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영업전략

영업목표와 실적 확 끌어 올리려면 방치하는 ‘80% 고객’을 뒤돌아봐야

226호 (2017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B2B 영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에 만연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영업 방식 때문이다. 한정된 영업조직으로 인해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고객을 관리한다. 매출 기여도가 높은 상위 20% 회사에 영업 인력을 집중하고 80%를 방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방치되는 80%로 인해 고객은 떠나고 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기회 규모(Wallet Size)와 가능성(Feasibility)을 기준으로 4개 사분면으로 나눠 각각의 특성에 맞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 대표가 영업, 그중에서도 B2B 영업의 핵심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연재한다. 이 대표는 한국IBM에 사원으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지냈으며 30년 이상 B2B 영업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다.



“전체 담당 고객 중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접촉하는 고객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현장에 있을 때나, 교육으로 만나는 고객사 영업직원을 만날 때나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영업직원은 드물다. “한 달에 한 번도 접촉하지 못하는 고객은 얼마나 되나요?”라는 질문에도 대부분 어색한 침묵만 흐른다. 대기업 대상 IT 영업을 하는 사람도, 주류 영업을 하는 사람도, 신문 영업을 하는 사람도, 서비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영업 목표가 얼마이며, 목표 대비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를 대답 못하는 영업직원은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고객 중에 어떤 고객을 주로 만나고, 어떤 고객을 방치하고 있는지는 잊고 지낸다.

이렇듯 영업관리자들과 논의하다 보면 ‘영업현장에서 고객과의 정례화된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공감하고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리더가 많지 않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80% 이상의 리더가 이것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그중 반 이상은 “‘선택과 집중’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영업 현장에서 영업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고객과의 접점이 유지되지 않고 있음에도 누구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IBM에서 고객영업 부문을 맡고 있을 때 정기적으로 지방사무소를 돌아보면서 고객을 방문하고 나올 때마다 항상 답답함을 느꼈다. 특히 지금 당장 중요한 영업기회가 없는 고객일 경우 더욱 심각했다.

“우린 요즘 귀사로부터 어떤 정보도 못 받아봅니다.” “전에는 교육도 해주고, 필요한 정보는 전해주더니 이젠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본사에서 임원이 올 때 빼곤 영업직원들을 보기 어렵습니다.”

고객을 만나면 고객은 어김없이 섭섭함을 토로하곤 했다. 회사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만들어 고객과의 소통에 활용하도록 하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Tactic)을 통해 고객 접촉을 늘리도록 강조하지만, 정작 영업직원은 고객을 만나지 않고 있으며, 중요한 정보는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제품 정보, 고객 성공 사례, 새로운 트렌드 소개, 행사 초청, 정기간행물, 공지사항 등을 다양한 부서에서 정성껏 만들고 있지만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창고에 쌓여 있는 것이 더 많다.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라고 영업직원을 배치했지만 고객은 영업직원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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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원은 왜 고객을 만나지 않을까?

별로 급하지 않고 당장 나의 목표달성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기 비즈니스에 몰입돼 시간에 쫓기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그제서야 고객에게 달려가는 영업직원이 훨씬 많다. 때문에 고객 접점을 유지하기 위한 회사의 모든 투자와 노력이 어디론가 묻히고 있다.

대다수의 영업 리더들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기업의 인력과 투자 여력은 한계가 있으니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란 측면에선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방치와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영업기회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영업기회의 ‘질’, 즉 ‘승률, 수익성, 가치’를 고려하고 제한된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 관리는 ‘선택과 집중’의 주제가 아니라 ‘신뢰 기반 위에서 지속적인 관계 강화’가 핵심이다.



오늘 당장 중요한 영업기회가 없어도 머지않은 미래에 가장 중요한 영업기회를 가져다주는 것이 고객이다. 오늘 우리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것 같은 영업기회를 제공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이내 긴장감을 잃는 것이 영업이다. 고객과 영업기회, 그리고 중요도는 돌고 도는 것이다.

한 회사는 모든 고객을 균형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다른 회사는 고객관리라는 본질을 잃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호를 핑계로 영업기회 중심 고객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후자가 단기적인 결과는 좋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적하면 전자는 살고 후자는 결국 죽는다. 이건 영원불변의 진리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영업현장에선 90% 이상의 기업이 후자의 행태를 보인다.

고객은 어지간해선 떠나지 않는다. 참고 기다려주고, 야단을 치고 불평을 하기도 하며, 때론 화를 내기도 하지만 웬만해선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고객은 ‘소리 없는 장기인 간(肝)’과 같은 존재다. 누군가 간의 이상을 자각했다면 이미 손 쓸 방법이 없듯이 영업직원들은 고객이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해서 떠날 때가 돼야 문제를 알게 된다.

영업 제품에 결정적 문제가 발생했거나 지원 및 서비스에 큰 문제가 있어서 고객이 이탈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은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믿었던 고객이 어느 날 갑자기 경쟁사의 고객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당혹감 속에 영업팀은 여러 가지 변명을 이어가겠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고객에 대해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기준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고객의 갑작스런 변심이라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고객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고객의 변화를 영업팀이 무시했거나 가볍게 생각해서 제때에 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는 고객을 방치하고, 소홀히 대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최소한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 쌓인 결과일 것이다. 술, 담배, 그리고 스트레스로 간을 혹사해서 간이 이상징후를 나타냈는데도 아랑곳없이 같은 패턴을 반복하다가 건강검진에서 ‘갑자기’ 간이 치유 불능 상태임을 아는 것과 똑같다.

당장 영업 실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먼저 고객에게 등을 보이는 영업팀이 많다. ‘곧 찾아뵙겠습니다’라고 하고는 감감무소식인 영업직원이 한둘이 아니다. 연초에 조직 개편으로 담당자가 교체됐을 때 한번 인사한 후 다시는 고객을 챙기지 않는 영업직원들 역시 매우 많다. 영업직원이나 공급사의 마케팅 채널이 아닌 ‘다른 경로’로 우연히 공급사의 새로운 제품에 대해 소식을 접하게 된다는 고객도 흔히 만날 수 있다. 경쟁사만 초대받은 공급사의 세미나에 대해 듣고 분개하는 고객이 지금도 부지기수다.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두 알지만 당사자만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선택과 집중’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리더와 영업직원이 만들어 내는 슬픈 앙상블이다. 당장의 결과를 기준으로 중요한 고객을 실망시키고, 화나게 하고, 포기하게 하고 있다. 잠시 어려운 고객이나 당장의 힘없는 고객을 영원히 힘없을 것 같은 고객으로 보고 ‘방치’하면서 스스로 고객으로부터 ‘레드(Red)’카드를 받는 영업직원이 우리 자신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20년 동안 고객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한 고객사당 고객의 수가 계속 늘어났으니 영업직원들이 담당해야 할 고객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영업 인력을 무작정 늘릴 수 없다. 도리어 생산성 향상이라는 과제가 예외 없이 영업조직에도 영향을 끼쳐 영업직원의 업무로드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영업조직의 최적화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영업 역할의 세분화에 있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는 거의 대부분의 영업조직은 한 팀이었다. 고객담당, 제품영업, 기술영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영업, 기술지원, 전문가 등 각각 역할은 다르나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하나의 영업 조직으로 묶여 있었다. 그러나 제품 다양화, 경쟁 심화, 고객 다변화 등의 이유로 모든 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 영업과 고객 담당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또한 하나 또는 둘이었던 제품 영업 조직도 제품과 서비스의 속성에 따라 다수의 사업부로 분열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영업 인력을 무한정 늘릴 수 없었던 기업은 이른바 ‘매트릭스(Matrix)조직 모델’을 도입하면서 영업인력의 최적화라는 숙제를 풀려고 했다. 이로 인해 B2B 영업 조직의 근본적인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매트릭스 조직 모델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영업 관련 인력을 풀(Pool)에 넣고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데 관련된 고객을 관리하고, 영업기회를 살리기 위해 인력 활용도를 극도로 끌어올리기 위한 목표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델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숙제와 단기 목표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고객을 잃게 되고 궁극적인 목표인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자기 스스로 장애물을 만들며 영업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1. 첫째, 선택과 집중의 미학에 빠졌다.

‘틈새 사업자(Niche Player)’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영업과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트릭스 영업조직의 한계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틈새사업자들이 기존 메이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과의 신뢰, 기술적 우위, 체계화된 지원 등 고객 니즈(Needs)에 대한 우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필사적인 고객에 대한 이해와 조직 전체가 하나가 돼 고객 중심으로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비록 기존의 메이저 사업자에 비해서 규모도 작고, 인력과 경험도 부족하며, 역량도 상대적으로 딸리지만, 그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조직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아 고객을 만난다. 이것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이라기보단 매트릭스 영업조직과 일체형 영업 조직의 차이로 봐야 한다.

성공한 틈새사업자들은 점점 고객을 늘려가고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한다. 점차 시간이 흐르며 메이저 사업자는 앞선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당 영역에서 그들의 가치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결국 메이저기업들은 스스로 경쟁을 포기하고 그들을 ‘돈’으로 사 버리곤 했다. 메이저 기업에 매입된 틈새사업자는 초기엔 독립성이 보장되는 듯 보이지만 이내 통합 과정을 거친 후 대부분 메이저 사업자의 한 사업부로 편입된다. 안타깝게도 이런 과정을 거친 틈새사업자의 대부분은 과거의 성공을 이어가지 못했다. 편입 전, 해당 영역에서 1, 2위의 자리를 지켰던 틈새사업자의 제품 또는 서비스는 3년이 지나면 대부분 시장을 잃고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한다. 대기업에 편입되면서 틈새사업자의 강점이었던 일체형 영업모델은 파괴되고, 매트리스 조직 모델로 전환됐고,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에 대한 집중도는 현저히 떨어지고 과거의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이다.

역시 문제의 시작은 ‘선택과 집중’이다. 21세기 영업조직의 전형인 매트릭스 조직 모델엔 여러 설명이 따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영업조직의 생산성 문제를 푸는 것이었고 그것을 가능케 한 핵심이 ‘선택과 집중’이다. 전략의 수립, 실행, 모든 단계에서 선택과 집중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 이해되고,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문제다. 고객을 담당하는 영업직원이 일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고객이 있다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런 영업직원의 관리자가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방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회사에서 누구도 이 본원적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어떤 결과로 나타나겠는가? 영업직원은 잘못된 것을 모르고 반복하며 조직의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모두 단기 실적이라는 숫자 놀음에 파묻혀 살게 된다. 그러는 사이 잠시 영업목표는 달성하고 축배를 들겠지만, 대다수 고객은 잊히고, 떠난다. 궁극적으로 그 회사는 미래를 잃는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선택과 집중’이 ‘포기와 방치’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 전쟁에서라면 제한된 병사로 2개의 성을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장수는 병력을 전략적인 곳에 집결해 적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이때는 선택에 따른 ‘포기’, 집중에 따른 ‘방치’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영업직원에게 고객은 ‘포기와 방치’의 대상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오랜 시간의 노력, 엄청난 투자에 의해 고객이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로드와 편의적 기준에 의해 일부 고객만 선택해 집중하고 다수의 나머지 고객을 방치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회사가 영업직원에게 고객을 맡긴 것은 모든 고객을 제대로 담당하라는 것이지 고객을 마음대로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2. 8대2 법칙의 모순에 빠졌다.

파레토의 법칙(Pareto′s Law), 또는 8대2의 법칙으로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파레토에 의해 발표된 소득분포 불평등도 법칙이다.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체 부(富)의 80%를 점유한다는 소득분포 곡선을 통해 규명된 법칙이다. 이것을 조직관리 측면에서 적용하면 조직의 20% 미만의 인력이 전체 성과의 80% 이상을 기여한다. 하지만 상위 20%만 남겨둬도, 또 그중 80%는 20% 미만의 기여도에 머문다. 이제 이 법칙은 조직관리, 전략수립, 영업계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돼 활용되고 있다.

일정 기간만 나누어 본다면 항상 소수가 전체를 지탱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의 성과, 모든 단체 스포츠의 경기, 조직의 분위기에도 20%가 전체를 좌우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프로야구에서 한 경기에 절대적인 활약을 해 게임을 승리로 이끈 선수라 할지라도 매 경기 그럴 수는 없다. 몇 경기 변변치 못한 활약을 한 선수가 팀이 어려워졌을 때 실력을 발휘해서 팀의 구세주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선수가 속한 팀은 선수가 활약이 미미할 때도 역량을 믿고 계속 기회를 주면서 함께 슬럼프를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반대로 어떤 팀은 그런 선수를 벤치에 쉬게 하고 궁극적으론 방출했을 것이다. 형편없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방출된 그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겨 바로 다음 시즌 뛰어난 활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팀은 몇 경기를 놓고 선수를 평가했고, 다른 팀은 시즌 전체, 아니 그 선수의 선수 생명기간 전체를 보고 판단했을 것이다. 장기적인 전략을 가진 기업들이 이런 프로야구단보다 수준 낮은 의사결정을 반복하고 있다. 한 프로 야구단이 선수를 잘못 판단했다면 기업은 고객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어떤 기업은 고객 분석을 통해 영업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과거 5년간의 매출기여도와 고객의 잠재기회(Wallet Size)를 주요 기준으로 영업조직 인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이었다. 분석결과 고객의 매출기여도는 예외 없이 8대2 법칙에 근접했다. 더욱이 상위 20% 중에서도 20% 안에 드는 기업으로부터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분석결과는 조직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게 했을까? 5년간 많은 매출을 가져다준 고객 중심으로 모든 영업조직은 재편됐다. 과거 5년 동안 정해진 규모 이상의 거래가 있었던 기업에는 영업직원과 관련 지원팀이 전담으로 배치됐지만 나머지는 몇십 개 회사 또는 산업별로 영업직원이 배치됐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제일 큰 통신회사의 전담 영업직원이 없어졌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 통신회사의 연간 투자 규모는 다른 모든 통신회사의 투자 규모와 비슷했다. 경쟁사의 고객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가장 큰 카드회사는 다른 나머지 카드회사와 함께한 사람의 영업직원이 담당하게 됐다. 영업실적이 미미했던, 국내 톱 5 유통회사 역시 담당하는 영업직원이 없어졌다. 미디어 회사를 담당하는 팀도 해체됐다. 모두 매출 기여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이유였다. 고객의 투자 또는 구매력이 아닌 자사의 매출 기준으로 고객을 구분하다 보니 기존 주요 매출기여 고객에게 모든 인력이 배치되고, 실제 경쟁사가 점유하고 있는 고객을 담당하는 전담팀은 없어져 버렸다. 이것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벤치에서 쉬게 하고 궁극적으로 타 구단으로 넘겨 버린 감독의 결정과 같다. 나는 이것이 이 기업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실수는 지금도 여러 회사에서 반복되고 있다.

영업은 집요함과 끈기로 이뤄진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어도 제품의 실체가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고객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특히, B2B 영업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물며 이미 경쟁사의 고객이 된 잠재고객은 시간과 열정이 더 필요하다. 기존 고객과의 신뢰 유지와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영역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로부터 얻어지는 결과는 기업의 비용 증가 정도를 보상할 뿐이다. 그러나 한 회사의 고객을 그대로 내버려둘 경쟁사가 있겠는가? 아무리 기존 고객과 신뢰가 돈독하고 영업역량이 우수해도, 기존 고객으로부터 최소 15%의 이탈 손실은 어쩔 수 없다. 경쟁사의 집요한 공략, 고객 조직의 변화, 기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보수적으로 산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 주요 고객 중심의 영업에 집중한다면 그 회사는 어찌 되겠는가? 하지만 그 회사 역시 그것을 몰랐겠는가? 그리고 80%의 고객에 대해 직원들에게 포기·방치하라고 했겠는가?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80%에 속하는 고객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실행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80%의 선택 받지 못한 고객군을 담당하는 팀은 고객의 기대수준에 못 미쳤다. 고객과의 대면 시간이 짧아지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니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응대능력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고객은 회의를 품게 되고, 영업직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며, 깊이 있는 대화는 불가능해졌다. 이 결과 고객 및 잠재고객으로부터 잊힌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영업직원들의 의식이 바뀐다. 실패가 부끄럽지 않고, 고객을 못 만나는 것이 수치스럽지 않게 된다.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라는 생각보다 ‘어쩔 수 없다’는 의식이 자리 잡는다. 엄청난 투자를 하는 잠재고객은 점점 멀어져 가고, 마이너로 취급받은 고객들은 경쟁사로 이탈한다. 그러는 동안에 백조였던 직원들은 미운 오리 새끼로 바뀐다.

당시의 상황으로는 회사의 의사결정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 문제, 즉 실행단계에서의 절대실패요인(Critical Failure Factor)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핵심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집중적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확보하고, 새로운 가치 중심의 영업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로부터 파생될 80%에 속하는 고객 영역의 영업은 어떻게 달리할 것인가? 그와 관련된 직원들의 행동양식, 의식, 그리고 그로부터 뿌리내릴 수 있는 잘못된 문화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이것을 간과한 것이 문제였고, 결국 이것은 훗날 큰 재앙으로 돌아온다.

20년이 지나고 이 회사는 잘못 뿌리내린 문제를 바로잡으려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호가 가져온 ‘방치와 포기’라는 잘못된 직원 의식과 조직 문화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기존 방식과 다르게 하면 된다. 회사에선 현재 적용되고 있는 영업조직 모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백지에서 그림을 그리면 된다. 참 쉬운 일이지만 이것을 못한다.

모든 고객을 똑같이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서 모든 기업은 고객을 분류해 지원과 혜택을 차별화하고 영업의 깊이도 달리한다. B2C에서는 업체가 평가하는 자신의 등급을 고객이 알고 있다. 본인이 사용기간, 거래실적 및 신용상태 등 여러 기준에 따라 평가돼 일반회원 등급인지, 특별회원 등급인지 통보받아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차별 역시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B2B는 특성이 다르다. 기업이 업체(Vendor)로부터 등급이 매겨지고 차등화된 취급을 받는다고 할 때 아무런 감정 없이 업체를 만나는 고객은 없다. 경쟁사가 한 업체의 주요 고객으로 각별한 지원을 받는데 자신의 회사가 그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알면 해당 업체를 외면하게 된다. 경쟁사와 비교되고 차별화되는 것을 받아들일 B2B 고객은 거의 없다. 더욱이 B2C 고객과 B2B 고객의 ‘갑’에 대한 의존도와 이탈 비율은 비교하기 어렵다. 제품 및 서비스의 복잡성과 전문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B2B 고객의 업체 의존도는 높고, 이전 비용(Switch Cost)이 높기에 B2B 고객의 이탈 비율은 B2C에 비해서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 고객은 기존 업체와의 관계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 분류는 항상 고객이 기준이 돼야 한다. 카드 사용금액이 하위 20%인 카드회원을 모두 확보한 카드회사가 있다면 전체 회원 수는 가장 많을 것이다. 고객의 속성으로 인해 수익률은 업계 최하인데 최다 회원을 확보한 것에 만족하고, 기존 회원만 집중해 전략을 짜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력을 배치하는 회사가 있을까?

그러나 B2B 영업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객의 잠재기회가 기준이 아닌 자사(自社)의 매출결과에 따라 고객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니 업계 1위 업체가 핵심 영업 대상에서 제외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결과가 안 보인다는 이유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을 방치하기도 한다. 새로운 산업의 리더를 무시하고 지금까지 거래해온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고 고민해 프로그램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는 회사가 너무도 많다.

영업직원들의 주관적인 기준, 사실과 차이가 있는 감(感)에 의한 판단으로 고객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와 사실에 의한 고객 분류가 이뤄져야 한다. 고객 분류의 기준은 고객의 ‘기회 규모’와 영업기회를 결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으로 할 수 있다. 고객의 ‘기회 규모’는 고객의 투자 여력, 예산 규모, 집행 규모 등을 반영한 것을 말하고 ‘가능성’은 고객으로부터의 기회를 결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 및 고객과의 관계가 핵심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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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담당하고 있는 고객을 사분면에 위치시킨다. 투자 규모 또는 기회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이고, 가능성이 큰 고객은 제1 사분면에 놓는다. 기회 규모는 크지만 가능성이 떨어지는 고객군을 제2 사분면에 위치시키고, 기회 규모도 작고 가능성도 없는 고객은 제3 사분면, 기회 규모는 작지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고객은 제4 사분면에 놓는다. 여기서 고객의 분류가 정확한 데이터와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 것인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제3 사분면, 제4 사분면으로 분류된 고객은 반드시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영업직원의 주관적 기준과 선입관에 의해 잘못 분류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매우 중요한 잠재고객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묻히는 일이 생기는데 실제로 이런 현상은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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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각 영역의 적합한 고객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① 제1 사분면의 고객은 모든 영업팀이 집중하고 있는 고객군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조직역량의 90% 이상을 투입하고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당면하고 있는 현안 또는 단기적인 영업기회에 인력과 역량이 치중되고 장기적인 고객관리를 위한 계획과 실행에는 소홀하다는 숙제가 있다. 그러므로 이미 투입된 인력들이 단기 영업 기회뿐 아니라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관계 수립을 위한 전략, 그리고 실행에 소홀함이 없도록 집요하게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② 제2 사분면 고객은 ‘속앓이’ 고객군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의 투자 규모나 기회 정도가 큰 고객이지만 고객 관계가 수립되지 않았거나 기술 또는 전문 역량이 부족해서 답을 못 찾고 있는 잠재 고객군이다. 이런 고객군의 대부분은 경쟁사의 주요 고객이고, 경쟁사가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관리하고 있는 고객이라고 봐야 한다. 당연히 경쟁사의 주요 고객을 자신의 고객으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더 긴 호흡과 시간, 그리고 집요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일정 기간 지나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내 포기하고 인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곤 한다. 따라서 이 고객군에서 회사가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기다려줘야 하는 인내심과 해당 영업직원에 대한 다른 동기부여 프로그램이다. 이런 고객군에서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데는 최소 2년이 걸린다고 볼 때, 1년 단위의 평가와 같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어떤 영업직원이 이 함지를 지키려 하겠는가?

③ 고객 잠재기회분석이 정확하다면 제3 사분면 고객군과 제4 사분면의 고객군은 다른 두 고객군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고객군임이 분명하다.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고객을 방치해선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영업하는 회사나 영업직원이 고객을 버릴 수는 없다. 현재 제3 사분면 또는 제4 사분면에 속해 있는 기업 중에서 미래의 리더는 반드시 나온다.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규모, 단기 예측으로는 영업기회가 미미하지만 미래의 스타(Star)는 그중에서 나타난다. 매 십 년 단위의 산업별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20∼50%는 매번 바뀌고 있다. 산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10년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글로벌 리딩 기업은 나타났다. 그러한 새로운 리딩 기업도 한때는 이 영역에 속해 있었다.



그렇다고 이 영역의 고객을 제1 사분면, 제2 사분면 고객과 같은 방법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고객관리 주체와 고객 접촉 주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사(自社) 인력뿐 아니라 파트너를 포함한 생태계의 협력회사들과 함께 계획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여기에 마케팅을 활용하고 디지털을 접목할 때 영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파트너, 생태계 시스템, 마케팅, 디지털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고객의 접점을 유지하는 것이 영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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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업팀이 1000개 기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200개 회사의 고객만을 집중했다면 방치되고 있는 800개의 고객사도 함께 다시 살펴봐야 한다. 성과에 대한 기여도가 20% 미만인 80%에 속하는 고객사라고 방치하던 회사 가운데 25%만 더 제대로 알고 영업하고 지원한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3년 내에 최소 두 자릿수의 추가 성장률이 이로부터 이뤄질 것이다. 한 기업의 기대 성장률에 추가 2%의 성장률이 7년간 지속된다면 그 기업의 시가총액은 7년 내 2배 이상 늘어난다.

영업팀은 핵심 고객인 80% 이상의 매출에 기여하는 상위 20%에 속해 있는 회사의 고객들은 제대로 커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별로 개별 고객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그 20%의 고객에 속한 고객 중 90% 이상의 고객을 모르거나 놓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고객사도 극히 제한된 사람만 만나고 새로운 고객을 포함한 새로운 구매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인정하고 놓치고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 다시 봐야 한다. 모르고 방치되던 주요 고객을 30%만 더 커버할 수 있다면 이 또한 3년 내로 최소 10% 이상 매출의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다.

영업직원이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는 없다. 하나의 고객사를 담당하는 영업직원이라고 해도 다양한 직책의 고객이 있고, 역할과 업무에 따라 중요도와 시급성은 다르고, 항상 바뀐다. 더욱이 대부분의 영업직원은 다수의 고객사를 담당하고 있으니 모든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단기 영업목표 달성이라는 절대적 지표에 휘둘리는 영업직원은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패러독스에 빠진다. 하지만 영업직원들이 말하는 ‘선택과 집중’은 ‘방치와 포기’인 경우가 많다. 이것을 바로 잡아야 미래가 보장된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 대표 js.aquinas@gmail.com

필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했다. 한국IBM에서 30년간 근무하면서 제품사업, 고객영업, 서비스사업, 전략, 마케팅, 협력사 비즈니스, 신사업등 전 부문을 이끈 경험으로 2016년 한국영업혁신그룹을 설립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