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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Thinking

개척하는 탐험, 개선하는 활용 장수기업 DNA엔 균형의 미덕이 있다

허문구 | 188호 (2015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현재의 성과 개선에 초점을 둔 활동을 활용(exploitation)이라고 한다. 활용의 결과는 확실하고 즉각적이어서 당장의 성과에 기여한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활동은 탐험(exploration)이라고 한다. 탐험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실험과 실패, 시행착오와 위험감수를 수반한다. 탐험의 결과는 불확실하며 결실을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활용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기보다는 자기에게 성공을 안겨준 기존 방식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져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활용과 탐험의 균형이 적절해야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장수하기를 원한다. 사람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불확실성이 심해지면서 기업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왜 그런가? 첫째, 성공의 역설이다. 환경이 바뀌면 성공의 원동력이 됐던 핵심역량이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실패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 단기 성과 향상을 위한 활동과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활동이 종종 상충되기 때문이다. ‘핵심 역량이라는 개념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도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미래를 위한 경쟁>에서 현재를 위한 경쟁과 미래를 위한 경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의 성과 개선에 초점을 둔 활동을 활용(exploitation)이라고 한다. 현재의 강점이나 기존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기존 사업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한 활동은 대부분 활용의 범주에 들어간다. 자동차 회사에서 부품조달 프로세스를 개선해 물류비나 재고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도장기술을 통해 자동차의 도장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 등이 이에 포함된다. 활용은 현재를 위한 경쟁이다. 활용의 결과는 확실하고 즉각적이어서 당장의 성과에 기여한다.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본 새로운 투자나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지지 못한 새로운 역량이나 기술을 갖기 위해 애써야 한다. 가솔린 자동차를 만드는 자동차 회사가 전기자동차나 무인자동차 개발에 자금과 인력을 투자하는 이유도 미래를 위해서다. 이처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활동을 탐험(exploration)이라고 한다. 모험가나 탐험가처럼 기업의 미래를 개척해나간다는 의미다. 따라서 탐험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실험과 실패, 시행착오와 위험감수를 수반한다. 탐험의 결과는 불확실하며 결실을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탐험은 미래를 위한 것이지만 현재의 비용을 증대시켜 단기 성과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 1)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많은 기업들은 활용지향적인 특성을 보인다. 미래를 위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PC IBM, 복사기의 제록스, 사진 필름의 코닥, TV의 소니 등은 한때 해당 분야의 대명사처럼 여겨진 기업들이다. 하지만 현재는 해당 사업 분야에서 완전히 철수했거나 혹은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성공을 낳았던 요인들에 대한 활용에만 치우쳐서 새로운 역량의 개발이나 혁신과 같은 탐험 활동에 주저했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시대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시장 구도가 바뀔 것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다. 내부적으로 디지털카메라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필름 카메라 시장에서 자신의 압도적 지위를 더 누리기 위해 디지털카메라 시장으로의 진입을 머뭇했다. 이 와중에 캐논과 같은 기업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과감히 진입해 확실한 시장 지위를 구축하게 됐다. 활용에 치우치다가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많은 성공기업은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강점을 활용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다가 기술이나 시장의 새로운 변화에 제때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한다. 이를성공의 역설(paradox of success)’이라 하며 활용 중심 조직의 한계라 하겠다.

 

지나치게 탐험 지향적인 조직도 흔히 볼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창업한 많은 벤처기업들이 초기의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는 경우는 흔하다. 이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같은 혁신 활동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탐험의 결과는 불확실하며 위험이 따르고, 그 결과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 이에 따라 단기 성과에 문제가 생겨서 당장의 생존이 어렵게 된다.

 

벤처기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기술적 능력을 과신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만 매달리다가 그 성과를 누리지도 못한 채 사라진 기업들도 있다. 최고급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잘 알려진 롤스로이스는 한때 항공기 엔진제조업체로서도 세계적 명성과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기술에서는 GE 등 경쟁사보다 더 뛰어났다. 그러나 새로운 제트엔진 개발 등과 같은 지나치게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만 치우치다가 1971년 도산했다.1 태양을 향해 끝없이 날아오르다 에게해로 추락한 이카루스(Icarus)와 같은 경우다. 탐험 일변도의 활동은 기업의 단기적 생존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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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문구moongoo@knu.ac.kr

    - (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 포스코 경영연구소 센터장 역임
    - 포스코 자문위원 역임
    - 한국전략경영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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