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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웨이’ 핵심은 경쟁적 협력 시너지 경영으로 다각도 경쟁력을

송재용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송재용 교수가 최근 출간한 삼성 웨이), (21세기북스)>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비관련 다각화를 추구하는 복합형 기업집단(conglomerate)은 선진국에서 1980년대까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기업 형태였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복합형 기업집단은 자원배분과 경영관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특정 사업에만 전념하는 전업형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이 잘 발달된 선진국에서는 급격히 약화 내지 해체의 길을 걸었다.

 

‘재벌’로 불리는 한국의 기업집단은 소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하에 각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선단식 경영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지급보증의 고리로 연결된 선단식 경영이 특정 계열사의 부실화로 인한 타 계열사의 동반 부실화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로 인해 대우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집단이 붕괴되면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재벌의 선단식 경영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비판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의 개혁 및 정부 규제 강화에 반영됐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대규모 기업집단인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해 왔다. 삼성은 TV,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전자산업의 주요 세트와 부품 사업에서 공히 글로벌 1위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각화되고 수직적 계열화된 체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략적 초점의 부재, 관료주의적 비효율성, 강한 계열사에 대한 의존적 행태로 인한 하향평준화 등의 문제점을 극복했다. 오히려 다각화되고 수직적 계열화된 체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유기적 협업을 통한 융복합화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삼성은 주요 사업에서 세계적 초일류 기업들과 전방위적인 경쟁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의 애플을 비롯해 노키아, 모토로라, HP, 인텔, 마이크론, 소니, 델 등이 그들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경쟁사 대부분이 전문 분야에 특화된 기업이라는 점이다. 삼성이 고도로 다각화되고 수직적 계열화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각 사업ㆍ제품 분야에 전업화된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오히려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식 경영 속에 내재된 패러독스의 중요한 단면이다. 이처럼 다각화와 전문적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게 된 원천은 무엇일까?

 

 

경쟁적 협력 시스템의 개념과 중요성

 

삼성이 다각화와 전문화를 조화시키면서삼성식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글로벌 일류 경쟁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촉매역할을 한삼성 웨이의 근본 작동 원리는 삼성 특유의경쟁적 협력 시스템이다. 이는 신경영 이후 삼성이 진화, 발전시켜 온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미묘한 긴장관계로, 현재 삼성 내부 계열사나 사업부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핵심용어다.

 

다각화된 사업을 하는 대규모 기업에서 내부적으로 긴밀한 협력과 치열한 경쟁을 조화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협력을 도모하다 보면 약한 계열사가 경쟁력 있는 계열사에 의존해 기업 전체의 역량이 질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 반대로 내부 경쟁을 도모하다 보면 역량 결집에 필요한 협력이 일어나지 않아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러한 경쟁과 협력의 상충 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경쟁적 협력 시스템을 진화 발전시켜 오면서 협력이 필요할 경우에는 협력이, 경쟁이 필요한 경우에는 경쟁이 일어나 유기적으로 전체 최적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고안해 왔다.

 

복합형 기업이 시너지를 성공적으로 창출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너지 창출을 위해 계열사 간, 사업부 간 협력을 강조하다 경쟁력이 약한 계열사 내지 사업 부문이 경쟁력이 강한 곳에 의존적으로 기생함으로써 후자의 경쟁력마저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GE의 잭 웰치 회장도 본격적인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경영의 드라이브를 걸기 전에 먼저 각 계열사의 경쟁력 및 경쟁적 지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강한 계열사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때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되고 비용이 절감돼 시너지가 창출될 확률이 높아지지만 강한 계열사와 약한 계열사 간의 협력을 반강제적으로 도모할 경우 강한 계열사만 피해를 보고 약한 계열사는 의존적이 되면서 시너지는 고사하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러한 시너지 경영의 성공 조건에 눈을 뜨게 됐다. 신경영 이후, 특히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 이후에는 계열사/사업 부문 간에 꼭 필요한 경우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추구하면서도 시장 경쟁 메커니즘을 적극 도입해 경쟁과 협력의 조화를 추구했다. 필자는 신간 <삼성 웨이>에서 이러한 삼성 특유의 경쟁과 협력의 조화 체제를그룹 내부적인 경쟁적 협력(internal co-opetition)’ 체제라고 이름 붙였다.

 

co-opetition’이라는 용어는 게임이론을 기반으로 네일버프(Nalebuff)와 브랜든버거(Brandenburger) 등이 주창한 개념으로서 경쟁자가 동시에 보완자(complementor)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니와 삼성은 경쟁자인 동시에 보완자다. 두 회사는 TV 등 가전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신제품의 기술 표준을 정립해 시장 자체를 키우는 과정에서 S-LCD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LCD 패널을 공동으로 생산했다. 본래 경쟁적 협력의 개념은 독립적 기업들 간의 경쟁과 협력의 조화를 도모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필자가 정의한 내부적인 경쟁적 협력 체제는 그룹 내부에서 계열사 간, 또는 사업부 간의 경쟁과 협력의 조화와 긴장 관계를 촉진시킨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이론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필자가 제시하는 내부적인 경쟁적 협력 개념은 아이젠하트(Eisenhardt)와 갈루닉(Galunic)이 진화생물학에서 차용한공진화(co-evolution)’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진화생물학에서 공진화란 여러 종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적 변화를 일컫는다. 필자는 공진화라는 생물학적 개념을 기업 내 사업부 간의 협력에 적용하면서 다각화된 기업 내에서 사업부 간 협력관계는 필요하지만 이것이 고착화되는 경우 오히려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따라서 협력만을 강조해서는 안 되고 조직 내에 경쟁 원리를 도입해야만 다각화된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학술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다각화된 기업그룹에서 경쟁과 협력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하는 경쟁적 협력 체제 구축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삼성이 성공적으로 진화, 발전시켜 온 경쟁적 협력 체제는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삼성식 경쟁적 협력의 메커니즘

 

계열사/사업부 간의 협력과 경쟁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이냐는 시너지 경영을 추구하는 복합형 기업 그룹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신경영 이후 삼성이 경영시스템 구성요소의 대대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난 것이경쟁적 협력체제다. 신경영 혁신 이전의 삼성은 계열사 간, 사업부 간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훨씬 높은 가중치를 뒀다. 이러한 협력 위주의 경영은 소유경영자를 구심점으로 해 공유된 조직문화와 가치에 기반을 둔 강한 결속력을 기반으로 이뤄졌고 그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체제가 지속되자 각 사업이 전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생존이 가능해 경쟁력이 약한 계열사나 사업부가 경쟁력이 강한 계열사나 사업부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동반부실과 하향 평준화의 우려가 커졌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의 와중에서 삼성도 심각한 경영부실과 적자를 경험하게 되자 삼성은 계열사/사업부 간 협력 위주에서 내부경쟁 위주로 경영의 강조점을 급격히 바꿨다. 이를 통해 형성된 삼성식 경쟁적 협력 구조는 다음과 같다. (그림1)

 

먼저 삼성에서 경쟁력 협력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소유경영구조와 복합형 사업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계열사 간, 사업부 간 경쟁과 협력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엄정한 보상과 승진제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다음으로는 내부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삼성에서 특별하게 활용하는 내부거래의 시장 메커니즘 도입과 듀얼 소싱, 동일 사업에 대한 병행 투자, 상시적 사업구조조정을 통한 위기감 고취에 대해 각각 설명한다. 삼성은 위의 방법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활용함으로써 시너지 경영 추진 시 흔히 발생하는 하향 평준화의 위험성을 줄이고 상향 평준화를 촉진할 수 있었다. 기업그룹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별 사업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부적으로 잘 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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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재용jsong@snu.ac.kr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연세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의 석학종신회원(Fellow), 미 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국제경영분과(International Mana-gement Division)와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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