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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

광고로 대뇌 속 구매버튼을 눌러라

정재승 | 17호 (2008년 9월 Issue 2)
광고를 뜻하는 영어 ‘애드버타이즈먼트(advertisement)’는 라틴어 ‘아드베르테르(adverter)’에서 기원한 단어다. 이는 ‘마음을 어디로 향하게 하다’ 또는 ‘돌아보게 하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광고는 원래 ‘타인의 마음을 내게 기울도록’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광고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해 소비를 촉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을 조종하고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의 최대 광고 회사인 샌프란시스코사의 사장이던 제리 맨더는 텔레비전 광고를 만들면서 텔레비전이 인간에게 미치는 폐해를 절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쓴 책 ‘텔레비전을 버려라’(우물이 있는 집, 2002)에서 “광고의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는 인간의 사고양식을 간섭함으로써 정신작용을 설득하고 지배하도록 고안된 하나의 제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광고주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양한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조종하고 현혹해 자사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그들은 최근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면서 소비자들의 두뇌 속 인지 과정을 파악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브라이언 뉴턴 교수 연구팀은 사람들의 구매 행위를 결정하는 뇌의 활동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006년 1월 ‘뉴런’에 발표했다. 이들이 붙인 연구논문의 제목은 ‘Neural predictors of purchase’다. 소비자가 제품을 본 직후 구매의사를 표현하기 이전의 대뇌 활동만 가지고도 구매를 할지 안 할지에 대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안에 피험자들을 들어가게 해 고다이바 초콜릿을 보여 주고 가격을 확인하게 한 뒤 살 것인지 말 것인지 버튼을 누르게 했다. 연구팀은 시험 참가자들에게 제품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와 가격을 보여 주면서 뇌 활동을 촬영했다.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대답한 피험자들은 상품을 보자마자 대뇌가 보인 반응 자체가 달랐다. 상품을 본 직후 그들은 쾌락을 느끼는 대뇌 측좌핵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다. 구매를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피험자들은 가격을 봤을 때 뇌 반응이 구매자들과 매우 달랐다. 그들은 가격을 보자 금전적인 손해를 느끼고 모험을 회피하려는 성질을 관장하는 뇌섬엽 부위가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피험자들은 고등사고를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에서 상품을 샀을 때의 쾌감과 ‘지출의 고통’을 저울질해 제품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대뇌 측좌핵이 활발히 활동하던 피험자들은 여지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서 “지름신(神)이 납시었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지름신은 뇌 깊숙한 곳 대뇌 측좌핵에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상품을 보는 순간 구매할지 안 할지를 거의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구매 활동을 예측하는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시험에서 밝혀낸 지름신인 대뇌 측좌핵을 자극하는 것이 광고의 주된 전략이기도 하다. 이 영역은 성적 자극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항상 광고에서 전지현이나 김태희 같은 당대 최고의 미인들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도 바로 여기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사람들은 뇌섬엽이 두려워하는 ‘지출의 고통’을 잊고 쾌락의 중추 대뇌 측좌핵의 욕구에 따라 크게 한번 ‘지르고’ 싶은 걸까. 뉴턴 연구팀은 반복적인 자극이 대뇌 측좌핵의 활동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제로 상품 이미지를 반복해서 볼 경우 처음에는 제품을 사지 않으려던 피험자의 87%가 제품을 살 용의가 있다는 쪽으로 뜻을 바꾸었다고 한다.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것은 광고나 홈쇼핑의 주된 전략이며, 누구나 같은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될 경우 충동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신용카드처럼 돈이 나중에 빠져나가거나 직접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충동구매를 하거나 낭비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지불하면 뇌섬엽이 느끼는 ‘지출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무뎌지기 때문이다. 소비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대뇌 측좌핵의 욕구가 뇌섬엽의 활동을 이겨 결국 구매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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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승

    정재승jsjeong@kaist.ac.kr

    - (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
    - 미국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교수
    -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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