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은 ‘기업’이란 단어를 들으면 건물이나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형자산보다는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1920년대만 해도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의 비율은 3대7 정도였으나 1990년대에 이 비율은 6대4 정도로 바뀌었고 현재는 8대2 정도로 무형자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형자산을 중시하는 현대 회계기준은 기업의 가치를 일부밖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시대가 심화되면서 유형자산과 실제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의 차이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의 경영이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형자산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논리적, 수학적 사고를 통해 유형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높은 경영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형자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형체도 잡히지 않는, 그래서 관리하기 무척 힘든 그 무엇인가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경영자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 가운데 하나는 지식재산권(IP) 관리입니다. 부실한 지식재산 관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게 mp3플레이어 관련 기술입니다.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이 mp3플레이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사업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다양한 법률 분쟁에 시달리다가 결국 미국 특허괴물 회사로 특허권이 이전됐다고 합니다. mp3플레이어 사업을 전개했던 글로벌 전자 업체들은 결국 미국 특허괴물 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했고 원천 기술 개발자인 국내 중소기업은 이 과정에서 거의 수혜를 입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적인 계약이어서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전자 업체들은 미국 회사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안정적으로 mp3플레이어 사업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허 관리가 제대로 됐다면 약 3조 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들어서야 한국 회사가 다시 원천 특허를 사들였지만 이미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큰 가치를 평가받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지식재산권 관리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한국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합니다. 양적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 5위의 특허 대국이지만 지난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는 40억 달러에 달합니다. 기업들도 많은 특허를 갖고 있지만 개량특허가 많아 해외에서 로열티를 받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또 소위 ‘장롱 특허’로 불리는 미활용 특허의 비율이 70%를 넘는데다 특허무효 소송이 제기됐을 때 무효화되는 특허 비율 역시 절반 이상이라고 합니다. 어렵게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서 승리하더라도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의 중앙값은 불과 5500만 원에 그쳐 실질적인 재산권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은 또 다른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해외 특허를 강조합니다. 기술사업화가 활성화된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거대 시장인 중국 등에 특허를 출원하고 사업화를 추진해서 큰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 특허와 해외 특허를 효과적으로 출원하고 관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특히 특허 관련 지식이 부족해 큰 수익 창출 기회를 놓친 다양한 사례들이 큰 교훈을 줍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토대로 지식 경제 시대에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기업 차원의 체계적인 접근법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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