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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패션의 제국: 탈권위의 옷의 역사를 말하다

김원철 | 87호 (2011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21세기 초경쟁 시대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DBR은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코너를 통해 동서고금의 고전에 담긴 핵심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사상과 지혜의 뿌리가 된 인문학 분야의 고전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혁신이 현대인의 새로운 종교가 됐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 학교의 감동적인 부활스토리부터 스티브 잡스의 성공신화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예찬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어느 시도의 구청장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소회를 공공연히 밝혔다.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해야 할 기관장마저 혁신의 전도사가 됐으니 혁신은 확실히 우리 시대의 복음이 된 셈이다. 허나 말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혁신이다. 도대체 무얼 어떻게 바꾸라는 말인가?
 
동서양을 넘어 혁신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칸트다. 흔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지칭되는 그의 혁신은 서양 철학사를 둘로 나누는 분기점이 됐다. 코페르니쿠스는 움직이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지구라고 말했다. 칸트도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180도 뒤집어놓는다. 사물들이 서로 원인과 결과를 이루기에 우리가 인과성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과성을 통해 사물들을 인식하기 때문에 어떤 사물은 다른 사물의 원인 혹은 결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상사에 있어 모든 혁신들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서만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 질 리포베츠키(Gilles Lipovetsky)는 너무 뻔한, 그래서 하등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소재를 통해 오히려 사고의 혁신을 꾀했던 인물이다. 그의 처녀작이라 칭해도 좋을 <패션의 제국>
(1987)은 20세기 마지막 사상논쟁의 불씨가 됐으니 그 혁신성이 대충 짐작이 간다.
 
리포베츠키가 일차적으로 주목했던 측면은 유행의 덧없음이다. 세상천지에 패션만큼 변덕스러운 것이 또 있으랴. 어느 해에는 롱스커트가 유행하다가 그다음 해에는 한 뼘도 안 되는 짧은 치마가 멋쟁이 여성들의 필수품이 된다. 왜냐고 물어보면 싱거운 답변만이 되돌아온다. ‘멋있잖아요!’ 당연지사 옷은 멋으로 입는다. 그렇다고 유행에 미적 기준이 딱히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신체에 꼭 달라붙는 레깅스가 최근 멋으로 통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민망한 의상이었을 뿐이다. 유행은 한철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최첨단 유행으로 통하던 의상들이 오늘은 밋밋하고 몰개성적이고, 심지어는 구태의연한 것으로 배척된다. 그나마 유행에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변덕은 예외가 아니라 영구한 규칙이다.

덧없이 흘러가는 것이 유행이기에 유행을 좇는 사람들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번 여름에 구매한 티셔츠를 몇 해 후엔 입지 못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옷이 너무 낡아서? 아니다. 단지 유행에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행은 철저히 현재적인 만족을 위한 것이다. 지금 저 옷을 입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일지가 중요하다. 옷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물건들도 마찬가지이다. 막 출시된 아이폰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제품의 이미지이지 기능은 아니다. 이처럼 유행은 사물들과 우리의 관계를 바꾸어놓는다. 실용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유희적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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