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레이캅코리아 일본진출 전략

웰빙가전 ‘이불 진드기 클리너’,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 사로잡다

198호 (2016년 4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레이캅코리아의 성공비결

①기술 혁신과 시장 혁신의 적절한 조합:침구 살균청소기’라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이불 먼지, 집 먼지 진드기 제거라는 시장에서의 필요를 적절히 반영해 제품 개발.

②관찰:일본의 기후, 가옥구조, 주거문화, 사람들의 행동 등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일본 소비자들의 잠재적 필요를 효과적으로 정의하고 구체화.

③소비자와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판매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정보전달, 소비자 교육 등과 같은 노력을 통해 혁신적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을 극복.

④제품 중심이 아닌 시장 중심 마케팅: ‘침구 살균청소기가 아닌이불 전용 진드기 클리너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얻게 되는 편익을 명확히 함.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나경(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가운데 가장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2013년 닛케이 트렌드의히트 상품 베스트 30’에서 한국 가전 업계 사상 가장 높은 순위인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침구 살균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70%, 판매 대수는 350만 대를 넘었다. 한때는 30초에 한 대씩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대표 제품레이캅 RS’ 21개월(2016 1월 현재) 연속 일본 전체 청소기 부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떤 기업 이야기일까. 가전 분야의 강자인 삼성이나 LG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 토종 중소기업레이캅코리아이야기다. 레이캅코리아는 침구 살균청소기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침구 살균청소기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 청소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며 일본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인 가전 기업들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레이캅코리아가 선전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DBR이 취재했다.

 

웰빙 가전의 탄생

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46)는 한때 의사였다. 한림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았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면서 일의 치료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스레 예방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떻게 하면 예방의학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의사가 아닌 다른 삶을 택하기로 했다. 의사로서의 일도 매우 보람 있었지만 건강과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혹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차단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강동성심병원을 그만두고 2000년 듀크대 경영전문대학원(MBA)으로 유학을 떠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존슨앤존스(Johnson&Johnson)에 입사해 프로덕트매니저(PM) 3년 동안 활동했다. 그러다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 밑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해야 다시 회사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부친이 하던 자동차 부품 분야의 B2B사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브랜드로, 새로운 소비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의사 시절 늘 고민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는하루가 멀다하고 알레르기 환자들이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했다. 환자들은 알레르기 약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제품이 무엇인지 추천해달라고 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는지 물었다. 환자들에게 좋은 처방을 주기 위해 열심히 고민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음식, 꽃가루가 아니었다. 알레르기 환자의 약 80% 정도는 모두 집 먼지 진드기가 원인이었다. 원인은 찾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환자의 병을 낫게 해줄 제품이 어디 없을까생각했다. 여기저기 찾아봐도 시장에는 집 먼지 진드기를 박멸할 마땅한 제품이 없었다.

 

의사 시절 환자에게 추천할 만한 무엇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처방약이 아니라 아예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알레르기와 집 먼지 진드기에 대한 책과 논문을 집어 들었다. 여러 가지 글을 읽다보니 그전에 몰랐던 점들을 알게 됐다. 우선 대부분의 집 먼지 진드기는 이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진드기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각질을 먹고 자란다. 진드기가 죽으면 분해가 되고, 그러면 단백질이 된다. 이것이 이불에 있는 먼지와 결합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이불을 움직일 때, 그리고 이불과 접촉했을 때 코나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알레르기는 이런 진드기에 대항해 일어나는 면역반응이다. 자연스레이불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사업의 시작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하도록 협력 업체를 설득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동료를 모집하는 것 등은 의사로 살아온 그에게 생경한 경험이었다. 도면을 들고 업체를 찾아가면 대부분침구 살균청소기는 잘 안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며 생산을 거절했다. 중소기업이 만든침구 전용 청소기라는 낯선 제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한 업체는원하면 부품 개발을 해줄 수 있지만 대신에 모든 개발비를 먼저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막상 돈을 내려니 현금이 부족했다. 고민 끝에 이 대표는 의사면허증을 집어 들었다. 의사면허증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만큼 다 받아서 보증금을 충당했다. 남은 돈은 운영자금으로 썼다. 그는당시에는우리가 고민하고 기획했던 상품이 반드시 세상에 나오게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회상했다. 2006년 드디어 기획했던 침구 살균청소기를 완성했다. 이 대표가 만든 제품은 단순 청소기가 아니었다. 의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제품이었다.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는 웰빙가전이 콘셉트였다.

 

 

야심 차게 침구 살균청소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제품 취지는 좋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의사의 관점에서 웰빙가전을 만들다보니 지나치게 기능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까만 생각하다보니 디자인이 부족했다. 회사도, 제품도 무명인 상황에서 영업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동료 의사들에게 제품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규정과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동료들이 나서기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섭섭한 감정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전 양판점에 갔을 때도 어려웠다. 이미 대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중소기업이침구 살균청소기라는 새로운 제품을 납품하기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양판점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대표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홈쇼핑에서 염가로 팔기, 부녀회장 뚫기, 인터넷 판매 등 다방면으로 매출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또 전시회라는 전시회는 다 쫓아다녔다. 홍콩, 중국, 미국, 유럽 등 모든 가전전시회에 참여했다. 작은 규모라도 마다않고 부스를 차려 홍보했다. 그러다 영국에서 작은 거래를 트게 됐다. 이후 프랑스, 미국, 일본 등으로 점차 거래가 확대됐다. 수출을 하면서 조금 숨통이 트였다. 이 대표는국내 시장은 너무 힘들다. 무명 브랜드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해외에 가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위기

한국 시장은 어렵다고 판단하자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일본으로 눈길을 돌렸다. 깔끔한 문화를 갖고 있는데다 시장 규모가 컸다. 인터넷을 제외하고 양판점 청소기 시장 규모만 보더라도 2조 원에 이른다. 한국은 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우선 직원들과 같이 시장조사를 했다. 현지에서 총 3명을 고용했다. 그중 한 명은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직원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레이캅코리아라는 작은 한국 회사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본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했다. 식사를 거르는 일은 부지기수. 매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정보를 파악했다. 일본 현지인의 집도 방문해 청소 문화와 사용하는 청소기 등을 조사했다. 도심 내 주요 양판점에서는 어떤 가전제품이 인기며, 소비자들은 어떤 청소기를 구매하는지 등을 분석했다.

 

일본 시장을 유심히 살펴보니 일본 특유의 문화가 보였다. 하네다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모노레일 안에서 본 풍경은 독특했다. 모든 아파트 가구마다 밖에 널어놓은 이불이 보였다. 일본은 예전부터 청결을 중요시하며 이불을 털어 말리는 문화가 있었다. 섬나라 기후 특성상 습도가 높고 강우량이 많아 이불이 곧잘 눅눅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회 환경적 요소 때문에 이불을 말리는 일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었다. 우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인들이 무거운 이불을 말리는 것을 힘겨워했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대기오염이 심각해진 것도 밖에 이불을 말리는 것을 어렵게 했다. 또 이불을 널다 떨어지는 등 사고가 잦아지자 일본에서는 고층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베란다에 이불을 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이런 환경에서 레이캅코리아는 기회를 봤다.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현지 에이전트까지 선정하고 일본 사업을 시작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초반 3년 동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대표는 이유가 뭔지 곱씹어봤다. 첫째, 네이밍의 실패였다. 한국은 단순히청소기시장으로 부르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클리너(Cleaner)’ 시장이라고 해서 그 안에 엄청나게 다양한 청소 관련 제품이 들어간다. 청소기 종류만 해도 엄청 다양했다. 이런 시장에서 포지셔닝을 하려면 이름부터 생각해야 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와 같이 침구 살균청소기라고 했다. 그런데 소비자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왜일까.

 

깨끗해진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살균이라는 단어를 넣었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소비자에게 전달이 됐기 때문이다. 침구에 쓰라고 만들어놓은 건데 살균이라고 하니 소비자들은다다미나 책상에 써도 되는지등의 물음표가 생겼다. 어디에 써야 하는지 정확하게 메시지 전달이 잘 안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에이전트 활용의 실패였다. 한국에서 온 중소기업이 현지 에이전트를 찾는다고 하니 처음부터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작은 규모의 현지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었는데 그들은 우리 전략과 달리 단기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다. 레이캅코리아는 새로운 제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소비자들을계몽하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현지 업체에서는 이 일을 소홀히 한 것이다.

 

처음부터 성공을 거둘 것이란 예상은 어차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 시장을 경험하면서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희망도 발견했다. 이 대표는일본 진출 초기에는 한 주에 20대 정도를 팔았다. 한 달이면 80대 정도다. 물론 적은 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번도 못 본 회사의, 한 번도 못 본 제품을 매장에 진열만 했는데 소비자가 20대를 샀다는 건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마케팅을 하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일본 진출 초기에 어차피 3년 동안은버티기를 각오했다. 버티기를 지원하기 위한 재무 계획도 세워놓았다. 이 대표는쫄지 말고 버티자는 마음으로 일본으로 갔다. 예를 들어 매출이 5억 원이면 이 안에서 사무실 유지비, 인건비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시 현지 시장에 투자한다. 3년 동안 당장 수익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 말자. 덩치가 큰 기업들도 실패하는 곳이다라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자금도 슬슬 끝이 보였다. 추가 대출을 위해 은행을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다.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2012년 현지 에이전트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모든 것을 직접 하기로 결심했다.

 

 

레이캅코리아 인천공장 제조라인

 

 

소비자 계몽 운동과 양판점 계약

이 대표의 전략은 분명했다. 자금력이 부족해 대기업처럼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레이캅코리아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제품이었다. 친숙하지 않은 제품을 사게 하기 위해서는 이 제품이 무엇인지 꼼꼼히 설명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작업밖에 대안이 없었다. 모든 홍보활동의 초점을계몽에 맞추고 일을 진행했다. 레이캅코리아가 가진 장점과 가치를 전달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소비자가 찾아오면의사가 개발한 제품이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다’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사용 후기는 이렇다등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새로운 제품으로 더 건강한 생활을 만들어준다는 가치를 적극 피력했다. 또 일본의 문화에 맞춰 일본식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이불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한국은 물빨래를 하고 일본은 매일 먼지를 털어 밖에 넌다. 그래서 물빨래하는 한국에서는빠는 것보다 더 좋아요라고 이야기를 했다면 이불을 너는 일본에서는너는 것보다 좋아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이었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위치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양판점에 앉아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는 패턴을 보면 더욱 분명했다. 일본은 매주 제품 매출 데이터가 나오는데 좋은 위치에 있는 제품의 판매가 단연 높았다. 자리와 매출의 상관관계가 매주 확인되니까 당연히 좋은 목을 차지해야 한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일본 진출 초기부터 양판점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일본 양판점은 매장별로 점포장의 자율권이 크다. 그래서 점포장과 이야기가 잘되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가 유리해진다. 무작정 찾아가서레이캅코리아의 제품이 좋으니까 가장 좋은 자리를 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양판점에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협상카드가 필요했다.

 

 

 

우리가 양판점에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살펴보니 레이캅코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었다. 일본 양판점에는 양판점 소속 직원 외에 필요한 경우 회사의 직원이 나와서 판촉활동을 벌인다. 청소기를 판매하는 층을 보니 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말에만 가전회사가 고용한 판매원이 출근을 했다. 판매원이 있어야 매출이 높아지는데 주중에는 청소기 제조회사에서 나오는 판촉원이 없다는 것이 양판점 점장의 걱정이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점포장에게 “레이캅코리아는 주중에 판매원을 보내겠다. 대신 가장 좋은 자리에 우리 제품을 올려 달라고 제안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말에는 판매원을 경쟁사에 양보하고, 주중에 판매원을 보내는 계획은 어찌보면 레이캅코리아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반대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좋은 자리의 효과가 더 크다고 믿었다. 점포장은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레이캅코리아는 주요 양판점 청소기 코너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 대표는혹시 자리가 다시 바뀔까매주 주말이 되면 직접 주요 양판점 매장을 돌아다니며 자사 제품이 좋은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렇게 대표가 직접 발로 뛰고 자신의 고민도 해결해주니 점포장들이 레이캅코리아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자리를 바꾼 효과는 생각보다 더 좋았다. 판매원들이 투입되는 주중에는 물론이고 레이캅코리아의 판매원이 없는 주말에도 판매량이 늘었다.

 

집중적인 계몽 활동에다 좋은 자리까지 얻게 되자 소비자들은 점차 침구 살균청소기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소비자들은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밖에서 이불을 말리기 힘들어 고민이 컸다. 청소하고 더스트 박스(dust box, 먼지통)에 쌓인 먼지들을 볼 때면레이캅코리아청소기 없이 살던 때를 상상하기 힘들다” “말리는 것보다 깨끗하다니 안 살 수가 없다” “내가 찾던 제품!” “여태까지 침구 살균청소기를 사용하지 않고 잠을 잤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 “매일 사용해도 더스트 박스에 이 정도로 먼지가 쌓인다는 사실이 놀랍다등 연신 칭찬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판매가 서서히 늘던 때, 예상하지 못한 행운도 같이 왔다. 한 일본 연예인이 TV에 제품을 들고 나오며 큰 홍보효과를 누린 것이다. 일본은 TV 간접광고(PPL) 규정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연예인들이 직접적으로 제품명을 노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할 수 없다. 반면 일본은 TV에서 적극적으로 제품의 장점을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부 연예인은가전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 ‘패션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으로 대중에게 인식된다. 예를 들어 가전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인식되는 연예인이 특정 가전제품을 들고 나와좋다고 하면 매출이 올라가는 식이다.

 

레이캅코리아에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한 일본 연예인이 침구 살균청소기 제품을 TV에 소개했다. 제품을 직접 갖고 나와서이 제품 써봤는데 정말로 좋아요라고 했다. 이후 매출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제품이 인기를 모으자 다른 채널에서도 제품이 연이어 소개됐다. 따로 홍보예산을 쓰지도 않았는데 일본 연예인이 꾸준히 자사 제품을 홍보해준 셈이 됐다. 특히가츠리 먼데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는 매주 화제가 되는 제품을 소개한다. 그 코너에 레이캅코리아의 침구 살균청소기가 나온 것이다. 그때 사무실이 채 20평이 안 되는 곳이었다. 일본 여배우가 와서 촬영을 했는데저거 갖고 싶어!”라고 얘기를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따로 협찬을 하지도 않았는데 일본의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서 제품의 장점에 대해 얘기하자 자연스레 매출이 상승했다. 입소문도 점점 커졌다.

 

홈쇼핑을 통한 판매에도 열을 올렸다. 이 대표는중소기업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홈쇼핑은 효율이 아주 좋다고 평가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유통 채널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노출 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쇼호스트가 제품에 대해 적절하게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기업에 긍정적이다. 마진이 적긴 하지만 홈쇼핑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이 대표는 홈쇼핑 전용 제품을 따로 만들었다. 홈쇼핑 가격을 맞출 수 있을 만큼 적절한 가격대의 제품을 별도로 내놓은 것이다. 홈쇼핑용 제품의 판매 및 재고 조절도 엄격하게 했다. 홈쇼핑에서 인기가 좋다고 해서 제품을 마구 만들었다가 혹시 나중에 방송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이캅코리아는 홈쇼핑용으로 미리 준비한 수량만큼만 판매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추가로 10%만 더 만드는 식이었다. 오프라인과 홈쇼핑의 밸런스를 놓치면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전의 실패를 거름삼아 이름을 바꾼 것도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레이캅코리아는 침구 살균청소기를청소기가 아니라클리너로 분류했다. 침구 살균청소기기 아니라이불 전용 진드기 클리너라고 이름 지어 사용처를 분명하게 했다. 이름만 들어도 소비자들이 어디에, 무슨 용도로 이 제품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노하우를 쌓고 대표가 직접 발로 뛰자 상황은 점차 나아졌다. 30, 혹은 40초당 한 대씩 팔리기도 했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었다. 2만 엔대부터 6만 엔대까지의 가격대를 책정했다. 4만 엔대의 제품이 주로 팔렸다. 한국 돈으로 치면 40만 원이 넘었다. 기존 손잡이용 청소기 가격이 5∼8만 원대라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반응이었다. 이는 건강과 관련해서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의 투자를 감수한다는 의미다. 레이캅코리아가 소비자의 건강 관련 니즈와 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매출 실적은 매주 업데이트될 때마다 상승선을 그렸다. 미칠 듯 바쁜 때였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주 의욕을 다지며 또 밤새워 일하곤 했다고 했다.

 

 

 

 

 

 

차별화된 침구 살균청소기

레이캅코리아의 침구 살균청소기가 필수 가전의 하나로 서서히 인기를 모으자 세계적 가전업체들도 속속 이불 전용 청소기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레이캅코리아는의사가 만든 웰빙가전이라는 콘셉트를 고수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업그레이드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선 처음 제품을 내놓을 때부터 레이캅코리아는 기본색으로 흰색을 사용했다. 기존 일반 청소기들은 쉽게 때가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로 진한 색을 사용한 것과는 반대였다. 의사의 가운 색과 같은 흰색을 통해 전문성과 청결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레이캅 더스트박스

 

 

더스트 박스의 크기를 키운 것도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점이다. 가전 업체들은 더러운 먼지를 꺼려하는 소비자를 고려해 대부분 더스트 박스를 작게 혹은 잘 보이지 않게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레이캅코리아는 오히려 더스트 박스를 크고 잘 보이게 만들었다. 더스트 박스에 LED 조명을 장착해 소비자가 청소 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실감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또 단순히 주변의 먼지를 빨아들이는 기능뿐만 아니라 살균 기능도 추가했다. 대부분의 제품이 살균 기능보다 흡입력에 초점을 맞추는데 레이캅코리아는 두 가지의 최적점을 찾아내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집 먼지 진드기 알레르기 제거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3회만 왕복하면 목화솜 이불, 양모솜 이불, 오리털 이불에서는 알레르기의 항원인 알레르겐이 99.9% 제거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레이캅코리아의 대표 모델인레이캅 RS’레이클린(Rayclean) 기술을 적용했고 관련 기술은 특허를 받았다. 이는 침구 표면의 유해 세균을 살균해주는 ‘UV 살균’, 침구 속 집 먼지를 표면으로 털어내는진동펀치흡입제거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해 청소하는 것이다. 세 가지 기능이 종합적으로 작동해 먼지 제거 효율을 극대화한다. 2013년 일본 도쿄환경알레르기 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이 기술은 침구 속 집 먼지를 3분에 90% 이상 제거한다. 청소 후에 모인 집 먼지를 털다

 

2차 오염이 일어나는 경우가 없도록물 세척 방식의 더스트 박스도 채택했다. 청소를 다 해놓고 정작 더스트 박스를 비우다 다시 공기 중으로 먼지가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이다. 또 보통 청소기의 경우 더스트 박스에 먼지가 들어오다 작은 먼지들이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잦다. 이 작은 먼지들을 잡아두지 못하면 청소효과가 없고 오히려 알레르기 물질이 공기 중으로 흩뿌려지게 된다. 레이캅은 마이크로헤파필터라는 기술을 통해 이를 방지하고 있다.

 

세계 최초 집먼지 진드기 연구소

레이캅코리아는 가전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집 먼지 진드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가 처음 제품의 효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여러 국내 대학에 문의를 했을 때만 해도 인증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연구소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영국의알레르기협회란 곳에서 인증을 해줬다. 여기서 처음 증명서를 받았다. 문제는 실험하고 검증할 때마다 매번 영국을 갈 수 없단 것이었다. 그래서 직접 연구소를 만들기로 했다. 침구 살균청소기를 개발하고 6년 뒤인 2013년 집 먼지 진드기 연구소를 설립했다.

 

 

 

레이캅코리아 집먼지진드기연구소 시설

 

연구소를 개발한 다음 필요한 것은 진드기였다. 그런데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에 있는 대학 및 생물학 연구소들을 찾아가 진드기를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그래서 직원들의 침구를 직접 활용했다. 한 달 동안 빨지 않은 이불, 베개 등 침구류를 몽땅 가져오라고 했다.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도 가져오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일일이 주변 사람들에게 진드기를 채취해 실험을 했다. 이 대표는의대를 다니면서 생물학 시간에 배운 실험 등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집 먼지 진드기 연구소에서는어떤 타입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청소에 가장 효과적일까를 연구한다. 1분에 이불을 몇 번 두들겨야 하는지, 자외선의 강도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어떤 조건들이 합쳐졌을 때 최적의 결과가 나오는지 등을 이곳에서 연구한다. 수십 가지의 조건을 두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낸다. 매일 다양한 소재의 침구류를 두고 실험을 한다. 집 먼지 진드기만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곳이 없다보니 이제는 다른 기업에서 진드기 실험을 할 수 있느냐고 먼저 문의전화를 주기도 한다. 이 대표는 집 먼지 진드기 연구소가침구 청소기는 레이캅코리아다는 것을 보여주는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쟁사에서 모방 제품을 내놓는 것은 쉽지만 레이캅코리아처럼 진정성을 갖고 침구 살균청소기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더 넓은 시장으로

레이캅코리아는 현재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세계적으로 약 500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2008년 프랑스 소비자가 선정한 우수 상품으로 선정됐으며 한국디자인진흥원 우수산업디자인 인증을 받았다. 2009년에는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 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인증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세계일류상품 2011∼2015 5년 연속 선정됐으며,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제51회 무역의 날에는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레이캅코리아는 일본 외의 국가에도 수출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는 중국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 진출 전략도 일본과 비슷하다. 우선 최소한의버티는 시간을 설정하고 그동안 적극적인 계몽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또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체험 마케팅을 강화해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일본과 문화가 다른 만큼 침구 살균청소기가 인기를 모으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이 대표는빠르진 않지만 중국에서도 서서히침구 청소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레이캅코리아라는 회사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블랙프라이데이시즌에는 전년보다 4∼5배 정도 매출이 상승했다.

 

침구 살균청소기는 개발 단계부터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세계가 목표였다. 알레르기나 호흡기 질환은 세계인이 앓는 질병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침구 살균청소기를 통해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이 레이캅코리아의 사명이고 목표다. 이 대표는건강, 위생 등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특화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해나갈 것이다. 건강가전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또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레이캅코리아의 성공 요인 및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레이캅코리아의 사례는 혁신의 정의에 충실한 제품이 사업 성공의 첫걸음임을 보여준다. 기술과 시장은 혁신적 신제품을 정의하는 두 가지 핵심 축이다.

혁신적 신제품은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기술적 측면에서의 혁신(technological breakthrough)’을 동반해야 한다. 기술 혁신은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도록 하며 노하우, 특허 등과 같은 지적자산은 지속적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집 먼지 진드기 연구소 설립과 같은 투자는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대한 레이캅코리아의 노력을 반영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 혹은 기술 혁신이 반드시 더 높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건 아니다. 신제품 개발의 역사는 신기술의 도입이 반드시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혁신적 신제품을 정의하는 두 번째 축으로 시장측면에서의 혁신(market breakthrough)이 강조되고 있다.

 

시장 혁신은 신제품이 기존 제품과 비교해 고객의 필요를 더 잘 충족시키는 경우다. 레이캅코리아는청소라는 보편적 편익을 추구하기보다 이불 먼지 및 진드기 제거라는 구체적 편익에 집중함으로써 기존 청소기가 간과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장혁신을 이뤄냈다.

기술 혁신과 시장 혁신의 결합이 신제품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새로운 기술에 고객의 필요를 간파한 아이디어가 더해진 상품은 짧은 시간에 고객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시장 혁신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기술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 혁신은 지속적인 시장 혁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신제품을 혁신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하도록 돕는다. 기술 혁신을 동반하지 않은 시장 혁신은 위험하다. 시장 혁신만으로는 경쟁사들의 모방 등 경쟁에 매우 취약하게 되며 지속적인 성과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레이캅코리아는 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집 먼지, 알레르기 등의 문제를 UV 살균, 진동, 흡입 등에 대한 요소 기술들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기술 혁신과 시장 혁신을 성공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둘째, 실제 현장에서관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소비자의 필요는 신제품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소비자의 필요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 스스로도 어떤 제품,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점진적 혁신의 경우 고객의 의견이 신제품 개발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제품과의 연속성이 낮은 혁신적 신제품의 경우 고객이 신제품에 대한 의견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은 각자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스마트폰의 필요성, 구현돼야 할 기능 등에 대한 의견을 내기는 매우 어렵다.

 

레이캅코리아의 경우도 기존 청소기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설문조사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효과적인 신제품 개발 방법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소비자들의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잠재적 필요를 구체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마케팅 연구들은 기존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형성 및 이들과의 상호작용에 의존하는 것이 혁신적 신제품의 개발 및 사업화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의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가 관찰이다. 먼저 제품개발 과정에서 이성진 대표가 알레르기 환자들에 대해 가졌던 지속적인 관찰과 학습은 시장에서 새로운 기능의 청소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토대가 됐을 것이다. 관찰을 통해 이 대표는 소비자들의 잠재적 필요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일본 시장에 진입할 때 현지 소비자들이 어떤 청소기를 원하는지 묻기보다는 일본의 기후, 가옥구조, 주거문화, 사람들의 행동 등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일본 소비자들의 잠재적 필요를 효과적으로 정의하고 구체화할 수 있었다. 레이캅코리아의 사례는 고객의 행동과 환경을 관찰함으로써 고객이 미처 정의하지 못했던 문제와 필요를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관찰이 혁신적 신제품 개발에 핵심 요소가 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셋째, 혁신적 신제품의 경우 높은 고객 가치가 있더라도 소비자들의 저항을 받기 쉽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과 기능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불 청소, 살균기능 등 기존 청소기와 다른 새로운 기능의 도입은실제로 그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 ‘어떤 장점이 있을지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확실성을 높이며 제품에 내재된 가치의 평가를 어렵게 한다. 또 햇볕에 널거나 물로 세탁하는 이불 청소 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함으로써 기존 방식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위험을 갖고 있다.

 

레이캅코리아가 강조한 판매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정보 전달, 소비자 교육 등과 같은 노력은 혁신적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을 극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은 유통업체들과의 관계설정 및 협상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에이전트가 효과적인 유통채널이 될 수 없음을 파악하고 일본 내 양판점과 직접 계약한 것은 혁신적 신제품의 효과적인 유통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레이캅코리아와 같이 신규 시장진입 업체의 경우 혁신적 신제품에도 불구하고 유통 및 판매가 지연될 경우 제품의 모방 및 기존 유통망의 활용이 가능한 기존 기업들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신규 시장진입 업체들은 이 점을 유의하고 효과적인 유통 전략을 짜야 한다.

 

넷째, 레이캅코리아의 사례는 제품 중심(product-oriented) 마케팅과 시장 중심(market- oriented) 마케팅의 차이를 보여준다. ‘침구 살균청소기이불 전용 진드기 클리너라는 제품명을 비교해보자. 전자는침구 살균이라는 제품의 기능에 초점을 둠으로써 제품 중심의 접근을 했다. 반면 후자는진드기 제거라는 침구 살균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보다 초점을 두는 시장 중심의 접근을 취했다.

 

제품 중심의 접근은 제품의 기술, 기능 등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기업 내부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 및 제품 관리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중심의 접근은 제품 구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내부적 관리를 어렵게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실수를 범한다. 비록 시장 접근의 중심은 제품 구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내부적 관리를 어렵게 하지만 기술의 작동방식에 상관없이 실제 고객이 얻게 되는 편익을 보다 명확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소비자의 제품 이해가 부족한 혁신적 신제품의 경우 제품 중심의 접근보다는 시장 중심의 접근이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사례가 될 수 있음을 레이캅코리아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이종국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jongkuk@ewha.ac.kr

 

 

 

이종국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를 마쳤다. 일리노이 주립대에 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여화여대 경영학과에 재직 중이다. B2B마케팅, 국제마케팅 분야를 주로 강의 및 연구하며등에 논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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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대표는침구 청소기’ ‘이불 전용 진드기 청소기라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기존에 없던 시장을 창출했다. 지금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미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의사라는 직함 대신 사업가로의 도전을 택한 이유는사회에 공헌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열망 때문이었다.

 

 

의사를 그만둔 데에 대한 후회는 없나.

전문의 자격증을 따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를 그만뒀다. 처음에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미쳤나” “왜 보장된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가” “망해서 다시 병원에 와도 안 받아주겠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매일같이 쓴소리를 들었다. 어머니도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포기하는 대신 직진 돌파를 택했다. ‘안정된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새롭게 꿈꾸는 이 일에 도전해서 반드시 성공을 거두자라고 의욕을 곱씹었다. 나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다시 돌아갈 다리를 불사르고 나온 것이다. 한국은 전문의가 아니면 의사로서 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사업을 하면서다시 의사를 하겠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경험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지금도 제품을 만들 때는 늘 의사, 전문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다른 사업가들이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레이캅코리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사인 볼트와 같은 선에서 달리기를 하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똑같이 경쟁해서 레이캅코리아가 이기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그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게 레이캅코리아가 해야 하는 일이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지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을 생산해서 니치마켓을 만들고, 그것을 확대시켜 1등을 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글로벌 가전기업이 중소기업보다 풍부한 자금과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우리의 역량을 온전히 침구 살균청소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은 대형 가전을 비롯해 수십 가지의 제품을 만든다. 이런 환경이라면 레이캅코리아 같은 중소기업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기업들도 침구 청소기를 만든다며 따라오기도 하지만 사실상 우리만큼 기술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이런 측면에서 열심히 연구개발(R&D)을 한다면 침구 청소기 분야에서 레이캅코리아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전의 전략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다.

 

사업 철학은 무엇인가.

‘반드시 사회에 공헌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를 그만두자고 마음먹을 때도, 한때 사업이 어려울 때도, 그리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이런 제품을 만들어야만 우리 기업이 존재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레이캅코리아의 제품을 통해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이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다. 회사를 키워서 단순히 돈만 많이 벌자는 게 내 목표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레이캅코리아의 제품을 통해 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더 쾌적하고 활력 있는 삶을 누리길 원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침구 청소기 분야만 중점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업처럼 냉장고, 세탁기 등의 대형 가전제품을 우리도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숙면과 관계된 제품이다. 침구 살균청소기 전문기업인 만큼은 우리의 기존 제품 및 콘셉트와 연결성이 강하다. 사람들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군을 계속 창출해나갈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존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다.

 

기존에 있는 제품을 베껴봤자 출혈경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오리지널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이렇게 돼야 레이캅코리아의 직원들도 자부심을 갖고 더욱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영업직원들도우리 회사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해가 아니라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조직원과 힘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한 회사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다른 회사가 하는 것처럼 숫자를 보고, 숫자만 믿고, 숫자로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의사로서 남들보다 새로운 관점을 갖고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라 여러 관점에서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모으려고 한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인수합병(M&A)도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열정이 있고 창의적인 사람을 모아 건강가전을 만드는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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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캅코리아의 전신은부강샘스. 부강샘스는 이성진 대표의 부친 이하우 레이캅코리아 회장이 1978년 세운 기업이다. 자동차의 부품과 전자부품 사업이 주력 사업이었다. 2005년 이 대표가 부강샘스에서 건강가전사업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침구 살균청소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침구 살균청소기인레이캅이 부강샘스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하면서 2014년 사명을레이캅코리아로 바꿨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