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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Creating Shared Value) Report-1

기업의 본업과 사회적 이슈... 접점부터 찾아라

문휘창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많은 기업이 다양한 이유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기업의 본질과 상충돼 즉흥적이며 단기적으로 이뤄진다. 사회가 받는 혜택도 기업의 노력에 비해 미미하다. 필자의 지난 글(DBR 94·2011 12 1)에서는 이제 기업이선함뿐인 착한 기업에서선함지혜를 함께 갖춘 스마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단순히 사회적 책임 경영이 아니라 사회와 기업 모두의 가치 창출을 위한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어떻게 CSV 활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윤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해답이 멀리 있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그 방법으로 4가지 전략을 단계별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사회적 활동의 경쟁 분야로 제일 잘하는 사업 분야를 택한다. 둘째, 더욱 구체적으로 자사의 가치사슬에서 특히 취약한 부분을 찾는다. 셋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취약한 부분을 해결한다. 마지막으로 혼자 하기보다는 관련 기관과 함께 클러스터를 형성해 수행하면 시너지를 통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내용은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HBR(2011 1, ‘The Big Idea: Creating Shared Value’)>에서 보여준 방향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에 관한 국내외 사례를 들어 구체적인 실천방향과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경쟁분야 자기의 핵심분야에서 시작하라

필자에게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찾아와서 상담을 요청할 때가 있다. “교수님, 제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요?” “공부를 더 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요?” 고민이 가득한 눈으로 물을 때마다 필자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잘하는 것을 해라.” 이는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되는 기준이다. 기업이 중대한 선택을 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하는 것은 제일 잘하는 분야인지 여부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주목을 받으면서 사회적 활동을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관심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발전 단계에서 별도의 부서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부서를 만들었다고 해서 사회적 활동을 잘하고 있다고 만족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여러 활동 중에서 하나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별도의 부서가 기업 전체의 사회적 활동을 대표해서 완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일부 부서가 아닌 기업 전체의 전략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해결되지 못한 이슈가 많이 있다. 그리고 기업에는 각각 제일 잘하는 분야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라도 잘하지도 못하고 관련도 없는 분야에서 사회적 활동을 하면 기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성공적이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스스로 지닌 경쟁 우위 분야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의 접점을 찾아 사회와 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예를 들어 식품 회사는 건강에 관심이 많고, 자동차 회사는 자원이나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사회적 이슈와 업종 특성이 일치하는 부분을 사회적 활동으로 접근한다면 해당 업종의 특별한 전문성을 토대로 보다 효과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업종 내 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KT의 사례를 통해 가장 잘하는 것을 선택하고 공략해서 CSV를 수행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2007년 출범한 KT IT 서포터즈는 IT 지식 기부를 통해 누구나 IT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직원 봉사단이다. 이 같은 재능기부형 활동은 지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니즈와 KT의 업종 경쟁력인 IT 서비스와의 접점에서 수행된다.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교육 기회가 적은 지역과 계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정보 검색과 같은 컴퓨터의 기본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이 있다. 이를 통해 KT는 잠재적 소비자와 더 많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고객충성도를 높였다. 또 이를 직원 교육에 활용해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쓰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직원들은 빠르게 새로운 IT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타이어를 생산하는 일본의 브리지스톤(Bridge Stone)은 폐타이어로 인한 환경오염을 고민하던 차에 기존의 경쟁 우위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폐타이어를 재활용하면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줄어들고 타이어를 태울 때 발생하는 유해가스도 줄일 수 있다. 자원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원자재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생산에 소요되는 원자재가 절약되기 때문에 한결 저렴한 가격에 생산이 가능하며 소비자에게도 저렴한 가격에 타이어를 공급할 수 있다. 덕분에 이 기업은 2008년 일본 국내에서만 모두 50만 개의 재생 타이어를 판매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업종의 특성을 살려 기업의 경쟁우위 분야와 사회적 니즈의 접점을 찾아간 경우다. 특히 핵심 역량에 따라 동종업계에서도 기업마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회적 이슈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기업은 다양하고 효과적인 사회적 활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생산요소
가치사슬 안에서 제품과 서비스 혁신의 계기를 찾아라

기업은 사회적 활동의 대상으로 우선 자신이 속한 사업 분야를 택한 후 더욱 구체적으로 자기 사업의 가치사슬 중 특정 분야에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업과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즘 보도 자료를 보면 어떤 기업이 얼마를 기부했고 직원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는 등의 기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커다란 현수막을 배경으로 찍은 단체 사진도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을 이들의 사회봉사 활동은 기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소비자 역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기업이 사회적 활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자선이나 봉사활동을 생색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활동을 기업의 본업과 분리해서 생각하면 그 일이 착한 행동이라도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핵심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기업 생산의 바탕이 되는 가치사슬을 분석해야 한다. 각 단계의 가치사슬을 분석해 기업 활동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이 창출되는지,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할 때 가치사슬을 균형 있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가치사슬 내에서 자원 사용이나 건강, 안전, 노동, 환경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폭스콘’ 사례는사회적 이슈때문에 가치사슬에서 불균형이 일어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얼마 전 중국에 있는 애플의 하청업체 폭스콘에서 미성년 노동자들의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서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열악한 작업 환경이 원인이었다. 자살자가 19명에 달하자 대중의 비난이 극에 달했고 이 사건은 승승장구하던 애플의 이미지에 먹물을 끼얹었다.

 

이는 인적 자원 관리와 연관된노동 환경 문제라는 사회적 이슈로 가치사슬에 불균형이 발생한 사례다. 폭스콘은 이 사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의 월급을 원화 기준 5만 원 정도 인상하는 데 그쳤고 자살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건물을 쇠창살로 둘러쌌다. 2층에는 투신을 막기 위해 그물을 달았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임금 인상이나 자살방지 장치 등은 주먹구구식 방지책에 불과하다.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폭스콘은 노동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근본적인 접근법을 취했어야 했다. 기업은 가치사슬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사회적 이슈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치사슬의 각 단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사건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하청기업의 아동 노동 착취로 대외적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나이키처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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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휘창

    문휘창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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