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농업벤처 성공 요인 분석

농업 혁신, 1%차별화로 기적을 낳다

양주환 | 113호 (2012년 9월 Issue 2)

 

지금 우리 농업ㆍ농촌이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농가인구의 감소로 농촌지역은 급속히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하나둘 떠나버린 농촌지역은 고령화로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국내 농산물은 수입농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시장이 급속히 잠식되고 있다. 도시와의 소득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위상 역시 계속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여느 중소기업 못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농업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다. DBR이 분석한 두리영농조합, 예산사과와인, 이남주 자연아래버섯, ㈜장생도라지, ㈜하늘빛(이상 가나다순) 5개 농업 경영체는 CEO의 열정과 집념,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날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열악한 농촌 환경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것은 물론 괄목할 성과를 내며 지역 경제의 성장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들 5개 농업 경영체의 성공 요인은 크게 ‘3P’의 혁신으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남들과 1% 다른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접목된 상품의 혁신(Product Innovation)이고, 둘째, 농업에도 경영마인드와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을 구사하는 경영시스템의 도입, 즉 프로세스의 혁신(Process Innovation)이며, 마지막으로 농업 경영체를 이끌어가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충만한 최고경영자의 기업가적 활동, 즉 사람 혁신(People Innovation)을 들 수 있다. 비록 농업 분야의 성공 사례 분석이긴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타 분야의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품 혁신(Product Innovation): 남들과 1% 다른 창조적인 아이디어 접목

농업에 있어서 상품혁신(Product Innovation)은 단순한먹거리차원에서만 농산물을 다루는 게 아니라 좀 더 새롭고 다양한 확장상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산물=먹거리로만 생각한다면 이는 농산물이 지닌 본원적인 기능상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본원상품들은 대부분 수입농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쉽다.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성을 제고시키고 상품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확장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생명과학·관광·예술·문화 등을 포함하는 타 산업과의 연계와 융·복합화를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장생도라지의 사례는 상식을 파괴한 신제품의 개발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도라지=나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3년생 식물인 도라지를 죽지 않게 자라게 하는 재배기술의 개발로 21년생 장생도라지의 재배에 성공했다. 이로써산에서 자생하는 도라지자원을 현대화한 세계 유일의 특산물이자 독점적인 상품을 만들어냈다. 또한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장생도라지의 유용한 생리적 활성 및 신기능성 물질을 과학적으로 규명, 이를 통해 천연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다른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워 독점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품혁신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남주 자연아래버섯은 30년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다른 버섯들과 차별화된 명품버섯을 개발해 일반 버섯보다 4∼5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연산 느타리와 유사한 품질의 버섯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목표의식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재배에 성공했다. 또한 봉지재배법을 개발해자연에 가장 가까운 건강버섯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고 대량 생산 체제까지 구축했다.

 

예산사과와인㈜은 주정과 물을 첨가하지 않고 발효·숙성시킨 추사애플와인을 개발했다. 통상 와인(Wine)은 일반적으로 포도로 만들지만 프랑스의 노르망디지방이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지역 등에서는 사과로도 와인을 많이 만들어 마시고 있다. 대표적인 사과와인인시드르(cidre, 불어 발음. 영어 발음은사이다’)’는 프랑스 노르망디(Normandie)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즙을 원료로 한 발효주다. 사과를 압착해서 즙을 내 이걸 발효시켜서 사과술을 만드는데 포도와는 달리 사과즙에는 당분이 적어 생성되는 알코올이 적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즙에 설탕을 섞어서 발효시키거나 제품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발포 사과술을 제조한다. 이에 비해 예산사과와인㈜은 기타 첨가물 없이 100% 사과만 사용해 와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 직영농장을 운영하면서 최고의 품질로 생산된 당도 높은 사과만을 원료로 삼아 30일간의 발효와 1년간의 저온 숙성과정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아이스와인 제조 기술을 도입, 디저트 와인의 맛을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프로세스 혁신: ‘농장에서 식탁으로(Farm to Table)’

어느 산업 분야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프로세스의 혁신 뒤에는 경영과 경영학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가공·판매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해선 농업과 경영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제 우리 농업도 생산하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무엇이냐를 생산단계에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다. 팔릴 만한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까지 영역이 확장돼야 함과 동시에 전문영역의 역할분담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장생도라지는 경영시스템의 도입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1차 산업으로 분류된 농업이 의약·신소재 등의 첨단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산··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을 비롯해 각종 공동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장생도라지를 단순히 생체상태로 판매하지 않고 농축액과 분말, , 한방비누, 약주 등 다양한 가공제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였다. 또한 원료 생산단계에서는 지역의 25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을 담당하는 농가와 가공·판매 분야를 담당하는 회사의 역할 분담을 실시함으로써 서로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에 씨앗부터 원료사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재배지 이력관리시스템을 가동함으로써 원료의 투명성까지 확보했다. 또한 사업 초기부터 국내 법인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도 지사를 설립해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 판로를 다각화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역량강화와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품질·재무·판매관리 부문의시스템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남주 자연아래버섯은 브랜드 이름이 자연 그대로를 추구한다는 정신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버섯 이미지가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됨으로써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생협이라는 탄탄한 유통경로를 확보함으로써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경영상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버섯뿐만 아니라 버섯 배지를 개발해 판매함으로써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버섯의 재배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을 만들어 소비자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직거래뿐만 아니라 버섯 판매의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예산사과와인㈜은 사과와인에 대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포지셔닝(Positioning)하기 위해 독특한 브랜드를 개발했다. 와이너리가 있는 예산은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곳. 따라서 브랜드명에 추사의 삶과 정신을 담은 술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또한 사과는 가을의 대표적인 과일로 추사는 가을사과를 의미하기도 한다. 풍성하고 넉넉한 가을 이야기를 담은 와인이라는 뜻의추사애플와인은 바로 이처럼 독특한 지역 향토 자원과 철학하에 탄생했고 그 자체로 스토리가 있는 상품이었다. 이와 동시에 추사애플와인은 농업의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6차산업화를 이룬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6차산업이란 농수산업과 제조업,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예산사과와인㈜의 경우 추사애플와인을 통해 1차산업인 알 사과 생산(농산물), 2차산업인 사과와인 제조(제조업), 그리고 3차산업인 와이너리 견학 및 사과요리 체험(서비스업)을 한 장소에서 제공하고 있다.

 

 

두리영농조합은 김상식 대표의 과거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두 가지 프로세스 혁신을 영농조합 경영에 적용,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과 판로 개척에 성공한 케이스다. 두리영농조합의 첫 번째 프로세스 혁신은 농장체험을 통한 유인전략이다. ,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상품을 제공하는밀어내기 전략(Push Strategy)’보다는 구매자 스스로가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유인 전략(Pull Strategy)’을 전개했다. 구매자들이 농장을 방문하게 해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를 직접 보고 현장에서 생산한 쌈채소의 탁월한 맛과 향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구매처를 전환하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두리영농조합의 또 다른 프로세스 혁신은 선계약 후재배 전략이다. 구매자가 언제까지 얼마가 필요하다고 하면 계약을 하고 그 다음에 파종을 하기 때문에 재고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일본의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의적기공급생산(JIT·Just in Time)’ 시스템을 떠오르게 하는 생산관리 방법이다. 이 밖에 ㈜하늘빛은 SNS를 활용해 소통문화를 정착시키고 회사의 경영관리시스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글문서를 활용한 개방형 경영관리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정보의 투명성과 활용성을 높일 수 있었다.

 

사람(CEO) 혁신: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

흔히 창업가의 특성을 구분할 때 혁신성과 관리능력의 두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유형을 구분해 볼 수 있다. 혁신성과 관리능력이 모두 다 낮은 경우라면 회사 발기인(發起人) 정도의 수준에 그치는설립자(Promoter)’ 유형에 속한다. 기업을 계속해서 운영할 능력도, 성장 동력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기업 운영 능력은 부족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발명가(Inventor)’ 유형에, 반대로 창의성은 떨어지지만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면관리자(Administrator)’ 유형에 속한다. 만약 혁신성과 관리적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을 경우기업가(Entrepreneur)’라 할 수 있다. 농업 경영체의 성공을 위해서는 바로 이 네 번째 유형의 창업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림2)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해 추진하는 기업가적 활동은 무()로부터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상관없이 사업기회를 창출하거나 획득해 사업을 추구하는 창조적인 활동을 뜻한다. 공동화, 고령화 등 열악한 농촌 여건과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기업가적 활동이 그 어느 분야보다 절실한 게 농업이다.

 

또한 기업가적 활동은 비전과 열정, 헌신, 그리고 비전을 다른 사람들(고객, 종업원 등)에게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이 밖에 상호보완적인 재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하는 일, 다른 사람이 혼란스럽게 여기는 상황에서 사업기회를 감지하는 일, 사업기회를 성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자원을 발견하고 찾아내어 활용하는 일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모두가 외면하는 농촌에서 성공하려면 창의력과 혁신성뿐 아니라 탁월한 경영관리 스킬까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생도라지의 경우 선대(이성호 옹) 발명가로부터 경영능력이 뛰어난 후대(이영춘 대표) 기업가로의 경영이양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무리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고 훌륭한 상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도 CEO의 경영능력이 없으면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 관리능력과 혁신능력을 갖춘 기업가로서 이영춘 대표는 표준화된 공정체계를 구축해 제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소비자와 바이어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획기적인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 또한 발 빠른 해외시장 개척과 경영전반에 걸쳐 시스템화를 이뤄냄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다졌다.

 

이남주 자연아래버섯의 이남주 대표는 창의력과 혁신적 마인드를 가진 발명가로서의 능력은 뛰어나 새로운 버섯재배법을 개발할 수 있었지만 기업가로서의 경영관리 능력은 부족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성장·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늘빛의 전형광 대표의 경우 직원들의 꿈과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함으로써 직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 직원의 꿈을 실현하는 일터를 구현하고 있다.

 

농업 경영체의 성공 요소: 연개소문(連開小紋)

농업 경영체의 성공포인트는 3P의 혁신에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의 키워드는연개소문(連開小紋)’으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Networking)이다. 21C의 화두이자 생존무기는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다. 3P 혁신은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 및 융복합화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으며 이는 관련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보할 때 가능하다. ㈜장생도라지는 산학연의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고 이남주 자연아래버섯의 경우 외부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브랜드 개발, 틈새시장 확보,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각종 인증 취득에 대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둘째, (:Open)이다. 열린 마음으로 공존과 협력, 그리고 상호 벤치마킹을 통해 고정관념과 편견을 탈피하고 창조적인 모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스스로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집을 버리고 우수사례(Best Practices)에 대한 지속적인 벤치마킹을 통해 보다 창조적인 상품개발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성공 노하우를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주변과 나눠 더 큰 시너지로 승화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셋째는 소(:Small)이다. 작지만 강한 농업 경영체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소농(小農) 중심의 농업은 규모화를 통한 가격경쟁에는 불리하지만 다품종 소량의 소비시대에는 오히려 사업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농식품의 구매결정요인이영양감성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의 중심 요소를 가격에서 품질, 소비자 안심,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로 확장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작지만 강한 농업 경영체의 집중적인 육성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문(:Color)이다. 자기만의 차별화되고 독특한 색깔을 지녀야 한다. 장인정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개발과 신기술 도입으로 품질과 서비스를 혁신해 최고가 아니더라도 유일무이(only one)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차별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양주환 한국농수산대학 교양공통학과 교수 jhyang60@korea.kr

필자는 고려대와 한국과학기술원을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농림수산식품부 비용절감운동본부 위원, 농촌진흥청 미래전략자문위원회 및 강소농 추진본부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 양주환 | - 한국농수산대학 교양공통학과 교수
    - 농림수산식품부 비용절감운동본부 위원, 농촌진흥청 미래전략자문위원회 및 강소농 추진본부 자문위원 역임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