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Communication

협상 3.0시대: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가치’다

100호 (2012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개인과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협상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협상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경쟁의 강도가 치열해 질수록 사회는불통(不通)’분열(分裂)’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소통(疏通)’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과학적 방법론이 절실한 때입니다. 기업 대상 맞춤형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 교육기관인 HGS 휴먼솔루션그룹이 협상 전략과 기술, 갈등관리 등 소통의 과학에 대해 소개합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모든 건 변한다는 진실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고. 어젯밤 집사람이 끓여 준 라면도 그랬다. 당연히 얼큰한 빨간 국물의라면을 기대하고 있었는데왠걸, 집사람은 정체 불명의 흰 국물 라면을 그릇에 담아왔다. 그리곤 말했다. “요즘엔 이게 대세라고. 가요프로도 그렇다. 수많은 화제와 패러디를 만들어 낸 프로그램인나는 가수다노래를 듣기만 하는 사람이었던 관객을노래를 평가하는 사람으로 탈바꿈시켰다. 대단한가수들이 마치 오디션에 나온 아마추어처럼 그렇게 긴장한 모습은 난생 처음 봤다.

 

세상은 이렇듯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 협상도 빠질 수 없다. 상대로부터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한 협상, 그 방법도 시대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한 파이 안에서 내 것을 최대한 많이 챙기는 게 협상의 목표였다. 분배적 협상, 즉 협상 1.0의 시대였다. 그러다가 파이를 키워서서로많이 챙기는 협상이 인기를 끌었다. 바로 통합적 협상(윈윈 협상), 즉 협상 2.0이다. 최근 들어선 윈윈 협상도 시들하다. 상대의 감정, 인식, 행동을 건드리는 협상, 이를 통해 상대의 심리적 만족감을 극대화시키는가치중심의 협상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1 도 결국은 사람의마음과 가치에 대한 얘기다. 1.0에서 2.0을 거쳐 3.0까지. 협상의 진화를 소개한다.

 

협상 1.0, 분배적 협상

 

“연봉 80% 올려주세요!”

 

구단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선수의 작년 연봉은 39000만 원이었다. 80% 인상이라면 7억원이다. 구단주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안 됩니다.”

 

표정이 굳는 선수에게 다시 한번 못을 박는다.

 

“개인 성적만 좋았다고 그렇게 많은 연봉을 줄 순 없어. 팀 성적과 팀 기여도 항목도 중요해. 당신은 실책 개수 등이 많아서 고과 등급이 4등급이야.”

 

구단의 제안은 63000만 원이었다. 7000만 원 차이. 선수는 7억 원 이하는 절대 계약할 수 없다고 버텼고 결국 선수와 구단은 협회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결과는 63000만 원, 구단의 승리!

 

, 여기서 질문. 구단은 이 협상에서 이긴 것일까? 7억 원을 요구하던 선수에게서 7000만 원을 아꼈으니 이겼다고 평가할 수 있나? 눈치 챘겠지만 위의 사례는 지난 2010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후 롯데 자이언츠와 이대호 선수 간의 협상 얘기다. 2010년 이대호 선수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선수였다. 그리고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시즌 MVP도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그래서 그는 현역 선수 최고 연봉인 ‘7억 원을 요구했다. 이대호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없던 기록을 세웠으며 (구단은 이에 대한)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다.” 2

 

하지만 구단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대호 선수 개인이 탁월한 성적을 낸 것은 맞지만 팀이 우승을 한 것도 아닌데 그 정도의 인상은 힘들다는 것. 구단은 이렇게 반박했다.

 

“연봉 인상폭(24000만 원)은 구단 사상 최고액이다. 지난 시즌 성적, 리그 전체의 연봉 규모를 고려해 (국민 타자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이승엽과 같은 대우를 해주겠다.”

 

접점을 찾지 못한 둘은 결국 KBO(한국야구위원회) 연봉조정위원회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KBO는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KBO의 발표 후 롯데 팬들의 반발은 거셌다. ‘7000만 원 때문에 최고 스타 선수의 자존심을 구겨도 되느냐란 게 롯데 팬들의 주장이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자 롯데 배재후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겨도 욕 먹을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가 7억 원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아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 이대호 선수가 먼저 양보하지 않아 구단도 양보할 수 없었다는 논리다.

 

롯데의 협상법을 협상학적으로 보면이기는 게 최선인 협상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에게 양보하거나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보다 나의 요구나 주장을 지켜내고 최대한 많이 얻어 내는 것을 협상의 목표라고 생각한 협상이다. 이를 협상학에선 분배적 협상(Distributive Negotiation) 3  이라고 한다. 분배적 협상을 하는 협상가들은 크기가 정해진 파이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까만을 생각한다. 그래서 한 사람이 이기면 다른 한 사람은 질 수밖에 없다. 때론 이기기 위해 각종 기만 전술과 협박, 회유가 오가기도 한다.

 

분배적 협상의 대표적인 사례는 1차 세계 대전 종전 협상 중에 맺어진 베르사유조약이다. 1918년 프랑스, 미국 등으로 구성된 승전국 대표들이 베르사유궁전 거울의 방에서 만났다. 독일이 주축이 된 패전국들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아낼지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요구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독일군의 대포, 비행기, 함선 등을 양도할 것, 군인의 수를 육해군 합쳐 10만 명으로 제한할 것 등 군사적 제재는 물론 영토 반환, 식민지 양도 등 정치적 압박도 이뤄졌다. 경제적 압박도 엄청났다. 거액의 현금 보상은 물론 모든 특허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야 했다. 자국 내 천연자원의 채광권도 승전국의 차지였다. 말 그대로뿌리를 뽑는조치가 이뤄졌다. 그렇게 베르사유조약이 맺어졌다. 승전국 대표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다. ‘완벽하게이겼다.

 

결과는 어땠을까? 승전국의 압박에 독일 경제는 파탄에 빠졌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고 실직자가 속출했다. 국가는 혼란에 빠졌다. 그 상황에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히틀러가 등장했고 그는 세를 키워 복수를 준비했다. 결국 승전국들은 독일로부터 경제적 보상이 아닌2차 세계대전이라는 보상을 받아야 했다. 완벽하게 이긴 협상이 또 다른 전쟁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다시 롯데와 이대호 선수의 얘기로 돌아가자. 2011년 시즌 후 이대호 선수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구단으로든 옮길 수 있어진 셈이다. 결과는? 이대호 선수는 일본 프로야구의 오릭스로 이적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 2010년 연봉 협상에서 롯데가 조금 다른 협상법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롯데를 떠나서 다른 팀으로 간다는 건 야구하면서 생각 안 해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4 고 말하는 이대호 선수를 몇 시즌 더 롯데에서 뛸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기는 걸 추구하는 협상 1.0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협상 상대와의 거래 관계가한번으로 끝나는 경우엔 이런 접근도 필요하다. 해외여행 중 기념품을 사기 위한 가격 흥정 같은 게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정해진 파이에서 내가 최대한 많이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상 1.0. 당장은 행복하다. 하지만 기억하자. 그 행복이 영원하긴 힘들다. 상대가 언제 어떤 식으로 뒤통수를 칠지 모르기 때문에.

 

협상 2.0, 통합적 협상

 

분배적 협상의 한계를 깨달은 협상가들은 협상에 대한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1970년대 이후 하버드대 등에서도 협상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이들은 협상에 대한 정의부터 새롭게 내렸다. ‘한쪽만 이기는 것이 아니라둘 다 만족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통합적 협상(Integrative Negotiation)’ 5  또는원칙화된 협상(Principled Negotiation)’이라 부른다. 우리가 흔히윈윈(Win-Win) 협상이라고 말하는 협상이다. 강하게 맞서 있는 협상 이슈만 가지고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제시해 협상을 풀어가는, 한 단계 진화한 협상이라 할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출근을 하려는데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이 말한다.

 

“아빠, 용돈 2만 원만 올려주세요!”

 

만약 당신이 분배적 협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접근할 것이다.

 

“시끄러워! 공부나 해!”

 

이렇게 되면 당신과 아들의 관계는 서먹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통합적 협상을 하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주말엔 집안 청소를 돕고 매주 용돈기입장을 써서 아빠에게 보여주는 게 가능할까? 그러면 아빠도 용돈 인상을 고민해볼게.”

 

어떤가? 이렇게 되면 아들은 용돈을 더 받기 위해 집안 일을 도울 것이고 용돈기입장을 쓰면서 돈을 좀 더 계획적으로 쓸 방법을 찾을지 모른다. 이런 협상을 통해 아빠와 아들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통합적 협상법은 실제 협상에서도 많은 문제를 풀어준다. 스포츠 선수의 연봉 협상에서도 윈윈을 만들어 낸 사례 6 가 있다. 1997년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와 데니스 로드맨의 협상을 보자. 로드맨은 ’97∼98시즌을 앞두고 1000만 달러의 연봉을 요구했다. 지난 시즌 연봉 90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인상을 원한 것.

 

하지만 구단의 생각은 달랐다.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는 그의 태도 때문에 피해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 선수들과는 물론 관중, 심지어 심판과도 시시때때로 싸움을 벌였고 이 때문에 징계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시즌 징계 때문에 구단은 200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물어줘야 했고 로드맨은 14게임에 뛰지 못했다. 게다가 무단으로 13경기에 불참하는 등 로드맨 개인이 팀에 입힌 손실이 300만 달러를 넘는다고 계산했다. 그래서 인상은커녕 3분의 2를 삭감한 600만 달러를 주겠다고 맞섰다.

 

구단의 이런 생각을 알게 된 로드맨은 구단과 통합적 협상을 시도했다. ‘조건부 연봉 계약을 제안한 것. “연봉을 1000만 달러로 하되 시즌 동안 자신의 출장 정지 등에 따라 구단이 피해를 입으면 그만큼 빼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협상은 이렇게 타결됐다.

 

“기본 연봉은 450만 달러로 한다. 여기에 로드맨이 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출장하면 100만 달러, 리바운드 왕을 따낼 경우 50만 달러, 정규 시즌 출장 경기가 60경기를 넘었을 때부터 게임당 185000달러를 더 준다.”

 

그 결과 ’97∼98시즌, 로드맨은 전체 82게임 중 부상으로 빠진 2경기를 뺀 80경기를 뛰었다. 리바운드 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그는 총 101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애초에 원했던 1000만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은 것. 그리고 로드맨의 활약 덕분에 시카고 불스는 우승을 차지했다. 400만 달러의 연봉 차이가 다툼으로 커진 게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통해 양측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 계기가 됐다. 바로 이게 통합적 협상을 통한 윈윈이다.

 

통합적 협상을 하기 위해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람들 간에 협력적인 태도를 갖는 게 필수적이다. 상대를 내가 이겨야 할 적이 아닌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다.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이런 접근은 아주 큰 힘을 지닌다. 1990년대 초 폭스바겐과 중국 정부 간의 협상 사례 7 가 좋은 예다. 중국 시장이 조금씩 개방될 무렵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진출을 계획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의 선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다들 별 소득 없이 돌아가야만 했다. 중국 정부가자동차 기술 이전을 해주지 않으면 중국 진출은 꿈도 꾸지 말라고 버텼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에핵심 역량인 기술 이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때 폭스바겐은 중국 정부를이 아닌파트너로 인식하며 이렇게 접근했다.

 

“자동차 기술 이전은 해주겠다. 단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중국 정부와 국영 기업의 관용차를 폭스바겐으로 바꿔 달라. 둘째, 다른 외국 자동차 생산업체의 중국 내 투자를 제한해 달라. 셋째, 자동차 부품에 붙이는 관세는 낮추고 완성차를 수입할 때의 관세는 올려달라.”

 

결과는 어땠을까? ‘자동차 기술 이전을 얻어 낸 중국 정부는 폭스바겐과의 협상을 타결했고 폭스바겐은 2000년대 초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성과를 냈다.

 

나와 상대의 차이를문제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협상의 파이를 키울 힌트로 받아들이는 게 통합적 협상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럼 롯데 자이언츠와 이대호 선수가 통합적 협상을 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총 7억 원(기본 연봉 6억 원 + 옵션 1억 원)에 계약한다. 홈런을 40개 이상 치면 4000만 원, 타격왕을 차지하면 3000만 원, 타점왕에 오르면 3000만 원을 지급한다. 여기에 구단이 우승을 차지하면 5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만약 롯데 구단이 이렇게 협상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대호 선수는 처음에 요구했던 7억 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았을 수도 있다. KBO의 연봉조정위원회까지 가서 구단과 껄끄러운 관계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롯데 구단도 이대호 선수가 열심히 경기에 뛰어 우승을 하면 일석이조 아니었을까?

 

바로 이것이 분배적 협상과 다른 통합적 협상의 힘이다. 그래서 협상을 배운 사람들은 항상 협상의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한다. 내가 가져가는 것만큼 상대에게도 뭔가 주기 위해새로운 대안을 찾으려 애쓰는 것, 그게 협상 2.0이다.

 

 

협상 3.0, 가치 중심의 협상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롯데 구단이 이대호 선수에게홈런을 많이 치고 타격왕이 되면 7억 원보다 훨씬 더 받을 수도 있다고 다양한 옵션을 건 협상안을 제시했다면 이대호 선수가 이 조건을 받아들였을까?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한 이대호 선수의 표현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는자존심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건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인정해 달라는 하소연은 아니었을까?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할까? 답부터 얘기하면그냥 75000만 원을 줘라는 것이다. 7억 원을 요구하는데 오히려 5000만 원을 더 주라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협상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진짜프로 협상가의 협상법이다.

 

사례 8 를 하나 보자. 1930, 프린스턴대의 플렉스너 원장은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세계 곳곳의 유명 학자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연봉 협상이 시작됐다. 원장이 편지를 보냈다.

 

“연봉을 얼마나 드리면 저희 학교로 오시겠습니까?”

 

당시 독일에서 연구 활동을 하던 그는 이렇게 회신을 했다.

 

“제가 그보다 더 적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3000달러를 주십시오.”

 

편지를 읽고 잠시 고민하던 프렉스너 원장의 답장은 이랬다.

 

1만 달러 드리겠습니다.”

 

협상은 당연히 타결됐고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대에 부임했다.

 

어떤가? 플렉스너 원장이 제안한 연봉은 세상 물정을 몰랐던 아인슈타인이 원했던 것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당시 미국 교수들의 평균 연봉인 7000달러보다도 훨씬 많았다. 말도 안 되는 협상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이게 진짜 성공한 협상이다. 왜냐고? 플렉스너 원장은 1만 달러로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사버렸기 때문이다. 프린스턴에서 연구를 하며 기념비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 내자 아인슈타인에게 하버드, 예일 등 미국 유수의 명문 대학들이 엄청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프린스턴을 떠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준 프린스턴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이 협상은 우리에게 협상에 대한 틀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협상은 테크닉이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진짜 원하는가치(values)’가 뭔지 아는 것이다. 7000달러를 아끼는 것과 천재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얻는 것. 둘 중 나에게 더 가치 있는 게 무엇이냐에 따라 협상은 180도 달라진다.

 

다시 이대호 선수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만약 2010년 연봉 협상 당시 롯데 구단의 가치가이대호 선수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면 7억 원이 아니라 ‘8억 원도 줬어야 한다. 만약 그랬다면 롯데 팬들은 2012년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가 아닌 사직 구장에서 응원가부산 갈매기를 들으며 홈런을 날리는 이대호 선수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오해하지 말자. 협상에서 얻어내야 할 이익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무조건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아인슈타인을 얻는 것보다 당장의 돈을 아끼는 게 중요한 사람에게 플렉스너 원장의 협상은 엉터리다. 이대호 선수와의 연봉 협상에서 7000만 원을 아끼는 게 롯데 구단의 중요 가치였다면 구단은 협상을 잘한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즉 나의 가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충족시키기 위한 협상, 그게 바로 협상 3.0이다.

 

협상은조건이 아닌사람과 하는 것

 

협상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협상은 누구와 하는가?”

 

답은사람이다. 비즈니스 협상이든, 외교 협상이든, 인질 협상이든, 마찬가지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 벌이는 커뮤니케이션이 협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자꾸 잊는다. 사람이 아닌 그가 말하는조건과 협상한다고 착각한다.

 

결국 협상의 핵심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가치. 그 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협상을 성공과 실패로 나누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요즘의 협상은 경영학에서 심리학의 영역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다.

 

강요해서 무조건 많이 얻어내려고만 하는 것은협상 1.0’, 즉 초보의 협상이다. 양측이 만족할 만한 협상 결과를 얻어 내는 것만 생각하는 게협상 2.0’이다. 협상 3.0’을 추구하는 고수는 상대가 뭘 요구할지 걱정하지 않는다. 이 협상을 왜 하는지, 얻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한다. 상대는 어떤 가치를 얻기 위해 이 협상을 하는지를 고민한다. 가치를 만족시키는 협상이 진짜 협상이다.

 

야구 얘기로 시작했으니 야구 얘기로 끝을 내자. 2012년부터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게 된 박찬호 선수. 그의 올해 연봉은 2400만 원. 프로야구 최저 연봉이다. 입단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영광스러운 기회에 연봉을 얼마 받는지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9  

 

6억 원의 연봉을 제안한 구단에 2400만 원만 받은 박찬호. 그는 협상에 실패한 걸까? 아니다. 그는 야구 선수가 아닌야구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가치는많은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존경받는 야구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협상을 통해야구 선수가 아닌야구인이 됐다. 그래서 박찬호의 협상은 최고의 협상이다. 가치(values) 충족. 그게 협상 3.0의 핵심이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ckchoi@hsg.or.kr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최철규 대표는 국내 비즈니스 리더 3만 명에게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전파한 언론인 출신의 기업교육 전문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일했고 IGM 협상스쿨 원장을 지냈다.

 

김한솔 수석연구원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협상 R&D 팀장을 지냈다. 현재 HSG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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