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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다른 길’

잔잔한 공감마케팅 한마음 전력질주… 가치를 입은 야구, 공감을 말하다

이용균 | 210호 (2016년 10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프로야구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돌풍이 거세다. 창단 후 4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NC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우승을 노리고 있다. NC가 이렇게 빠르게 리그에 정착해 뚜렷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NC의 성공 전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성적보다 가치에 집중

2. 공감 마케팅

3. 효율적 리소스 운용

4. 연공서열보다는 전문성

 

 

2013 731,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NC 다이노스 선발 이재학은 9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완봉승을 따냈다. 그해 1군에 처음 합류한 막내구단 NC의 창단 첫 완봉승 기록이었다. 보통 완봉승이 확정되는 순간, 대다수의 포수들은 마운드로 뛰어올라 투수를 힘껏 끌어안아주는 세리머니를 한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NC 포수 김태군은 마운드를 향해 뛰어가는 대신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나가 나이 어린 후배 투수 이재학을 향해 포수 마스크를 벗은 뒤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김태군은잘 던져줘서 고맙다는 의미와 함께 팀의 창단 첫 완봉승을 달성한 투수를 향한 존중의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창단 첫해, 첫 완봉승을 기록한 투수를 향한 포수의 인사는 바로 NC가 지향하는 독특한 야구관과 기업 운영 방향을 그대로 담았다.

 

쉽지 않았던 창단 과정

 

기업의 목표가수익이라는 것은 경영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올 법한 말이다. 야구단의 목표는 당연히승리로 귀결된다. 하지만오로지 수익이라는 목표가 종종 기업의 생존 기간을 단축시킬 위험성을 갖듯오로지 승리라는 목표 역시 야구단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1 무엇보다 야구단은항상 이길 수만은 없는 종목인 야구를 기업의 생산물로 삼는다. 항상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이기는 것 외의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NC 다이노스의 야구는좋은 사람들의 야구를 목표로, 기업 모토를정의, 명예, 존중으로 삼았다. 김태군이 이재학의 첫 완봉승 때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던 것은 구단이 가치로 삼은 정의, 명예, 존중이 선수단(기업 조직 내부) 전체에 빠르게 흡수됐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NC 다이노스는 2012년 창단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0년 이후 8개 구단 체제로 이어져온 한국 프로야구는 산업 규모 확대를 위한 구단 증가 압력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2006년 제1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4강 진출 이후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며 관중 수가 늘었지만 여전히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한 구단 운영은 적자폭을 줄이지 못한 상태였다.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프로야구 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리그를 운영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를 위해 새 구단 창단을 추진했다. 이때 새 야구단 창단을 위해 나선 기업이 게임회사인 NC소프트였다. 기존 대기업 위주의 프로야구 체제에서 벤처에서 출발한 게임 회사가 새 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서는 일도 쉽지 않았고, 새 연고가 경남 창원으로 결정되자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의 반발도 거셌다. 2011년 창단 관련 논의 당시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리그 운영을 위한 적정 시장규모,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현 프로야구 산업의 상황 등을 이유로 들며국내 리그 적정 구단 수는 6라고 주장하는 등 새 구단 창단을 적극 반대했다.

 

리그 9번째 구단으로 출발한 NC 다이노스는 프로야구 산업규모 확대를 위한 큰 그림 속에서 출발했지만 계열사를 대거 거느린 재벌형 대기업이 아닌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비교적 작은 회사라는 점에서 불안 요소를 지적받았다. 보다 효율적인 구단운영(승리를 위해 돈을 쏟아붓는 형태가 아닌)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구단 안팎으로 거셌다. 무엇보다 창단 과정에서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리그 전체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했다. 시작부터 조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여러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야구에 가치를 입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프로야구단의 존재 이유는 모기업의 홍보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컸다. 팀의 우승이 그룹의 자존심은 물론 그룹 오너의 자존심으로 이어졌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돈을 쏟아붓는 것이 이상하기는커녕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얼마나 돈을 쏟아부을 수 있느냐가 그룹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합리적인 계산보다는 감정적인 대결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구단들은 한때 매년 최고 연봉 선수 자리를 두고 눈치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당연히 승리가 가장 중요했다. 성적을 내지 못하는 감독은 물론 구단 사장과 단장의 자리가 모두 성적에 달렸다. 구단의 목표는우승으로 정해졌다. 기존 구단들은 매년 팀의 목표를 나타내는 캐치프레이즈로우승을 내거는 데 익숙했다. 우승을 뜻하는 이니셜 V에 몇 번째 우승인지를 나타내는 숫자를 더했다.

 

NC 다이노스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NC는 승리가 아니라 야구단의 가치를 먼저 내세웠다. 야구는 매일 이길 수 없지만 매일 새로운 경기를 하는 종목이다. 승리에 앞서 야구단 자체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야구단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비록 이기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더라도 팀을 응원하고 팀의 방향에 공감하는 팬들을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승리를 파는 산업이 아니라 야구라는 경기 자체에 대한 경험을 파는 산업이라는 판단이 이 같은 철학의 밑바탕이었다.

 

2014시즌 NC 다이노스의 캐치프레이즈는동반질주였고, 2015시즌 슬로건은거침없이 가자’, 캐치프레이즈는전력질주였다. 2년 연속 캐치프레이즈에질주를 사용한 NC 2016시즌 캐치프레이즈로행진을 선택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내걸지 않았다. 창단 및 1군 진입 4년째, 이제 신생구단이 아닌 리그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열심히 달리는 질주를 넘어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행진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팬들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내부 전체에 주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이태일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는 2016년 초 신년회 자리에서 캐치프레이즈를 발표하면서작년에 전력질주를 하면 결과가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는 것을 경험했고, 생각보다 많은 능력이 있고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감을 느껴도 좋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캐치프레이즈뿐만 아니라 구단의 지향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구단 목표 역시정의, 명예, 존중으로 삼았다. 야구단의 존재 이유에 있어서 승리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가치가 팬들과 공유됐을 때 야구단이 가진 기업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공감이 조직 내부서 이뤄져 있다.

 

이를 위한 실천 중 한 가지가 바로 존댓말이다. 정의와 명예, 존중의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구단 내부의 행동 지침이다. 구단 사장이든, 단장이든 구단 내 누구도 선수들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 ‘OOO 선수님이라고 부르는 일이 일상화돼 있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라면 이제 겨우 스무 살 안팎. 구단 내 누군가에게는 아들 뻘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누구도 함부로 OOO야 라고 부르거나 말을 낮추지 않는다. 존댓말은 존중의 상징이다. 앞서 살펴본 첫 완봉승을 거둔 투수 이재학을 향한 포수 김태군의 인사는 팀이, 조직이 내건 모토, 슬로건이 실제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전달돼야 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구단 고위층이 먼저 선수들을 존중하고 그 존중의 분위기가 구성원 간의 존중으로 이어진다. 구단이(혹은 기업이) 내세운 가치가 단지 선언적 구호에 머물지 않고 조직 내부로 흡수되는 과정은 이 같은 세부 목표, 세부 시행 규칙의 실천에서 나온다. 조직 내부의 존중은 야구단이라는 기업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야구 경기자체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팬을 향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정의, 명예, 존중이라는 구단 가치는 단지 NC 다이노스라는 구단에겉멋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팀 내부를 향한 존중은 팀 내 결속력을 가져다준다. 선배가 후배를, 후배가 선배를 서로 존중하는 태도는팀워크를 강화시키고 이는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팬들을 향한 존중은 팬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이는 관중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정의, 명예, 존중의 실천은 존댓말에 머물지 않는다. NC 다이노스는 창단 2년째인 2014년부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팀들이 포스트시즌 배당금을 선수단 보너스로 나눠주고 말지만 NC는 조금 달랐다. NC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받은 배당금 29000만여 원을 선수단 전체는 물론 야구장 관리인, 청소 아주머니 등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도 나눠줬다. 구단은 물론 구단을 둘러싼 전체가 가치를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야구, 공감을 말하다

 

2014 1020, NC는 마산에서 LG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르기로 돼 있었다. 이날 오전 구단 버스는 용인까지 달려 귀한 손님을 모셔왔다. 한 달 전, 교내 운동회에서 연골무형성증을 앓고 있는 김기국 군이 ‘1등 도장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김 군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렸던 용인 제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 ‘꼴찌 없는 달리기라는 영상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이들이다. NC는 이들을

2차전의 애국가와 시구자로 선정했다. 그해 캐치프레이즈였던동반질주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가 문제였다. 애국가와 시구 모두 경기에 앞서 펼쳐지는 일이었지만 비가 오면 경기를 할 수 없었다. 경기는 하루 뒤에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이날 돌아가야 했다. 모처럼의 시구가 무산될 위기였다.

 

 

결국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지만 NC구단은 빗줄기 속에서 애국가 행사와 시구 행사를 모두 치렀다. 야구장에 모였던 팬들도 5명의 학생들이 함께 던진 시구에 큰 박수를 보냈다. 비로 무산된 그 시구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NC는 시구 장면을 촬영했고, 다음 날 열린 2차전에 앞서 전광판에 상영함으로써영상 시구로 대체했다. 경기가 취소된 날의 시구, 그리고 다음 날 살아난 영상 시구는 그해 최고의 감동 시구로 선정됐다.

 

NC의 성공은 구단의 가치 확장뿐만 아니라 공감을 바탕으로 한 발빠르고 창의적인 마케팅도 큰 몫을 했다. 야구단 특성상 실제 경기를 펼치는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 등을현장이라고 하고, 이를 지원하면서 야구단을 운영하는 구단 쪽을프런트라고 부른다. NC 프런트는 팬들 사이에서엔런트라 불린다. 일을 잘한다는 뜻이다.

 

앞서 설명한 시구는 야구가 취소되더라도 시구가 어떻게 의미를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정작 이 시구는 야구 경기가 없는 날 이뤄졌지만 최고의 시구로 선정됐다.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제품의 질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품(야구경기)을 둘러싼 스토리에 어떻게 공감하게 만드느냐,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느냐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NC의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공감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는마스코트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동물을 위주로 한 팀의 마스코트는 어느 팀에나 있었다. 곰과 사자, 독수리 등이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지만 동물 스스로가 가진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NC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팀 이름에 드러난 상징 동물은 바로공룡’. 그 공룡의 외연을 넓혔다. NC 다이노스는 2014 510, 특별한 입단식을 열었다. ‘대형 FA 선수를 영입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FA 선수는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린다는 만화영화뽀로로의 공룡 캐릭터 크롱이었다. 단지 구단 마스코트에 새 인형 하나가 추가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스토리를 입혔다. 힘세고 활발한 크롱의 이미지에 맞게 좌익수라는 포지션이 주어졌고, 좌익수의 포지션 번호를 뜻하는 7번이 등에 새겨졌다. 크롱이 처음 소개되던 날, 마산구장에 어린이 팬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물론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님들도 함께였다. 공룡 팀이니까 공룡 캐릭터와 함께한다는 것,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야구장으로 끌어들인 것, 모두 다른 팀에서 하지 못했던 방향이었다. NC는 이듬해 5월에는 아예 주인공 뽀로로도 구단 마스코트로 영입했다. 크롱이 FA 선수였다면 뽀로로는 구단 직원으로 입사를 했다는 스토리를 더했다. 뽀로로는 NC 다이노스 구단 명함을 선물 받았다.

 

마스코트를 둘러싼 스토리는 계속됐다. 2016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의 연봉협상이 모두 끝난 상황, 구단은 기존 마스코트단디가 연봉협상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단디는 응원 관련 작업에 포함시킬 것, 팬북 모델로 써줄 것, 프로필용 사진을 찍어줄 것 등 6가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요구 조건에는자주 씻겨 줄 것도 포함돼 있었다.

 

물론 일종의 자작극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팬들은 단디의 연봉협상을 응원하면서도 단디가놀고 있는 사진을 제보하는 등 구단이 만든 스토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를 만들었고 여기에 팬들이 기꺼이 응답한 결과다.

 

최고의 공감 마케팅은 2015 416일 이뤄졌다. 2015시즌을 앞두고 NC는 선수단 전체 등 번호에서 4번과 16번을 비워뒀다. 그 이유를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416, NC는 구단 페이스북을 통해 조용히 4번과 16번이 비어 있는 팀 전체 등 번호 표를 공개했다. 다른 설명은 없었다. “주인 없는 숫자 둘, 우리는 4 16을 마음에 담겠습니다라고 했다. 세월호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야구단이 그저 자기 팀의 승리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넘어서 온 나라가 슬퍼하고 걱정하는 일을 함께 슬퍼하고 함께 걱정한다는 사실을 야구 특유의 등 번호를 이용해 조용히 알렸다. 엄청난 수의좋아요가 눌러진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130년을 넘게 이어 온 메이저리그가 보여주듯 야구는 승리를 파는 산업이 아니라 야구라는 팀을 응원하는 경험을 파는 산업이다. 미국의 대니얼 C 펑크, 제프 제임스 박사가 2001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스포츠 팬들은 4단계를 거쳐 충성스런 팬이 된다. 인식-흥미-애정 단계를 넘어서 충성(allegiance) 단계에 이르면공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팀을 함께 응원하는 동료 팬들과의 관계가 결정적이다. 야구장에 오는 것은 그들과 기억과 경험을 함께 나누는 일이다. 이제 성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팀을 향한 충성심이 커진다. 함께 남은 팬들은 서로에게명예 훈장을 수여하는 심리적 상태를 겪는다. 어려움을 함께하는 팬이 진짜 팬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는 단계다. 그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역시 공감이다. 팀과 내가, 그리고 이 팀을 응원하는 동료들이 함께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는 것, 내가 응원하는 팀이 옳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인식하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이평판에 대한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현재 기업 상황에서 NC의 선택은 충분한 시사점을 준다. 제품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단지 제품의 질이 아니라 그 제품이 불러일으키는 공감의 깊이일 수도 있다.2

 

 

 

 

김경문 감독

 

두 마리 토끼(성적)를 잡다

 

NC 다이노스 창단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리그 수준의 질적 하락이 필연적임을 이유로 내걸었다. 선수층이 깊지 않은 가운데 새 구단의 창단은 리그 전체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는 NC가 처참한 성적을 낼 것이라는 예측도 담겨 있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1군 진입 첫해였던 2013시즌, NC는 꼴찌는커녕 7위로 시즌을 마쳤다. NC보다 아래 순위에 두 팀(KIA, 한화)이 있었다. 창단 이듬해였던 2014년에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치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15년에는 시즌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창단 전 비꼬는 듯한 시선에 보란 듯이 뛰어난 성적으로 응답했다. 신생 구단으로서 새로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차치하고, 선수들을 새로 끌어모은 팀이 거둔 상위권 성적은 쉽지 않은 결과임에 틀림없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우승(금메달)으로 이끈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과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생 구단으로서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과 외부에서 영입한 베테랑들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며 시즌을 치러냈고, 성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NC의 성적에서 주목할 부분은리소스(선수)의 효과적인 활용이다. 신생팀의 가장 큰 한계는 선수층의 부족이다. 창단 과정에서 여러 장치를 통해 선수들을 모았다 하더라도 각 팀 주전급 선수를 모을 수는 없다. 좋은 신인을 선택해 빨리 키워야 하고 기존 선수들의 실력도 끌어올려야 한다. 기본적인 리소스의 부족 상태에서생산(경기)’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리소스 활용에 있어서 NC가 보여준 첫 번째 비결은분석이다. NC 1군 진입 첫 2(2013, 2014) 동안 외국인 선수를 1명 더(4명까지)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시즌 성적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NC는 다른 팀에 없는분석팀을 일찌감치 가동했다. 야구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특히 데이터에 강한 몇 명으로 분석팀을 만들어좋은 외국인 선수 고르기’에 집중했다. 보다 많은 데이터를 살펴서 한국 리그에 통할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비교적 가격이 싼 선수를 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영화로 잘 알려진머니볼의 한국판 버전을 가동한 것. 모회사라고 할 수 있는 NC소프트에서 야구 게임에 관련이 있던 전문가가 야구단에 합류했다. 야구를 잘아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다루는 데 무척 능했다. 일반 팬으로서 메이저리그의 각종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데 능했던 블로거 한 명도 아예 직원으로 스카우트했다. NC의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스는 2015시즌 프로야구 출범 이후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1982년 백인천의 한 시즌 최고 장타율 기록을 갈아치웠다.

 

게임 회사다운 데이터 분석은 단지 외국인 선수 영입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첫 시즌이 끝난 뒤 NC는 쌍방울의 1990년 시즌을 분석했다. 1990년 창단한 쌍방울은 첫해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이듬해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분석을 통해 얻어낸 결론은 두 가지. 당시 쌍방울은 김인식 감독의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팀 리더십에 균열이 생겼고, 첫 시즌 마무리 조규제의 많은 등판이 이듬해 불펜 약화로 이어졌다. NC는 서둘러 시즌 시작 전 김경문 감독과의 3년 재계약을 마무리했고, 불펜의 리빌딩을 준비했다. 실제 NC는 새로운 불펜투수들로 재정비한 뒤 창단 2년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리소스(선수)의 부족은 효율성을 위한 분석 외에도 리소스를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보강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 NC는 스프링캠프 일정과 규모를 바꿨다. 미국과 일본을 오가는 다른 팀들과 달리 미국에서만 스프링캠프를 치렀다. 선수단 규모도 크게 늘렸다. 다른 팀들이 1군과 2군을 나눈 것과 달리 NC는 선수단 대부분이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출발 인원이 선수만 60명이었다. 거의 구단이 통째로 움직였다. NC는 스프링캠프에사막의 질주(Desert Drive)’라고 이름 붙였다. 일정이 흐를수록 선수단은 조금씩 축소됐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선수들이 캠프를 끝까지 치렀다.

 

그 질주의 효과다. 김경문 감독은캠프 규모가 컸다. 그때 봤던 선수들이 머릿속에 있으니까 그 선수들에 대한 보고서를 잘 들여다보면 이 선수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올라와서 어떻게 할지가 그려진다고 말했다. 캠프의 확대는 감독의 시야를 넓혔고, 선수단 운영폭을 키웠다. 감독은 2군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만으로도 해당 선수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다. 필요한 포지션과 필요한 시기에 적당한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

 

김경문 감독 특유의 선수단 운영 스타일에도 성공의 비결이 포함돼 있다. 김 감독은가장 멋지고 기쁜 경기는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이 경기 후반 좋은 활약을 해줘서 이기는 경기라고 말한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이른바벤치 중심 야구. 기회가 덜 주어진 선수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 단지 기회를 주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경기 운영 중심 자체가 벤치 멤버들을 향해 있다. 후반에 투입되는 선수들에게 이닝과 타선을 메우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 역할을 강조하며 상황을 만들어 부여한다. 백업 선수들이 경기 후반 활용되는필승 카드. 김 감독은그들의 안타 하나, 수비 하나가 경기 후반 흐름을 확 바꿔놓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벤치 중심 야구는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9명이 하는 야구보다 26명이 하는 야구가 더 강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야구단의 리소스 운영과 기업의 리소스 운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기업의 리소스별 활용 가치를 판단하고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만드는 것은 물론 리소스에 대한 폭넓은 안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니까 모든 조직원들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분석과 시스템이 갖춰지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실천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은 야구도 사람의 일

 

야구단 NC 다이노스가 앞선 다른 팀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만든 이들의 힘이다. 상식의 파괴, 창의적 도전은 사람의 힘에서 나온다.

 

NC가 야구단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난 뒤 본격적으로 야구단의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이태일 대표이사 취임 이후다. NC는 중앙일보 야구기자를 거쳐 네이버 스포츠 콘텐츠 실장으로 일하던 이태일 실장을 구단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기자 출신의 이력도 독특하지만 일반 기업 조직 생활 이력이 그리 많지 않던 이의 대표이사 임명은 파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파격이 NC 다이노스 창단 초기 빠른 안정감을 가져왔다. 기자로서의 관점은 물론 스포츠 콘텐츠를 다루는 자리에서의 시각이 어우러지며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NC 야구단의 초기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이태일 대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 대표는 여전히좋은 사람들의 야구를 일종의 좌우명으로 삼는다.

 

NC 다이노스는 대표이사 선임뿐만 아니라 이후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파격적인 인사를 이어갔다. NC는 창단 직후 국내 다른 구단에 없었던육성총괄자리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그로 치자면 마이너리그를 총괄하는팜 디렉터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그 자리에 박종훈 전 LG 감독을 영입했다. 박 전 감독은 LG 트윈스 감독 재임 시절(2010∼2011)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앞서 두산 2군 감독을 통해 당시 김경문 두산 1군 감독과 함께 이른바화수분 야구신드롬을 만들어낼 정도로 유망주 육성에 탁월한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다. 신생 구단이기 때문에 구단의 미래라 할 수 있는 2군 선수들의 성장이 절실했고, 이를 총괄하는 자리에 1군 감독과 호흡이 뛰어난 야구인 출신을 선임함으로써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박종훈 육성총괄은 2015시즌부터 2군 팀인 고양 다이노스의 총괄 본부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신인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일뿐만 아니라 2군 유망주들의 성장을 총괄하는 것은 물론 2군 팀 운영 전체를 맡는 일이다. 대개 이 일은 구단 직원(혹은 모기업의 누군가)이 맡는 일이지만 해당 보직이 갖는 일의 흐름과 맥락을 중시한 결정이었다.

 

NC의 파격적 인사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높은 자리는 해당 업무의 전문성 보다는 해당 직위, 직책의 경험 또는 연공서열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NC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우선시했다.

 

NC는 새 야구장을 짓고 있는데 그 야구장 건설을 맡고 있는 담당자는 실제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 일하던 직원이다. 야구장 건설 여부가 불투명할 때부터 이미 야구단 직원으로 채용해 야구장 건설과 관련한 일을 맡기고 있었다. 2015시즌 초반에는 또 하나의 파격적인 인사가 이어졌다. 트위터에서 야구 관련 트윗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이른바파워 트위터리안을 구단 직원으로 영입했다. 심지어 해당 직원은 NC 다이노스의 팬이 아니라 넥센 히어로즈의 팬이었다. 야구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감각과 능력을 우선시한 결정이었다. 일반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의 스펙과 자기소개를 통해 뽑은 사원 중 SNS에 대해 관심 있는 인물로 그 일을 시키기 마련이지만 NC 다이노스는 거꾸로 SNS에 강점을 가진 인물을 바로 직원으로 뽑았다. 앞서 설명했듯 메이저리그 각종 스탯(기록)을 다루는 데 능한 블로거를 분석팀 직원으로 뽑기도 했다.

 

이태일 대표이사의 선임 또한 다른 야구단이었다면 모기업의 누군가사장할 때가 된 인물야구에 관심이 있는 인물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정 일을 맡아야 하는 직원 역시조직의 위화감을 고려해특정 기준또는스펙을 통과한 입사자 중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을 골라 배치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그 일이 잘되려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물이 맡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 일에 미치지 않으면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혁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러 팀을 거친 야구계 한 인사는 2016 NC 다이노스의 시무식에 참석한 뒤 NC 다이노스 팀 분위기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 팀은 구단과 현장 모두가 정말로 야구만 보고 있다.” 다른 팀이었다면 야구가 아니라 모기업을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기업의 목표가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증대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을 쳐다보고 다른 곳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다면 본연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은 굳이 야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증명될 수 있는 일이다.

 

2016 NC 다이노스의 캐치프레이즈는행진이다. 행진은 그냥 걷는 게 아니라 저 멀리 있는 목표를 향해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자는 뜻을 갖는다. 조직의 비전과 목표가 조직원 모두에게 공유되고 이를 바라보며 함께행진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밝을 수 있지 않을까.

 

이용균경향신문 기자 yagumentary@gmail.com

 

필자는 삼성SDS-유니텔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나 본인이 좋아하는 야구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스포츠 전문지에서 야구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경향신문 스포츠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7 MLB 2.0, 2013∼2015 SPOTV에서 메이저리그 경기 해설을 했다. ‘야구 그까짓 거 그냥 공놀이 아냐라는 말이 싫어 야구가 가진 가치를 널리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2007년부터 경향신문에 베이스볼라운지라는 칼럼을 통해 야구 너머를 알리고 있고 2013년부터는 SERI CEO에서야구멘터리라는 강의를 통해 기업이 야구에서 배울 수 있는 가치를 탐색하고 있다. 2016년 초 <인생, 야구에서 배우다>라는 책을 냈다.

 

생각해볼 문제

 

1.다른 야구팀과 마찬가지로 NC 다이노스 역시 야구단 운영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파격적 공감 마케팅도 결국 꾸준한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데 NC 다이노스가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수단을 강구해야 할까?

 

2.‘정의·명예·존중’이라는 NC 다이노스의 구단 가치와 반하게 일부 선수의 승부 조작 가담 파문 등으로 구단 이미지에 손실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구성원이 기업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기업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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