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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패션·뷰티 SNS 플랫폼 ‘스타일쉐어’의 성장 전략

“오늘 뭘 입지?” 일상 질문에 답하려 창업
매일 댓글 5만 개 호응하는 쇼핑 앱으로

이방실 | 271호 (2019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패션·뷰티 쇼핑 앱 ‘스타일쉐어’ 성공 요인
1. 본질에 집중한 플랫폼 설계
: 플랫폼 안에서 정보와 상품, 사회적 통화(평판, 명성 등)가 원활히 교환될 수 있게 ▲유용한 정보 순서로 댓글 제시 ▲콘텐츠에 상품 태그 접목 ▲인플루언서 유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실천
2. 젊은 세대에 대한 통찰에 기반한 사용자 중심 사고
: 실속을 중시하고 즉각적 피드백을 원하는 Z세대 특성에 맞게 ‘빅 브랜드’ 대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고 인공지능(AI) 패션 챗봇 서비스 제공
3. 사용자 혁신 통한 차별화된 가치 창출
: 사용자의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용자들의, 사용자들에 의한, 사용자들을 위한’ 플리마켓 운영
4. 고객 구매 여정의 단계별 접점을 파악한 비즈니스 모델
: 5A(Aware, Appeal, Ask, Act, Advocate:인지, 호감, 질문, 행동, 옹호) 모델의 단계별 접점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 사용자(고객)들을 충성도 높은 옹호자로 만드는 데 성공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지우(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씨, 홍지선(경희대 호텔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다음 중 “ㅈㅂㅈㅇ”의 뜻은?
① 제발조용 ② 제발좀요 ③ 제발자요 ④ 정보좀요


이 문제를 듣는 순간 정답을 바로 맞힌 사람은 인터넷 쇼핑이나 커뮤니티 활동 좀 해봤을 가능성이 크다. 연령층도 십중팔구 10대나 20대 초반, 많아 봐야 30세 미만일 확률이 높다. 정답은 4번. 어떤 제품에 대한 브랜드나 가격, 판매처 등의 정보를 요구할 때 사용하는 ‘초성(初聲)’ 신조어다.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이 유행어는 10대들이 ‘최고로 애정하는 애플리케이션(최애앱)’ 스타일쉐어(StyleShare)에서 탄생했다. 1 스타일쉐어는 패션, 뷰티와 관련한 다양한 스타일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쇼핑 앱이다. 봄철엔 어떤 스타일의 재킷을 입는 게 좋을지, 데님 팬츠에는 어떤 셔츠를 받쳐 입는 게 좋을지 등 ‘오늘 당장 내 일상’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스타일링 노하우가 넘쳐난다. 사용자들은 자신만의 패션 코디나 메이크업 노하우를 사진에 담아 스타일쉐어 플랫폼에 올리고, 다른 사용자들이 올린 이미지를 살펴보며 필요한 정보를 찾아간다. 서로에게 “정보좀요” “담아가요” 같은 댓글을 남기면서. 그러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그 즉시 앱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지난 2011년 9월 앱 출시 2 후 지난달까지 스타일쉐어 앱 다운로드 횟수는 약 620만 건에 달한다. 처음엔 단순히 사용자들 간 패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앱이었지만 지금은 패션은 물론 뷰티 상품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 앱이 됐다. 누적 회원 수는 약 450만 명으로 사용자의 87%가 여성, 91%가 30세 미만이다. 월간 사용자 수(MAU)는 약 100만 명, 일간 사용자 수(DAU)는 약 30만 명에 달하며 지난달에는 구글피처드(google featured) 3 에도 선정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타일쉐어는 작년 3월 GS홈쇼핑 자회사로 온라인 쇼핑몰 29CM을 운영하는 에이플러스비를 인수,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고작해야 업력이 7년도 안 된 스타트업이 대기업 자회사를 인수한 덕에 온라인 패션 시장의 ‘공룡’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든가. 지난 2015년엔 전 세계 명품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패션계의 거물 수지 멘키스(Suzy Menkes)로부터 “패션 산업의 판도를 바꾼 앱(a game-changing app)”이라는 평가 4 도 받았다. 국내 최대 패션·뷰티 SNS 플랫폼으로 성장한 스타일쉐어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평범한 일상의 질문에서 시작된 창업
스타일쉐어 창업자인 윤자영 대표가 회사를 설립한 건 지난 2011년 6월. 당시 20대 대학생(연세대 전기전자공학)이었던 윤 대표는 “강의 시간 중에도 뒤에 앉아 패션 잡지를 봤을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잡지를 보면 500만 원대 명품 가방을 ‘올봄 시즌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당장 다음 주 동아리 오리엔테이션에 입고 갈 옷을 찾는 나에겐 쓸모없는 정보였다. 원래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건 범접할 수 없는 몸매를 가진 전문 모델이 아니라 내 옆에 옷 잘 입는 친구는 대체 어디서 쇼핑하는가다. 나처럼 평범한 체형을 가진 사람들도 잘 차려입고 다닐 수 있는 실용적인 패션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쇼핑까지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윤 대표가 말하는 창업 동기다.

패션 스타일을 ‘공유’하는 서비스인 만큼 스타일쉐어가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아야 했다. 사용자가 처음 앱에 접속했을 때 이미 올라와 있는 사진들이 많아야 본인 사진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 테니 말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이야 어딜 가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게 자연스럽지만 당시만 해도 개인 사진을 공개된 인터넷에 올린다는 게 익숙하지 않은 때였다. 더욱이 유명인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모습을 공유한다는 건 개념적으로도 매우 생소했다. 이미지 기반 SNS의 대명사인 인스타그램이 미국에서 출시(2010년 10월)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때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윤 대표와 스타일쉐어 창업 멤버들은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 전 앱에 업로드할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 패션 파워 블로거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스타일쉐어 서비스에 대해 알리는 건 기본. 카메라를 손에 들고 뉴욕 맨해튼 소호거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도산공원 일대, 명동 등 국내외 패션 거리를 쉴새 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 옷 잘 입고 스타일 멋진 사람들을 마주치면 사진을 찍어 스타일쉐어 플랫폼에 올려도 될지 물었다. 그야말로 ‘맨투맨 영업’을 한 셈이다.



동시에 스타일쉐어는 업로드하는 순서대로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최신 피드) 외에 ‘좋아요’와 댓글 개수를 종합해 인기도에 따라 콘텐츠를 보여주는(인기 피드) 알고리즘 개발에 주력했다. 많은 이가 좋아하는 게시물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따로 보여주면 사용자들이 요즘 유행하는 패션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대부분 SNS가 최신 순서로만 게시물을 보여주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차별화된 접근이었다.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서비스 시작 전 스타일쉐어가 확보한 게시물의 수는 약 100개. 5 이렇게 플랫폼에 올릴 콘텐츠의 절대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한정된 수의 콘텐츠를 가능한 풍성하게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최신 피드 외에 인기 피드를 따로 만든 이유다.

스타일쉐어는 아이튠즈 앱스토어에 출시되자마자 6 바로 그다음 주 ‘최신 및 추천(New & Noteworthy)’ 앱으로 선정됐다. 창업자인 윤 대표조차 “솔직히 서비스를 개발하면서도 ‘과연 사람들이 사진을 올릴까’ 걱정했다”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어떠한 광고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없이 한 달 만에 2700여 개 이미지가 쌓였다. 심지어 게시물엔 약 18만 개의 ‘좋아요’가 생성됐고, 팔로(스타일쉐어 사용자 간 네트워킹) 수도 3600여 건에 달했다. 이는 실제 일반인들이 자신의 사진을 자발적으로 올릴 뿐 아니라 화려한 전문 모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길거리 패션에 관심을 갖는다는 걸 뜻했다. 실제로 “모델이 아닌 스타일 좋은 평범한 분들 패션 보고 득이 되네요(사용자 ID: 림어이)”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일반인도 공감하고 도전할 수 있겠어요(사용자 ID: 보라빛똥)” 등 사용자들의 호평도 쏟아졌다. ‘패션피플(패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한 윤 대표의 희망이 헛된 꿈이 아니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데 대해 윤 대표는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자신의 관심사를 SNS를 통해 공유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밀레니얼세대가 패션의 주 소비층인 20대로 접어들면서 이들의 특성에 잘 맞는 서비스가 때맞춰 나온 덕택이 크다는 것. 사용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게시물을 제시하는 접근 역시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패션은 기본적으로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인기 순서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이 적합했다는 분석이다.


화려함을 이긴 평범함, ‘끈끈한’ 유저들로 뭉친 커뮤니티 구축
스타일쉐어가 서비스를 출시하자마자 사용자들로부터 즉각적인 호응을 얻자 크고 작은 경쟁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두 달 뒤 곧바로 스타일쉐어와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바로 패션 전문잡지 코스모폴리탄과 손잡고 내놓은 ‘코스모스타일’이다. 2012년 11월엔 SK플래닛이 ‘스타일태그’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미국에서 파일럿 버전을 먼저 내놓은 후 1년 뒤 정식 버전을 개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동시 공략에 나섰다. 특히 ‘개인 맞춤형 패션 큐레이션 서비스’를 표방했던 스타일태그는 사용자가 태그를 달아놓은 단어에 맞는 패션 스타일을 추천해 줄 뿐 아니라 ‘비디오 커머스(video commerce)’ 기술까지 도입, 패션 관련 동영상 속에 나오는 상품 정보를 제시하고 구매 페이지로까지 연결하는 서비스였다. 이 밖에 2013년 4월에는 네이버도 ‘워너비’라는 서비스를 내놓으며 가세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업계 거물까지 모두가 패션 SNS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현재 모두 사라지고 없다. 결과적으로 대학생 몇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스타일쉐어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긴 ‘다윗’이 됐다. 자금력이나 기술력, 인적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등 모든 면에서 스타트업보다 월등한 대기업이 패션 SNS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패인은 패션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 소비자들의 숨겨진 니즈와 욕망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데 있다.

경쟁사들은 스타일쉐어와 유사하게 ‘패션 SNS’를 표방하긴 했지만 평범한 일반인들이 아니라 전문 모델과 유명 스타일리스트 등을 전면에 내세워 화려하고 정제된 스타일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콘텐츠도 대부분 국내외 패션 디자이너, 전문 매거진, 파워블로거를 포함한 패셔니스타들의 사진들로 채웠다. 그에 비하면 스타일쉐어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들의 일상적인 사진만 잔뜩 모여 있는 커뮤니티였다. 하지만 바로 이 ‘평범함’이야말로 스타일쉐어의 강점이었다. 스타일쉐어의 첫 번째 투자자인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 역시 “‘평범한 일반인들의 스타일 공유’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에 반해 윤 대표를 만난 지 한 시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평할 정도다.

“윤 대표는 ‘편안한 옷차림에 구찌 가방 하나를 잘 든 코디, 고가의 패션 아이템이 아니어도 멋스럽게 소화한 옷이 스튜디오에서 전문 모델이 찍은 화려한 사진보다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이건 패션에 대해 책 한두 권을 읽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오랜 고민의 시간을 통해 패션이라는 주제에 몰입하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 통찰이다.” 권 대표의 설명이다. 7



단기 성과 창출에 연연하지 않고 견고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던 것 역시 스타일쉐어가 경쟁사들을 이길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 대기업 기반 패션 SNS는 단기간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초기 광고 마케팅과 각종 프로모션에 집중했다. 가령, LG유플러스 코스모스타일의 경우 처음 서비스를 출시하며 앱 다운로드 고객 중 선착순 150명에게 5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제공했고, ‘좋아요’를 많이 받은 사진을 올린 사용자 총 100명(10주간 매주 10명씩 선정)을 뽑아 10만 원 상당의 화장품을 줬다. 그것도 랑콤, 에스티로더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선물로 안겼다. 말 그대로 ‘물량 공세’를 한 셈이다. 심지어 SK플래닛은 ‘글로벌 시장 공략’이라는 야심 찬 목표 때문이었는지 앱 정식 버전 출시를 기념해 미국 뉴욕시 5번가에 위치한 패션 명품 백화점에서 론칭 쇼까지 열었다. 니콜 리치 같은 할리우드 스타는 물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 패션 블로거와 디자이너, 모델, 패션 전문지 기자 등 뉴욕의 패션 산업 관계자 50여 명을 초대한 행사였다.

반면 자금 여력이 부족했던 스타일쉐어는 이 같은 광고 마케팅을 할 수도 없었고, 할 생각도 없었다. 스타일쉐어가 사업 초기 진행한 프로모션이라곤 서비스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이 유일했다. 스타일쉐어 SNS 채널을 팔로하고 앱 리뷰 등에 응원 메시지를 쓰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스타일쉐어 박스’를 주는 이벤트였다. 박스에 담았던 품목도 클러치와 양말로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선물이었다. 스타일쉐어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바로 지난 1년간 사용자들이 스타일쉐어 플랫폼에 올린 이미지컷 약 380개와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브랜드/아이템’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담은 소책자 ‘페이퍼S(Paper S)’다. 스타일쉐어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송채연 이사는 “프로모션을 하더라도 상업적 목적보다 사용자들과의 소통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스타일쉐어의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일상 속 소소한 아이템’을 유저들에게 선물로 주면서 스타일쉐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페이퍼S도 함께 보냈다”고 설명했다.


DBR mini box I: 유저 댓글 용어 활용해 제작한 옷 ‘스쉐톡스(StyleShare Talks)’

스타일쉐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신조어는 서두에서 언급한 ‘ㅈㅂㅈㅇ(정보좀요)’ 외에도 ‘ㄷㅇㄱㅇ(담아가요)’ ‘스쉐러(스타일쉐어 사용자)’ 등 여럿이 있다. ‘업로더는 아니지만’처럼 스타일쉐어 유저들만이 쓰는 독특한 문구도 있다. 가령, A라는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예: 신발)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댓글이 쇄도할 때 A가 답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정보를 알고 있는 B라는 사용자가 대신 답을 하면서 댓글 말머리로 쓰는 표현이다.

스타일쉐어는 이처럼 스쉐러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독특한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크고 작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령, 사용자들이 ‘ㅈㅂㅈㅇ(정보좀요)’ ‘ㄷㅇㄱㅇ(담아가요)’ ‘업로더는 아니지만’이란 글자를 일일이 입력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클릭 한 번으로 해당 글자를 입력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제품에 대한 정보가 담긴 댓글은 빨리 찾아볼 수 있도록 ‘최신순’ 외에 ‘유용한 정보순’ 리스트도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스타일쉐어는 사용자들의 댓글 용어를 활용해 옷도 만들었다. 이른바 ‘스쉐톡스(StyleShare Talks의 줄임말)’ 컬렉션으로 기모 소재 후드티에 ‘Details please(정보좀요)’ ‘Collecting(담아가요)’ ‘I’m not the uploader, but(업로더는 아니지만)’ 등의 문구를 영어 문자(English lettering)로 프린팅해 한정 수량을 제작, 판매했다. 윤 대표는 “처음 해 보는 시도여서 과연 팔릴까 싶었는데 기획한 9개 상품 중 4개가 완판됐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타일쉐어의 정체성과 유저들의 이야기가 담긴 제품을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일쉐어는 유저 한 사람 한 사람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기 위해 힘썼다. 사용자가 게시물을 올리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스타일쉐어 전 직원들이 각자 댓글을 달면서 자신의 생각을 유저들과 공유했다. 심지어 송 이사는 자주 게시물을 올리는 헤비 유저(heavy user)에게 따로 연락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유저를 직접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대개 윤 대표랑 둘이 나가 똑같이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영업 대상’이 아니라 ‘동호회 친구’처럼 유저를 대하려고 노력했던 마음이 전해졌는지 다들 오프라인 만남에 흔쾌히 응해줬다. 초창기 만났던 유저들 가운데에는 지금까지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는 이들이 꽤 있다.” 송 이사의 설명이다.

동시에 스타일쉐어는 스타일쉐어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도 부단한 노력을 했다. 음란물처럼 부적절한 이미지를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은 당연했고, 음식물 사진처럼 서비스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 이미지가 올라올 경우엔 하나하나 댓글을 달아 해당 사용자가 일상의 스타일을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스타일쉐어는 일상 스타일을 공유하는 것을 취지로 만들어진 커뮤니티입니다. 음식 사진보다는 ○○님이 오늘 입은 데일리룩이 궁금해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송 이사는 “이렇게 유저 한 사람 한 사람과 공들여 소통하는 일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이 분명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일”이라며 “이런 세세한 노력 덕분에 스타일쉐어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견고한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표 역시 “기본적으로 SNS가 성공하기 위해선 사용자들 간 끈끈한 연대감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노력도 많이 쏟아부어야 하는 매우 ‘지난한’ 작업”이라며 “당장 수익 창출 압박을 받는 대기업으로선 구조적으로 이런 일을 지속해 가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저 한 사람의 댓글에서 촉발된 오프라인 플리마켓 행사
스타일쉐어의 사용자 수가 10만 명 정도에 달했던 2013년 2월 초 어느 날. 스타일쉐어에 한 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한 사용자가 ‘옷장 정리를 하고 싶다’는 게시물을 올리자 불과 12시간 만에 댓글 280개가 달린 것. 내용을 확인해 보니 유저들끼리 ‘나도 옷장 털어야 한다’고 공감하며 중고품 거래 사이트, 벼룩시장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다 급기야 ‘스타일쉐어가 플리마켓을 열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더란다. 스타일쉐어 운영팀이 계속되는 댓글 릴레이에 방점을 찍었다. “와우 여러분! 플리마켓 한 번 열어볼까요?”

댓글을 올린 후 스타일쉐어는 처음 게시글을 올린 유저에게 곧바로 연락을 취해 플리마켓 공동 기획에 나섰다. 스타일쉐어 유저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만큼 행사 기획부터 준비,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사용자와 함께하기로 했다. 우선 ‘2013년 3월 초중순 어느 일요일 서울에서 플리마켓을 열 테니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고 싶은 유저들은 신청해 달라’는 공지를 띄웠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플리마켓 크루(crew)’부터 모집 8 한 것. 불과 이틀 만에 150명이 지원했다.



스타일쉐어는 이 중 30여 명을 크루로 선발했다. 당시 스타일쉐어 전체 직원(6명)의 다섯 배나 되는 인원이었다. 스타일쉐어는 이들과 두 차례 기획 미팅을 갖고 ▲사전 홍보 ▲현장 관리 ▲행사 촬영 등 업무를 분장했다. 판매자는 스타일쉐어 사용자들로 한정했고, 참가자는 ‘스타일쉐어 앱만 있으면 누구나’ 올 수 있게 했다. 행사 이름은 ‘스타일쉐어 선데이 플리마켓’으로 정했다. 보다 충실한 준비를 위해 D-데이는 4월7일로 늦췄다. 장소는 신촌에 있는 이랜드의 신발 편집숍 ‘폴더(Folder)’ 매장을 빌리기로 했다.

스타일쉐어 창립 이래 최초로 열린 오프라인 이벤트엔 무려 1만여 명이 몰려들었다. 스타일쉐어 직원 그 누구도 그렇게 많은 인력이 몰려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데 평균 1시간30분을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붐벼서 주변 민원으로 경찰까지 출동했을 정도였다. 행사를 마친 후 이틀 만에 블로그 포스팅만 200개 이상 올라왔다. 송 이사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패션’을 매개로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데 유저들이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며 “패션에 민감한 같은 또래 사용자들의 애장품을 싼값에 ‘득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큰 호응을 얻은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오프라인 이벤트는 패션에 관심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스타일쉐어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4월 한달 동안 새로 가입한 사용자 수만 4만1500여 명에 달했을 정도다. 송 이사는 “2013년 초 10만 명이었던 사용자 수가 그해 연말 5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플리마켓 효과가 컸다”며 “광고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고 오로지 입소문에만 의존해 사용자 기반을 늘려오던 상황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덕에 톡톡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로도 스타일쉐어는 2014년 100만 명, 2015년 200만 명 등 해마다 두 배씩 사용자 기반을 늘려가며 대표적인 모바일 패션 커뮤니티로 성장해 갔다.


사용자들의 니즈에 최적화된 쇼핑 스토어 오픈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형성에 집중했던 스타일쉐어가 전자상거래(e-commerce) 서비스를 시작한 건 지난 2015년 10월(베타 테스트)부터다. 앱 내 결제 기능을 도입, 일주일에 한두 개 상품을 메인 화면에 띄워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그 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이듬해 4월, 서비스 개시 후 줄곧 ‘스타일피드(게시물 공유 공간)’만으로 구성돼 있던 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별도의 ‘스토어(쇼핑 공간)’ 메뉴를 공식 오픈했다.



당시 스타일쉐어 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약 520개였다. 특이한 건 입점 브랜드 대부분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빅 브랜드’가 아니라 뉴해빗(Nuhabit), 어커버(Acover), 참스(Charm’s) 등 연령층이 조금만 높아도 익숙하지 않은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장선향 스타일쉐어 마케팅팀 리더는 “지금은 입점 브랜드 수가 약 2100개로 4배 이상 늘었고 휠라(Fila), 뉴발란스(New Balance), 데상트(Descente),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 같은 유명 브랜드들도 많이 들어와 있지만 3년 전 스토어를 오픈할 때만 해도 지금과는 구성이 많이 달랐다”며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알 만한 브랜드라곤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쇼핑몰의 상품 소싱과는 다른 스타일쉐어만의 독특한 원칙 때문이었다.



대개 일반적인 쇼핑몰은 머천다이징(MD, merchandising) 담당자가 일방적으로 브랜드를 소싱해 고객들에게 제안한다. 반면 스타일쉐어는 철저히 사용자들의 반응에 기초해 입점 브랜드를 결정했다. 즉, 앱 출시 후 4년간 스타일피드에 축적돼 있던 사용자들의 댓글과 ‘좋아요’ 개수, 검색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유저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추려, 입점 유치에 나섰다. 브랜드 업력이나 규모, 타 쇼핑몰에서의 인기도 등은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스타일쉐어 유저들이 원하느냐 여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은 것. ‘허세’보다 ‘실속’을 중시한 의사결정이었던 셈이다.

2016년 4월, 드디어 스토어 메뉴를 공식 오픈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제 프로세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스타일쉐어가 제시한 결제 옵션은 ▲무통장 ▲신용카드 ▲휴대폰 결제 총 세 가지였는데 이 중 ‘무통장 입금’ 선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것이다. 9 가장 번거롭고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무통장 입금 결제 방식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방식이었던 것. 이는 전체 사용자 중 약 30%를 차지하는 10대들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교 초년생의 경우 카드 소지자가 적다. 특히 10대는 휴대전화 요금도 부모님이 내는 경우가 많아 본인의 구매 내역을 일일이 ‘감시’당하는 탓에 휴대폰 결제를 부담스러워 한다. 경제적 독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는 선택지라곤 무통장 거래뿐이라 대부분 현금인출기(ATM)를 통해 입금을 한다. 문제는 ATM에선 동전 입금이 안 된다는 데 있다. 물건을 구매하다 보면 결제 금액이 가령 ‘3만2200원’같이 100원 단위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지폐 입금만 가능하니 사용자와 스타일쉐어 모두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무통장 입금 방식의 경우 입금 정보(입금자명, 입금액, 계좌번호 등)대로 하나도 틀림없이 입금해야 주문건과 입금 내역을 정확하게 자동 매칭할 수 있다. 그런데 주문 내역과 다른 금액을 입금하다 보니 실제 주문건과의 불일치가 빈번히 일어났고, 이는 배송 지연으로 이어져 고객 불만 요인이 됐다. 스타일쉐어에서 온라인 서비스 피드백을 관리하는 CX(Customer eXperience, 고객경험)팀 직원들이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사용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구매 내역을 확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일쉐어는 대표적인 불일치 사례를 정리해 고객이 주문 내역과 다른 금액으로 입금해도 자동으로 매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우선 결제 데이터에서 입금 확인 불가 케이스들을 모두 추출한 뒤 불일치가 생기는 사례들을 유형화했다. 구체적으로 1) 입금자명 대신 전화번호를 입력한 경우 2) 이름 뒤에 은행명도 입력된 경우 3) 금액을 여러 차례 나눠 입금한 경우 4) 여러 개 주문 건을 하나로 합산해 입금한 경우 등 자주 발생하는 유형을 로직화해, 입금 정보와 주문 내역 간 불일치가 발생해도 좀 더 정확하게 매칭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스토어 오픈 초기 67%였던 자동 입금 확인율을 다음 달 80%대로 끌어올려 고객 불만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10


커뮤니티와 커머스가 맞물려 돌아가는 쇼핑 앱 구현
스타일쉐어는 새로 스토어 메뉴를 오픈한 지 4개월 뒤인 2016년 8월, 기존에 있던 스타일피드 메뉴에도 독특한 기능을 도입했다. 바로 사용자들이 스타일피드에 올린 게시물에 덧붙여지는 ‘상품 태그’다. 사용자가 찍어 올린 이미지에 등장하는 옷이나 가방, 신발 등에 대한 상품 정보(브랜드명, 가격 등)가 사용자 게시물에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기능으로, 태그를 클릭하면 앱 내 결제가 가능하다. 현재 스타일쉐어에서 발생하는 전체 쇼핑 거래액의 약 55∼60%는 스토어 메뉴가 아니라 스타일피드 메뉴에서 일어난다. 즉, 과반수 이상의 거래가 상품 태그 때문에 쇼핑 전용 공간이 아니라 게시물 공유 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community)와 커머스(commerce)가 서로 잘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용자 게시물(커뮤니티)에 상품 태그(커머스)가 달리려면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스타일쉐어 스토어에서 제품을 구입해 사진을 올리거나 후기를 써서 공유해야 한다. 이는 자동으로 상품 태그가 달리게 만드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 외에 사용자들의 후기 작성을 촉진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 개발 역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스타일쉐어는 이 점을 잘 이해했고, 상품 태그 도입과 함께 스토어에서 구입한 상품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는 사용자에게 단추(스타일쉐어 스토어에서 쓸 수 있는 적립금) 500개를 제공하는 보상책을 함께 마련했다. 또한 A가 작성한 후기를 다른 사용자가 클릭할 경우 A에게 단추 5개를 지급(최대 1000개 한도)하는 추가 유인책도 만들었다. 이진수 스타일쉐어 엔지니어링팀 엔지니어는 “자신이 작성한 리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알려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려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타일쉐어는 ‘마일리지’ ‘포인트’ ‘캐시’ 등 관리상 편의를 위해 적립금을 세분화하기보다는 ‘단추’라는 단일 적립금을 만들어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사용자들이 적립금마다 서로 다른 유효기간 만료일을 신경 써야 하는 수고 없이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스타일피드에 도입한 상품 태그와 단추 적립을 통한 보상 시스템은 곧바로 성과를 냈다. 도입 직전 2%가 안 됐던 구매전환율(MAU 기준)이 도입 후 3.6%대(2016년 9월, 10월)로 뛰었다. 이후 스타일쉐어의 구매전환율은 10대들의 취향에 맞는 상품 소싱과 결제 프로세스 개선, 상품 태그 기능 도입 등에 힘입어 2017년 13%, 2018년 18%(이상 12월), 2019년 19%(2월) 등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윤 대표는 “대개 일반적인 쇼핑몰의 구매전환율은 1∼5% 수준”이라며 “커머스 업력도 얼마 되지 않고 광고 마케팅도 과도하게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충성도가 높은 유저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높은 구매전환율을 바탕으로 스타일쉐어는 스토어 공식 오픈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100억 원을 돌파(2017년 4월)했다. 스타일쉐어 사용자 수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스토어 오픈 당시 약 220만 명이었던 유저 수는 2017년 8월 300만 명을 돌파했다. 약 1년 반 만에 80만 명의 사용자가 늘어난 것이다.

또한 스타일쉐어는 지난 2017년 12월 스타일피드 안에 스킨케어, 메이크업 등 뷰티 관련 게시물을 따로 보여주는 뷰티피드를 별도로 만들었다. 스타일쉐어 앱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패션 외에 화장법 등 뷰티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사용자 역시 급증함에 따라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들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토어 입점 브랜드도 스토어 오픈 초기 의류 및 잡화에 집중했던 데서 벗어나 다양한 뷰티 브랜드로까지 확대했다. 11

이는 ‘신의 한 수’로 판명됐다. 2018년 전체 거래액(700억 원) 가운데 20%(140억 원)가 뷰티 관련 상거래에서 발생한 것. 스토어 오픈 후 1년간 패션·잡화 영역에서 발생했던 상거래 규모(100억 원)를 훨씬 능가하는 매출이 뷰티 관련 상거래에서 창출된 것이다. 스타일쉐어가 줄곧 패션 콘텐츠에 주력해왔던 플랫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주목할 만한 성과다.



DBR mini box II: 유저들과의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스타일쉐어는 상품 기획 및 소싱에 있어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유명인들과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위너(Winner)의 노래를 테마로 최범석 디자이너의 향기 브랜드 더블유드레스룸(W. Dressroom)과 함께 ‘위너그런스’라는 향수를 내놓는다(2018년 6월)거나 아이콘(iKon)의 음악을 주제로 수제 천연비누 브랜드 크렘(Creme)과 함께 ‘코니솝’ 비누를 개발, 판매(2018년 10월)한 사례들이 있다. 특이한 점은 상품 개발 과정에 유저들을 참여시킨다는 점이다. 가령, 스타일쉐어 사용자들에게 위너의 노래를 들을 때 떠오르는 향에 대한 사전 설문 조사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가지고 위너 멤버들이 조향 및 패키지 디자인에 참여하도록 하는 식이다.

팬덤 문화를 기반으로 한 상품 기획 외에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스타일쉐어 유저들이 올린 게시물과 사용자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앞으로 유행할 트렌드를 예측한 후 브랜드들과 협업해 제품을 제작, 스타일쉐어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식이다. 스타일쉐어와 인기 유저, 브랜드 3자 간 ‘트리플 컬래버레이션(triple collaboration)’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바로 ‘스타일쉐어 유저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유저가 만나 스타일쉐어스럽게 탄생한 아이템’이라는 의미가 담긴 ‘스쉐스럽(S Share’s Love)’ 라인이다. 정새롬 스타일쉐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지금까지 후드티(2018년 9월), 아우터(2018년 10월), 백팩(2019년 2월) 등 3종의 스쉐스럽 상품을 출시했다”며 “인플루언서 유저와 브랜드 참여자 모두의 정체성이 잘 묻어나는 제품이라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스타일쉐어는 유저들 가운데 ‘스타일쉐어 써클’을 선발, i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들로부터 패션이나 메이크업 센스가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이들을 뽑아 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사용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고 화보 촬영도 진행해 써클이 ‘모델 겸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향후 계획 및 도전 과제
현재 스타일쉐어에는 하루 평균 1만여 개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매일 달리는 댓글 수는 5만 개 이상.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외부 채널로 공유되는 건수만도 하루에 7000건을 훌쩍 넘긴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뷰티 SNS 플랫폼이다. 커머스 시작 첫해인 2016년 말 50억 원의 거래액을 달성한 이후 꾸준히 거래액이 늘어 작년엔 700억 원의 상거래가 스타일쉐어를 통해 이뤄졌다. 12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직원 수는 90명(2019년 3월 기준)으로 늘었다. 13 지난 2017년부터 손익분기점도 넘긴 상태다.



스타일쉐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플랫폼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11월 사진 속 패션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3초 만에 찾아주는 인공지능(AI) 챗봇 ‘모냥봇’ 서비스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14 고양이 캐릭터를 접목한 대화형 서비스로,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챗봇이다. 윤 대표는 “10대들은 질문이 많고, 자신이 원하는 게 생기면 그 즉시 얻기를 바라는 열망이 매우 강하다”며 “‘정보좀요’라는 댓글을 남겨도 원하는 답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궁금증이 생겼을 때 곧바로 답을 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사용자간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플랫폼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고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GS리테일과 파트너십을 맺고 GS편의점에서도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ATM조차 찾기 어려운 10대, 혹은 타행 ATM에서 입금 시 송금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취한 조치다.

도전 과제도 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이제는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 인스타그램의 경우 현재 미국에서 앱 내 결제 기능을 추가해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은 일상의 모든 이미지를 공유하지만 스타일쉐어는 패션과 뷰티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쉽지는 않겠지만 충성도 높은 ‘진성 유저’들이 많은 스타일쉐어만의 강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스타일쉐어는 우선 일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작년 8월 일본어 버전의 앱도 내놓은 상태다. 윤 대표는 “일본에서도 초기 한국에서의 성장 전략처럼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우선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어 버전 앱에선 앱 내 결제 기능 없이 외부 쇼핑몰 링크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만 제공하고 이는 이유다.



기존 10대 소비자가 20대로 나이를 먹어가고 20대 소비자가 30대로 접어들다 보니 좀 더 폭넓은 연령층의 고객을 아우를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 확장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GS홈쇼핑으로부터 29CM을 운영하는 에이플러스비를 약 300억 원에 인수 15 한 이유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스타일쉐어의 핵심 타깃은 20대 이하 젊은 층이지만 29CM은 30대가 핵심 고객층이다. 스타일쉐어가 ‘날것’ 그대로의 사용자 콘텐츠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면 29CM은 ‘정제된’ 형태의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를 통해 두터운 팬층을 형성해 온 경우다. 두 플랫폼에서 소개하는 브랜드들 간 중복도 크지 않다. 윤 대표는 “29CM 운영은 창업자인 이창우 대표가 계속해서 맡을 예정”이라며 “각 플랫폼의 본체를 건드리지 않고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함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스타일쉐어는 앞으로 패션과 화장품 외에 인테리어, 소품, 문구 등 다양한 품목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도 지금처럼 이미지에만 집중하기보다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사용자제작콘텐츠(UGC)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시사점 및 성공 요인
1. 본질에 집중한 플랫폼 설계
마셜 밴 앨스타인 보스턴대 교수는 그의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에서 “플랫폼을 설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플랫폼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1) 정보의 교환을 용이하게 해 주고, 2) 사용자가 편리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며, 3) 평판 같은 무형적 가치, 이른바 ‘사회적 통화’도 교환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사용자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상품과 서비스, 혹은 사회적 통화를 교환하게 해줌으로써 모든 참여자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일쉐어는 자사 플랫폼을 구축하고 개선시켜 나가는 데 있어 이 원칙을 정확하게 따랐다. 구체적으로, “정보좀요” “담아가요” 등 사용자들이 자주 쓰는 언어를 클릭 한 번으로 입력할 수 있게 하고, 정보 공유 관련 댓글은 ‘유용한 정보순’으로 별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정보가 플랫폼 내에서 쉽게 유통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또한 상품 태그 기능과 단추 적립 시스템을 통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상거래 활성화를 촉진하고 무통장 입금 방식의 문제점도 개선함으로써 쇼핑 편의성을 더해갔다. 이 밖에 유저 가운데 스타일쉐어 써클을 선발해 모델 겸 크리에이터 역할을 맡김으로써 플랫폼 내 사용자의 영향력을 키워주고, 인플루언서 유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도 추진함으로써 이들이 개인적 명성을 쌓아갈 수 있도록 했다.

2. 젊은 세대에 대한 통찰에 기반한 사용자 중심 사고
권도균 대표는 스타일쉐어의 성공 요인으로 고객을 최우선시하는 경영 철학을 꼽았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자들 가운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 본업에서 벗어나 딴생각을 하거나 초심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윤자영 대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초점을 잃지 않고 고객 중심 사고를 놓지 않는 보기 드문 예”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들에 대한 통찰 역시 뛰어나다”며 “전문 모델이 선보이는 화려한 패션을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길 때 평범한 일반인들의 스타일 공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 자체가 그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일쉐어가 커머스 기능을 도입할 때 취한 일들을 보면 젊은 세대, 특히 ‘디지털 신인류’라는 소리까지 듣는 Z세대에 대한 통찰을 확인할 수 있다.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과시형 소비 행태도 보이는 밀레니얼세대와 달리 Z세대는 무엇보다 ‘실속’을 중시한다.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도 많고,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받길 원한다. 원하는 게 생기면 그 즉시 구입하려는 열망도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16 스타일쉐어가 스토어를 오픈할 때 빅 브랜드 대신 신흥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고 3초 만에 궁금증을 풀어주는 AI 패션 챗봇을 개발하며 편의점 현금 결제까지 도입한 건 모두 Z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사용자 중심 사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3. 사용자 혁신 통한 차별화된 가치 창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에릭 폰 히펠 교수가 주창한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은 기업(제조업체)에 혁신을 의존하지 않고 직접 상품 개발 단계에 참여해 스스로 혁신을 창출해 나가는 사용자들의 활동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과거 공급자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소비자는 기업이 내놓은 신제품을 일방적으로 공급받아 쓰는 수동적 존재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사용자가 혁신의 원천으로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컨셉 개발부터 설계, 제작 등 제품 개발의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사용자가 직접 개발 단계에 참여할 경우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사용자 니즈에 꼭 맞는 적중률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스타일쉐어는 이 점을 잘 활용해 적극적인 사용자 혁신을 꾀함으로써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단적인 예가 국내 대표 플리마켓 축제로 자리매김한 스타일쉐어 마켓페스트다. 한 사용자의 단순한 게시물에서 촉발된 이 행사는 처음 아이디어 도출부터 실제 행사가 열리기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당시 스타일쉐어 전체 직원 수가 6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명의 사용자 기획단이 주도한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행사였던 셈이다. 이 밖에도 스타일쉐어는 스쉐스럽처럼 인플루언서 유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상품을 기획하고, 연예인들과의 컬래버레이션에도 사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유저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4. 고객 구매 여정(consumer journey)의 단계별 접점을 정확히 파악한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그의 저서 『마켓 4.0』에서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기업이 주목해야 할 고객 구매여정(consumer journey) 17 의 접점을 크게 5가지로 구분한다. 이른바 5A 모델로 ‘인지(Aware)→호감(Appeal)→질문(Ask)→행동(Act)→옹호(Advocate)’의 5단계로 요약된다. 고전적인 마케팅 모델인 AIDA(Aware, Interest, Desire, Action: 인지, 흥미, 욕망, 행동)나 4A(Aware, Attitude, Act, Act Again: 인지, 태도, 행동, 반복 행동) 모델에서 진일보해 궁극적으로 고객을 단순 ‘구매자’를 넘어 ‘브랜드 옹호자’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코틀러 교수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각 접점(5개의 A)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공고히 하거나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스타일쉐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코틀러 교수가 제시하는 5A의 모든 단계를 정교하게 구현하고 있다. 우선 평범한 일반인들이 올린 게시물을 통해 수많은 브랜드의 상품을 사용자들에게 노출(Aware)했다. 특히 게시물을 인기 순서대로 보여줘, 큰 트렌드를 따라가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의 흥미(Appeal)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냈다. 특히 스타일쉐어는 사업 초기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데 있어 자유롭게 질문(Ask)하고 응답하는 문화를 플랫폼의 기본 틀로 만들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어 견고한 커뮤니티가 구축된 후에는 앱 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손쉬운 구매(Act)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마켓페스트 같은 초대형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고 스타일쉐어만의 고유한 문화를 유저들 간 공유할 수 있는 상품(스쉐톡스)을 기획하는 등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을 충성도 높은 옹호자(Advocate)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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