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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Report: Green Building Solution

그린 빌딩:라이프 사이클 관점에서 접근하라

김남국 | 87호 (2011년 8월 Issue 2)

 

 

많은 국가들이 자동차나 공장 시설 등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은 눈에 잘 띈다. 이처럼 가시성 높은 분야에서부터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대규모 에너지 사용처가 있다. 바로 도시의 빌딩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체 에너지의 40%를 빌딩이 소비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의 21%를 빌딩이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빌딩의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다. 미국에서는 전체 전기의 70% 이상을 빌딩이 소비하고 있다. 자동차나 트럭 등 운송 수단의 두 배 이상 에너지를 빌딩이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신흥국에서도 빌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7000㎢의 빌딩 공간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중국 전체 쓰레기의 30∼40%는 빌딩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빌딩의 에너지 소모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환경친화성 확보 노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자동차나 공장과 달리 빌딩의 에너지 사용이나 쓰레기 배출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빌딩은 도심의 환경을 개선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이면에 숨어 있는 에너지 사용이나 온실가스 배출 등은 기업이나 정책 당국자들의 충분한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빌딩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친환경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最高) 빌딩이었던 타이베이101리드(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플래티넘(Platinum)’ 인증을 받은 게 그 예다. LEED는 미국 그린빌딩 협의회(US Green Building Council)가 주관하는 친환경 빌딩 등급 시스템으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대지 계획, 물 에너지 등 자원 사용의 효율성, 건축 자재 및 자원 전략 등 6개 분야 34개 항목에 걸친 평가를 통해 인증, 실버, 골드, 플래티넘 등 4개 등급을 부여한다. 플래티넘 등급은 전체 LEED 인증 건물의 5% 이내에만 부여되는 최고 등급으로 타이베이101처럼 초고층 빌딩이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EED 인증을 주도한 타이베이101 관계자 및 빌딩 관리 솔루션을 공급한 지멘스와 협력업체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친환경 빌딩 솔루션 산업에서의 성공 사례가 환경 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했다.

 

경제성과 라이프사이클 접근법으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라

다른 친환경 투자와 마찬가지로 그린빌딩 분야에서도 이익집단 간 이해 상충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타이베이101의 사례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모델을 제시한다.

 

친환경 빌딩 투자는 기본적으로 건물주가 담당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당사자는 입주자들이다. 친환경 투자가 이뤄지면 공기의 질이나 채광, 보안,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입주자가 혜택을 입는다. 건물주 입장에서 투자금은 당장 들어가지만 입주자 만족도 상승으로 인한 임대 유지 효과는 장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친환경 투자를 망설일 수 있다.

 

초고층 빌딩 가운데 최초로 친환경 빌딩 최고등급인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타이베이101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빌딩 고층부에 LEED란 글자를 표시해 야경을 연출했다.
타이베이101에서는 친환경 투자를 통해 건축주가 실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혜택(운영비 절감)과 장기적 이익(친환경성 강화로 인한 입주자 만족도 증가 및 입주율 증가)을 잘 설계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건축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실제 타이베이101은 물 재사용 시스템을 도입하고 심야 빙축열 활용 체제를 구축했으며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 등을 효과적으로 구축했다. 빗물 재활용은 물론이고 사람이 없는 곳에는 조명과 냉난방을 공급하지 않는 등 에너지의 최적 사용 시스템도 구축했다. 친환경 설비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기 사용량을 29% 절감했으며 이로 인한 비용 절감액은 73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빌딩 운영비용도 2008년에 전년 대비 12.5% 절감한 데 이어 2009년에 5.3%, 2010년에 0.7%를 줄였다. 절감폭은 줄어들고 있지만 비용 절감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단기적인 운영비 절감 같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는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건물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빌딩에 대한 입주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설득 포인트다.

 

친환경 투자 주체인 건축주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 가운데 하나는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대부분 건물주는 빌딩 설계와 건설 단계의 비용에 큰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설계(1∼2)-시공(2∼5)-운영·관리(50년 이상)-해체(0∼1)’의 건물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보면 비용 구조가 달라진다. 설계와 시공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체 라이프사이클에서 들어가는 비용의 20% 수준이며 나머지 80%는 건물 완공 이후 운영 관리 및 해체 과정에서 사용된다. 80% 가운데 유지 관리 등과 관련한 운영비가 60%, 에너지 비용이 40% 정도로 추산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건축비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환경 투자를 통해 전체 라이프사이클 비용의 80%를 차지하는 운영 관리비를 절감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다.

 

과거 필립스가 알토라는 친환경 전구를 만들었을 때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접근해 큰 성과를 냈다. 알토는 일반 전구에 비해 구매 가격이 비싸 당장은 구매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해당 연도의 구매비용 절감 수준으로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에게 알토는 매력이 없었다. 하지만 유지 관리 및 폐기 비용 등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을 감안했을 때 알토는 훨씬 큰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필립스는 기업 내의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공략해 라이프사이클 비용을 고려할 때 알토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득했다. 필립스는 이런 방법으로 알토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다. 친환경 투자와 관련한 이해관계자 설득에는 라이프사이클 접근법이 매우 효과적이다.

 

이와 관련, LEED 인증을 개발해 ‘LEED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왓슨 에코테크 회장은환경투자에 성공하려면환경친화성과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경제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이 세 가지 요소 중 어떤 것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경 투자를당위의무관점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가시적인효율이나경제성측면에서도 접근해야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개선하려면 제대로 측정하라

타이베이101에는 3400개의 컨트롤러가 건물 전역에 배치돼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다. 여기서 측정된 온도와 습도 등의 데이터는 중앙 통제 시스템으로 전달돼 에너지의 최적 배분이 이뤄진다. 콘트롤러를 이처럼 많이 설치한 이유는 여름철 창가처럼 외부의 열로 인해 냉방 효과가 떨어지는 곳에 더 많은 냉기를 공급하고 대신 안쪽 공간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공급해 전체 공간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에너지 사용량도 최적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 사람이 많이 모였을 때와 적게 모였을 때, 컴퓨터 등의 사용량이 많아 실내온도가 높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점심시간이나 회의 때처럼 특정 공간에 사람이 몰리거나 흩어져 냉난방의 조절이 필요할 때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멘스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 빌딩 내 사람이 있는 곳의 온도를 25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해 다른 빌딩에 비해 운영비용을 30% 정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명도 오스람의 친환경 전구를 사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으며 조도 관련 정보가 센서를 통해 중앙 통제장치에 연결돼 최적의 조명을 제공하고 있다. 근무 이외의 시간에는 사전 예약자에 한해 조명을 공급하고 사람의 동작이 인식될 때 조명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했다. 냉방기 공급이 멈추면 조명도 자동으로 멈춘다.

 

친환경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간 구석구석의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친환경 투자의 원칙 가운데 하나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밀한 측정을 통한 데이터 관리가 필수적이다. 센서가 그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비스와 결합하라

친화경 투자는 한 번 시스템을 설치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최적화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솔루션과 서비스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지멘스는 타이베이101에 각종 그린빌딩 솔루션을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와 관련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건물 보안을 유지하는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조명, 공조, 냉난방, 쓰레기 재활용 처리 등과 관련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서비스도 공급하고 있다. 또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수용하고 확장할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예를 들어 빌딩 입주자의 요구에 따라 각 층마다 전용 보안 인터페이스 패널을 설치해 출퇴근 기록, 바이오 인식, 사진ID 확인, 인사 소프트웨어와의 연결 등 다양한 세입자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친환경 투자는 솔루션과 서비스의 패키지 형태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입주자를 참여시켜라

그린빌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입주자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타이베이101에서는 각 층마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이뤄지고 있다. 쓰레기는 각 층별로 설치된 전용 통로를 통해 지하 2층으로 전달돼 압축된 후 재활용 설비로 옮겨간다. 전용 수거 통로를 설치한 이유는 쓰레기 이동에 따른 엘리베이터 전력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입주자들이 쓰레기를 버릴 때 분리수거에 동참해야 한다.

 

타이베이101은 친환경 빌딩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1만여 명의 입주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로비에 입주자들이 실천해야 할 사항 등을 알리는 대형 TV 단말기를 설치했다. 또 카페나 식당 등 입주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대형 안내판도 설치했다. 친환경 빌딩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알리기 위해 101 전용 캐릭터도 만들어 활용하는 등 입주자들이 친환경 노력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벌이고 있다.

 

타이베이=김남국 DBR 편집장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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