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 대응전략
Article at a Glance
중국 자본의 해외 투자는 주변과의 관계와 조화를 고려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특성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벌이는 대단위의 부동산 개발이 이런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90년대 아시아를 주도했던 대만의 TV 드라마 산업은 중국으로부터 당장 필요한 자본은 유치했지만 중국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다보니 품질과 제작 역량이 하락해버렸다. 한국의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이 유효하다.
첫째, 한국적인 특성을 유지하되 전통적인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치맥’과 같은 현대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둘째,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새로운 금융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자본 유치와 선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셋째, 중국만 보지 말고 다양한 시장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 넷째, 360도 영상, 가상현실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접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라. |
필자주
이 아티클의 작성에는 김준범 올리 CEO와 고훈 인크 CEO가 도움을 주셨습니다.
콘텐츠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10∼20%의 수익을 기대하는 실물적이고 이성적인 산업이 아니라 수배에서 수십 배의 수익이 가능한 감성 기반 산업이다. 최근 전국을 뒤흔든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방송 시작 전에 이미 중국, 일본, 영국 등 32개국에 판권을 팔며 드라마 제작비 130억 원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태양의 후예’가 발생시킬 총 경제 효과가 ‘별에서 온 그대’의 약 3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전망도 있다. 이 드라마로 송중기는 이민호, 김수현의 뒤를 잇는 대형 한류 스타 0순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런데 혹시 이 드라마 제작사인 ‘NEW’의 지분 중 중국 ‘화처미디어’의 비율이 13.3%(535억 원)1 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화처미디어는 ‘화류(華流, Chinese wave)’를 이끄는 중국 주요 엔터테인먼트 그룹 중 하나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26억4600만 위안(약 2조3000억 원)에 달했으며 이번 ‘태양의 후예’ 덕에 주가가 보름 새 30%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가치 있는 그룹 중 하나로 인정받으며 2015년 중국 상장사 평판 시상식에서 ‘최고의 경쟁우위를 갖춘 상장사’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중국의 한국 콘텐츠 사업 진출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녀시대와 엑소 등으로 유명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를 알리바바가 보유하고 있으며,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 설현으로 유명해진 AOA가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2%도 중국의 쑤닝유니버설미디어가 보유하고 있다.2 드라마 ‘프로듀사’와 ‘K팝스타’를 제작한 초록뱀미디어의 최대주주도 중국 기업이고, 배용준, 김수현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의 2대 주주도 중국 기업이다.3
물론 중국과의 합작투자는 중국에의 진출을 용이하게 만들어 우리 콘텐츠의 판도를 넓힐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이번 ‘태양의 후예’의 경우 화처미디어의 영향으로 보다 용이하게 중국 동시 방영이 가능했으며, 드라마의 영향력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기존 한국 드라마들은 한국에서 방영된 후 중국의 사전 검열 및 중국 기업과의 판권 협상 등을 거치느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중국에 방영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사이 불법 온라인 유통망 등을 통해 많은 중국 시청자들이 이미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언론에서 비쳐지는 영향력과 이슈에 비해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더 큰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사와 한국 콘텐츠의 독창성과 시장성을 알아본 중국 미디어 기업들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며 중국과의 합작이 시장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은 체제의 특성상 드라마 방영 전 철저한 사전 검열을 거치는데, 이 때문에 한중 동시 방영을 위해서는 100% 사전 제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체 사전 제작을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중국 기업에서 대고, 드라마 콘텐츠 제작은 실력 있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사에서 담당하는 형태가 자리잡고 있다.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드라마 ‘신사임당’도 중국 거대 기업인 완다그룹 회장의 아들 왕쓰충과 손잡고 100% 사전 제작 중이다. 이렇게 중국과의 합작은 우리 콘텐츠 산업에 큰 기회로 다가오며 창조 경제에 하나의 솔루션을 제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기회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이러한 현상이 위기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또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살펴보자.
콘텐츠 산업의 특성
콘텐츠 산업은 많은 부분을 인간의 감성에 기댄다. ‘사람 없는 한적한 풀밭에서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엎드려 보는 책 한 권의 만족감’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에게는 1만 원 정도지만, 바쁘게 사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10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저 순간을 위해 돈을 지불할 마음만 있다면 만족감의 가격은 정하기 나름이다. 이렇게 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은 표준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고, 때문에 잘만 하면 매우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영화, 드라마, 가요 등이 대표적이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는 전 세계 27억 달러(약 3조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같은 해 개봉한 한국 영화 ‘워낭소리’는 1억∼2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3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들이며 투자 대비 수익이 190배에 달했다. 실물 투자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높은 수익률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보니 많은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전 세계 10억 명 사용자의 유튜브, 2014년 매출 47억4000만 달러(약 5조5000억 원)의 넷플릭스, ‘아프리카 TV 의 유재석’으로 불리며 광고료 수입만 한 달에 5000만 원에 달한다는 개인방송 BJ ‘대도서관’ 등의 소식이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말해준다.
대기업과 큰손 투자자들이 이 시장을 보고만 있을 리 없다. 국경을 넘어 투자와 생산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 주요 콘텐츠 기업 중 하나인 CJ E&M도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투자해 ‘킹키부츠(Kinky Boots)’라는 흥행작을 만들어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도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태양의 후예’를 만든 제작사 ‘NEW’를 비롯해 쇼박스, 초록뱀미디어 등 많은 한국 콘텐츠 기업이 중국과의 합작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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