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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비용과 신뢰 자산

김남국 | 189호 (2015년 11월 Issue 2)

 

고전 경제학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결정되고 거래가 이뤄진다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시장 거래는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수석연구원은 성냥팔이 소녀 사례로 이런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성냥팔이 소녀가 살았을 당시에는 라이터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냥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가 있었지만 현실에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고 소녀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경제학적 이유는 바로거래비용(transaction cost)’ 때문입니다. 거래 비용은 성냥의 가격이 아니라 성냥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비용, 거래 상대방과 협상하는 비용, 거래가 이뤄진 후 거래 내용을 실제로 이행하게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성냥팔이 소녀는 거래 상대를 찾지 못해 비극을 경험하고 말았습니다.이런 비용이 많아지면 기업들은시장 거래(buy)’를 포기하고 해당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내부화(make)’ 결정을 하게 된다는 거래비용 이론은 사회과학 연구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시장경제의 근간인 거래를 가로막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유통업, 금융업 등이 거래비용을 줄이면서 거대한 시장을 창출한 사례입니다. 최근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공유경제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낯선 이와의 거래를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전통적인 사업 모델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거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무엇일까요. 단연 신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믿을 수 있다면 협상 및 거래 이행과 관련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줘서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감소합니다. 영민한 플랫폼 비즈니스 설계자들은 온라인이나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거래 상대방 탐색, 거래조건 협상, 거래 이행 등의 절차를 기막히게 설계하면서 신뢰성을 극대화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업의 전설들이 전하는 노하우도 고객의 마음을 얻는 신뢰감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보험가입 절차를 마무리하면 갑과 을이 뒤바뀝니다. 그전까지 간이라도 내줄 것 같던 영업사원은 보험증권을 전달하고 나서 고객과 관계가 소원해지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번 스페셜 리포트 인터뷰 코너에서 노하우를 밝힌 보험 영업의 달인은 보험증권을 전달하면서 금으로 만든 명함을 주며 항상 지니고 다니다가 언제든지 일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고 말한다는군요. 고객에게 보험 상품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서 마음을 얻는 전략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거래비용이 사라지고 신뢰가 형성되며 지인을 소개해줘 새로운 고객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영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고객 경험이 부상하는 시대에 영업사원들의 역량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극심한 경기불황을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도요타의 핵심 경쟁력이 사실 영업에 있다는 코너의 기사도 이런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영업의 핵심 자산인 신뢰를 무기로 한 영업 노하우를 집약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토대로 불황과 저성장을 돌파하기 위한 영업력 강화 솔루션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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