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벤처 성공 요인 분석
지금 우리 농업ㆍ농촌이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농가인구의 감소로 농촌지역은 급속히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하나둘 떠나버린 농촌지역은 고령화로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국내 농산물은 수입농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시장이 급속히 잠식되고 있다. 도시와의 소득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위상 역시 계속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여느 중소기업 못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농업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다. DBR이 분석한 두리영농조합, 예산사과와인, 이남주 자연아래버섯, ㈜장생도라지, ㈜하늘빛(이상 가나다순) 등 5개 농업 경영체는 CEO의 열정과 집념,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날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열악한 농촌 환경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것은 물론 괄목할 성과를 내며 지역 경제의 성장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들 5개 농업 경영체의 성공 요인은 크게 ‘3P’의 혁신으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남들과 1% 다른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접목된 상품의 혁신(Product Innovation)이고, 둘째, 농업에도 경영마인드와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하는 경영시스템의 도입, 즉 프로세스의 혁신(Process Innovation)이며, 마지막으로 농업 경영체를 이끌어가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충만한 최고경영자의 기업가적 활동, 즉 사람 혁신(People Innovation)을 들 수 있다. 비록 농업 분야의 성공 사례 분석이긴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타 분야의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품 혁신(Product Innovation): 남들과 1% 다른 창조적인 아이디어 접목
농업에 있어서 상품혁신(Product Innovation)은 단순한 ‘먹거리’ 차원에서만 농산물을 다루는 게 아니라 좀 더 새롭고 다양한 확장상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산물=먹거리’로만 생각한다면 이는 농산물이 지닌 본원적인 기능상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본원상품들은 대부분 수입농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쉽다.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성을 제고시키고 상품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확장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생명과학·관광·예술·문화 등을 포함하는 타 산업과의 연계와 융·복합화를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장생도라지의 사례는 상식을 파괴한 신제품의 개발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도라지=나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3년생 식물인 도라지를 죽지 않게 자라게 하는 재배기술의 개발로 21년생 장생도라지의 재배에 성공했다. 이로써 ‘산에서 자생하는 도라지’ 자원을 현대화한 세계 유일의 특산물이자 독점적인 상품을 만들어냈다. 또한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장생도라지의 유용한 생리적 활성 및 신기능성 물질을 과학적으로 규명, 이를 통해 천연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다른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워 독점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품혁신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남주 자연아래버섯은 30년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다른 버섯들과 차별화된 명품버섯을 개발해 일반 버섯보다 4∼5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연산 느타리와 유사한 품질의 버섯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목표의식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재배에 성공했다. 또한 봉지재배법을 개발해 ‘자연에 가장 가까운 건강버섯’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고 대량 생산 체제까지 구축했다.
예산사과와인㈜은 주정과 물을 첨가하지 않고 발효·숙성시킨 추사애플와인을 개발했다. 통상 와인(Wine)은 일반적으로 포도로 만들지만 프랑스의 노르망디지방이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지역 등에서는 사과로도 와인을 많이 만들어 마시고 있다. 대표적인 사과와인인 ‘시드르(cidre, 불어 발음. 영어 발음은 ‘사이다’)’는 프랑스 노르망디(Normandie)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즙을 원료로 한 발효주다. 사과를 압착해서 즙을 내 이걸 발효시켜서 사과술을 만드는데 포도와는 달리 사과즙에는 당분이 적어 생성되는 알코올이 적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즙에 설탕을 섞어서 발효시키거나 제품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발포 사과술을 제조한다. 이에 비해 예산사과와인㈜은 기타 첨가물 없이 100% 사과만 사용해 와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즉, 직영농장을 운영하면서 최고의 품질로 생산된 당도 높은 사과만을 원료로 삼아 30일간의 발효와 1년간의 저온 숙성과정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아이스와인 제조 기술을 도입, 디저트 와인의 맛을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프로세스 혁신: ‘농장에서 식탁으로(Farm to Table)’
어느 산업 분야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프로세스의 혁신 뒤에는 경영과 경영학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가공·판매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해선 농업과 경영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제 우리 농업도 생산하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무엇이냐를 생산단계에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다. 팔릴 만한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까지 영역이 확장돼야 함과 동시에 전문영역의 역할분담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장생도라지는 경영시스템의 도입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1차 산업으로 분류된 농업이 의약·신소재 등의 첨단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을 비롯해 각종 공동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장생도라지를 단순히 생체상태로 판매하지 않고 농축액과 분말, 환, 한방비누, 약주 등 다양한 가공제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였다. 또한 원료 생산단계에서는 지역의 25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을 담당하는 농가와 가공·판매 분야를 담당하는 회사의 역할 분담을 실시함으로써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에 씨앗부터 원료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재배지 이력관리시스템을 가동함으로써 원료의 투명성까지 확보했다. 또한 사업 초기부터 국내 법인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도 지사를 설립해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 판로를 다각화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역량강화와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품질·재무·판매관리 부문의 ‘시스템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남주 자연아래버섯은 브랜드 이름이 자연 그대로를 추구한다는 정신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버섯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됨으로써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생협이라는 탄탄한 유통경로를 확보함으로써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경영상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버섯뿐만 아니라 버섯 배지를 개발해 판매함으로써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버섯의 재배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을 만들어 소비자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직거래뿐만 아니라 버섯 판매의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예산사과와인㈜은 사과와인에 대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포지셔닝(Positioning)하기 위해 독특한 브랜드를 개발했다. 와이너리가 있는 예산은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곳. 따라서 브랜드명에 추사의 삶과 정신을 담은 술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또한 사과는 가을의 대표적인 과일로 추사는 가을사과를 의미하기도 한다. 풍성하고 넉넉한 가을 이야기를 담은 와인이라는 뜻의 ‘추사애플와인’은 바로 이처럼 독특한 지역 향토 자원과 철학하에 탄생했고 그 자체로 스토리가 있는 상품이었다. 이와 동시에 추사애플와인은 농업의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6차산업화를 이룬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6차산업이란 농수산업과 제조업,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예산사과와인㈜의 경우 추사애플와인을 통해 1차산업인 알 사과 생산(농산물), 2차산업인 사과와인 제조(제조업), 그리고 3차산업인 와이너리 견학 및 사과요리 체험(서비스업)을 한 장소에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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