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Thinking

빨리 쫓아만 가던 시절은 끝났다 환경변화 감지능력이 1등 만든다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은 기업이 보유한 자원이나 능력을 상황에 따라 변혁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동적 역량은 환경의 감지, 기회의 포착, 변혁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된다. 뛰어난 기회 포착 능력으로 추격자에서 어느덧 선도자그룹의 반열에 올라선 국내 기업에 현재 필요한 것은 환경감지 능력이다. 더 이상 예전의 팔로어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누구보다 빨리 환경의 변화를 알아채고,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창출하고,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1등이 될 수 있다.

 

경영전략은 기업 성공의 원천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기업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연구한다. 많은 기업이 쇠퇴하는가 하면 세상이 바뀌어도 오래도록 살아남는 장수기업도 있다. 무엇이 다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최근의 경영전략 이론은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이 중요하다고 본다. 동적 역량이란 기업이 가진 유무형의 자원과 능력을 환경 변화에 따라 변화시키고 재구성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는 핵심역량과는 다르다. 성공의 원천인 핵심역량은 환경이 바뀌면 실패의 이유가 된다. 반면 동적 역량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기업이 보유한 자원이나 능력을 상황에 따라 변혁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동적 역량의 구성

동적 역량은 환경의 감지, 기회의 포착, 변혁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환경감지(sensing) 역량은 환경의 기회와 위협을 규명하고 분석·평가하는 힘을 말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능력도 포함한다. 애플이 아이팟을 개발하면서 음원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음반회사를 설득해 아이튠즈를 만든 것이 좋은 예다. 아이팟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튠즈라는 보완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초기 성공도 애플이 구축한 앱스토어의 기여가 컸다. 이처럼 환경 감지역량은 환경의 기회를 활용하거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비즈니스 생태계를 형성하고 구축하는 전략을 포함한다. 기술적 기회의 탐색, 고객의 기호와 시장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조사,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에 대한 탐색 등이 환경감지를 위한 활동이다.

 

 

환경감지 역량은 대체로 기업가적 통찰력과 비전을 필요로 한다. 커피가 일상화된 미국 시장에서 에스프레소 커피 체인의 가능성을 인식한 것은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가진 시장에 대한 통찰과 비전이었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한 밑바탕에는 인터넷 발전에 따른 온라인 서점의 가능성에 주목한 제프 베조스의 기회 감지 역량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성공에도 아이폰의 출시에 따라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가능성에 먼저 주목한 김범수 의장의 기회 감지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둘째, 기회포착(seizing) 역량은 환경의 기회에 부응해 자원을 동원하고 이를 통해 가치를 포착하는 역량이다. 기술과 제품특성의 선택,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 그리고 이를 위한 자원의 동원과 투자가 이 단계의 특징이다. 기회포착 활동은 주로 언제, 어느 분야에, 얼마나 자원을 배분하고 투자할 것인가 하는 결정과 관련된다.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의 기회가 감지되면 기업은 신제품이나 서비스, 새로운 공정 등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제품개발이나 상용화 과정에 대한 자원 할당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특히 자원 동원과 투자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기회를 감지하더라도 제대로 된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투자에 실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표준 기술이나 제품-이 등장하면 기업의 선택범위는 훨씬 좁혀진다. 대체로 국내 기업들은 지배적 디자인이 등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위너가 등장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과감한 투자 의사결정을 하고, 이후 자원을 총동원해 시장에서 창출되는 가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선택해 왔다. 소위스피드 경영은 우리 기업의 기회포착 역량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례다.

 

 

 

전자산업에서 삼성, LG의 선전에 밀려 일본 기업이 몰락한 것은 기회포착 역량의 차이 때문이다. 앞선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자원을 동원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투자 의사결정과 타이밍 측면에서 소니, 마쓰시타, 히타치 등은 우리 기업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국내 기업들의 수직계열화된 사업구조도 신속한 기회포착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품 생산의 수직적 가치사슬 단계를 조직 내부로 통합하면 조정이 용이해지므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이뤄질 수 있다.

 

셋째, 변혁(transforming) 역량은 기업이 구축한 자원과 역량을 재구성하고 변혁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기회의 감지와 포착을 통해 기업이 성공을 거두면 기존 자원과 역량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성공은 규칙적인 루틴을 잉태하며 루틴은 운영효율성을 높인다. 따라서 루틴은 환경의 큰 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성공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파괴적 기술이나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과 같이 급격한 환경변화나 급진적 기회는 기존 시장을 재정의하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원과 역량을 필요로 한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음반기업 EMI가 다운로드와 파일 공유 중심의 변화된 음악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기존 역량과 루틴이 더 이상 새로운 환경에서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졌던 노키아의 실패는 스마트폰 시장에 맞게 자신의 역량과 프로세스를 재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변혁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갱신할 수 있는 루틴과 역량을 갖추거나 아니면 간헐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자와 같은 방법은 개인의 자율과 혁신을 중시하는 유연한 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택하고 있는 방법이다. 후자와 같이 간헐적으로 혁명적 변화를 통해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예로서는 루 거스너가 주도한 IBM의 회생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 기업들은 전자처럼 혁신적인 문화를 가지고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후자와 같이 주기적으로 급격한 변혁을 추구하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오너나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톱다운 방식으로 조직 변혁을 이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삼성의 신경영은 이건희 회장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 정몽구 회장이 주창한품질경영도 현대자동차의 변신을 이끌었다.

 

국내 기업의 동적 역량

우리 기업들은 동적 역량의 세 요소 중 어떤 역량이 가장 강한가. 그동안의 발전과 성장은 주로 어떤 역량을 바탕으로 이뤄졌는가. 단연 기회포착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살펴보자. 삼성은 피처폰 시장에서 세계 2위였지만 피처폰의 다음 단계가 무엇이 될지 몰랐다. 반면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고 있었다(노키아는 일찍이 Nokia 9000 커뮤니케이터라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애플은 아이폰의 성공으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삼성은 피처폰 시장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그룹 차원의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스마트폰 개발에 전력투구했다. 그 후 갤럭시S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애플의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다른 기업이 기회를 먼저 감지하고 이에 대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 후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면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실행력을 통해 선발 기업을 맹추격하는 삼성의 성공 DNA가 휴대폰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서 과감한 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수직적 명령 체계와 상명하복에 기반한 빠른 실행력, 이를 뒷받침하는 경영시스템 등 삼성이 자랑하는 소위 스피드 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기회포착 역량이 강한 것은 우리 기업의 성공 DNA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후발기업의 이점 덕분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선발기업은 성공을 보다 오래 지속하기 위해, 그리고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피하기 위해 기존 강점을 해체하는 역량파괴적 혁신(competence destroying innovation)을 꺼리게 된다. 반면 현 시장에서 위상이 취약한 후발기업에 환경의 불연속적 변화는 선발기업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따라서 야심만만한 후발 기업이라면 이런 불연속적 환경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기술에 과감하게 배팅을 하게 된다. 삼성과 LG TV 시장에서 소니를 추월한 것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덕분이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의 기업들이 모두 이런 경로를 거쳐 성공을 거뒀다. 우리 기업의 성공에 유독 과감한 투자, 공사 기간 단축, 일사불란한 조직력, 실행 중심 등의 수식어가 따르는 것은 후발기업으로서 주어진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활동에 경영의 초점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자라의 성장은

고객의 기호에 대한

신속한 분석과 평가

(신속한 환경 감지)

이를 반영한 빠른 제품 출시

(기회 포착)가 조화를 이룬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에 가장 취약한 역량은 무엇일까? 남보다 앞서 환경의 기회를 인지하고 평가하는 환경감지 역량이다. 국내 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시장과 기술의 기회와 위협을 스스로 규명하고 평가할 필요가 없었다. 추격 단계에서는 우리가 추격하고 모방할 대상이었던 선진 기업들의 발전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추격 방법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수요나 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감지하는 활동은 전적으로 선발기업의 몫으로 맡겨 뒀다. 선발기업들이 환경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비용과 위험, 그리고 불확실성이 큰 활동에 몰두할 때 국내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확실성만을 효율적으로 추구하면 됐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의 발전과정이 그렇고 삼성전자도 TV나 반도체에서 일본 기업을 따라잡기까지 이런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의 성공 DNA에는 선제적으로 환경의 기회를 규명하거나 평가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역량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방에서 혁신으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개척자(pioneer)로 변해야 한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이유는 국내 기업의 DNA에 환경감지 역량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의 기회와 위협에 대한 감지를 다른 기업에 맡겨두는 전략은 이제 우리 기업들에게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첫째, 성장 단계 측면에서 우리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모방과 추격단계를 지나 선진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해야 할 단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글로벌 5위까지 부상한 현대자동차가 도요타나 폴크스바겐의 뒤만 따라간다면 추월은커녕 현재의 지위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폰 산업의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애플의 뒤만 좇는다면 오히려 중국 기업들로부터 추월당하게 될 것이다. 이미 샤오미, 화웨이 등은 중국 시장에서 삼성을 추월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넘어선 세계 최대의 중국 시장에서 수요는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형 시장으로 빠르게 나눠지고 있는데 갤럭시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제품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둘째, 많은 산업군에서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환경감지 역량과 환경포착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시장을 만들고 환경변화가 빠른 패션 시장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자라(Zara)가 좋은 예다. 자라는 수백 명에 달하는 디자이너들이 세계 주요 도시의 길거리에서 직접 고객의 기호 변화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이를 즉시 디자인에 반영한다. 불과 2∼3주 만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또 전 세계 매장에서도 고객이 옷을 입어본 후 구매하거나 또는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즉시 제품 디자인에 반영한다. 이처럼 자라의 성장은 고객의 기호에 대한 신속한 분석과 평가(신속한 환경 감지) 및 이를 반영한 빠른 제품 출시(기회 포착)가 조화를 이룬 결과다. 환경의 기회나 위협에 대한 신속한 감지 없이 기회 포착만으로는 급변하는 환경을 따라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셋째, 빠른 추종자 전략이 규모의 경제와 대규모 투자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모든 산업 분야에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산업 등 새로운 산업에서는 빠른 추종자 전략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안팎에서 제기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2008년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발족했다. MSC는 사장이 관장하는 조직으로 NHN, KT, IBM 등 국내외에서 우수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거 영입하는 등 전사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자책, 음악, 메신저 등의 신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2014년 말 조직이 해체됐다.

 

넷째, 불연속적인 환경 변화가 일상이 되는 상황에서 창조와 혁신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제 효율성 경쟁은 한계에 다다랐다. 환경의 기회를 선점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와 혁신의 시대에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효율성을 바탕으로 선발자를 추격해 가치를 포착하는 방법은 그 대가도 작을뿐더러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없다. 이미 시장을 창출한 기업과 기존 시장에 뛰어들어 선도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나눠가지려는 기업 간에는 성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생한 전체 영업이익은 210억 달러 규모다. 이 중 93% 194억 달러를 애플이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18억 달러의 영업이익으로 9%를 차지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2%, 나머지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0%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시장을 창출하고 선도하고 있는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시장에서 창출되는 전체 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 스마트폰 시장은 시장에서 창출되는 가치의 10% 놓고 안드로이드 진영인 삼성, LG와 중국 및 여타 기업들이 나눠가지려는 경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급속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세 가지 동적 역량이 모두 중요하지만 큰 가치를 창조하는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환경 감지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커피 시장에서의 스타벅스, 온라인 쇼핑몰의 아마존, 인터넷 산업에서의 구글, 전기자동차를 통해 이미 빅 3 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기업가치를 추월한 테슬라 등은 모두 환경감지 역량을 바탕으로 기회포착 역량을 결합한 예다. 최근 테슬라는 배터리 개발을 통해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혁신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환경감지 역량을 바탕으로 기회를 선점하는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현상이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다.

 

환경감지 역량이 결여된 채 기회포착 역량만으로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후발기업들이 급속히 추격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국내 대기업들의 상황을 보면 아직도 길이 멀게 느껴진다. 소위 신수종 사업 분야를 선정하면서 향후 시장 규모가 얼마에 달할 것이라는 등과 같은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신사업 분야에도 여전히 기존 방식을 적용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전에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아이폰 개발에 몰두했는가?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세계 전기 차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는가?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어떤가?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수요 예측은 필요하며, 또 가능하지만 아직 형성이 안 된 시장의 수요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환경을 감지한다는 것은 가능성을 읽고 스스로 시장을 창출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신사업과 성장의 돌파구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국내 기업 중에서 이런 인식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부족한 환경감지 역량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앞선 기업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모방과 기회 포착에 바탕을 두고 경쟁력을 키웠다. 그러나 모방과 추격만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기 어려우며 오히려 중국 등 후발기업에 빠르게 추월당할 것이다. 이제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파이어니어가 돼야 한다. 파이어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먼저 환경의 기회를 감지하고 이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기업이 되기 위한 첫 단추는 경쟁자보다 빨리 환경의 기회를 감지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경감지 역량을 키워야 한다.

 

다음 원고에서 환경감지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허문구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moongoo@knu.ac.kr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전략 및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센터장과 자문위원을 거쳐 한국전략경영학회장을 지냈다. 경북대 우수강의상과 매경우수논문상, 한국인사조직학회 최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전략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그만큼 몰이해와 오해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7호 New Look at Gen X 2022년 06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