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Biz

사료부터 럭셔리 푸드까지 전후방 통합으로 살찌는 돈육산업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돈육 산업은 씨돼지를 키우는 종돈 사업, 사료 사업, 돼지를 키우는 양돈 사업, 돼지를 도축하고 1차 가공해 B2B 유통시키는 도축 사업, , 베이컨 등의 완제품을 제조하는 제조 사업과 소매판매업 및 외식업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돈육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 그룹(Strategic Group)이 생겨나고 있다. 양돈 기업들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 대신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여기에 가치를 담고, 차별화의 요소를 담고자 하고 있는 것. 다양한 전략 그룹이 한 산업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시장점유율만을 두고 업체들이 정면 충돌해온 양돈업이치킨 게임에서 벗어나서 자신들만의 시장을 구축하고 서로 상보적으로 경쟁하는 관계로 변모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 외식산업의 가치사슬을 그려보면 그 출발점엔 농업이 있다. 농업 생산 없이는 식품산업도 없고, 외식업도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선진국대열에 있는 국가들 중에서 농업 대국이 아닌 나라는 영국을 제외하고는 없다. 미국도 농업 대국이고 프랑스, 독일도 농업 대국이다.

 

2014년 말 기준 우리나라 농업 총 생산은 472922억 원이다. GDP 대비 2∼3% 정도다. 이 중 쌀을 포함한 식량작물 산업의 비중은 약 20%, 9조 원 정도밖에 안 된다. 반면에 축산업의 비중은 40%에 달하는 19조 원이다. 이 축산업 중에서도 가장 큰 산업은 한우나 닭이 아닌 바로 돼지, 양돈산업이다. 양돈 산업은 신선 돈육을 생산하기 위해 돼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농업 생산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산액은 66000억 원에 달한다. 이 금액은 돈육 가공, 제조, 외식 쪽은 빠져 있는 순수 농업 생산액이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외식 메뉴가 삼겹살이고, 대한민국 전체 육류 소비의 절반이 삼겹살임을 고려하면 양돈산업의 전방 파급력은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축산업, 특히 양돈업이 타 농업 분야에 비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르게 조직화하고 계열화했기 때문이다. 쌀을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농업 분야가 영세한 가족농 중심의 극도로 분절된 산업(fragmented industry) 구조임에 반해 양돈 산업의 경우는 상위 5개 업체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50%를 점할 정도로 여타 농업 분야와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양돈산업은 가장 빠르게 IT 기반 시스템들을 받아들였고, ERP를 도입하지 않은 농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사물인터넷 기반 생산 자동화도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양돈산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첨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여타 농산물 산업의 경우 외국 농산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뒤지지만 국내 양돈산업만큼은 수입 축산물과 한번 견줘볼 만한 정도의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가지고 있다. 물론 국내 돈육 시장에서 기형적일 정도로 높은 삼겹살에 대한 선호는 국내 삼겹살 가격을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으나 이외의 다른 부위 가격 경쟁력은 중국과 비교해서도 별로 뒤지지 않는다. 물론 품질도 뛰어나다.

 

 

 

 

양돈 및 돈육 산업 투쟁의 역사

 

우리나라 전자 산업 매출 1위 기업을 묻는다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삼성전자라는 정답을 쉽게 맞힐 것이다. 자동차 산업 매출 1위 기업인 현대차도 대부분 쉽게 맞힐 것이 분명하다. 식품 산업의 매출 1위 기업을 물으면 조금 어려워하겠지만 그래도 다수의 사람들이 CJ제일제당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제빵 기업 1위는? 조금 더 어렵다. 파리바게뜨라고 브랜드명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겠지만 어쨌든 파리바게뜨는 제빵 분야 1위 기업인 SPC의 대표 브랜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양돈 산업 1위 기업은 어디일까? 아마 대한민국 국민의 0.1%도 알고 있지 못할 것이다. 답은 놀랍게도 하림이다.

 

하림은 1978년 익산에서 육계 농장, 즉 식용 닭 농장으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 주식회사로 전환하며 계열화 사업을 추진한다. 1991년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도계 가공공장을 설립하고 배합 사료공장을 세우며 주변 농장들과 수직 계열화를 달성한다. , 하림이 부화장으로부터 병아리를 일괄 받아서 계열 농장들에게 입식시키면 농장은 병아리를 사육하는 데에만 집중한다. 하림은 계열 농장에게 적절한 사료를 전담 공급하며 다시 계열 농장들로부터 성장한 닭을 돌려받는다. 하림은 돌려받은 닭을 도축, 제품화하며 동시에 일괄 유통시킨다. 하림은 이러한 도계 가공공장이 주축이 되고 계열 농장들은 생산라인 역할을 하는 육계 계열화 사업 방식을 국내에 정착시킨다. 1997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하림은 크게 성장한 사료 사업을 바탕으로 2007년 양돈 기업인선진’, 2008년에는 대상그룹으로부터 또 다른 양돈 기업인팜스코를 매입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양돈회사로 등장한다. 하림은 선진과 팜스코를 인수함으로써 압도적인 생산 물량, 또 사료 사업과의 전후방 연계를 통해 양돈 분야의 기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하림그룹의 매출의 절반은 배합 사료사업에서 내고 있고, 이 사료 사업을 제외한 부문에서 가장 큰 매출을 내고 있는 것은 육계사업이 아닌 바로 양돈사업이다.

 

하림이 육계사업에서 양돈사업으로 성공적으로 확장,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배합사료라는 공통 후방 산업에서 뛰어난 역량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닭이든, 돼지든 생육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료를 먹어야 하고, 사료는 이 두 제품군의 공통된 가장 큰 비용 항목이다. 이 사료사업을 징검다리로 하림은 육계 분야에서도, 양돈 분야에서도 국내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림 양돈 사업의 성장은 다시 하림의 배합사료 사업에 극적인 기여를 하게 되고, 하림은 2015년 현재 배합사료 업계에서까지 국내 최대의 기업이 됐다.

 

 

 

 

돈육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핵심적인 사업 영역에는 씨돼지를 키우는 종돈 사업, 사료 사업, 돼지를 키우는 양돈 사업, 그리고 돼지를 도축하고 1차 가공해 B2B 유통시키는 도축 사업, 그리고 좀 더 전방으로 오면 햄·베이컨 등의 완제품을 제조하는 제조 사업과 마지막으로 소매판매업과 외식업이 있다. 하림은 사료 사업에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타 분야로의 사업 확장 및 전방 통합해나간 사례다.그런데 하림만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비슷하게 사료 사업에서 출발해 양돈 사업으로 전방 통합하고, 이제는 육계 산업에마니커라는 브랜드로 진출한 이지바이오도 있다. 하림이 닭고기에서 돼지고기로 확장했다면 이지바이오는 역으로 돼지고기에서 닭고기로 확장해온 셈이다. 이지바이오는 하림과 육계 사업 영역에서도 정면 충돌하며 분전하고 있는데 하림은 육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0%, 이지바이오는 마니커 브랜드를 필두로 시장점유율 11%를 점하고 있다.

 

다비육종의 경우에는 씨돼지를 기르고 납품하는 종돈 사업에서 전방 통합해 양돈 사업으로 진출한 케이스다. 도드람 양돈농협의 경우는 1980년대 생산자를 중심으로 한 농민 운동에서 출발해 바게닝 파워에서 양돈 사업을 강하게 압박하던 도축 사업으로 확장함으로써 일반 기업이 아닌 조합으로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그 후 도드람은 전· 후방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나 전방 쪽, 즉 제조 및 브랜드육 직판매 사업과 외식 사업에서는 아직 큰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그림 1) 전방의 소비재 분야에서는 제조 대기업들과 대형마트가 떡 하니 버티고 있고, 특히 외식업의 경우에는 예민한 소비 트렌드를 읽고 비즈니스에 녹여내는 역량이 필요한데 후방 쪽에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역량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돈육 산업에서의 기업 전략 트렌드

 

신선육을 생산하는 양돈 산업을 포함하고 있는 돈육 산업이라는 큰 분야에서 주요 기업의 전략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림 1) 첫째, 여타 농업 분야와는 달리 돈육 산업에서는 전후방 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주로 인수합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단 기존 작물 농업의 경우 여전히 가족농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같은 축산 업종인 한우 농가만 보더라도 농가당 평균 사육 마리 수는 23마리, 젖소 농가의 경우도 70마리에 불과하다.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규모에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에 양돈 농가의 경우는 농가당 1652마리로 규모화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러한 규모화는 더 빠르게 자본을 받아들여서 더 큰 규모화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낳게 됐다.

 

둘째, 후방 산업에서 전방으로의 통합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림 1>에서 나타난 것처럼 돈육 분야의 주요 기업들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향하고 있다. , 더욱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방으로 가기에는 여러 난관이 있다. 제조 사업에도, 소매판매 사업에도, 외식 사업에도 거대한 경쟁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1차 산업의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응대해야 하는 3차 산업에 대한 확장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투자일 수밖에 없다. 원료를 직접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인수합병을 통해, 또 가맹 사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양돈 업계에서 정설이 됐다. , 어떻게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인가? 그들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미래의 돈육 산업

 

세상이 변했다.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 먹어야 한다는 상식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박찬일 셰프의 레스토랑몽로에서부터 이슈가 돼 이제 국내 파인 다이닝에서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미디엄 레어로 익힌 핏기가 보이는 돼지고기를 먹는 시대가 됐다. 한국식 교잡 흑돈을 일컫는 품종인 버커셔K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서울 홍대에서부터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고, 심지어는 요즘 많은 소비자들이 제주 흑돈과 지리산 흑돈을 구분해 소비하고 있다. 또 소고기를 부위별로 세분화해 음미하던 우리 문화가 이제 돈육으로도 넘어와서 최근 다양한 부위의 소비가 증가하고 특히 전지 부위가 삼겹살 부위를 대체하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돈업은 균질한 품질의 돈육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것이 유일한 경쟁 방법이었다. 전형적인 일상재(Commodity) 생산 기업의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니 핵심은 돈육 ㎏당 단가를 낮추고, 투입 사료의 효율을 올려서 적은 사료로 빠르게 증체량을 올리는 것이었고, 이 경영 원칙은 모든 양돈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룰이었다. 그러나 최근 돈육 소비 시장이 분화되기 시작하면서 양돈업에서도 섬세한 브랜드 소비재 생산 기업의 전략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 양돈업 내에 다양한 전략 그룹(Strategic Group)이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전략 그룹이 한 산업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시장점유율만을 두고 업체들이 정면 충돌해온 양돈업이치킨 게임에서 벗어나서 자신들만의 시장을 구축하고 서로 상보적으로 경쟁하는 관계로 변모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돈육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방향이다. 소수의 전략 그룹으로 구성된 산업은 필연적으로 치킨 게임의 저주에 시달리게 되고 소비자들에게 큰 편익이 돌아가지 못한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도 양돈 산업의 다양한 전략 그룹은 긍정적이다.

 

돈육 브랜드의 역할은 단지구분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양돈 기업들은 여기에 가치를 담고, 차별화의 요소를 담고자 하고 있다. 하림의 계열사인 선진은선진포크플라자라는 브랜드를 내고 소매 판매 및 외식 관련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과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하림은 사료의 원료가 되는 곡물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해 해양운송 업체인팬오션을 작년에 인수했다. 도드람도 돈육 부산물인 순대를 활용한본래순대라는 외식 브랜드와 체험관광을 위한 대규모 테마파크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런 대규모 양돈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견 기업들도 돈육 산업에서 다양한 전략그룹으로 분화하고 있다. ‘성우는 동물 복지와 종의 다양성 측면에서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는 등의 생산 단계에서의 제품 차별화를 꾀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자 하고 있다. ‘농협 목우촌은 돈육 제품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첨가물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과일을 활용한 소시지 브랜드원칙을 개발했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시지를 만들 때 냉동육을 쓰는 것에 비해 목우촌의원칙’은 신선육으로 가공한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 제안을 하고 있다. 또한에쓰푸드는 국내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알려진 외식 분야인델리영역에존 쿡 델리라는 브랜드로 뛰어들어 고급 외식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의 돼지고기 시장은 더욱 분화된다. 내 입맛에 맞는 신선육, 가공육, 외식업체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번 주말엔 핏기가 보이는 돼지고기 요리를 한번 먹어보는 건 어떨까?

 

문정훈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Food Biz Lab 연구소장 moonj@snu.ac.kr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경영과학과를 거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식품기업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컨설팅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식품산업 기업전략, 식품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 물류 전략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