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생태계의 허브 구상
카카오의 철학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카톡은 실시간 메시징 플랫폼에서 가치 있는 정보와 지식 등을 실시간으로 교환하는 모바일 생태계를 꿈꾸고 있다. 약간의 룰과 공정한 원칙만 만들고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 이게 마음에 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 경제다. 카카오링크를 만들고 모든 어플리케이션 개발사들에 무료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한 것도 생태계 경제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생태계 경제가 정착하면 기업들이 함께 커가는 구조, 즉 동반성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과 더불어 기회를 얻었던 것은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마켓 등 모바일 생태계 때문”이라며 “카카오톡이 다양한 오픈 플랫폼을 제공해 모바일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부터 오픈 플랫폼을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플러스 친구, 카카오링크가 바로 그것이다. 카카오링크란 외부 앱에서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링크를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음악사이트와 연동된 앱에서 음악을 듣다가 카카오톡의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면 자신이 선택한 카톡의 친구에게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링크를 보내는 방식이다. 현재 카카오링크는 벅스, 소리바다 등 1400개 앱에서 쓰이고 있다. 또 음악, 맛 집, 동영상 등 공유의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 플러스 친구는 스타나 잡지, 회사를 플러스 친구로 등록하면 유용한 정보와 할인쿠폰이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성공요인
올해 10월 기준으로 아이폰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에는 각각 약 50만 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앱은 매우 적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더라도 반복적으로 쓰이는 앱은 더 적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카톡은 1년8개월 만에 가입자 3000만 명을 모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시장 진입 단계에서 낯선 브랜드와 기능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단기간에 대규모 고객을 확보하며 선발자의 우위(first mover advantage)를 다졌다.
① 신속한 시장 진입
4-2법칙을 활용한 신속한 시장 진입 전략은 카톡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새로 만들고 이를 선점해 단기간에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는 게 카톡의 성장공식이다. 눈에 띄는 경쟁자도 없었다. 고객들은 카톡의 서비스를 선택하면서 별다른 거부감이나 다른 서비스 포기에 따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가입자가 늘면 이 네트워크의 가치도 동시에 증가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이 느끼는 편익은 더 커진다. 가입자들은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친구들을 더 초대한다. 이 결과 가입자가 다시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가입자의 이탈과 후발주자의 추격을 막는 안전판이 된다. 가입자가 탈퇴를 할 때 감수해야 하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되면 고객은 특정 서비스에 묶이는 ‘고착화(Lock in)’를 경험한다. 더 나은 서비스나 제품이 나와도 웬만해서는 옮겨가기 어렵다. 카카오톡은 이 점을 이용했다. 선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앱을 내놓고 무료 정책을 펼쳤다. 고객 한 명보다 네트워크와 생태계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모델을 지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결과 다음 마이피플, 네이버의 네이버톡,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UC, LG유플러스의 와글, KT의 올레톡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통신사들까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카톡은 아직까지 순항하고 있다.
② 행동 변화는 줄이되 혁신성은 강화
기능이 뛰어난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신제품의 70∼90%는 실패한다. ‘혁신의 실패(innovation failure)’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혁신성이 떨어지거나 혁신이 수반하는 이용자의 태도 및 행동 변화에 대한 저항이 클 때 발생한다. 혁신은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이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의 방식을 대체하는 형태를 띤다. 혁신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은 익숙한 기존 방식을 버려야 한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쉽사리 과거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새로 갖게 되는 것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것의 가치가 동일해도 소비자들은 기존의 것을 포기하는 데 따르는 손실을 더 크게 인식한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다. 결국 혁신 제품으로 얻는 편익이 기존 제품보다 훨씬 크지 않다면 소비자는 신제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존 거빌 교수는 이를 ‘혁신의 저주(course of innovation)’라고 정의했다. 즉, 요구되는 태도 변화(Behavior change)가 크고 제품의 혁신(Product innovation)이 낮다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컴퓨터의 드보락 자판의 예가 있다. 이 자판은 대부분의 컴퓨터에 쓰이는 쿼티(QWERTY) 자판보다 혁신성이 낮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 새 자판을 쓰려면 손에 익은 기존 타자 방법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법을 익혀야 한다. 결국 소비자의 저항에 부닥쳐 실패했다. 반면, 요구되는 태도 변화가 작고 혁신의 정도는 크다면 ‘대박’이 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의 이용 방법은 기존 검색엔진과 비슷하다. 하지만 새로운 검색 알고리즘을 채용해 훨씬 더 나은 검색결과를 제공한다. 구글이 단기간에 성공한 이유다. 거빌 교수는 혁신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첫째, 고객의 기존 행동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특정 대안에 얽매이지 않는 백지 상태의 고객을 공략하라는 것이다. 셋째, 충성도가 높은 열성 팬을 찾아내는 것이다.
카톡은 이런 점에서 고객의 행동 및 태도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스마트폰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혁신을 극대화해 혁신의 저주를 벗어났다. 첫째, 카톡은 피처폰의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메신저의 장점을 결합해 사용자들이 쉽게 쓸 수 있는 단순한 서비스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했다.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관찰하고 모바일에서 가장 단순하고 간결한 서비스 모델을 디자인한 것이다. 주고받은 문자를 말 풍선 형태로 편집해 한 창에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인터넷 메신저로 채팅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석우 공동 대표는 “PC 쪽에서는 기능을 많이 붙이고 여러 기능들을 잘 융합하는 것이 성공요건이었다”며 “모바일은 단순해야 하고 기능을 많이 붙일수록 복잡해지고 속도가 느려져 가치가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기업들이 PC의 관점에서 모바일을 보며 블로그, 카페 등 여러 기능을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모바일 관점에서 서비스를 본다면 이는 사용자의 불편과 ‘기능 피로(function fatigue)’를 초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대 러스트 교수 등은 컨버전스(convergence)가 늘어나면서 기능이나 사용방식이 복잡해지면 꼭 필요로 하는 기능 이외의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쉬운 사용 방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컨버전스가 진행될수록 특정 기능과 편익을 강조하는 디버전스(divergence)가 촉발되는 이유다. 여러 기능을 통합하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 모델 형태의 모바일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이런 서비스에 싫증을 느끼는 ‘과충족(overshot) 고객’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고객들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집중하며 간결하고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카톡의 고객이 될 수 있었다.
둘째, 사용자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만한 혁신성이 있다. 즉,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똑똑한 기술(smart offering)로 서비스 전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다. 카톡은 인터넷 메신저처럼 친구 등록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쓸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처럼 로그인을 할 필요도 없다.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은 다음 자신의 전화번호로 가입하면 스마트폰에 입력된 지인들 가운데 카톡을 쓰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친구로 등록된다. 그룹채팅 기능까지 있기 때문에 인터넷 메신저처럼 여러 사람과 대화도 가능하다. 게다가 다운로드 비용도 받지 않는다. 카톡 개발의 아이디어가 된 전화번호 기반 모바일 메신저인 왓츠앱은 유료로 다운로드를 받아야 한다.
셋째, 스마트폰 교체기에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했다는 점도 혁신의 저주를 최소화했다. 스마트폰에 새로 가입한 고객이 타깃이었기 때문에 소비자의 손실회피 성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카톡에 가입할 때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별도로 요구하는 개인정보가 없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용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최소화한 점도 고객의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
③ 고객 참여를 통한 가치 공동창출
카톡의 고객은 단순한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다. 기업은 고객에게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라는 가치를 제안할 뿐이다. 실제 가치는 고객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창출된다. 고객이 양질의 서비스를 경험할수록 더 많은 가입자를 유인하고 네트워크 효과도 강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해 카톡은 고객의 서비스 경험에 방해가 되는 광고도 붙이지 않는다. 서비스도 옵트인(opt in) 방식으로 설계했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광고나 판촉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발송하는 식의 ‘옵트 아웃’ 모델은 사용자의 부담을 늘리고 만족도를 떨어뜨린다고 봤다.
카톡이 신속하게 서비스를 내놓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객의 역할을 새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카톡의 고객은 서비스를 받는 수동적인 고객을 의미하지 않는다. 카톡 서비스를 완성하는 ‘가치 공동창출자(Value co-creator)’다. 김 의장은 카톡 초기 개발 당시 타이밍이 사업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기보다 가장 단순하고 간결한 서비스를 내놓고 고객의 평가를 반영하는 개발 프로세스를 구상했다. 김 의장은 “상상 속에서 개발하지 말고 사용자의 평가를 받자”고 개발팀을 독려했다.
카카오는 2010년 3월 첫 번째 서비스를 내놓은 뒤에 2011년 2월에 이용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개선하는 ‘100가지 기능 개선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월까지 6만 건의 제안이 들어왔다. 카톡은 이 제안을 회사 관점에서 평가하지 않았다. 이용자 투표에 부쳤다. 이용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사용자들이 이를 추천하게 했다. 약 80만 건의 추천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카톡의 글씨가 너무 작다”는 제안에는 3000여 명이 추천을 눌렀다. 카톡은 고객 추천이 많은 아이디어 중 전략 방향과 일치하는 100가지 기능을 추려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④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조직 문화
카톡은 지난 3년간 40번의 조직개편을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때그때 팀을 짜서 일을 한다. 이용자의 아이디어도 이런 식으로 서비스에 반영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하나의 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체한다. 관련 분야의 지식을 갖춘 팀원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협업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애자일 프로그래밍(Agile Programming)’의 형태다. 조직도 그만큼 유연하다. 별도의 직책도 없다. 엔지니어면 엔지니어, 디자이너면 디자이너다. 수시로 팀을 옮겨 다니기 때문에 별도 직책을 명함에 쓰지 않는다.
카카오 직원들은 카카오의 그룹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카카오 아지트’를 사용해 업무를 처리한다. 업무별로 방을 나눠 어떤 부서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현재 추진 상황은 어떤지를 공개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여기에 올린다. 그러면 직원들이 피드백을 준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한다. 결재도 같은 방식으로 한다. 카카오가 새로 내놓은 ‘플러스 친구’ 서비스도 카카오 아지트에 올라온 직원 제안이 사업화된 것이다.
조직 구조도 수평적이다. 카카오에서는 서로 ‘님’자를 붙이지 않는다. 김 의장은 브라이언, 이제범 공동대표는 ‘JB’, 이석우 공동대표는 ‘비노’ 등 영어이름으로 불린다. 수직의 위계보다 수평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입사원들도 자유롭게 윗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한다. 회사가 위기에 직면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직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몰입도와 헌신이 높아진다.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면 생각이 다른 직원들은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결국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카카오톡이 수평적 조직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이유다.
카카오에서는 조직은 최대한 작게 하고, 의사결정은 최대한 신속하게 하고, 새로운 서비스는 빨리 내놓고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원칙이 뿌리를 내렸다. 실패에서 성공 노하우를 배우는 조직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서비스를 개발하며 완성도에 집착하다가 결국 시장 진입시기를 놓쳤던 실패를 조직 전체가 기억하고 있다. 이 경험이 카카오톡 성장의 보약이 됐다. 카카오톡에서는 빨리 실패하고 많이 배우는 게 미덕이다. 4명이 2개월간 개발한다는 4-2법칙도 그래서 생겼다. 모바일 형태에 맞게 조직이 진화한 것이다. 작은 팀이 신속하게 움직이다 보니 핵심기능에 집중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개발인력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김범수의 작품’이라는 점에 쏠렸다. 실제로 한게임과 NHN 성공 신화를 쓴 김 의장의 통찰과 영향력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아이위랩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개발자들도 회사의 핵심 자산이다. 경험과 실력을 갖춘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영역을 모바일로 신속하게 옮기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화두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카톡을 개발한 이상혁 최고개발책임자(CDO)의 경우 프리챌 출신으로 PC 메신저를 개발한 전문가다. 카카오 내에는 NHN, 네오위즈, 프리챌 등의 큰 회사에서 대량의 데이터 처리를 하거나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많다. 이런 전문가들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급격히 늘어나는 카톡의 데이터 전송량도 감당할 수 있었다.
⑥‘무료 메신저’ 포지셔닝
카톡은 시장 진입 초기 “아이폰에 가입하면 쓸 수 있는 ‘무료 모바일 메신저’”로 사람들에게 각인됐다. 다운로드와 이용법이 간단해 윈도에 내장된 메신저처럼 스마트폰에 내장된 메신저라는 뜻의 ‘임베디드 메신저(embedded messenger)’라는 말까지 나왔다. 사람들에게 메신저처럼 친숙하고 익숙한 제품으로 포지셔닝한 점이 초기 시장의 거부감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보급 과정에서 데이터 정액요금제를 내놓은 것도 카톡 확산에 큰 도움이 됐다. 카톡은 엄밀히 따지면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이다. 와이파이망을 이용해 카톡 메시지를 전송하면 무료다. 하지만 3G 망을 이용하면 소액의 비용이 발생한다. 스마트폰 가입자 대부분이 정액요금제에 가입하기 때문에 소량의 메시지 발송 비용을 신경 쓰지 않는다. 스마트폰 보급에 나선 통신사도 정액 요금제를 대대적으로 확산시켰다. 이런 환경 변화가 없었다면 카톡이 ‘무료 메신저’나 ‘무료 문자서비스’로 인식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카카오톡은 ‘전화번호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를 무료로 제공하는 모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카톡은 스마트폰에 입력된 전화번호로 대화 상대를 자동으로 추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톡 어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으면 자신의 스마트폰에 입력된 주소록의 상대가 친구로 등록된다. 자신의 주소록에는 없지만 카톡을 쓰는 A의 스마트폰 주소록에 내 번호가 입력돼 있다면 A도 대화 친구로 자동 추천한다. 별도로 대화상대를 검색해 입력해야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다.
전화번호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는 카카오톡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왓츠앱(What’sApp)이 전화번호 기반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유료 어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하면서 소비자의 가격 저항에 부닥쳤다. 유료로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가입을 추천하기가 어렵다. 네트워크 효과가 제한적이고, 빠르게 가입자 기반을 늘릴 수 없게 된다. 와츠앱이 시장에 먼저 진출하고도 후발주자를 구축하는 독점적인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다.
카톡의 또 다른 장점은 인터넷 메신저와 같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카톡은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를 채팅창처럼 한 창에서 보여준다. 대화 내용은 말 풍선으로 표시돼 친근함을 준다. 여기에 그룹채팅 기능까지 추가했다. 일대일 문자교환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문자메시지 교환 과정을 메신저 프로그램처럼 친근한 인터페이스로 만들고 기능을 추가해 카톡만의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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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
카톡의 도전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단기간에 3000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선점효과를 이용한 사용자 기반 확대에 성공했다. 모바일 생태계 구축의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비즈니스모델로 나아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첫째,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이 발등의 불이다. 카톡으로 하루 평균 8억 개의 메시지가 오간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카톡이 느려졌다”는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불편이 장기화하면 고객 이탈이 불가피하다. 카톡은 올해 3월 속도 향상을 위한 ‘겁나 빠른 황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먼저 가입자의 80%가 쓰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서비스에 손을 댔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정교하고 복잡한 분산처리 기술이 필요했다. 개발자들은 메시지 패킷 사이즈를 크게 줄이고 서버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접속방식을 바꿔 메시지 전송 속도를 끌어 올렸다. 망 부담을 고려해 우회방식으로 속도개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다음 달에는 아이폰용 서비스의 속도 개선작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둘째, 카카오톡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인 수익과 비용구조가 안정돼 있지 않다. 카카오는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카카오의 매출은 카톡의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이 사실상 전부다. 모바일 쿠폰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월 20억∼30억 원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가져가는 몫은 이 금액 중 수수료에 해당하는 일부에 불과하다. 카카오가 보유한 가입자 정보는 전화번호가 유일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카톡 측은 “유료화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유료화의 유혹을 벗어나기 어렵다. 카카오는 최근 플러스 친구, 카카오링크 등을 통해 모바일 생태계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유료 이모티콘 서비스도 시작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카톡에 반영하고 싶어 하는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다.
모바일 생태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업과 고객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할을 하는 소셜커머스 형태의 수익모델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위치기반서비스(LBS) 등을 활용한 서비스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서비스 제공자가 일방적으로 서비스나 정보를 제공하는 푸시(push) 방식은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고객이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등록하고 해당 서비스를 받게 하는 풀(pull) 방식으로 고객 참여를 확대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때 진정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사업 성장에 발 맞춰 조직 체계와 문화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카카오 직원은 어느새 150명으로 늘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카카오의 강점인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희석될 수 있는 위험도 커졌다. 카톡은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 성과평가제도 도입을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성과평과제도가 없었다. 조직 규모가 작아 누가 무슨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카톡은 올해에는 성과평가제도를 시범 도입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넷째, 해외시장 개척이다. 현재 카카오 가입자의 20%가 해외 고객이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단순하고 간결한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점도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한 점이다. 카카오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일본 등의 해외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스마트폰 교체시기의 시장 진입 전략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하기 위해서는 구글 등 클라우드서비스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외시장 진출에 따른 인프라와 자원의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업이다. 시장이 확대될 경우 서버 등의 자원을 분산 관리할 필요도 있다. 본원적이고 핵심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서버 자원 등을 효과적으로 분산관리하는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서비스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