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eativity in My Hand
Article at a Glance
통상적으로 우리는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더 좋은 것을 추가하려고 하지만 SIT (Systematic Inventive Thinking, 체계적 발명사고)에서는 정말 놀라운 신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기존 요소 중 하나를 ‘제거’하라고 한다. 만약 기존 요소 중 하나를 제거한 상태에서 새로운 효용이나 용도를 찾지 못한다면 남아 있는 요소 중 하나로 하여금 제거된 요소의 역할을 대행하도록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사고도구인 ‘용도통합(Task Unification)’이다. 용도통합은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 ‘기능적 고착’을 극복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
편집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창의성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무수히 많은 창의적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그 안에 뚜렷한 공통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창의적 사고의 DNA를 사례 중심으로 체계화해 연재합니다.
지난 DBR 199호에서 40가지 발명원리로 구성돼 있는 TRIZ(창의적 문제해결이론을 뜻하는 러시아어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kh Zadach의 앞 글자를 딴 용어)의 핵심을 5가지 원리로 요약 정리한 SIT(체계적 발명사고·Systematic Inventive Thinking)중 첫번째 사고 도구인 ‘제거(Subtraction)’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SIT의 5가지 원리 중 두 번째 사고 도구인 ‘용도통합(Task Unification)’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우선 용도통합은 하나의 요소가 두 개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림 1>에 나타난 디자이너 우기하의 작품 ‘프런트 & 백’은 용도통합의 개념을 아주 잘 살린 작품이다. 벽시계를 새롭게 디자인한 이 작품이 전통적인 시계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우선 시계판의 눈금을 제거했다. 사실 눈금이 없어도 현재 시간이 10시10분쯤 된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으니 어떤 면에서 시계판의 눈금은 사족에 불과하다.
이 작품이 정말 창의적인 이유는 건전지가 시계바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요소가 다른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이 ‘용도통합’이다. “건전지를 시계바늘로 쓴다”는 것과 같은 용도통합의 발상이 특별히 어려운 이유는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 때문이다. 말하자면 ‘건전지의 역할=에너지 공급’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쓸 생각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이러한 기능적 고착을 극복하기 위해 SIT에서는 첫 번째 사고도구인 ‘제거’와 두 번째 사고도구인 ‘용도통합’을 연관시켜서 다음과 같은 흐름에 따라 생각을 전개한다.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계바늘이다.
→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시계바늘을 제거해보자.
→ 시계바늘을 제거한 상태로는 시계의 새로운 용도나 다른 효용을 찾을 수 없다.
→ 그렇다면 시계바늘의 역할을 대신할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 그런데 ‘닫힌 세계’의 조건을 지키려면 외부에서 다른 요소를 가지고 오면 안 된다.
→ 그렇다면 기존에 있는 다른 어떤 요소가 시계바늘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 기존 요소 중 시계바늘의 역할까지 맡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 건전지가 시계바늘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을 도식적으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일반적인 우리의 사고 관성은 그림의 왼쪽을 향해 있지만 SIT의 첫 번째 사고도구인 제거와 두 번째 사고도구인 용도통합은 그 반대쪽으로 가라고 한다. 이처럼 SIT에서는 “저항이 가장 큰 경로를 따르라(Follow the path of most resistance)”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다. 이 원칙을 따르면 발명적 해결책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충분조건 중 하나인 ‘닫힌 세계’가 충족된다.
우리가 쓰는 속담 중 ‘도랑치고 가재잡고’ ‘꿩 먹고 알 먹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등은 용도통합과 잘 어울리는 말이다. 용도통합의 많은 사례 중 몇 가지만 추려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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