넘어 2016 KBS태양의 후예가 송중기와 송혜교를 또 다른 대륙의 별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투자의 영역에서도 한류가 불고 있다. 그런데 한류(韓流)가 아니라 한류(漢流). 2016 1분기 신고금액 기준 중국의 한국 직접투자(FDI) 37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5300만 달러 대비 600% 이상 급증했다. 2015 3분기부터 금액 기준으로 급등세를 보이는 추세다. ( 1)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제조업 등에 몰려 있던 중국 투자는 2010년부터 서비스업 위주로 꾸준히 투자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KOTRA 통계에 따르면 중국 전체 FDI에서 서비스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 71%, 2012 76%, 2013 90%, 2014 87.8%, 2015 88.1%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림 1)

 

 

 

 

이는 중국 내부에서 불고 있는 투자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2016년 다소 하향세를 보이긴 했지만 2015년까지 중국의 자국 내 서비스 업종에 대한 기관/개인 투자는 연 10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이제 포화된 중국 국내 시장을 넘어서 해외로 투자의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는 해석들이 많다. 특히 서비스업 세계화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기대하며 한국의 경쟁력 높은 서비스업에 선택적인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통해서 확보하려고 하는 것은 이익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원천 기술과 지적재산권(IP),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다. 최근 전경련에서 발표한 <중국의 대한투자 매력과 시사점> 리포트에도 이런 분석이 담겼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해외 순방에 대한 국가 간 경제협력성을 중심으로 분석한 접근으로 중국 입장에서 보는 해외 투자를 크게 네 가지 목적으로 분류했다.

 

1) 신시장 개척

2) 기술/브랜드/노하우 확보

3) 자원/에너지 확보

4) 무역장벽 우회 혹은 제거

 

이 가운데 ‘2) 기술/브랜드/노하우 확보가 중국의 한국 진출 전략의 핵심이다. 특히 과거에는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 기반의 기술 확보를 위해 한국에 투자해 큰 성과를 봤다면 이제는 소프트 경쟁력, 즉 브랜드와 노하우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자본은 더 이상 왕서방의 뭉칫돈이 아니다. 무턱대고 유명한 브랜드를 사들이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해외 기업에 큰돈을 지르던 시대는 갔다. 오히려 현재 중국 자본은 전 세계 미디어/콘텐츠 산업에서 스마트 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완다그룹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사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Legendary Entertainment) 35억 달러( 4조 원)에 인수했다. 영화다크나이트를 만든 회사다. 중국이 미국의 거대한 콘텐츠 공장을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할리우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원재료(콘텐츠)와 기계들(특수효과 기술)의 쇼핑은 한국에서 한다.

 

 

 

 

물론 한국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경쟁력을 가진 나라들이 많다. 하지만 중국이 워낙 폭발적으로 이 분야에서 확장하고 있다보니 한국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온다. 예를 들어 영화 특수효과 산업의 경우, 미국 회사들은 매년 대형 블록버스터 프로젝트 몇 편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의콘텐츠 공장이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이들만으로는 특수효과 제작 물량을 다 댈 수가 없다. 게다가 특수효과 부문 오스카상을 휩쓸어온 미국의 두 회사, ‘Rhythm & Hues Studios’(라이프 오브 파이), ‘Digital Domain’(‘타이타닉’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간다’)이 경영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경영 실패로 2012년과 2013년 사이 법정관리(Chapter 11)에 들어가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니 한국의 덱스터(‘미녀는 괴로워’ ‘미스터 고’) 같은 업체에 중국 진출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2015년 중국 난징의 진예(邺区)에는진예 신도시 기술공원이라는 단지가 조성됐다. 영화 특수효과 업체를 모아놓은 산업단지로, 현재 이곳에는 100여 개의 영화/게임/애니메이션/뉴미디어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텐센트의 스마트머니 전략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회사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역시 텐센트(Tencent). 게임, 포털, 검색, 전자상거래, 블로그, e메일, SNS,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 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 최대 콘텐츠 업체다. 중국 인터넷 분야 발전의 선두에 서 있는 거대한 기업이고 한국의 콘텐츠 산업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QQ 메신저, 위챗, 텐센트게임즈 외에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기업이기도 하다.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역시 중국 IT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며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인터넷+’ 정책의 선구자이기도 하지만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이나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과 달리 세간에 잘 알려진 CEO는 아니다.

 

 

 

 

 

 

텐센트의 발전사는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중국식 모방과 발전이 왜 무서운가를 알 수 있다. 이 과정을 살펴본다.

 

모방으로 시작, 글로벌 플랫폼이 되다

 

텐센트는 미국 ICQ 메신저의 복제품인 QQ메신저로 시작한 업체다. 복제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려왔다.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은 고위 공직자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유복한 생활을 하며 자라왔다. 1993년 선전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 통신회사에 입사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1998 1111일 대학교 동창 장즈동과 함께선전 텅쉰 컴퓨터시스템 유한공사’(腾讯计算机系有限公司, 이하 텐센트)를 설립하게 된다. 당시 텐센트의 사업은 e메일 제공 서비스였지만 사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외주 프로젝트를 하며 사업을 유지했다.

 

텐센트의 인터넷 메신저 QQ는 우연하게 탄생했다. 마화텅은 1997년부터 이스라엘의 미라빌리스가 만든 ICQ메신저를 사용해왔지만 영어로 돼 있는 ICQ메신저를 중국인이 사용하기에는 대중성이 떨어졌으며 메신저의 구조가 복잡해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 정도만 사용하고 있어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서 새로운 중국어 메신저를 개발해 다른 기업에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체적으로 돈을 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개발만 하고 대기업에 팔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개발 입찰에서 규모가 큰 경쟁사에 밀려 탈락하고 말았다.

 

대기업 입찰 경쟁에서 떨어진 마화텅은 아예 대놓고 ICQ의 복제판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름도 OICQ라고 지었다. Open ICQ라는 뜻이다. 텐센트가 입찰 경쟁에서 이겼더라면 어쩌면 OICQ를 개발할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1999 2 OICQ를 출시하고 난 후 불과 2개월 만에 2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또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신규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사실 1999년은 텐센트를 비롯해 ICQ를 모방한 인터넷 메신저들이 대거 출시된 해였다. PICQ, OMMO 등을 비롯해 신랑, 왕이, 소후 등과 같은 중국의 대형 온라인기업들도 같은 시기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았다. 기능적으로 특별할 것이 없는 텐센트의 OICQ가 이런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중국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메신저로서의 본질을 잘 지켰다는 점이 주효했다. 경쟁사가 내놓은 메신저 서비스는 e메일과 웹하드까지 제공하고 있었기에 OICQ보다 기능적으로는 더욱 월등했지만 OICQ는 디자인이 심플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했다. 당시 네티즌은 메신저를 이제 막 사용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메신저 이외의 기능은 오히려 사용자를 귀찮게 했다. QQ는 출시 이후 점차 채팅방과 파일전송, 보이스 채팅 등의 기능을 추가했지만 기본 UI는 변화를 주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출시 첫해 말에 OICQ의 가입자 수는 130만 명을 달성해 중국 메신저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2000 ICQ의 모회사인 American Online이 텐센트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서 서비스명을 QQ로 바꿨다. 개명한 후로도 가입자는 계속 늘어났고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95%이상으로 올라갔다. 2002년에 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현재는 10억 명이 넘는다. 오늘날에는 온라인상의 신분증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인의 QQ에는 그동안 연락하고 지냈던 친구들과 업무로 접촉한 거래처들이 모여 있다. 전화기는 잃어버릴 수는 있었지만 QQ는 자신의 ID만 외우고 있으면 언제든 친구와 거래처의 연락처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이 모여드는 곳에 사업의 기회가 있다는 말이 있다. 텐센트는 2003년부터 막대한 규모의 회원을 기반으로 QQ에만 로그인하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게임과 같은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는 통합계정을 출시했다. 온라인의 생태계가 QQ로 들어오게 된 계기다.

 

이후의 과정은 한국의 카카오가 취했던 전략과 유사하다. 메신저로 사용자 수를 먼저 확보한 뒤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었다. QQ 메신저의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게임 시장으로 진출한 텐센트는 한국 게임 회사들의 게임을 꾸준히 서비스하는 등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고 거대한 사용자 수에 힘입어 곧 세계 1위의 게임 퍼블리싱 회사로 떠올랐다. 물론 최근 10년 동안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게임 시장으로 성장한 것도 텐센트에는 좋은 기회였다.

 

텐센트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게임 시장 진입 초기부터 한국 게임 회사들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리고 꾸준히 한국 온라인 게임을 중국에 퍼블리싱했다. 그러다가 2007년 마침내 한국의 온라인 게임인던전앤파이터크로스파이어로 대박을 터뜨린다. 한국의 작은 게임회사였던 스마일게이트는 1인칭 총싸움(FPS) 게임크로스파이어로 최대 동시 접속자 수 600만 명의 기록을 세웠다.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회장은 이 덕분에 억만장자가 됐다.

 

 

텐센트가 그 다음 주목한 타깃은 모바일 시장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발달함에 따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만 했고, 2011 1월 모바일 기반의 SNS '위챗(微信)'을 선보였다. 위챗은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QQ메신저의 친구 데이터를 모바일로 그대로 불러올 수 있게 했다. 선두주자의 이점을 확실히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 모바일만의 특성을 살린 여러 기능들을 추가하며 서비스 시작 5년 만에 5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위챗은 서구에서 많이 쓰는 왓츠앱, 일본과 동남아지역에서 많이 쓰는 네이버 라인과 함께 글로벌 시장 3대 메신저 플랫폼으로 꼽힌다.

 

위챗 사용자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텐센트는 사용자들이 창의력을 맘껏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개방하게 된다. 바로 위챗 공중계정(公衆號)이다. 이는 카카오톡의 플러스 친구와 비슷한 기능으로 CP(Contents Provider)가 위챗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위챗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 외에도 외부 개발자가 직접 오픈 API로 개발해 사용할 수 있는개발버전까지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의 온라인 마케팅이 시도되면서 창의력으로 무장한 성공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CP가 위챗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텐센트 위챗공중계정으로 할 수 있는 일들참조.) 2015년 기준 약 800만 개의 공중계정이 만들어졌고, 하루 평균 3000개씩 생겨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시도에 힘입어 위챗의 사용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고민이 없지는 않다. 점차 그 영역을 잃어가고 있는 중국 내 다른 SNS의 사례(웨이보 등)에서 보듯 강력한 콘텐츠 없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텐센트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연결되는 엔터테인먼트의원소스 멀티유즈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특히 게임은 텐센트 수익의 50% 이상이 발생하는 분야이며 상대적으로 손쉽게 현금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텐센트는 게임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는 자체 연구개발뿐 아니라 플랫폼 개방, 지분 투자, M&A 등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모바일 시대에도 한국의 게임산업은 텐센트에 좋은 지분투자 시장이 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롤모델이라 볼 수 있는 카카오의 2대 주주가 바로 텐센트다. 2012 720억 원을 투자했고 이후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합병법인의 2대 주주가 됐다. 또 대형 게임사인 넷마블 게임스에도 텐센트의 지분이 있다. CJ그룹 계열사였던 CJ게임즈가 손자회사에 대한 투자 제한 규정으로 인해 계열 분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텐센트가 총 5330억 원을 투입하며 지분 28%를 인수하고 3대 주주 지위에 올랐다. 이 투자를 바탕으로 CJ게임즈는 이름을 넷마블게임즈로 바꾸고 CJ그룹에서 분리됐다. 그 밖에도 텐센트는파티게임즈’ ‘네시삼십삼분’ ‘카본아이드등에 투자했으며, 벤처캐피털인 캡스톤파트너스와 500억 원 규모의 게임펀드를 조성해 국내 게임업체에 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큰 히트를 치며 글로벌 다운로드 7000만 건을 기록한 인기 게임쿠키런’(제작사 데브시스터즈)은 텐센트의 힘을 얻지 못해 중국 진출에 실패한 케이스다. 명목상으로는 등장 인물과 관련한 사전 검열 이슈였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배경이나 진의는 파악이 어렵다. 계약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된 것으로 보아 텐센트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으며 중국 서비스가 무산됐던 2015 2월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그렇다면 왜 텐센트는 한국의 게임회사는 물론이고 초기 스타트업에까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일까. 우선 한국 시장은 규모로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기술력이 높고 시장 전환 속도가 빨라서 신제품의 시험장으로서는 최적이다. 또한 주가 거품 논란이 불고 있는 중국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에 비해 한국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요인이다.

 

또 단지 한국 시장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소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우처럼 중국 자본은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 게임산업에 꾸준히 진출해왔다. 해외 시장으로 가는 돌파구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이다. 텐센트는 한국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러시아,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력 게임업체 지분을 다량 확보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PC게임리그 오브 레전드의 제작사는 미국의 라이엇게임스라는 회사인데 2011년에 텐센트가 인수했다. 스타크래프트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잘 알려진 액티비전 블리자드 역시 간접적으로 텐센트가 투자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텐센트는 2015 11월 시티그룹 등 글로벌 5개 은행으로부터 15억 달러의 신디케이티드론(공동 출자)을 확보하는 등 약 20억 달러의 총알을 마련했다.

 

텐센트 자체의 지분구조도 이미 글로벌화돼 있다. 현재 최대주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내스퍼스(Naspers). 1915년 설립된 대형 미디어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1년 메신저 서비스 QQ로 중국에서 유행을 일으킨 텐센트에 1260만 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약 40%를 확보했다. 2015년 말 기준 내스퍼스가 보유한 지분율은 33.6%로 다소 낮아졌지만, 텐센트 최대주주 자리를 14년째 유지하고 있으며, 텐센트 지분의 가치도 약 500억 달러에 달한다. 초기 투자금 1260만 달러의 약 4000배 수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텐센트의 한국 투자, 기회를 살려라

 

하버드대 정치학과의 조지프 나이(Joseph Nye. Jr) 교수는 국가의 권력을 경성권력(Hard Power)과 연성권력(Soft Power)으로 분류한 바 있다. 군국주의의 시대가 지나가면 연성권력의 힘이 더욱 강조된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연성권력의 중심에는 문화가 있다. 문화 지배력이 곧 그 나라의 미래 경쟁력이다. 중국 역시 이런 추세에 따라 변하고 있다. 짝퉁 천국, 특허권 무법지대라는 오명은 옛말이다. 게임, 문학, 애니메이션, 온라인 동영상을 아우르는 IP(Intellectual Property) 환경 구축을 위해 텐센트와 같은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텐센트의 부상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1) 개방성과 글로벌 마인드

필자는 베이징에서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중국의 투자자와 기업들을 위한 아웃소싱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중국 투자자와 기업인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CJ, SK 등 한국의 거대 콘텐츠 그룹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진출해서 거둔 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창업 붐이 불고 있다는데 한국 스타트업 가운데 향후 3년 내유니콘이 될 만한 추천기업이 있는가?”

 

답하기에 불편한 질문이다. 삼성과 현대, LG 등을 제외한 다른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성공 사례가 부족하다. 몇몇 기업들이 비좁은 한국의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으로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종종 들려오긴 하지만 설령 중국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뿐이다. 중국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의 콘텐츠 기업, 그리고 정부는 내수시장에서 탈피해야 한다. 예들 들어보자. 구글과 바이두 등 미국과 중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에 한국인이 가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간단한 인증 절차만 밟으면 즉시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네이버의 경우 외국인이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복잡한 신원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콘텐츠는 국제 경쟁력이 있지만 그 콘텐츠를 담아낼 그릇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위챗의 공중계정 역시 교훈을 준다. 한국의 콘텐츠 서비스 기업들은플랫폼사업모델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외부 개발자가 이용할 수 있는 개발자모드(API)를 제공하지 않는다. 모바일 대금 결제에 있어서도 한국에서는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삼성페이, LG페이 등 하드웨어 제조사가 만드는 시스템이 우선이다. 플랫폼 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텐센트와 같은 오픈 플랫폼 전략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내 대기업들도 지금보다 활발한 M&A 전략을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한국기업 M&A가 콘텐츠, 화장품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주로 일어나고 있지만 이제는 반도체 장비, 자동차 선행 기술, 바이오 등으로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텐센트와 같은 중국 자본이 노리고 있는 한국의 미래 기술 영역에, 정작 한국 대기업들의 지분 투자 혹은 M&A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 자본 순환의 창구로 활용

중국 자본의 투자는 한국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인도 등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국가에서는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도 활발하게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거래된다.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가 투자금을 M&A를 통해 회수하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미국에서 비상장이면서도 금융시장에서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이른바유니콘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이렇게 M&A와 금융 투자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시장은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OECD 2014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비상장 기업이 택하는 투자회수(exit) 전략의 98%가 주식시장 상장(IPO)이다. (그림 3) IPO가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 이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비상장 기업들에 대한 M&A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 대가를 치르는 데 인색한 편이다. 결국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을 때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장기 레이스가 되면 회사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대기업과 각종 중국 벤처캐피털의 한국 투자는 초기 투자와 IPO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중국의 조선족계 패션기업 랑시는 2015 12월에 마스크팩 브랜드메디힐을 만드는 중견기업 엘엔피코스메틱의 구주 10%를 인수했다. 당시 투자금액은 약 600억 원이었다. 올해 IPO를 앞둔 엘엔피코스메틱의 주식 가치는 랑시 투자 당시보다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성장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그 모멘텀으로 주가를 높이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자본의 투자 유치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필자가 본고에서차이나 스마트머니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의 한국 투자 집행이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YG, JYP, SM 등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에 거점을 두고 현지 투자자들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중국의 콘텐츠 투자 관련 기업에서 일하는 필자의 한국인 지인들만 봐도 대부분 업계에서 10년 이상 종사했다. 스타트업 단계를 넘어선 기업이라면 긴 안목을 갖고 중국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 모든 거래에는 시간과 거래 비용이 수반된다. 얼마 전 한 투자운용사에서 필자에게로 리서치 의뢰가 들어왔다. 한국의 한 중소 화장품 업체가 중국 화장품 업체와 MOU를 진행하고 있는데 자세히 알아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알아보니 그 중국 업체는 영업집조(사업자등록증)도 갖추지 않은 채 SNS상에서만 영업을 하는 의심스러운 조직이었다. 제대로 된 투자 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중국 투자자들이 팀을 이뤄서 한국 시장에 로드쇼를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니 이런 자리를 적극 이용한다면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KOTRA 등 무역중개기관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인수는 한국 금융업체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준다. 중국 기업이 서구의 기업들과 M&A를 할 때는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이 대거 참여한다. 완다그룹이 미국의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구에서 M&A는 투자은행의 주요 수익 영역으로 부상한 지 이미 오래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브로커를 두지 않고 지분을 팔려는 기업과 사려는 기업이 직접 연락해서 M&A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아직 기회가 있는 시장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유망 해외 기업에 비교적 초기에 투자한 이후 다른 기업의 대형 후속 투자를 이끌어내 기록적인 수익을 내곤 한다.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마찬가지로, 중국 투자를 이끌어내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먼저 국내 로컬 투자사가 스타트업과 성장기업에 투자하고, 이어서 중국 투자사나 중국 기업들로부터 후속 투자를 받는 그림이다. 증권 거래 수수료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의 증권사들이 이런 기회를 적극 고려한다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삼성벤처, LB인베스트먼트 등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점으로 하는 대형 한국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중국 연결고리가 확대되고 있어 기대를 걸어본다.

 

 

 

DBR mini box

 

 

 

텐센트 위챗공중계정으로 할 수 있는 일들

 

1) 시외버스터미널의 승차권 예매부터 탑승까지

중국에서 시외버스를 타본 사람이라면 승차권 구매에서부터 버스 탑승까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할 것이다. 안면몰수 새치기와 우격다짐 등 그야말로 도떼기 시장이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매표소 창구는 항상 북새통을 이루며, 도로사정으로 인해 빈번히 지체되는 버스 출발시간으로 승강장은 번잡하다. 최근엔 이런 골칫거리를 위챗 공중계정이 상당 부분 해결해주고 있다. 공중계정에서 버스 운행정보와 가격을 확인하고 예매 혹은 구매할 수 있다. 변경된 출발시간까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학생과 장애인, 노인 등 승객 개인 데이터도 연동해서 별도의 증빙/수속절차 없이 할인이 적용되게 했다.

 

2) 영화티켓 예매 시스템

현재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한 소개 사진과 동영상으로 고객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극장 영화티켓을 예매할 수도 있다. 신규 팔로어 회원에게는 홍빠오(일종의 복권)를 나눠주는 프로모션과 영화 티켓 구매수량에 따른 할인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의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또한 극장 이용 고객들은 마이 페이지에서 차곡차곡 쌓이는 마일리지를 사용해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공중계정에서 구매한 영화표는 위챗을 통해 친구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별도의 극장표 교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3) 음식점 줄서기부터 계산까지

유명 음식점에선 위챗 공중계정으로 대기 현황을 조회하고 미리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어 혼잡한 시간에 고객의 불편함과 사업주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결제도 가능해 계산대의 번잡함도 피할 수 있다. 위챗결제를 통해 간편히 더치페이까지 가능하다. 중국의 대표 훠궈 레스토랑 체인인하이디라오의 경우 위챗 게임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에게 각종 쿠폰을 발급하고 있다.

 

4) 방송 프로그램의 미디어커머스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시청자들은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다음 스토리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 공유와 더불어 시청자 참여를 유도한다. 쇼핑몰과 제휴해 방송 프로그램과 커머스를 연결한 미디어 커머스가 가능해 부가수익 창출도 시도해볼 수 있다. 중국 호북위성과 CJ E&M이 공동 제작하는如果(사랑한다면)’은 방송 프로그램을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할 예정이다.

 

 

Unconventional Insight

 

중국의 해외투자는 제조가 아니라 서비스 중심이다?

- 전체 해외투자(FDI)에서 서비스업 투자 비중이 2011 71%에서 201588.1%까지 높아짐

- 원천 기술과 지적재산권, 브랜드, 운영 노하우 확보가 목적

 

대기업 입찰 실패도 약이 된다?

- 벤처기업 텐센트는 90년대 후반 인터넷 메신저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려다 실패하자 아예 무료 서비스로 일반에 공개

- 출시 1년 만에 중국 메신저 시장 80% 장악

- 무료 메신저 플랫폼 위에서 게임 등 콘텐츠를 팔아 훨씬 큰 수익을 올림

 

 

참고자료 및 사이트

KOTRA 및 산업부 통계 사이트

CEIS 데이터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 성균관대 신동희 교수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4.06.30.

Soft Power (The Means to Success in World Politics) / Nye, Joseph S. / PerseusBooksGroup / 2005.05.10.

(http://www.pedaily.cn/)

‘중미 인터넷기업 배치 비교’, 陳龍, 楊燕, CKGSB Case Center, 2014. 09

 

김병국 9K Research 대표 bekaykim@9k-research.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대신경제연구소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IT,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자동차 섹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2011년 자동차 부문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AWSJ)>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2위에 선정된 바 있다. 이후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에서 MBA를 취득하고 2015 12월 중/한 리서치 회사인 9K research(北京九棵树睿智商有限公司, www.9k-researchrz.com)를 설립해 양국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아웃소싱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