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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of Pitfalls

작은성과 위한 너무 큰 희생… 나쁜 혁신도 있다

김민주 | 113호 (2012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우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이를 함정(pitfall)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역설(paradox)이라 하기도 합니다.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고 소득과 환경수준이 비례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주변의 이러한 대표적인 함정들을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소개합니다.

 

기업에 정말 필요한 혁신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개만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까?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혁신과 마케팅을 꼽았다. 우선,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해 성장 엔진을 만들고 프로세스를 혁신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제품을 고객에게 잘 판매하지 못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또한 중요하다. 엄밀하게 보면 구태의연한 마케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므로 마케팅 자체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결국 경영 활동 중에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혁신은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요구된다. 기술 혁신, 신제품 혁신, 프로세스 혁신, 조직 혁신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 중에 남과 차별화되는 기술 혁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렵게 나온 기술이 고객을 오히려 당황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고객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새로운 기술이 당장 별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고객이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의 저주

기술 혁신이 가져올 혜택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고객의 행동 변화를 얼마나 요구하는지에 따라 신기술은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 고객에게 주는 혜택은 적으면서 커다란 행동 변화를 요구해 익숙함과의 결별을 강요한다면 고객이 신기술을 외면해서 쪽박(sure failures) 신세가 되고 만다. 혁신적인 신상품 상당수가 시장에서 실패를 맛보는데 이것이혁신의 저주(curse of innovation)’. 우리가 지금도 쓰고 있는 쿼티(QWERTY) 키보드 대신에 알파벳 배열이 달라진 드보락 키보드가 1982년에 나왔는데 결국 정착에 실패했다. 타자 속도가 약간 빨라지기는 했지만 소비자의 타이핑 습관 변화를 많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혁신의 혜택은 크고 행동 변화 요구가 적다면 대박(smash hits)이 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혁신의 축복이 내려지는 것이다. 또 고객에게 변화 요구가 적으면 혁신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런대로 잘나가는 제품(easy sells)이 될 수 있다. 반면에 혁신이 아무리 획기적이더라도 고객의 변화 요구가 매우 높다면 곧장 신기술이 자리를 잡기가 힘들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장기전(long hauls)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혁신의 크기와 고객의 행동변화 요구 수준 관점에서 네 가지 상황으로 나눠 혁신의 성과를 설명한 사람은 존 구어빌(John Gourville)인데 상당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다 하더라도 고객이 혁신에 대해 저항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능적 장벽과 심리적 장벽이 있는데 기능적 장벽에는 가치 장벽, 사용 장벽, 위험 장벽 등 세 가지가 있다. 혁신제품의 성능, 효과, 가격이 고객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가치 장벽이고 고객의 행동 변화를 요구할 때 발생하는 것이 사용 장벽이다. 또 혁신을 수용하려고 할 때 고객이 느끼는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위험이 위험 장벽이다.

 

디지센트(Digiscent)사는 PC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아이스멜(iSmell)이라는 제품을 2000년에 출시한 적이 있다. 이 제품은 처음에는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향기에 대한 고객의 욕구가 그리 크지 않았고 인조 향기를 맡으면 신체에 해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특정 제품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사용을 꺼리는 심리적 장벽도 있다. 인스턴트 커피가 처음 나왔을 때 가정 주부들은 사용하기를 꺼려 했다. 사용하기가 너무 편한 인스턴트 커피를 남편과 가족에게 타주면 자신이 너무 게으르다는 인상을 다른 사람에게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 때에는 기능적 혜택뿐만 아니라 고객의 수용 심리까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지적했듯이 혁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기존 사업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사업을 부정하고 무너뜨리면서 정말로 혁신적 기술로 새롭게 성공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존속적 혁신은 기업의 단기 매출을 올려주므로 단기적으로는 좋다. 하지만 길게 보았을 때는 기업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왜냐하면 과감하리만큼 혁신적인 다른 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상품으로 무장하고 등장해 자사 기업의 매출을 급감시키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은 파괴적 혁신 기술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과감하게 새 기술을 채택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파괴적 혁신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요구보다 한발 앞서 나아가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잠재적 욕구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파괴적 혁신이라면 대성공을 거둔다. 길게 보고 용기가 있는 기업이라면 파괴적 혁신을 선택해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프 슘페터가 일찍이 강조한 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였다.

 

프리미엄 아웃도어 상품을 만들어 파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취나드는 그 전에 취나드 이큅먼트(Chouinard Equipment) 회사를 설립해 등반 장비를 만들었다. 자신이 위대한 암벽등반가이기도 했던 이본 취나드는 암벽등반을 하다 보면 암벽에 피통(piton)1 을 계속 박아야만 하고 그렇게 되면 암벽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대체 장비를 찾던 과정에서 박았다 뺐다 하는 게 아니라 조였다 폈다 하는 알루미늄 쐐기인 초크(Chocks)를 소량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피통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대체 용품인 초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사실 기존 제품인 피통을 아예 부정하고 신제품 초크를 도입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본 취나드는 과감하게 결정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이 회사는클린 클라이밍(clean climbing)’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경경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잘못했으면 파괴적 혁신의 함정에 빠져들 수도 있었지만 신제품의 품질에 하자가 없고 환경보호라는 명분이 암벽 등반가에게 잘 먹혔기 때문에 혁신의 축복이 될 수 있었다.

 

 

혁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기업이 혁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앞서 말했듯이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 신상품을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고객이 이를 수용하는 데 애로가 있어 사용하는 데 저항이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혁신의 크기가 아주 크지 않은데 고객이 행동 변화 요구 수준이 너무 높으면 결국 고객이 구매를 꺼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기존 휴대폰에 비해 혁신의 크기가 매우 컸기 때문에 고객은 자신의 행동을 바꾸면서까지 적극 수용했다.

 

둘째, 혁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주는 아니지만 파괴적 혁신을 때때로 이뤄내야 한다. 기업이 추진하는 파괴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려면 기존 고객이 아닌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테스트하고 시장성을 가늠해야 한다. 지나친 고객 지향적 마케팅은 파괴적 혁신 추진 과정에서 금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이테크 기업들은 내부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폐쇄형 혁신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디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의 문호를 과감하게 열어 외부 선도 기업들을 아웃소싱해 작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혁신에 규모의 경제가 있거나 제품 수명주기가 길면 폐쇄형 연구개발이 유리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이 불안정하면 개방형 연구개발이 유리하다. 그리고 다양한 기술과 인프라가 필요하거나 혁신의 적용범위가 넓어도 개방형 연구개발이 유리하다.

 

셋째, 혁신을 첨단 하이테크처럼 지나치게 크게 생각지 말고 작은 기술로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대단하게 스마트한 기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고객에게 미처 예상치 못한 편의를 제공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고객은 이를 통해 사소한 것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배려, 정성을 느끼며 이는 신뢰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이 바로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기술이다.최근 들어 여성 운전자가 크게 늘면서 여성이 원하는 차량 사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이힐, 화장품 같은 여성 수납 공간은 물론이고 하이힐을 신고서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액셀러레이터도 있다. 또 신발 높이에 따라 운전석 시트와 사이드미러가 자동 조절되는 인텔리전트 포지셔닝 시스템도 있다. 또 차량의 전후, 좌우를 모두 카메라로 촬영해 안전하게 운전하고 주차하도록 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있다. SK텔레콤이 스마트폰용으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마이파우더룸도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얼굴인식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다양한 가상의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을 해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여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한 덕분에 출시 한 달 만에 165000번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바 있다.

 

성장과 혁신을 위한 기업문화 조성

어떻게 하면 기업이 혁신을 제대로 잘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력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창의력도 갑자기 하려면 나오지 않는다. 평소에 자유분방한 상상력 훈련을 해야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기발한 창의력이 나오는 법이다. 사람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창의력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반면에 상상력은 어떤 화두가 던져졌을 때 자유분방하게 다양한 생각을 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창의력이 수렴적 사고방식이라면 상상력은 발산적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개인이 아무리 상상력과 창의력을 개발하려고 해도 개인이 속해 있는 조직 내부에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개인의 상상력, 창의력은 꽃도 피지 못하고 시들게 된다. 또 평소에 개방적 마인드가 개인과 회사에 자리잡지 못했다면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 역시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개방성, 다양성을 수용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한 이유다.

 

창의력을 통해 멋진 해결방법을 찾았다 하더라도 이를 조직에서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창의력이나 상상력은 여전히 생각하는 단계고 혁신은 그 생각에 기술과 자금과 인력, 조직, 리더십이 투여돼 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 저변에는 다양성과 개방성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런 연쇄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성장 < 혁신 < 창의력 < 상상력 < 다양성< 개방성

 

어느 때든 혁신은 항상 기업의 주요 화두다. 혁신은 자신의 기업을 다른 기업에 비해 차별화를 통해 경쟁우위를 차지하게 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매출 증대는 물론 수익성을 크게 강화하고 업계를 선도한다는 찬사까지도 얻게 한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mjkim8966@hanmail.net

필자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리드앤리더 대표이자 비즈니스 사례 사이트인 이마스(emars.co.kr)의 대표 운영자다. 서울대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은행과 SK에너지에서 근무했고 건국대 겸임 교수를 지냈다. <경제법칙 101> 세계 100대 기업> <하인리히 법칙> <커피로 알아보는 마케팅 베이직> 등의 저서와 <깨진 유리창 법칙> 등의 역서가 있다.

 

  • 김민주 김민주 | - (현)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이마스 대표 운영자
    - 한국은행, SK그룹 근무
    - 건국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mjkim89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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