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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 산업박람회 2024’에 가야 하는 이유

AI 전환하려면 DT 혁신부터
제조업 혁신 메카에 주목하라

김동영 | 389호 (2024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오는 4월 열리는 하노버 메세 2024의 주요 테마는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의 구축이다. 유럽 기업들은 이종 업종 간, 그리고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혁신의 성과를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BMW와 화학산업의 대표 기업인 바스프(BASF)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카테나(Catena)-X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노버 메세에서 디지털을 넘어 AI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협업 생태계를 구축한 유럽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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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아닌 하노버였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은 트럼프 이전에 이미 2016년 하노버 산업박람회(Hannover Messe, 이하 하노버 메세)에 미국이 파트너 국가로 참여하면서 선포한 미션이었다. 개막 첫날,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두 손을 붙잡고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약속했다. 유럽의 산업 전략인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은 그렇게 세계인에게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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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전환의 본고장, 하노버 메세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독일은 경제를 하루빨리 일으키기 위해서 수출 증대를 주된 전략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독일의 기술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계기가 필요했다. 1947년 하노버 메세가 개최된 배경이다. 매년 열리는 하노버 메세는 독일 기계산업 발전의 발판이 됐고 경제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엔 독일을 넘어 유럽은 물론 세계 각지의 자본재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46만6100㎡의 전시장에 전 세계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이 가득 찬 이유다.

AI 전환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CES(세계가전전시회)도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도 아닌 하노버 메세에 주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본고장이 독일이거니와 ‘제조의 서비스화’에 대한 이해 없이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만물의 스마트화’와 같은 디지털 전략을 올바로 설계할 수도, 추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CES 2024에 참가한 LS그룹의 구자은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LS그룹의 주무대는 CES보다 독일의 하노버 메세’라고 언급1 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디지털 전환(DX)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사업과 교육을 진행하면서도 ‘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가’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지향하는 바가 모호한 DX는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그저 성가신 절차로 전락해 버린다.

하노버 메세는 여타의 유사 전시회들과 다르다. CES에 화려한 공간과 다양한 부스가 있고, 다보스포럼(WEF)에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이 있다면 하노버에서는 이 모두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축구장 8개가 넘는 크기의 전시장에 다양한 기업의 부스가 있을 뿐 아니라 각 홀마다 콘퍼런스 스테이지가 마련돼 박람회 기간 1000개가 넘는 세미나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기업인은 물론 연구소와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 모두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언제든지 이들에게 정책과 전략의 행간을 물어보고 답을 구할 수 있다. 특히 4월 개최되는 하노버 메세 2024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물론 연방경제부와 연방교육연구부 장관, 프라운호퍼연구소, 인공지능연구소 등이 참석한다. 하노버 메세의 무게감을 엿볼 수 있다.


2. 하노버 메세 2024의 특징

1) Energizing a Sustainable Industry


2024년 하노버 메세의 메인 테마는 자동화와 디지털화, 전기화를 활용해 어떻게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성장 둔화, 여전히 높은 에너지 가격과 숙련된 노동자 부족은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이 직면한 큰 문제들이다. 동시에 AI는 산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급진적 환경 규제로 인해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는 ‘유럽의 탈산업화’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2024년 하노버 메세에서도 AI 중심의 탄소중립적 생산, 수소, 그리고 부문을 초월한 에너지 해결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자동화와 디지털화 및 전기화, 광범위한 산업 및 국가 간 협력, 명확한 정치적 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지속가능한 산업의 에너지화’가 이뤄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 전 세계 4000개 이상의 참가 기업

2024년 하노버 메세에는 전 세계 4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SAP, 구글 등은 물론이거니와 슈나이더일렉트릭, 지멘스, 보시 등 각 산업 부문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대거 참석한다. 중견기업의 참여도 활발하다. 백호프(Beckhoff), 이비엠팝스트(ebm-papst), 에릭슨(Ericsson), 훼스토(Festo), 터크(Turck), 하팅(Harting), 아이에프엠(ifm), 이구스(igus), 랍(LAPP), 페펄앤드푹스(Pepperl+Fuchs), 피닉스컨택트(Phoenix Contact), 리탈(Rittal), 슝크(Schunk), 에스이더블류유로드라이브(SEW-Eurodrive), 와고(Wago), 위부(WIBU), 지라벡(Ziehl-Abegg)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기업 외에도 독일 최고의 응용과학 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칼스루에공과대(KIT) 등의 기관도 참여한다. 이 밖에 300개의 스타트업도 참여해 국경과 기업 규모를 넘나드는 다양한 협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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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트너 국가, 노르웨이

2024년 하노버 메세의 파트너 국가인 노르웨이는 20세기 초 수력발전을 시작한 이래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선구자의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유럽 최대이자 세계 6위의 수력 발전국이다. 본토 전력의 99% 이상이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되며 연평균 수력발전소 생산량은 약 133TWh이다. 노르웨이는 유럽 전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향후 저탄소 및 재생 가능한 수소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하노버 메세에는 기후의 불확실성을 통제해 농업인의 수확량 증가와 품질 향상을 돕는 녹색 솔루션을 제공하는 30개 노르웨이 기업이 참가한다. 또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로 운항하는 페리를 설계, 건조한 MF히드라 프로젝트도 소개한다. 배터리와 액체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선박인 MF히드라는 해양산업 최초의 탄소배출 제로(0) 선박이다.

4) 유럽 정부 및 정치권의 참여

2024년 하노버 메세 개막식에는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와 노르웨이의 요나스 사흐르 슈퇴레 총리가 참석한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현 EU 집행위원장도 처음으로 2024년 하노버 메세의 개막식과 부스 투어에 참석할 예정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과 부총리도 참여를 확정했다. 하노버 메세 2024 현장에서 수소와 관련한 강력한 정책이 발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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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노버 메세 2024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

1) AI & Machine Learning


AI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오랜 기간 AI는 산업 전면에서 활용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산업적 의사결정에서 AI 없이는 경쟁 우위를 창출하기 어렵다. 특히 챗GPT로 대표되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프런트엔드와 백엔드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AI가 어떻게 도움이 될지 혹은 도움이 되지 않는지 하노버 메세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음성으로 제어되는 로봇이나 결함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계, 예측 정비를 통해 제조의 비효율을 줄이는 시스템 등 구체적인 응용 프로그램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2) Carbon-neutral Production

유럽의 그린딜 목표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 반드시 살펴봐야 할 주제이다. EU는 2030년까지 순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이하로 최소 5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유럽과 거래하는 기업이라면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시사한다. 2024년 하노버 메세는 경쟁 기업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들과의 협력이 어떻게 EU 그린딜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지 구체적인 솔루션을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독일 최대 철강 생산업체인 잘츠기터(Salzgitter) AG 등이 수소 관련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탄소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철강 생산 과정을 어떻게 기후 중립적인 그린 스틸&그린 수소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잘츠기터가 철강 생산 시 탄소 배출을 대폭 절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환 프로그램 SALCOS(Salzgitter Low CO₂-Steelmaking)가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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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nergy for Industry

제조 현장에서의 에너지(Energy for Industry)는 작업장과 에너지 네트워크가 상호 연결된 환경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를 ‘Energy 4.0’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업은 디지털화된 에너지 그리드를 위해 필요한 새로운 요구 사항과 이와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 이를 위한 데이터, 투명성 및 배터리 저장 등과 관련한 경쟁 기업들의 준비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활용 확대, 스마트 그리드로의 전환, 다른 산업 부문과의 결합 등의 노력이 AI와 사물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구현될지 주목할 만하다.

4) Industry 4.0: Manufacturing-X

‘인더스트리 4.0’ 전략은 AI 추천 시스템과 로봇틱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 그리고 하드웨어의 가상화, 디지털 트윈, 제조-X(Manufacturing-X), 오픈 소스와 플랫폼에 연결된 다양한 데이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제조-X라는 개방형 표준 기반의 데이터 네트워킹을 통해 기업 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교환과 기업에 디지털 주권을 제공하는 데이터 생태계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 간 더 쉽고, 안전하며, 일관성 있는 데이터 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5) Hydrogen & Fuel Cells

2024년 하노버 메세에서는 수소와 연료전지 분야에서 500여 개의 전시 업체가 공동 발표를 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기업들이 배출가스 없는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 서로 협업을 통해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바람과 태양을 이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 수소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소 및 연료전지의 사용이 운송 및 다른 산업 부문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산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사례를 하노버에서 접할 수 있다.


4. AI와 데이터 공유를 활용한 협력을 향해

하노버 메세는 글로벌 기업들이 주어진 제약 속에서 어떻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경쟁 우위 확보, 기후 보호, 기업과 국가의 번영 촉진 같은 주요 과제들을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유럽 기업들이 경계를 넘어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공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이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기업 간에 데이터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나만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했다가 손해볼까 봐, 데이터를 통해 전략이 노출될까 봐, 갑을 관계에서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 용의자의 딜레마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지만 균형은 언제나 차선이다. 디지털 경제 버전의 시장 실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유럽은 이미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정부가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가이아(GAIA)-X라는 분산형 데이터 공유 원칙이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터 공유의 범위 및 접근 권한, 수익 창출의 원칙을 정하는 등 기밀성과 투명성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특정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제도도 포함된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자율적인 데이터 거래가 이뤄지도록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데이터를 거래를 할 수 있는 이유도 정부가 거래의 규칙을 발 빠르게 마련한 덕분이다. 이처럼 유럽은 데이터 공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기업들이 서로 데이터를 거래할 경우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한 모빌리티 데이터 공유 생태계인 카테나(Catena)-X에서는 완성차 업체인 BMW와 화학산업의 대표 기업인 바스프(BASF)가 서로 데이터를 교환한다. 제조 분야에서는 제조-X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원칙은 정부가 정했지만 원칙을 활용해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민간의 몫이다. 이처럼 민간의 인센티브를 원동력 삼아 데이터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현장이 바로 하노버 메세다.

AI의 발전은 이 같은 이종 업종 간, 그리고 정부와 민간의 협력의 성과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한국 기업도 하노버 메세를 참고해 디지털 전환을 넘어서 AI 전환을 통해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효율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협업 구조를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DBR이 4월 21∼26일(4박 6일) 독일의 하노버 메세 2024를 참관해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전시 부스를 탐방하고 현지 전문가와 함께 네트워킹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디지털 전환 전문가인 김동영 KDI 연구원이 수차례 하노버 메세를 참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사업 혁신과 AI 전환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필자는 디지털·플랫폼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중앙대 겸임교수이며 사단법인 모빌리티&플랫폼 협회장을 지냈다. KBS 성기영의 경제쇼 디지털경제 코너에 출연 중이다. 한국경제신문 주간 칼럼 ‘4차산업혁명이야기’와 ‘디지털이코노미’ 필자이며 EBS ‘위대한 수업(Great Minds)’의 자문위원(경제 분야)을 맡고 있다.
    kimdy@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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