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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 ‘제로베이스 예산편성(ZBB)팀’의 비용 절감 성공 사례

‘무엇’을 줄일지가 아닌 ‘어떻게’ 개선할지
동기부여로 전 직원을 ‘체인지 메이커’로

배미정 | 362호 (2023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롯데칠성이 ZBB프로젝트를 통해 주류 부문의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비용(Cost)을 기반으로 전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진단, 점검, 개선하겠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

2. 각 부서의 핵심 인재들을 차출해 구성한 최정예 ZBB팀과 현장 리더 역할을 맡은 코스트 오너의 효과적인 협업

3. 아이디어 공모전 등 전사적인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과 인센티브를 활용한 현장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



“우리 프로세스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원점에서, 성역 없이 모든 영역을 샅샅이 들여다봐 달라.”

2019년 12월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의 음료와 주류 부문 통합 대표 자리에 오른 이영구 대표(현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는 취임 후 가장 먼저 박윤기 전략기획부문장(현 롯데칠성 대표이사)이 이끌던 ZBB(Zero Based Budgeting)팀을 소환했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주류 부문을 되살리려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ZBB프로젝트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용(Cost)을 기반으로 전사의 프로세스를 진단, 점검, 개선해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이었다.

당시 주류 부문의 수익성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었다. 2014년 맥주 시장에 진출하며 야심 차게 출시한 ‘클라우드’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2017년 새로운 카드로 내민 ‘피츠 수퍼클리어’도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매출은 정체되는 한편 고정비와 마케팅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지면서 나날이 수익성이 악화됐다. 설상가상으로 2019년 하반기 일본 불매운동1 의 불똥을 맞으면서 주류 부문의 효자 상품인 ‘처음처럼’마저 매출이 고꾸라졌다. 성장 정체에 수익성이 악화되는데다 불운까지 겹친, 말 그대로 최악인 상황이었다.

이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 역할로 직전 음료 부문 대표였던 이영구 대표가 통합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 대표는 2017년 음료 부문에 3년간 ZBB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약 11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영업이익률을 7.7%(2017년)에서 10.2%(2019년)로 업그레이드한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주류 부문의 상태는 훨씬 더 심각했다. 수년간 적자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비즈니스를 흑자로 턴어라운드(Turn Around)시키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개혁이 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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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취임 직후 ZBB팀을 소환해 가장 먼저 ‘성역 없는’ 변화를 주문한 이유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고 외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류 시장 전체가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런 극심한 위기감이 오히려 조직에 도전 의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때야말로 조직이 내부를 되돌아보고 쇄신에 집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렇게 롯데칠성은 주류 사업의 ZBB프로젝트를 추진한 지 2년 만인 2021년, 주류 부문의 영업이익을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코로나 여파로 주류 부문의 매출액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ZBB 절감 과제를 탐색해 약 117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그리고 이런 비용 절감 효과를 지렛대 삼아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레몬진, 별빛청하, 새로 같은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2021년부터 매출을 반등시키기 시작했다. 2022년 위드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면서 외식 시장이 살아났고 기초 체력이 단단해진 주류사업 부문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매출을 모두 회복해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2020년 3월, 7만8900원으로 바닥을 쳤던 롯데칠성의 주가는 2022년 5월, 20만90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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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은 최근 3년간의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의 비결로 ZBB를 꼽는다. ZBB는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수익성 개선 방법론으로 과거의 실적과 예산 수립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원점(Zero-base)에서 비용 항목을 재검토해 예산을 수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해 사모펀드가 인수합병 이후 피인수 회사를 통합할 때 활용하면서 유명해진 방법론이다. 최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로 외형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기업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ZBB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2017년 음료 부문, 2020년 주류 부문에서 3개년씩 두 차례에 걸쳐 ZBB프로젝트를 진행해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류 부문의 ZBB프로젝트는 단순히 일회성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주류 부문과 음료 부문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사업 구조 개편의 성과까지 이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주류 부문 ZBB프로젝트를 이끈 신해모 팀장을 비롯, ZBB팀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롯데칠성 ZBB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1. 왜 ZBB인가?

롯데칠성이 2017년, 음료 부문에 먼저 ZBB프로젝트를 추진한 배경은 5~7%로 정체됐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F&B사업은 대표적인 배당주인데 국내 대표 식품사인 롯데칠성은 해외 선도 기업들이 대부분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거두는 데 비해 수익성이 낮아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해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2 하면서 롯데지주를 컨트롤타워로 계열사들의 기업 가치 제고가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내수 시장에서 외형적인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롯데칠성은 중장기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려면 그에 앞서 기존의 낭비를 제거하고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3 주52시간제가 도입되고 인건비와 원재료비가 상승하는 등 비용 압박이 커지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했다. 2017년 7월 외부 컨설팅을 받아 ZBB프로젝트를 위한 TF를 운영하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음료 사업의 ZBB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각자 사업 부문 대표 체제가 아닌 새로운 통합 대표 체제의 출범에 발맞춰 컨설팅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ZBB팀을 구축해 주류 부문에서 ZBB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자라나는 머리카락을 잘라내듯이 매년 인플레이션에 따라 상승하는 비용을 뭐든 잘라내야 한다. 경기가 하강하고 매출이 감소하는 위기 시기에는 더더욱 전 부서가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핵심은 어떻게(how) 비용을 절감하는지다. 가장 쉽게 택하는 방법은 ‘원가 절감 몇%’식의 목표를 세우고 부서별로 비용 항목 리스트를 만들어 광고선전비나 판매촉진비같이 당장 일회성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부터 삭감해 나가는(Cost Cutting) 방식이다.

반면 롯데칠성은 ZBB를 통해 전사적인 비용 관리(Cost Management) 체계를 재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하는 ZBB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비용 절감 계획 수립과 실행 과정을 모니터링함으로써 비용 절감 활동이 회사 손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과거의 비용 삭감 방식은 ‘풍선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컸다. 예컨대, 한쪽 부서에서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특정 인력을 줄였더니 그 영향으로 다른 부서가 인력을 더 늘리게 되는 식으로 풍선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컷 부서별로 비용 절감을 추진했는데도 정작 회사 전체 손익에는 그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일회성의 비용 삭감은 단기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위험도 크다. 이에 롯데칠성은 ZBB팀의 지원하에 전 사업 부문이 근본적인 비용 구조 개편을 위해 협업하는 ZBB 실행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기존의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원점에서 고민했다. 무슨 비용(what)을 줄일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how)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수익성을 높일지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재검토해 불필요한 업무는 제거하고, 간소화하거나 전면 개선하는 등으로 비용 절감의 새로운 대안을 도출했다.

2020년 1월 롯데칠성이 국내 최초로 출시한 라벨 없는 생수는 새로운 트렌드인 ESG와 ZBB를 모두 겨냥해 성공을 거둔 사례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 ESG의 당면 과제를 추구하는 동시에 기업의 이익에 훼손이 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해외의 우수 사례를 벤치마크한 것이다. 당시 먹는 샘물의 표기법으로 인해 반드시 생수 라벨이 필요한 부분을 작은 넥라벨로 대체하거나 박스 단위의 외부 포장 필름에 표기하는 방식을 환경부와 식약처에 각각 건의했고, 오랜 설득 끝에 롯데칠성이 우선사업자로 선정돼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 라벨을 제거하는 재무적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ESG를 실천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기업의 방향성을 널리 알림으로써 더 큰 비재무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2021년에는 음료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롯데알미늄의 페트병 제조 사업을 인수하는 수직 계열화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직접 페트병을 생산해 음료 주입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구매와 물류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사실 이 과제는 롯데칠성이 ZBB를 처음 시작한 2018년에 목표로 세운 과제였다. 하나의 과제를 4년에 걸쳐 실행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롯데칠성은 ZBB를 단기적인 목표 달성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으로 추진했다.

또한 주류 부문의 경우 그동안 주종별로 예산을 집행해 같은 성격의 비용도 다른 계정 과목으로 정리되는 등 예산 구조가 복잡했는데 2020년 아예 신규 예산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운영 기준을 일원화하고 비용 성격별 예산 집행과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이 밖에도 비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바꾸고 생산 라인을 재배치하는 등의 각종 사업 구조 개편 아이디어들이 ZBB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롯데칠성에서 ZBB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었다. 어떤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관련 법의 재해석, 새로운 기술의 도입, 가치 있는 투자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의미했다. 그런 면에서 롯데칠성의 ZBB는 흔히 말하는 ZBB와도 달랐다. 유정화 맥킨지앤드컴퍼니 부파트너는 “단순히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두고 빠르게 수익성을 끌어올려 회사를 매각하고자 하는 ‘사모펀드’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이 수익성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꾸준한 실행과 구조적인 변화를 이뤄 나가는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usiness Transformation)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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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체 불가한’ ZBB팀

롯데칠성이 주류 부문에 ZBB프로젝트를 진행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2020년 2월, 이영구 대표이사의 드라이브로 박윤기 전략기획부문장(Chief Strategy Officer, 현 롯데칠성 대표이사)이 주류 부문의 ZBB프로젝트를 추진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이전에 음료 부문에서 ZBB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신해모 팀장의 주도로 주류 부문의 영업, 생산, 물류 등에서 TF 인력을 차출했다.

TF팀은 인력 구성부터 쉽지 않았다. 기존 ZBB팀은 음료 부문 소속으로 주류 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또 음료에서는 성공했지만 과연 음료와 특성이 다른 주류 사업에서 ZBB가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컸다. 주류 사업 내부에서도 과연 오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과 뼈를 깎는 개혁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려면 그런 능력과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핵심 인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ZBB팀은 각 부서의 ‘대체 불가한’ 인재를 모으기로 했다. 해당 부서에서 “그 사람이 없으면 부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사람을 타깃으로 스카우트에 나섰다. 이런 인재들은 자신의 업무에 출중할 뿐 아니라 그와 관련한 다른 부서의 현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실무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당연 해당 부서에서 절대 놔주고 싶어 하지 않는 인재였기에 적극적인 설득과 회유 작업이 필요했다. ZBB는 회사의 운명을 바꿀 중대 프로젝트이며 그 성과에 대해 반드시 보상하겠다는 대표이사의 강력한 의지가 이들을 동기부여했다. 그렇게 부문별로 9~10년 차 책임급 인재 8명이 ZBB팀에 합류했다.

ZBB TF팀이 주류 부문 3개년 ZBB프로젝트의 목표와 효과, 실행 계획을 담은 청사진을 만드는 데 주어진 시간은 단 16주였다. 음료 부문 ZBB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컨설팅팀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오롯이 TF팀이 책임지고 해내야 할 몫이 됐다. 백지상태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ZBB팀은 이 대표이사 인터뷰를 시작으로 임원, 직원 인터뷰, 영업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각 부문의 업무별 비용 운영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을 직접 파악해 정리했다. 무엇보다 업무 현장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TF팀은 마치 탐문 수사하듯이 주요 업무의 현황과 구체적인 동선까지 샅샅이 관찰했다. 예컨대, 영업 현장의 경우 개선점을 도출하기 위해 실제 영업 직원의 사무실 출근부터 현장 퇴근에 이르기까지 시간별로 구체적인 동선과 업무 내용을 조사했다. 이런 내용을 담아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위클리 리포트를 만들어 매주 CSO에게, 4주에 한 번씩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다. 박윤기 CSO는 매주 서너 시간씩 ZBB팀과 함께 토론하면서 ‘더 과감하게’를 주문했다. ZBB팀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는 가감 없이 대표이사에게 전달됐다. 경영진은 이런 현장의 비합리적인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악함으로써 강력한 변화를 드라이브할 수 있었다.

8명의 TF팀이 전사적인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하는 데 16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프로젝트 완수를 위한 마일스톤을 지키기 위해 TF팀은 매일 야근을 기본으로 주말 출근까지 하는 격무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내 손으로 바꾼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이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김현민 책임은 “이전에는 내가 속한 생산 부문 업무만 알았는데 ZBB에 참여하면서 회사 비즈니스 전반의 이슈들을 디테일하게 배울 수 있었다”며 “힘들었지만 커리어 측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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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류 부문 ZBB프로젝트의 프로세스

1단계 원가 가시성의 확보

ZBB팀은 가장 먼저 주요 원가 카테고리별로 데이터를 전부 확보해 비용 현황을 파악했다. 전표 데이터를 찾아 구매한 원부자재의 가격과 수량을 따져 어디에, 얼마나 비용이 들어가는지를 모조리 분석했다. 음료 프로젝트 때는 엑셀로 일일이 작업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주류 프로젝트 때는 2019년 구축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과 빅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데이터 레이크(Data-Lake)를 활용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원, 실무진 등 주요 원가 카테고리 담당자를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잠재적으로 절감 임팩트가 큰 영역과 절감 규모에 대한 초기 가설을 수립했다. 불확실하더라도 부문별로 절감 가능한 비용 규모를 수치로 구체적으로 추출했다. 대략적으로라도 수치가 있어야 그 수치를 기준으로 현업에 공격적인 절감 목표 설정을 독려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 절감 방식을 의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단계 공격적인 Top-Down + Bottom-up 타깃 설정

우선 ZBB팀은 공격적인 톱다운(Top-Down) 목표를 설정했다. 절감해야 할 비용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의 목표치를 각 부서에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다음으로 각 부문장을 코스트 오너(Cost Owner)로 정하고 코스트 오너 주도로 상향식(Bottom-up)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서로 목표치를 조정해 나갔다.

코스트 오너는 담당 부문의 비용 관리, 즉 비용 절감 계획 추진과 목표 달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예산 관리가 기획팀의 책임이었다면 이제는 현장을 관리하는 리더인 부문장이 코스트 오너로서 직접 비용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주류 생산, SCM, 브랜드, 영업전략 등 10개 부문의 부문장을 코스트 오너로 지정했다.

ZBB팀은 코스트 오너로 하여금 직접 자신이 책임져야 할 비용 카테고리를 진단하고 ZBB팀이 세운 기초 가설을 점검해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코스트 오너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목표를 정하는 데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목표는 한번 설정하면 바꿀 수 없으며 목표의 실행 여부가 본인의 핵심 성과 지표(KPI)에 반영돼 평가받기 때문이다. 처음 ZBB팀이 목표치를 제시했을 때 많은 코스트 오너가 난색을 표했다. 이에 ZBB팀은 각종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수집한 벤치마크 및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코스트 오너와 비용 항목별 목표 수준을 협의해 나갔다. 이 과정은 단순한 미팅이나 협의의 과정이 아닌 협상의 과정에 가까웠다. 수차례 미팅을 하고, 서로의 의견을 갑론을박하면서 팽팽하게 맞섰고 수차례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다.

다른 한편, ZBB프로젝트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전사 ZBB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했다. 공모 분야를 원가 절감에 한정하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 음료/주류 시너지, 기타 등 회사 개선과 관련된 아이디어 전체로 확대했다. 공모전이 ZBB에 국한되지 않고 과거로부터 더 나은 변화를 원하는 직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이 아니더라도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2주간 진행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총 123명이 참여해 166건의 아이디어를 냈는데 일상 업무의 불편 사항부터 현업 직원만이 파악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다수 제기됐다. 예컨대, 불필요한 판촉물이 너무 많다, 영업용 차를 다른 차종으로 바꿔 달라, 기획 상품의 운영 프로세스를 변경해 달라, 전산을 개선해 달라 등 솔직하면서 디테일한 불만 사항들이 나왔다. ZBB팀은 이런 의견들을 더 많은 직원과 공유하기 위해 공개 투표를 진행했으며 많은 표를 받은 아이디어에는 대상 100만 원, 우수상 30만 원 등의 시상을 했다. 공모전을 통해 수집된 직원 의견들은 ZBB의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됐을 뿐 아니라 쇄신의 분위기를 조직 전체에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3단계 코스트 오너 워크숍

프로젝트 14주 차에 코스트 오너들을 한데 모아 부문별로 비용 절감 목표와 과제, 기대 효과 등을 공유하는 ‘코스트 오너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코스트 오너들은 그동안 구체적인 절감 방식과 목표치,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 마일스톤을 부문 내 담당자들과 함께 상향식으로 검증한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대표이사 주재로 열린 코스트 오너 워크숍에서 최종적으로 3개년간 총 112건의 과제를 실행해 총 약 1170억 원을 절감하는 계획이 확정됐다. 예컨대, 주류 생산 부문 코스트 오너는 라인 리밸런싱, 제조경비 절감 등을 통해 약 270억 원, 영업 전략 부문 코스트 오너는 판촉물 운영 개선, 영업 운영 개선 등을 통해 약 90억 원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워크숍을 통해 코스트 오너는 비용 절감 과제를 최종 확정하고 목표에 합의했다. 그리고 전년 대비가 아닌 모든 예산 항목의 분석을 통해 운영 계정 과목과 운영 예산을 합의했다. 더 나아가 ZBB팀과 협의해 비용 절감 과제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일스톤을 월별로 구체적으로 수립했다. 과제별로 월별 업무 계획서를 작성하고, 과제별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단계별 마일스톤과 담당자 리스트까지 작성했다. 프로젝트는 3년간 진행하지만 규모가 큰 주요 과제는 첫해인 2020년에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그 이후에는 세부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4단계 ZBB 실행 체계 구축

ZBB를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대표이사를 ZBB추진위원장으로 하는 추진 체계를 조직했다. ZBB추진체는 추진위원장과 그 밑에 코스트 오너 10명,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ZBB팀으로 구성된다. 코스트 오너는 매달 경영진 회의에서 기수립한 과제별 진도율과 달성률 등의 수치를 평가받았다. ZBB팀이 매달 코스트 오너별로 ZBB 과제의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했다. 특히 발표 장표별로 코스트 오너의 사진을 넣고, 신호등 색깔을 활용해 과제별로 진도가 원활하면 초록색, 계획보다 지연되면 빨간색으로 표시해 경영진이 코스트 오너의 ZBB 성과를 한눈에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직관적인 보고 방식은 코스트 오너들에게 책임성(accountability)을 강조하고 목표 달성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ZBB팀은 과제 진행 현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실행 계획이 현장의 실제가 괴리되지는 않는지 체크하고 부서 간 업무 조정을 지원하는 등 ZBB의 병목을 해소하고 원활한 실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또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 등의 동기부여 체계도 마련했다. 초창기에는 ZBB 성과가 뛰어난 개인과 팀을 선정해 해외 휴가와 성과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나 현재는 매년 ZBB로 인한 성과를 전체 임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다. ZBB 절감 금액의 3%를 공평하게 나누는 방식으로 전 직원이 매년 ZBB 성과급 명목으로 별도의 보상을 받고 있다. 이런 전사적 인센티브 제도는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재무적 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비즈니스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연결하겠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에서 마련됐다. 그 결과 그동안 저조한 경영 성과로 인해 2017년부터 3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성과급도 없었던 주류 부문의 경우 ZBB를 추진한 2020년부터 ZBB 성과급, 경영 성과급, 임금 인상을 제공함으로써 인재 유출을 막음과 동시에 인재 양성을 위한 보상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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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통합, 공유, 교류를 통한 프로세스 개선

ZBB팀은 모든 비용 항목을 분석하고 기존 프로세스를 업무 간 통합, 공유, 교류를 통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검토했다. 특히 음료와 주류 부문의 효과적인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적극 활용하고자 했다. 대표적으로 추진한 비용 절감 과제의 사례를 소개한다.

1) 통합 구매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ZBB팀은 구매 관련 전 품목을 대상으로 음료와 주류 부문을 통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예컨대, 주류 부문의 경우 광고가 제품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동안 월별로 광고비를 집행해 가격 협상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에 광고 예산 배정 방식을 연 단위로 장기 계약하는 업프런트(upfront) 방식으로 바꾸고 음료와 주류의 광고를 통합 구매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통합 구매를 통해 보너스 광고를 추가로 받음에 따라 광고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뿐 아니라 광고 구매 효과도 효율화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투자 및 광고 전략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구상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차량 렌털, 판매/판촉장비, 판촉물 등 음료와 주류 부문을 통합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의 경우 해당 업무를 통합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2) 자원 공유를 통한 운영 효율화

기존 자원을 서로 다른 부문이 상호 공유해 활용 가치를 높이거나 운영 효율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예컨대, 음료와 주류 부문이 별도로 운영했던 사무실과 생산라인, 물류센터, 공장, 창고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맥주 제품 ‘클라우드’를 생산하는 충주 2공장을 맥주뿐 아니라 음료와 소주도 생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공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충주 2공장은 롯데칠성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2017년 6000억 원을 투자해 충주 2공장을 설립 가동했지만 같은 해 출시한 피츠의 부진으로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롯데칠성은 생산 품목의 확대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6월부터 트레비 탄산수 제품을 생산한 데 이어 올해부터 음료 사업의 대표 제품인 칠성사이다를 포함한 탄산 제품과 소주도 생산할 방침이다.

3) 업무 교류를 통한 프로세스 개선

부서 간 업무 교류를 통해 프로세스를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한 예로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유통과 생산, 영업 부문이 협업해 생수 제품의 마트와 편의점 등에 대한 납품 경로를 축소했다. 생수 같은 저단가 제품의 경우 가격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는 물류비를 줄이면 손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고심한 끝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해 보자는 데 합의했다. 공장에서 자사 물류센터와 거래처 물류센터를 거쳐 거래처로 이동하는 기존의 납품 경로를 축소해 자사를 통하지 않고 공장에서 거래처 물류센터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물류비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SCM팀은 외주 위탁 배송 업체와 납품 조건 및 비용을 재협상하고, 영업에서는 바이어와 협상을 통해 납품 단위와 시간을 변경하고, 생산에는 팔레트당 적재 단위를 규격화하는 등의 업무 조율이 필요했다. 해당 업무 담당자들은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실시간으로 주문 상황을 조율하면서 프로세스를 개선해 나갔다. 이를 통해 물류비를 기존 대비 10%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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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롯데칠성 ZBB의 성공 요인

1) 리더십의 강력한 드라이브

롯데칠성의 ZBB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가장 먼저 경영진의 강력한 추진력을 꼽을 수 있다. 이 대표이사는 ZBB팀에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줄 것을 주문하며 ZBB팀이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또한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인정해주는 포용의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을 발휘했다. 특히 주류 부문을 대상으로 ZBB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변화를 추진하더라도 기존 주류 사업이 가진 강점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주류 부문에서 차출된 팀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ZBB 추진 단계에서 매달 ZBB팀의 진행 사항을 보고받으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으며 실행 단계에서도 ZBB프로젝트 추진위원장을 맡아 매달 코스트 오너들의 실행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비용 관리가 리더십의 부수 업무가 아닌 핵심 기능임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전사적으로 모두가 ZBB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박 CSO는 본인 스스로 음료 ZBB프로젝트의 팀장을 겸직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으며 주류프로젝트에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 사격하면서 ZBB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ZBB팀이 인력 확보나 코스트 오너와의 협상 등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ZBB팀의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지원했다. 특히 박 CSO는 ZBB팀을 이끄는 동시에 전략기획 부문의 코스트 오너로서 ZBB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한 예로, 생산 라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을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품의 수(SKU) 최적화를 추진했다. SKU 최적화는 조직 내에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과제였다. 하지만 박 CSO가 나서서 추진하면서 ZBB의 강력한 의지를 몸소 보여줬다. 원점에서부터 전체 제품의 운영 타당성을 검토하고 최종 운영 제품군을 결정했다. 예컨대, 과거에 개발했지만 현재 소비자 니즈가 크지 않은 제품, 또는 거래처별로 포장 등이 다르게 운영되지만 특성이 중복되는 제품 등을 통폐합하고 최근 소비자 니즈가 높은 건강 포트폴리오 제품군을 강화하는 등 수익성과 경쟁력이 높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대표 브랜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흥행에 실패한 제품인 피츠의 생산을 중단하고 클라우드의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신해모 팀장은 “CEO의 명확한 방향성, CSO의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 덕분에 프로젝트가 모두 성공적이었다. 그야말로 기세가 9할인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2) 코스트 오너십 플랫폼의 구축

롯데칠성 ZBB프로젝트의 특징은 비용 관리의 책임을 비즈니스 현장과 리더에게 분산했다는 것이다. 소수 인력으로 구성된 ZBB팀이 프로젝트의 관리와 진행을 주도하는 한편 궁극적인 비용의 입증 책임(burden of proof)은 현장에 맡기고 코스트 오너가 상향식으로 예산을 원점에서 다시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에 예산 기획 혹은 재무 부서에서 비용 항목을 모아 전체를 관리하는 중앙집중 방식과 달리 코스트 오너들이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들 스스로 비생산적인 업무 방식을 규명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도록 했다. ZBB 추진 체계는 코스트 오너들과 실무 담당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했으며 ZBB팀은 이런 플랫폼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롯데칠성 주류 부문 ZBB프로젝트의 과제당 예산 절감액은 대략 10억 원 수준으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작은 비효율을 제거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약 1170억 원을 절감하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코스트 오너 개개인과 담당 직원들이 적극적인 오너십을 발휘해 참여하지 않았다면 전체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조직 내부에서 ZBB프로젝트를 실천함으로써 얻은 비재무적인 성과는 재무적인 성과보다 훨씬 더 크다. 모든 조직 구성원이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을 원점에서 고민하고 많은 진행 과제를 수익성 관점에서 선택과 트레이드오프를 고민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또한 부서 간, 부문 간 상호 업무 교류를 통해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상호 소통이 활발해졌다. 프로젝트 기한은 3년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매년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 내고 성취하는 롯데칠성만의 DNA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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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래지향적 마인드세트 고취

롯데칠성은 ZBB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하향식으로 공격적인 목표 설정을 주문하는 동시에 아래로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얻으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ZBB팀은 아이디어의 발굴과 수행은 현장 부서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현장 직원 스스로가 ‘같은 업무를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았다면 100여 개에 달하는 절감 과제를 발굴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 CSO는 ZBB프로젝트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를 얻는 방법을 ZBB팀과 고민한 끝에 직원들에게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영상으로 담아 제작했다. 이 동영상에서 ZBB의 취지를 설명했는데 특히 ZBB가 마른 수건을 쥐어짜 내는 식의 고통스러운 비용 절감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를 추구하는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임을 강조했다. 패배주의와 관성에 젖어 있는 직원들을 움직이려면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ZBB 아이디어 공모전 심사를 위한 공개 투표를 진행할 때도 중복 투표를 허용하는 식으로 보다 많은 직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롯데칠성의 ZBB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기존의 ZBB 방법론을 회사의 당면 과제에 맞게 창의적으로 변형해 나가고 있다. 최초의 음료 ZBB프로젝트가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방법론에 충실했다면 주류 ZBB는 주류와 음료 부문을 통합하는 사업 구조 개편이 함께 진행됐다는 점에서 인수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의 성격이 강했다.

세 번째로 2022년 박 대표이사(전 CSO)는 위기에 처한 필리핀 자회사(PCPPI, Pepsi Cola Product Philippines Inc. 펩시코와 JV)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ZBB팀을 직접 파견했다. 또 분기별로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진행 상황을 면밀하게 챙기면서 세 번째 성공에 도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는 기존 ZBB팀과 DT팀을 하나의 부문으로 묶어 BT 부문(Business Transformation)으로 승격시키고 지속적인 비즈니스 구조 개선과 변화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성공한 ZBB프로젝트의 방법론이 해외 자회사에서는 어떻게 적용될지, 또 국내에 새롭게 출범한 BT 부문은 어떤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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