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출처> 남명우(2016). “진공청소기=아름답고 멋진 기계”
다이슨, 처음부터 ‘목적지향의 男心’ 저격. DBR 206(August 2016), 56-60.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지요? 모든 것이 풍성한 한가위처럼 잘 먹고 잘살라는 덕담입니다. 하지만 추석날은 으레 먹을 것이 많아 이것저것 마음대로 집어먹다가는 배탈이 나게 됩니다. 오늘 제가 가지고 오고 싶은 말은 바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입니다. DBR 비주얼 노트테이킹은 논리적이고 사례가 풍부한 글들을 읽고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필자들이 기고하고 편집자들이 꼼꼼히 본 글이라 모든 문단이 다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따라서 DBR의 비주얼 노트테이킹에서는 잘 덜어내기가 중요합니다. 하고 싶은 말들과 그리고 싶은 그림은 많지만 어떤 단어, 어떤 이미지를 골라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맞게 표현할 것인가가 비주얼 노트테이킹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이번 비주얼 노트테이킹 사례로는 DBR 206호에 남명우 성균관대 교수가 작성한 스페셜 리포트 기고문을 선택했습니다. 진공청소기 업체 중 최초로 남성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2015년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다이슨 사례에서 출발해 남성 소비자의 특징을 살펴본 글입니다. 처음 이 글을 작업할 때 3가지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외로운 늑대’ ‘도구’ ‘온라인 쇼핑’입니다. 3가지를 따로 뽑아서 상·중·하로 안배하고 줄을 그었습니다. 최대한 간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3가지 남성의 특징을 이용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글의 핵심 메시지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오른쪽 페이지에 보고 계시는 그림의 오른쪽 반을 가려보시면 제 첫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키워드가 나열되기는 했는데 메시지가 없어지니 비주얼도 연관성 없이 쪼개지고 말았습니다. 덜어내기를 시도하다가 정말 핵심 메시지까지 덜어낸 경우입니다.
스케치북의 새로운 장을 펼쳤습니다. 아까 뽑은 키워드 가운데 두 번째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특성을 구체적으로 풀어냈습니다. 특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신 기술에 열광하는 남성 소비자를 공략해 성공을 거둔 다이슨 이야기를 오른편에 예시로 넣었습니다. 틀이 짜이고 나니 관련 없는 것들을 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그렸던 남성의 4대 취미(자동차, 시계, 사진기, 오디오)는 그림상 예쁘기는 하지만 주제와 큰 관련은 없어 보여 과감하게 들어냈습니다.
머릿속 생각을 흐리게 만들 수 있는 예쁜 비주얼은 언어가 정리된 다음에 추가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림이 많거나 글이 많다고 느껴질 때는 비주얼 노트테이킹으로 뽑아낸 메시지를 소리 내 읽어봅시다. 키워드와 그림만으로 맥락이 통하면 통과입니다. 여러분, 비주얼 노트테이킹을 하실 때,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으시기 바랍니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