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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시장·비시장 전략은 하나다

문정빈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기업은 시장 내 존재인 동시에 사회의 일부이기도 하다. 시장 밖에 존재하는 각종 정치적인 이익단체들, 사법 체계, 비정부단체, 대중과의 관계, 언론과의 관계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비시장전략이란 이러한 시장 외적 요소들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비시장전략의 일반적 분류법은 다음과 같다.

1) Political Strategy(정치전략)

2) Legal Strategy(법률전략)

3) Media Strategy(대언론전략)

4) Sustainability Strategy(지속가능성전략)

 

이 같은 비시장전략들은 각각 별개로 수립·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타의 시장전략, 전략적 CSR 등과 어우러져 하나의통합전략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정준(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정부와 MOU를 맺고 인도 오디샤 주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소위대박 신화가 예상됐던 이 계약은 세간에 많이 알려진 대로 엄청난 난항을 겪게 된다. 계약이 이뤄지던 당시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20억 달러(한화 13조 원) 규모로 연간 8000 t 철강 생산을 위한 해외직접투자 계획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오디샤 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1800여 개의 일자리, 유관산업까지 포함하면 약 4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 정부는 현지 철광석 광산에 대한 독점 채굴권을 약속하고 포스코에 인근 항만을 전용항만으로 이용하게 해주겠다는 제안까지 한 상태였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됐다. 문제의 시발점은주민 이주이슈였다. 포스코는 지역 숲을 개간해 공장을 만들 생각이었다. 실사를 통해 약 400가구 정도가 공장 건설 예정 지역에 살고 있음을 파악했고, 포스코는 이들에 대한 이주·보상 대책을 마련 중이었다. 하지만 인도는 한국과 달랐다. 이사와 동시에 전입신고가 이뤄져 동사무소 차원에서 전체 주민 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였다. 막상 이주 계획을 집행하려고 하니 진짜 거주 가구 수는 1500가구로 무려 4배였다. 오디샤 주 정부에서 약속한 철광석 채굴권 역시 당황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주 정부가 채굴권을 약속한 광산에서 나는 철광석 품질은 포스코의 기준에 못 미쳤다. 포스코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은 곧바로 수출하고 동일한 양의 고품질 철광석을 수입해 철강 생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주민 이주 문제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면서 야당이 개입하고 여론이 악화됐다. 포스코의 모든 계획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선거를 앞두고 있던 주 의회 야당은 포스코의 철광석 채굴과 수출 계획을 문제 삼아외국 기업이 우리 주에 들어와 소중한 인도의 천연자원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기로 했고 주 정부가 이를 묵인했다고 공격했다. 이 같은 선동은 이주·보상 문제로 불만이 쌓이던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먹혀들었고 주 정부 집권 여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위기에 처했다. 강력한 중앙정부의 지원에 익숙했던 포스코는 당황했고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분쟁해결을 위해 법원을 찾았지만 인도 법원은 간단한 분쟁 조정도 평균 4년 이상 걸리기로 악명이 높았다. 포스코의 계획대로라면 2012년에 이미 철강 생산이 시작됐어야 했지만 2014년 현재 공장 건립조차 요원한 상황이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 국빈 방문 도중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10년간 난항을 겪어온 이 문제를 협의했다. 대다수 언론은 이를 계기로 포스코의 어려움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지만1  아직도 많은 변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라는 국가의 특성상 각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과 역학관계, 정치적인 지형 등비시장적 이슈가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시장에서 경쟁자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나름의 해법과 전략을 찾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에 오를 정도가 됐다. 해외 투자와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도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지 등에 대한 노하우도 상당히 많이 축적돼 있다. 하지만 포스코 사례처럼 해외 진출국에서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 언론, 대중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솔루션은 부족한 상황이다. 비단 해외에서뿐만이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시장적 이슈가 기업의 시장성과를 갉아먹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지난해 봄대리점주에 대한 막말파문으로갑을관계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양유업 역시 비시장전략의 실패 사례로 볼 수 있다. 남양유업은 단순한 이미지 실추를 넘어 창사 이래 최초로 작년에 당기순이익과 매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파리바게뜨라는 점포명으로 3000여 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던 SPC그룹 역시 갑작스러운 (제과점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출점제한, 그에 이어진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 정치권의 골목상권 보호 논리 등에 휩싸여 작년 내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SPC의 경우 적극적인 언론 대응은 물론 가맹점주와의 오해 해소 및 관계강화, 해외진출 전략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이제비시장전략은 기업에 있어시장전략이후에 고민해야 할 그 무엇인가가 아니라 시장전략과 함께 혹은 전체 통합 전략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수립돼야 할 핵심 이슈다.

 

1. 왜 비시장전략인가?

비시장전략의 필요성과 함의를 언급하기 전에 비시장전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히 하도록 하자.

 

기업을 둘러싼 직접적인 환경, 1차적인 환경은시장 환경이다. 여기에는경쟁자’ ‘고객’ ‘협력업체’ ‘피고용인’ ‘자본을 제공하는 투자자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업은 시장 내 존재인 동시에 사회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장 밖에 존재하는 각종 정치적인 이익단체들, 사법 체계, 비정부단체, 대중과의 관계, 언론과의 관계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비시장전략이란 이러한 시장 외적 요소들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림 1>은 기업이 처한 비시장 환경을 잘 보여준다.

 

그림 1 기업의 비시장 환경

 

 

비시장전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데이비드 바흐 교수는 보통 자신의 강의에서호수 옆 공장들의 폐수배출 경쟁사례를 통해 비시장전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2  아주 단순한 게임의 논리다. 한 호수를 둘러싼 8개의 공장에서 경쟁자와의 협력이나 협상 없이 단기적 성과를 위해 폐수를 방출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당장의 이익을 얻거나 혹은 단기적인 손해를 없앨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호수 전체가 오염돼 모든 공장이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호수 오염으로 더 이상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민단체의 반발, 윤리적 소비 운동, 정부 규제 등으로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서는 엄청난징벌적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처럼 한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이익은 반드시단기적 성과의 총합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장에서의 단기적 성과에 대한 집착은 장기적인 생존위협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시장 자체 역시시장실패의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으며 2008년 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인식은 더 강하게 퍼진 상태다. 효율적이라 믿었던 시장이 비효율성을 보였을 때 정치적 압력, 사회적 압력, 정부기관의 규제, NGO의 운동 등이 시장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일어난다. 따라서 기업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영업상의 곤란이나 성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해야 한다. 또 이런 영향을 차단 또는 완화할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바흐 교수 등 비시장전략 연구자들에 따르면 비시장전략의 중요성이 큰 산업이 있는 반면 그 중요성이 덜한 부문도 분명히 존재한다. 전력, 수도, 통신 같은 국가 기간산업에 속하는 기업들, 금융, 교육, 의료, 방송 등 공공성이 큰 산업에 있는 기업들, , 담배, 도박 등 사회적으로 통제되는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의 경우 비시장전략의 중요도는 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산업 이외에 속한 기업들 역시 비시장전략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선언했던 전임 대통령의 말처럼 기업이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그 결과 점차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기업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그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또한 1970년대 베트남전 반대 운동 과정에서 종교단체 중심으로 시작된 미국의죄악 주식(, 담배, 도박 관련 산업)’ 불매운동, 연기금 등의사회책임투자’ 확산과 성공 등은 기업의 대사회적 관계 강화와 비시장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했다.

 

비시장전략은 크게 대관업무 등을 포함하는 정치전략(Political Strategy), 사법체계를 기업의 경쟁력에 활용하는 법률전략(Legal Strategy), 언론과 대중을 대상으로 한 대언론 전략(Media Strategy), 마지막으로 환경적, 운영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지속가능성 전략(Sustainability Strategy)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비시장전략과의 별개 차원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통합적으로는 비시장전략의 일부로도 취급되는 CSR과 윤리경영의 영역도 존재한다. 본고에서는 각각의 영역에 대한 간략한 사례 제시와 설명을 통해 비시장전략 전반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2. Political Strategy

정치전략(Political Strategy)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혹은 개별 정치/이익단체를 대상으로 그들의 개입이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다. 또한 그들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업의 활동과 수익, 이익을 유지, 또는 창출하려고 하는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전략은 크게 Public Politics(공공 혹은 공식적 정치영역)에 대한 전략과 Private Politics(사적인 이익집단 정치)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전략으로 나뉠 수 있다. 대관업무 등을 포괄하는 Public Politics는 합법화된 로비나 각종 공식화된 활동을 통해 추진할 수 있어 비교적 용이한 반면 Private Politics는 그 이해관계의 복잡성으로 인해 전략수립과 실행이 좀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책변화와 기업의 정치전략참조.)

 

1) Public Politics(공식적 정치영역)

 

“우리는 진입하는 국가마다 법률을 제정하고 정비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인다.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서 애써왔다.”

 

이는 예전 글로벌 통신기기업체의 CEO가 재직 당시 직접 했던 말로서 공식적 정치영역에서의 정치전략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영역에서의 정치전략은 법률과 규제 같은 것들을 기업에 우호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한 전략이다. 첨단기술이 활용되는 산업들의 경우에는 기업이 정부나 관료, 의원들보다 해당 분야에 대해 더 많은 지식과 역량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기술이 법령을 선도하는 현상이 자주 벌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업들은 국회의원이나 규제기관의 담당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만약 경쟁기업보다 유리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기술표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통신, 전자, 컴퓨터 보안 등의 산업에서 경쟁업체 간의 표준화 경쟁이 정부의 결정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일례로 한국의 2세대 이동통신이 CDMA 동기식을 채택해 사용했다가 3세대에 와서 선도사업자는 유럽식 (비동기식) W-CDMA로 이행한 데 비해 후발주자는 동기식 CDMA2000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서 1위와 2·3위 업체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경우가 있다.

 

에코매지네이션을 실행하는 GE 역시 이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부 지원과 유리한 규제를 얻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세제 혜택을 포함한 유리한 정책이 많이 형성됐다. 한편 미국의 총기 규제는 일련의 충격적인 총기사고 이후에도 미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에 가로막혀 의회에서 아무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는 사회적으로는 논란거리지만 총기 업계의 입장에서는 성공한 정치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카지노 베네치안(the Venetian)을 소유한 억만장자 셸던 애덜슨은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정치자금으로 9200만 달러( 1000억 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기록됐다. 그가 필사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이슈는 인터넷 도박의 금지 및 규제다. 도박 산업의 큰손인 그가 잠재적 위협인 인터넷 도박 산업 억제에 큰 가치를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공식적 정치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공식적 정치영역에서의 정치전략 수행, 대관업무 이외에도공식적 정치영역에서의 전략 실행을 위한 비공식적 활동도 가능하다. 국내 한 대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이를 적절히 실행하고 있다. 이 기업은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명성이 높은데 필요에 따라 영향력이 큰 정치인의 지역구에 활동을 집중하기도 한다.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고 장학금 등의 지원활동을 하면서이 지역 정치인의 관심과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정보를 흘린다. 지역구민들의 해당 정치인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고 그 정치인은 이 기업의 대관업무에 조금이라도 더 협조적이 된다.

 

2) Private Politics(사적정치 영역)

 

사적정치 영역에서의 정치전략이란 NGO, 비정부기구, 운동단체 등의 움직임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냐의 문제로 합법적인 로비, 공식·비공식 대관업무를 통한유리한 규제 설정이나규제 완화전략에 비해 매우 복잡한 성격을 갖는다. 영국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의브렌트 스파 플랫폼 해체 과정사적정치 영역에서의 정치전략 실패의 고전적 사례로 꼽힌다.

 

 

1995, 로열더치셸은 북해 유전의 오래된 플랫폼브렌트 스파를 퇴역시키기로 결정했다. 거대 구조물을 영국까지 가져와 해체할 것인지, 아니면 청소를 깨끗이 한 뒤 가라앉힐 것인지를 고민하던 이 기업은 영국 정부의 협조 속에 환경문제를 포함한 비용-편익분석을 했고 결국 북해에 그대로 가라앉히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 사실이 글로벌 환경 단체이자 정치세력인그린피스에 알려졌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보트를 타고 카메라 기자들과 함께 브렌트 스파에 접근했고 로열더치셸은 이들에게 물대포를 발사했다. 이 장면은 카메라를 타고 전 유럽에 방송됐고 독일 등 유럽 소비자들은보이콧활동을 개시했다. 결국 로열더치셸은 엄청난 손해를 무릅쓰고 플랫폼을 영국까지 끌고 와 분해해야 했다. 이는 BP사가 석유 시추를 할 때 이에 반대하고자 찾아온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선상에 초대해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거의 없음을 설득하고 성대하게 대접한 사건과 완전히 대비된다. 물론 BP의 시추는 큰 반대 없이 속개될 수 있었다.

 

 정책변화와 기업의 정치전략

본고에서는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 공식적 정치영역에서의 정치전략과 사적인 이익집단 정치전략으로 구분해 살펴본다. 그러나 좀 더 심화된 분류법 하나를 소개한다. 기업의 정치 행위를 분석한 윌슨-로위 행렬에 의하면 기업의 정치전략은 정책 변화에 따르는 비용과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는지, 다수에게 분배되는지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림: 정치전략에 대한 윌슨-로위 행렬)

 

비용과 혜택이 모두 소수에게 집중된다면이해관계자 정치가 되는데 이는 비용을 지불하는 쪽과 혜택을 누리는 쪽 모두 소수의 잘 조직화된 이해관계자 간의 대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면에서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국산 차와 외산 차의 보험료를 같게 할 것인지, 다르게 할 것인지와 같은 이슈가 이해관계자 정치의 예가 될 수 있다.

 

혜택은 소수에게 집중되지만 비용은 다수가 조금씩 지불하는 경우에는고객 정치가 되는데 이때 혜택을 누리는 소수가 정치인들의 고객이 돼 정책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문하게 된다. 농업보조금 등 특정 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경우에 해당되며 이슈가 공론화되지 않고 조용히 처리된다는 특징이 있다.

 

비용은 소수에게 집중되지만 혜택은 다수가 누리는 경우창업형 정치가 되는데 이는 혜택을 보는 다수가 개개인으로 따지면 큰 혜택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화되기가 어렵다. 이때 누군가가 나서서 마치 창업기업가처럼 선도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다수의 동의를 구해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에서 랠프 네이더가 자동차산업에 각종 승객안전 규제를 이끌어낸 것이 창업형 정치의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비용과 혜택 모두 다수에게 배분된다면다수 정치가 되고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기 쉽다. ‘최저 임금문제라든지 자유무역협정 (FTA) 등이 다수 정치의 대상이 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의 윌슨-로위 행렬의 분석을 따르면 기업들은 보통 강력한 상대방과 협상을 해야만 하는 이해관계자 정치나 사회적 논란이 점화되는 창업형 정치보다는 조용히 진행되는 고객 정치가 되도록 이슈를 프레임하기를 원하게 된다.

 

 

로열더치셸의 유명한 실패 사례와 BP의 성공 사례는 시민사회 단체, 정치 활동 단체에 대해 강경 대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Private Politics(사적정치) 영역에서 기업들은 여론의 흐름과 이슈의 중요성을 고려해 타협책과 강경책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3. Legal Strategy

법률전략은 비시장전략 중 가장 광범위한 영역에 속한다. 지적재산권 문제, 소비자 보호 및 소송 방지, 소송에 대한 대응과 공정거래와 관련한 법률사항 검토 등이 법률전략의 영역이다. 애플과 삼성이 벌이고 있는 전 세계적인 소송전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둘러싼 법률전략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률적인 보호를 활용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1) 제약산업 - ‘지적재산권 전략의 교훈

제약산업은 법률전략, 특히 지재권 보호 전략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 초기 투자비용,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지만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은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약회사는 물질 특허부터 내고 승인과정에 들어간다. 실제 시판 승인이 날 경우 물질 특허는 10여 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 된다. 그래서 특허 연장을 위해에버그리닝(evergreenig)’이라는 법률전략을 활용한다. 기존의 특허에 약간의 변화를 가하면서 특허를 갱신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복제약의 출현을 막고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제약산업뿐 아니라 다른 첨단기술 산업, 바이오 산업 등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에버그리닝 법률전략 역시 특정 국가의 법적 판단에 의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글로벌 제약업체 노바티스가 인도에서 겪고 있는글리벡 특허연장 불허 사례가 대표적이다.노바티스는 백혈병 치료제이자 자사의슈퍼스타 약품인 글리벡을 에버그리닝 방식으로 특허연장을 하려했지만 2013년 인도 대법원은 그러한 방식의 특허는 인정할 수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제 인도의 수많은 복제약 생산업체들이글리벡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경쟁자인 인도의 복제약 생산업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인도를 세계의 약국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특허가 만료된 약품의 경우 싼 가격의 복제약이 인도에서 대량 생산돼 세계로 퍼져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인도 법원이 자국 제약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한데 이는 법률전략이 정치전략과 밀접하다는 연관하에 실행돼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또한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비시장전략을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2) 소비자 보호와 법률전략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이슈 역시 법률전략에서 중요하게 다룰 문제다. 가장 최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기업 순위마저 흔들어놨던 도요타의 품질 이슈가 대표적 사례다. 또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 통신회사 개인정보 유출과 소비자 피해, 이에 따른 집단 소송 움직임 등도 이에 해당한다. ‘정보보호실패에 따른 법적 분쟁에 대처하는 전략 역시 기업들이 고민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사고 발생 이전과 사고 발생 이후의 전략이 구분돼야 한다. 사실 사고 발생 이전의 전략이 더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리콜이나 정보 유출 등의 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대규모 보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을 염두에 두고 그러한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항상 기울이는 것이 사고 발생 이전의 전략이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가 차량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비용 측면 때문에 리콜을 포기한 경우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수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이 책정된 사례들이 있다. 사고 발생 이후에는 중재를 통해 해결할지,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것인지, 중재를 통한다면 얼마나 선제적으로 합리적인 보상액을 산정해 기업이 입을 금전적인 측면과 평판 측면의 손해를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2013년에 미국에서 연비를 과장해 광고를 낸 것이 문제가 됐다. 구매 고객들에게 유가 차액을 보상해야 할 입장이 됐는데 구매 고객이 연간 주행거리를 웹사이트에 입력하면 해당하는 유가 차액에 15%의 보너스를 더해 보상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고 결국 추가적인 법률 제재 없이 그 선에서 보상액에 합의를 할 수 있었다.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고 장학금 등의 지원활동을 하면서이 지역 정치인의 관심과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정보를 흘린다. 지역구민들의 해당 정치인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고 그 정치인은 이 기업의 대관업무에 조금이라도 더 협조적이 된다.

 

 

3) 공정거래, M&A, 그리고 법률전략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와 관련된 법률사항 역시 비시장전략 중 법률전략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영역이다. 공정거래, 반독점 등과 관련된 이슈는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뒤흔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 비시장전략에 무지했고 정치·사회적 공헌에도 큰 관심이 없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지속된 반독점 소송을 통해 비시장전략의 중요성을 깨닫고 정치전략(로비 강화)과 법률전략(지속적인 반독점 여부 검토 등) 수립과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가 된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이 2000년에 설립됐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공정거래와 관련한 법률전략은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에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사무용품 전문점 시장에서 1996년에 벌어졌던 일은 많은 기업들에 큰 시사점을 준다. 미국 사무용품 전문점 시장은 스테이플스와 오피스디포, 오피스맥스가 삼등분하고 있었는데 스테이플스가 오피스디포와 합병을 시도하다가 결국 실패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사전작업을 하고 경제적인 손익분석을 마쳤지만 반독점 당국의 변화된 판단 기준에 무지한 채 합병 승인을 낙관하고 추진하다 막대한 손해를 봤다. 반면 지난해 맥주 산업에서 1위 업체인 AB인베브(버드와이저 생산) 3등 회사인 그루포 모델로(코로나 생산)와의 합병에 성공한 것은 치밀한 법률전략이 만들어 낸 대표적 성공 사례다.과점 시장에서 1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39%에서 46%로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반독점 관련 규제기관들은 합병 승인에 부정적이었으나 꼼꼼한 법률적 검토를 통해 계열사 등을 처분하고 이를 토대로 규제기관과 협상하고 독점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합병을 성사시켰다. 현재에는 타임워너와 컴캐스트 간 합병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두 메이저 케이블 방송 공급자의 합병이 시장의 독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합병 이슈 역시소비자 권익 침해시장독점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키고 반독점기구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협상하느냐에 대한 법률전략의 수립과 실행의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4. Media Strategy(대언론전략)

흔히 대언론전략은홍보부서를 통한유연한 대응만이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980년대 GM 트럭 연료폭발 관련 언론보도와 이에 대한 대응은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GM 사의 특정 트럭 모델에 대해 연료탱크가 외부로 노출돼 있어 사고 시 쉽게 폭발한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다. NBC에서는 자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실제 실험을 진행했고 승용차가 트럭의 옆면을 들이받자 트럭이 폭발하는 장면이 전국 방송의 전파를 타 버렸다. GM은 무조건적인 저자세로 나서는 전략 대신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실험이 진행된 인디애나 주 벌판으로 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탐문했다. 조사결과, 충격적인 장면을 단 2회의 실험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기자가 폭약 전문가를 고용해 폭발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방송 3개월이 지난 시점이어서 다시 소비자들에게폭발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위험도 있었지만 ‘GM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언론에도 보여주는 동시에 적극적인 위기 탈출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이를 감행했다. 그 결과 NBC는 당시 보도 담당 사장이 해임될 정도로 큰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반면 언론의 공격적인 보도에 미흡하게 대응해 더 큰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바로 2010년 벌어진 도요타의 렉서스 결함 문제다. 미국 상원의 청문회에서 미국 교통부 장관은아직 이상 여부가 확실하진 않으나 전문가인 딜러에게 찾아가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도요타 소유주 여러분, 차 몰지 마세요. 딜러에게 가시면 해결책이 있을 겁니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맥락과 상관없이도요타 소유주 여러분, 차 몰지 마세요부분만 24시간 뉴스채널에서 무한 반복됐고 경쟁사들은 이 기회를 활용했다.도요타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일본 기업 특유의사죄와 자중으로 일관하다 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한편 경쟁업체들이손 안 대고 코푸는 격으로 동영상 클립을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 퍼뜨린 것도 그들 입장에서는 비시장전략이었던 셈이다.

 

 

5. Sustainability Strategy(지속가능성 전략)

지속가능성 전략 역시 크게 환경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과 운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환경 측면에서의 전략은 그동안 여러 기업에 의해서 추진되고 GE와 같은 선도적 기업에 의해 전체 기업 차원의 총체적 전략으로 수립되기도 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그 중요성과 전략 수립 및 실행방법에 대해서 나름의 방안을 갖고 있다. 에너지 소비 절감과 친환경 제품 설계 등이 대표적이다. P&G 등 소비재 기업은 샴푸 용기 등에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소재를 덜 쓸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한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를 늘리고 활용방안을 고민하는 기업도 많다. 환경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수립·실행하는 과정에서 혁신을 일궈내는 기업도 있다. 핀란드 항공사 Finnair가 만들어 낸지속강하방식은 바로 환경 측면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고민하던 과정에서 나왔다. (그림 2) 헬싱키 공항의 기존 착륙 절차는 2300m 고도에서 공항 40㎞ 근방까지 접근한 비행기가 1000m 고도까지 하강해 비행하다가 착륙 지점에서 지상거리로 16㎞ 떨어진 지점부터 활주로와 3도 각도를 유지하면서 내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낮은 고도에서의 항속은 공기저항으로 인해 연료소모도 많고 지상에 소음 피해를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항법 장치가 발달하면서 훨씬 높은 고도에서부터 3도 각도를 유지하면서 착륙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해졌고 Finnair는 이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이 기업은 에어버스 300 기종에서 1회 착륙 시 약 200∼300㎏의 제트 연료를 절감하고 640∼96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기업이 환경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비시장)을 운영 전략(시장)에 접목시킬 경우 가시적인 재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운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은 좀 더 복잡한 문제다.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을 이용해 단기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유혹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평화롭고 장기적인 공통이익을 추구하면서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4월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Rana Plaza) 붕괴사고에서 의류업체들이 보여준 각기 다른 행동양식은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운영 전략을 갖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를 잘 드러낸다.

 

세계적인 의류 생산기지인 방글라데시의 대규모 하청업체 공장인 라나플라자 붕괴사고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일부 업체들은우리는 라나플라자라는 건물의 화재 및 붕괴와 무관하다. 우리 거래 업체가 아니다는 식으로 발뺌했다. 라나플라자에서는 먼저 화재가 발생했고 고용주들이 건물의 붕괴 위험에도 불구하고 화재 직후에도 여공들에게 출근을 강요한 상황이었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출근했던 젊은 직원들 중 엄청난 수가 결국 건물 붕괴로 사망했다. 당연히 하청업체들이 그 같은 상황에서도 직원들을 출근시켜 공장을 돌리도록 만들었던 원청업체, 메이저 의류회사들에도 책임이 있었다. 지속가능성 전략의 차원에서 스스로의 책임을 통감하며 자발적으로 피해자들의 가족에게 피해 보상액을 지급하고 협력업체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기준을 만들고자 했던 Zara H&M 같은 기업들은 여론의 비난을 적게 받았음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도 개선된 근로조건에 따라 더 질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근로자를 확보했다. 이 사고와 관련된 한국 기업의 경우 비시장전략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 때문인지 책임 회피에 치우치는 대응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6. CSR, 비시장전략, 그리고 통합전략

지금까지 논의한 비시장전략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즉, CSR이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학자·기업가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윤리경영과 CSR을 별도의 차원으로 분류하되 비시장전략과 함께 추구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이들도 있고, 시장전략과 비시장전략을 하나의 통합전략으로 여기며 CSR 역시 이 같은 통합전략의 일부로 사고하는 경우도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창한 CSV, 즉 공유가치 창출도 시장 외적인 경영환경, 즉 사회와 환경 영역에서 경쟁우위의 원천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전략의 범위를 비시장으로 넓힌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CSV에서는 가치의 창조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창조된 가치의 배분과 위험 관리가 주가 되는 비시장전략과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2 핀에어의 지속강하 착륙 방식

  

좁은 의미에서 CSR을 단지 기업의 사회공헌 수준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에서의 CSR은 기업 활동에 따르는 경제적, 법적, 도덕적, 자선적 책임을 망라하고 있다. 이 같은 광의의 개념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모든 활동 영역 즉, 협력업체와의 관계, 종업원과의 관계, 주주와의 관계, 소비자와의 관계, 자연환경, 정부와의 관계 등 모든 시장·비시장적 요소와 연결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다양한 시장, 사회,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비시장전략과 전략적 CSR은 중첩되는 면이 많다. 비시장전략과 전략적 CSR의 핵심적인 차이는 첫째, CSR이 이해관계자를 분석 단위로 하는 반면 비시장전략은 각각의 이슈를 분석 단위로 한다는 것, 둘째 CSR이 좀 더 윤리적이고 당위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다면 비시장전략에서는 시장 외적 요소들을경쟁우위 확보의 한 방법으로 본다라는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접근하는 방식에서의 차이를 논외로 한다면 CSR 역시 시장전략과 비시장전략의 통합적 접근 차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된다.

 

급변하는 경쟁 환경에서는 시장전략, CSR, 비시장전략을 따로 나눠 사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데니스 야오(Dennis Yao) 교수는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한 반독점 규제와 소송, 월마트에 대한 중소자영업자들의 집단적 반발 등 비시장적 요소들이 이들 기업의 시장전략 전체를 변화시켰다며 시장전략과 비시장전략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했다.3)

 

그림 3 시장/비시장/사회적 책임의 통합 전략

 

 

따라서 기존의 기업 내 전략기획실이 시장전략, 마케팅전략 위주로 업무를 진행했고, 홍보부서와 대관업무 부서, 사회책임 부서 등이 각개격파로 일을 진행해 왔다면 현 시점에서는 이들 업무 전체를 통합해 관리하는 체계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비시장전략과 시장전략의 구분 자체를 없앤통합 전략부서를 만들고 이 책임자로 하여금 기업 전체 업무를 조율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림 3) 물론 이 책임자는 인사, 조직, 재무, 마케팅 등 기업 내부의 메커니즘과 시장 내 경쟁전략을 이해하면서도 정치, 법률, 미디어 등 시장 외부의 중요 요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도 높아야 할 것이다. GE General Counsel Vice President의 직위로 이 같은 통합적 전략의 책임자가 어떻게 선정돼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물론 단지 통합부서 운영과 책임자 선정만으로 통합전략이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CEO부터 시작해 고위 관리자, 중간관리자, 전 직원으로 이어지는 전사적통합전략 체화가 필요하다. 필립모리스나 GE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비시장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각기 어떻게 행동하고, 언론은 어떻게 상대하며, 소비자 대응은 어떤 절차에 따르는지 거듭되는 교육과 매뉴얼 지급을 통해 전 직원이 숙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 역시 다른 기업들도 고려해볼 만한 통합전략의 실행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비시장전략에서는 이슈의 생애주기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슈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오랜 동안 잠복해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공식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정보 보안 이슈가 은행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함께 공식화되거나 애플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폭스콘 공장에서의 연쇄 자살로 인해 공식화되는 등의 예가 있다. 이렇게 이슈가 최초로 사회적으로 제기됐을 때정책 윈도가 열렸다고 말한다. 이 기간 중에는 다수 대중의 관심을 바탕으로 이슈에 대한 해결책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해결책이 법이나 규제, 또는 자율규제의 형태로 제도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슈는 대중의 뇌리에서 희미해지고 더 이상 해결을 위한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이 이슈에 대한정책 윈도가 닫혔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정책 윈도가 열릴 수 있는 잠재적 이슈들에 대해 파악하고 대비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런 노력을 기울일 때에만 선제적인 대응 방안 제시로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감으로써 평판 및 수익성에 있어서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3) Strategies beyond the Market, Harvard Business School teaching note 9-707-469

 

참고문헌

Bach, David and David B. Allen (2010) What every CEO needs to know about nonmarket strategy, MIT Sloan Management Review 51(Spring): 40-48

 

Baron, David P. (2012) Business and its environment, 7th ed. Prentice Hall

 

Baron, David P. (1995) Integrated strategy: Market and nonmarket components,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37: 47-65

 

Holburn, Guy and Richard Vanden Bergh (2014) Integrated market and nonmarket strategies: Political campaign contributions around merger and acquisition events in the energy sector,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5: 450-460

 

Doh, Jonathan, Thomas Lawton, and Tazeeb Rajwani (2012) Advancing nonmarket strategy research: Institutional perspectives in a changing world, Academy of Management Perspectives 26:22-39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 교수 jonjmoon@korea.ac.kr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문정빈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정경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과학·응용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중국 상하이교통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관심 분야는 비시장전략, 글로벌전략,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경영 등으로서등 다수의 국내외 톱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

  • 문정빈 문정빈 |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jonjmoon@kore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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