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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략

절차와 기록은 거래의 생명 소홀하면 총수가 법정에 서게된다

천경훈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은 물론 다양한 프로젝트와 관련해 법적 리스크를 인지하고 사전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물론 경영자가 법의 세세한 내용을 일일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지만 법이 기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늘 명심해야 한다. 특히 법적인 리스크를 지적하는 회사 내외부 관계자들을 절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다들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꿈에 부풀어 있을 때 부정적인 법적 리스크를 제기하는 이들이 환영받기는 쉽지 않지만 경영진은 반드시 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때론 기업의 존망이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업 총수가 법정에 서는 일은 언제나 충격적이고 또한 논쟁적이다. 특히 처벌을 위해 적용된 법조항이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는배임인 경우에는경영판단과의 구분이 모호한 측면이 있어 더욱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기업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회사 역시 뒤숭숭해진다. 새로운 사업과 성장 동력 모색은 언감생심이 된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각종 이슈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법부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과 애플의 전 세계적 법적 공방에서 드러나는 지적재산권 영역만이 문제가 아니다.

 

때론 위법으로 분류됐던 활동이 법이 바뀌면서 권장할 만한 일이 되기도 하고, 편법으로 비판받았던 일이 법의 해석이 달라지면서현명했던 경영판단이 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경영에서 법이 왜 중요한가?

기업의 목적은 영리추구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경영활동을 펼치면서 본의 아니게 민사책임,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이 그어놓은 선이 보통 사람들의 상식보다 훨씬 더 엄격해 당황하기도 하고 윤리·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닌데도 법적으로는 책임을 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한 법적 책임은 회사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때로는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의 모든 활동은 언제나 크고 작은 법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경영상의 의사결정에서 법적 리스크는 언제나 중요한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 기업에 있어법률전략(Legal Strategy)’이란 결국 의도하지 않게 겪을 수 있는 법률적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이를 최소화하려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고 이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은 기업의 시장성과는 물론 기업 자체의 존망과 연결된 중요한 비시장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의 경영자는 법을 알아야 할까? 얼마나 잘 알아야 할까? 앞서 언급한 내용을 강조하면서 미리 짧은 답을 말하자면 경영자는 법의 세세한 내용을 일일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지만 법이 기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늘 명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법적 리스크의 통제를 경영전략의 빼놓을 수 없는 한 요소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법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

먼저 경영자들이 법에 대해 흔히 갖는 오해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짚고 가도록 하자. 많은 사람들이 법은 기술적인 것이고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법적인 이슈는 법무팀이나 변호사들에게 맡기면 되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최저 비용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과연 법은 그렇게 고정적, 부차적, 사후적인 것인가?

 

우선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고 불확실하다. 법의 세계는 0 1로 말끔히 구분되는 이진법의 세상이라기보다는 스펙트럼으로 이뤄진 모호한 세상에 더 가깝다. 이는 많은 재판에서 1, 2, 3심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수십 년의 법조 경력을 가진 판사들이 같은 사건을 놓고 첨예하게 다른 결론에 이르는 예도 드물지 않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달라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각급 법원이 달리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정해져 있는 법률을 기기묘묘한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많은 변용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합법이 불법으로, 불법이 합법으로 변하는 예도 얼마든지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지주회사의 설립은 금지돼 있었고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일정한 예외하에 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됐고 급기야 2000년대 들어서는 지주회사가 바람직한 기업집단 구조라는 믿음으로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문어발 경영의 도구로 지목돼 금지되던 제도가순환출자보다는 투명한 구조라는 인식의 전환으로 오히려 바람직한 제도로 권장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위법하던 것이 적법하게 되거나 적법하던 것이 위법하게 된 경우는 분야별로 셀 수 없이 많다. 법이 바뀐 경우도 있지만 법 개정 없이 판례만 바뀐 경우도 있다. 특정 시점에서 주어진 법만이 불변의 법이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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