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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이 없다고? 교환 거래는 어떨까?

박연진 | 54호 (2010년 4월 Issue 1)

우수 인재를 놓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나 금융위기로 현금이 부족했던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은 2008년 우수 직원 2000명에게 주는 보너스 목록에 자사의 부실 자산도 포함시켰다. 금융위기가 아니었다면 이 투자은행은 연말 보너스를 현금과 자사주로 지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당시 순손실에 직면한 크레디트스위스는 전체 직원 보너스의 75%를 부실 자산으로 지급했다. 부실 자산을 받자, 현금 보너스로 주택담보대출도 갚고 자녀 학비도 낼 요량이던 일부 직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두둑한 연말 보너스는커녕, 무거운 짐 하나를 떠안은 기분을 느꼈다. 실제 일부 직원은 크레디트스위스의 빚투성이 모기지와 회사채를 애당초 책임지고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9년 8월 깜짝 놀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09년 1월 이후 크레디트스위스가 부실 자산의 17%를 청산했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시기 크레디트스위스 주식은 75%나 올랐다. 부실 자산을 보너스로 받았다고 불평하던 직원들의 입이 쑥 들어갔다.
 
2000년대 초 경기호황기에 발생한 악성 부채를 보너스로 돌려 대차대조표에서 떨어내겠다는 크레디트스위스의 결정은, 이를 보유한 은행 및 직원들에게 약세 시장에서 버텨내고,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이는 현금이 부족할 때 부실 자산을 포함한 각종 자산 및 서비스를 현금 대신 교환하는 교환 거래(bartering)의 전형적인 형태이기도 하다.
 
경기불황기에는 협상 기회도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협상 당사자 양측 모두 내놓을 게 없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바로 교환 거래다. 부실 자산, 피아노 교습, 매니큐어, 신형차 등 아무리 자금난에 허덕이는 협상 상대라 해도 그들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대가로 내놓을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어떤 시점에, 어떻게 교환 거래를 제안해야 유용할지 알아보자.
 
교환 거래 붐
금융위기는 교환 거래의 급증을 가져왔다. 최고 전성기를 구가 중인 인터넷 사이트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org)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교환 거래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의 수는 2008년보다 2배 많았다. B2B 교환 거래 사이트도 그 어느 때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가장 두드러지는 첫 번째 이유는 교환 거래로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돈 대신 물건이나 자신이 쉽게 공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교환 거래에서는 새 상품보다 이미 만들어놓은 상품을 재활용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친환경적 거래라는 자부심도 뒤따른다.
 
개인 인터넷 사이트 스왑스타일닷컴(Swapstyle .com), 유익스체인지(U-Exchange.com), 케어닷컴(Care.com)에서는 책, 청소해주기, 아기 돌봐주기 등 모든 거래가 가능하다. 여행 갈 곳에서 잠시 머물 숙소를 빌리고 싶은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상대방에게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1주일 치 숙박비를 대신할 수 있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아이텍스닷컴(Itex.com), 비즈익스체인지닷컴(BizXchange.com)에서는 기업 광고, 트럭 수리 등 필요로 하는 각종 물건에 대한 대가로 중고 사무 용품, TV 방송 편성 등과 같은 ‘저활용 자산(underperforming asset)’이 거래된다. 웹사이트 회원 중 한 명과 거래가 성사되면 포인트를 얻고, 이 포인트로 다른 회원들이 내놓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살 수도 있다.
 
대기업도 정기적으로 불필요한 자산을 교환한다. 미국 상거래 전문지 <바터뉴스(BarterNews)>따르면, 현대자동차 아메리카는 2009년 6월 일정량의 광고를 어떤 잡지에 내면 누적 광고액에 따라 무료 광고를 게재해주는 애드버타이징 크레딧(advertising credit)과 소액 현금 지원을 대가로 티뷰론 쿠페 신차 1300대를 기업 교환 거래 업체 액티브 인터내셔널(Active International)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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