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정보 활용법

플라타너스=감점, 정류장=가점 빅데이터?지도에서 영업 출발점 찾자

163호 (2014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모든 사물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존재한다. 시간과 공간 둘 중 하나만으로 존재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다. 반드시 한 쌍으로 취급된다. 마케팅에서도 성패는 시공간으로 규정된다. 최적기(right time)에 최적지(right place)에서 경영의 성패가 갈린다. 수도권 한 피자가게의 동일권역 점포이전 사례를 소개한다. 점포의 입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수십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주민의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단독주택과 다세대, 연립주택, 아파트 등에 따라서 피자가게의 매출액이 달라진다. 매장을 설치하려면 인근 가로수의 종류까지 잘 살펴봐야 한다. 잎이 무성한 플라타너스는 감점요인이다. 반면 점포 앞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는 가점요인이다. 경쟁점이 많으면 분석은 훨씬 더 까다로워진다. 시간에 따른 공간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낯선 곳에서의 낡은 반복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제법 오래전 이야기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의 가슴은 출렁거렸다. 교보빌딩 외벽에 걸린 고은의 시 한 구절은 수많은 사람에게 여행의 꿈을 선물했다. IMF 여파로 힘겹던 시절, 시인의떠나라는 제안은 여행 저편의 새로운 발상과 도전을 선동했다. 다시 시를 찬찬히 곱씹어보았다. 시인의 제안에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있다. 출발지는낡은 반복이지하루하루의 일상이 아니다. 반복되는 듯 보여도 하루하루가 새로움으로 가득하다면 굳이 떠날 필요가 없다. 도착해야 할 곳은머나먼 곳이 아니라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단 멀리 떠나려 한다. 멀리 가면 새로움을 더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처럼.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expedia.co.kr)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여행 시 모바일 이용에 대해 물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서도 모바일을수시로 사용(30.1%)’한다. 여행지에서 하루 기준 15∼20 8.7%, 10∼15 14.9%, 5∼10 25.0%, 5회 이하 21.3%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다.

 

답변자들은 여행지에서 로밍(52.1%), 카메라(27.1%), 지역정보(33.9%), 교통정보(21.8%), 항공·숙박예약(12.3%)에 모바일을 요긴하게 사용한다. 모바일 기기가 여행의 적은 아니다. 하지만낯선새로움을 자동으로 보장하진 않는다. 지구 반대편에 도착해도낡은 반복속에 갇힐 수 있다. 비록 장소는 새롭지만 마음은 어제의 반복으로 가득할지 모른다.

 

주소 하나만 챙겨도 225배 효과

마케팅도 일단 아주 먼 곳에 특별한 해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내가 해봤는데, 효과는 별로 없다.” 할 만한 것을 다 해봤기 때문에 아주 새롭거나 특별한 비법을 찾아 헤매게 된다. 마케팅도 유행에 민감하다. 마케팅의 연관어도 다채롭다. 공익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제휴 마케팅, VIP 마케팅, 트위터 마케팅, 스포츠 마케팅, 감성 마케팅, 문화 마케팅, 노이즈 마케팅, 디마케팅, 뉴메릭(numeric) 마케팅까지 끝이 없다. 마케팅이란 단어에 개념어 하나만 붙여도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될 것 같다.

 

마케팅의 신개념이 넘쳐나는 시대에고객 주소에 대해 살펴보자. DM(direct mail) 마케팅은 가장 고전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고전적이다 못해 고루하다. 그런데 주소 한 가지로 마케팅 효과를 225배 올린 사례가 있다. 여느 백화점처럼 현대백화점도 매달 자사 카드고객 300만 명에게 판촉 홍보 우편물을 보낸다. 그런데 이사 가는 고객 때문에 매달 수만 통의 반송물이 생겨 폐기처분을 해왔다.

 

하루하루 어김없이반복되는 반송 우편물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을까? 현대백화점은 두 달간 주소 변경 등록 캠페인을 진행했다. 홈페이지, 블로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고객이 자발적으로 주소 변경 사실을 알려주면 아이패드 10대 등 다양한 경품을 준다라고 알렸다. 이후 이사 고객 7만 명에게 판촉 우편물을 보냈다. 이 고객들은 추가 매출 45억 원을 만들어줬다. 경품과 우편비용을 합해 총 2000만 원을 썼으니 효과는 225배다. 반송우편 ‘폐기물’ 속에도 새로운 기회가 숨어 있었다.1

 

공간정보와 마케팅리서치

우리 시대에 통용되는 모든 정보의 80%는 지리공간적이다. 미국 의회보고서는 미국 연방정부의 다양한 연구자료에서 지리공간정보의 비중이 80%라는 점을 강조했다.2 80%라는 비율은 측정의 결과가 아니다. 관련분야 전문가의 의견이다. 정보의 80%가 정말 지리공간적인가? 좀 더 치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도 80%라는 숫자보다 의미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물의 존재양식은 시공간적이다. 시간과 공간 둘 중 하나만으로 존재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다. 반드시 한 쌍으로 취급된다. 물리학의 상식이다. 동일한 장소지만 시대에 따라 의미와 쓰임새가 달라진다. 전남 순천만은 1990년대 이전에 건축폐기물 매립지로 검토된 바 있다. 쓸모없는 땅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거듭나 연간 400만 명이 다녀가며, 지역경제의 활력소라고 평가받는다. 또 동일한 시간대지만 장소가 다르면 전혀 다른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태풍의 경로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이 달라지는 게 대표적 예다.

 

마케팅에서도 성패는 시공간으로 규정된다. 최적기(right time)에 최적지(right place)에서 경영의 성패가 갈린다. 피자가게도 예외는 아니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마테르데이(Via Materdei) 거리에는 오래된 피자가게 스타리타(Starita)가 있다. 1901년에 문을 열어 같은 자리에서만 113년째 피자를 만들고 있다. 3대 사장 안토니오 스타리타는백 년 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며 지역에서 나온 밀가루, 해물, 소금을 이용해 전통피자를 만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3

 

113년을 넘긴 이탈리아 전통 피자가게의 메뉴는 몇 가지일까? 국내 외식프랜차이즈 CEO 대상 강의에서 돌발퀴즈로 물어봤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3가지였다. 113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최소한의 메뉴만을 선택해서 집중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추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스타리타의 메뉴는 무려 75가지나 되었다. 3대 사장은 말한다. “우리 동네에도 맥도날드가 생겼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좋아하는 어린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다양한 형태와 맛을 가진 피자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공간은 113년째 똑같지만 경쟁과 소비자의 입맛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다.

 

마케팅리서치는 경영성과를 목표로 한다. 고객과 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마케팅리서치는 고객창조를 위한 질문에 답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성과창출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수도권의 한 피자가게의지도(map)’를 이용한 마케팅리서치 실제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똑같은 배달권역에서 점포이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연구했다.

 

배달도 한번 안 해본 사람

주거지역 피자점에게 배달은 중요하다. 피자점의 매출은 내점(dine-in), 포장(take-out), 배달(delivery) 세 가지로 구성된다. P피자는 전국 어디든지 대표번호로 주문을 받는다. P피자는 전국에 수백 개의 배달권역을 가지고 있다. 대표번호로 주문을 받아 각 지점에 배정한다. <지도1>은 수도권에 위치한 P피자 1개 점포의 배달권역이다. 배달권역은 본사에서 지역책임자들과 직접 협의해서 나눴다. <지도1>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도시의 일부다. 건물이 총 6750개 있고 4 762세대에 주거민 16 4354명이 살고 있다. 주거민 외에 각종 사업체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4 6350명이다.

 

P피자점은 왕복 8차선이 서로 만나는 교차로에 붙어 있다. 그런데 점포를 옮겨야 한다. 건물주와 계약이 만료되었기 때문이다. 배달권역 안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이다. 동서남북 어디로 옮겨가야 할까? 점포의 입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수십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간판이 잘 보여야 하니 가로수 종류도 따져봐야 한다. 잎이 무성한 플라타너스는 감점요인이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비좁으면 고객이 불편하니 이 또한 감점요인이다. 점포 앞 버스정류장과 횡단보도는 가점요인이다. 경쟁점이 많으면 분석은 훨씬 더 까다로워진다.

 

P피자점의 점장은 베테랑이다. 피자업계에서만 십수 년을 넘겼다. 배달부터 시작해서 점장까지 올라왔다. <지도1>의 배달권역은 동서 4km 남북 3km 넓이다. 점장은 이 지역 골목골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GIS분석팀과의 첫 미팅 이후 시간을 더 많이 추가해 후보점포를 물색하러 다녔다. 본사의 출점 담당 임원과 함께 동행해온 GIS분석팀이 전혀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본사 차원에서 매출예측을 연구하는 분석팀이라 출점 대상지 선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고 설명했지만 점장은이 동네에서 피자 한 판 배달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 아닌가!”라고 응수했다.

 

첫 미팅은 주방 옆 작은 사무실에서 열렸다. 점장 책장 앞에는 네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비좁은 회의용 탁자가 놓여 있었다. 점장 사무실은 전단지, 유니폼, 배달용 박스가 천장까지 가득했다. 단 한쪽 면은 예외다. 사무실에서 가장 넓은 벽에는 부동산 복덕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지도가 걸려 있었다. 지도에는 검은색 굵은 선이 덧씌워진 배달권역이 표시됐다.

 

출점담당 임원이어때요? 이전할 매장은 어디로 갈지 방향이 잡혔나요?” 하고 물었다. 점장은 배달권역에서 7∼8곳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후보지의 장단점을 압축해서 설명했다. “현재 7∼8군데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2∼3개로 압축되면 지정된 문서로 보고하겠습니다.” 지점장이 후보를 압축해서 올리면 본사 출점부서에서 별도로 압축한 후보들과 서로 비교해본다. 별 문제가 없으면 계약단계부터는 본사에서 직접 처리한다.

 

고객의 지도정보화

점장은 손가락으로 배달지도를 사선으로 크게 둘로 나눴다. <지도1>처럼 점포를 중심으로 시곗바늘에 비유하자면 ‘1 30으로 나눴다. <지도1>의 범례에 표시한로 나눴다. ‘지역의 특징은 대부분 아파트와 주상복합으로 채워진 신도시다. ‘지역은 단독, 다세대, 연립주택으로 구성된 구도심이다. “점포이전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무엇으로 보시나요?” 임원이 물었다. “아무래도 가시성이 뛰어난 8차선 대로변 중에서 고르려 합니다.” 현재 점포가 있는 교차로는 동서남북 왕복 8차선이 만나는 곳이다. 이대로 간다면 점포는 현재 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정해질 것이다.

 

고객·매출 데이터가 도착했다. 멤버십카드를 잘 관리해온 덕에 내점, 포장, 배달 데이터의 상태는 훌륭했다. 점포의 매출은 배달 60%, 내점 30%, 포장 10%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배달매출을 분석하는 것이 시급했다. GIS분석팀이 만난 매출지도는 평평하지 않다. 사람, 자원, 돈의 흐름은 도시 속에서 울퉁불퉁하다. 그렇기에 고객·매출 데이터가 도착하면 제일 먼저 고객분포부터 지도에 입력한다.

 

P피자 본사 CRM팀은 최근 2년 치 데이터를 제공했다.

 

고객수 2 338, 주문 16 754, 배달매출 31 3207만 원, 건당평균 1 9506원이었다. 주소가 확보된 고객주소를 모두지오코딩(geo-coding)’ 엔진에 돌렸다. 전국의 약 3800만 지번위치와 주소정보를 연결시켜 위경도 좌표값으로 변환시킨다. 이제 컴퓨터 지도에 위경도 좌표값을 표시하면 텍스트로 존재하던 고객주소가 GIS 지도 위에 표현된다. 도표 속 고객주소가 지도 위에 정보화된 것이다.

 

<지도2>는 고객주소가 막 GIS 지도 위에 위치정보로 표현된 초기단계다. <지도1>에서 배달권역지역은지역에 비해 건물 길이가 직사각형으로 길쭉한 것들이 많다. 아파트 단지의 동별 생김새를 반영한다. <지도2>의 고객위치를 살펴보면 마치지역보다지역의 고객이 더 많은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지도2>의 점 하나에 단 한 명의 고객뿐만 아니라 아파트 동 전체의 고객을 동일한 위치값으로 표현한 것이 많다.

 

피자에 관한 공간리서치

<지도3>은 매출 31억 원의 분포도다. 전체 배달권역은 면적 5.97( 180만 평)에 인구 16만 명이 살아가는 도시지역이다. 배달피자의 매출은 소지역별로 차이가 두드러진다. <지도2>에서지역의 고객위치는 드문드문하다. 하지만 막상 매출액으로 표현하자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지역은 전체 배달권역 면적의 54%지만 매출은 70%에 달한다. 배달권역의 총면적은 5.97㎢로 서울시 전체 면적과 비교하면 1%에 해당한다. 평형 기준으로는 180만 평이다. 여의도 면적의 약 2배다.

 

<지도3>에서 매출이 집중되는 핵심지역(Hot Spot)을 검은 타원형으로 표시했다. <도표1> 9개 핵심지역의 면적이 18 7057㎡로 P피자 배달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매출기여도는 16.7%가 몰려 있다. 배달권역에 살고 있거나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P피자의 대표번호에 전화를 걸어 원하는 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피자주문에 관한 기회는 모두에게 평평하다. 하지만 경영의 결과는 지리적으로 울퉁불퉁하다.

 

피자매출은 지리적으로만 울퉁불퉁한 것이 아니다. 인구밀도에 대한 교차분석도 울퉁불퉁하다. <지도3> <지도4>를 번갈아 비교해보자. <지도4>는 배달권역에 살고 있는 16만 명 인구의 밀집도다. <지도4>에서 인구밀도는 A부터 F까지 중요하다. <지도4> GIS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시장분석의 통찰력을 얻도록 도와준다. <지도4>의 바탕에 표시된 진청색은 연두색이나 녹색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 16만 명 인구분포의 패턴·강약·위치·연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것만으로 전략지역을 선정하는 토대를 확보한 셈이다.

 

고객과 시장에 대한 중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9개 부정형의 핵심매출지역과 인구밀도는 서로 일치하는가? <지도4>에서 A지역이 가장 일치율이 높다. F지역도 일부분 설명이 가능하다. 문제는 ②③④⑤지역이 주거인구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구변수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매출특성은 겨우 한 개 소지역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고객통찰의 안내도

마케팅리서치의 초점은 결국 고객이다. P피자점이 주목해야 할 고객은 주거민, 직장인, 유동객 세 그룹이다. 주거민이라는 단어마저 너무 추상적이다. 주거민 누가 중요한가? 피자시장에서 청소년의 비중은 첫 번째 진단대상이다. <지도5>는 초··고교의 주소지별 위치와 학생수를 동그라미 크기에 반영했다. 교육부와 교육청 웹사이트에 공개된 데이터를지도정보화했다. 모두 37개 학교가 있다. 초등학생 1 3062, 중학생 7127, 고교생 9291명으로 총학생수는 3 1235명이다. 청소년들은 집, 학교, 학원을 오가며 동선이 형성된다. 매출핵심지역 중 오직번 지역만이 설명된다.

 

직장인들은 배달피자에 어떤 영향을 줄까? <지도6>은 지역 내 7776개 사업체의 위치별 종사자 4 6350명의 지리적 분포다. 지자체별로 사업체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업종(··소분류), 남녀 종사자수 등을 알 수 있다. <지도6> 9개 핵심매출지역 중에서

⑤번과 F지역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특히 F지역은 방송국, 통신회사의 계열사, 백화점 등이 몰려 있다. <지도5·6>에서번 지역을 살펴보자. 분석대상지역에는 학원이 모두 802개 있다. 학원의 면적이나 실제 매출정보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대신 종사자수로 개략적인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4302명이 일하고 있다.

 

지금껏 <지도1∼6>을 분석했다. 배달피자의 시장과 고객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작업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지도 한두 장이나 데이터 한두 개로 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발상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건축물, 주택형태, 기본인구, 학생, 사업체, 학원 등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만을 적용했다. 기본 데이터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9개 중 겨우 3∼4개 지역이다.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각적이고 과학적인 노력을 기울이되 종합적으로 짜임새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최선의 대안을 찾아서

공간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850만 명이 이사를 다녔고, 연평균 900㎞의 도로가 새로 만들어졌다. 공간의 변화처럼 마케팅 데이터와 분석기법도 변하고 있다. <지도7>은 모 통신회사의 휴대폰 사용량을 소형 도시블록별로 재집계한 추정 유동객 데이터를 지도에 뿌린 것이다. 인구밀도와 달리 F지역과번 지역의 중요도가 올라간다.

 

2012년 처음으로 통신사의 유동객 데이터가 출시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지도다. 신용카드의 빅데이터도 GIS로 정보화되고 있다. 조만간 SNS 데이터 중 GPS 좌표값을 장착한 데이터가 분석될 것이다. 특정지역에서 사람들이 올리는 문자, 사진, 동영상을 살펴 유행, 패턴, 특징을 잡아내기 위한 새로운 공간 데이터로 탄생할 것이다.

 

애초 배달피자에 관한 GIS 마케팅리서치의 목표는점포이전이었다. P피자는 배달권역 내에 피자점포를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8차선 교차로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라 더 많이 더 자주 피자배달을 숫자로 증명해준 고객들이 있는 곳으로 밀착 서비스를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총 고객수는 2 339명이었다. 피자배달 주문액을 기준으로 고객을 10등급으로 재분류했다. 1등급 고객 2033명이 지불한 금액을 보자 전체 매출의 51%였다. 2등급은 19%. 최상위 1∼2등급 고객의 매출비중은 70%에 육박한다. 가장 중요한 고객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공간적인 마케팅 조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브랜드 선호도의 시공간적 패턴

 

커피의 지역선호가 있을까? <지도9>는 미국 그라운드 커피의 시장점유율 지도다. 동그라미가 클수록 해당지역의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의미다. 진한 색 동그라미는 해당지역에 최초로 진입한 브랜드를 표시했다. 폴저스(Folgers)와 맥스웰 하우스(Maxwell House)의 지역별 커피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미국 서부·중부지역에서는 폴저스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 미국 동북부 지역에서는 맥스웰 하우스의 점유율이 높고 폴저스는 낮은 점유율을 보였다.

 

미국을 동서로 나눠 커피에 대한 취향이 그토록 극명한 차이를 만든 것일까? 폴저스 커피는 1872년 미국 서부지역인 샌프란시스코에 진입했다. 맥스웰은 1892년 동부지역 내슈빌에서 처음 시장에 소개됐다. 브로넨버그(Bronnenberg), 라비 다(Dhar), 장 피에르 두베(Dub) 세 명의 학자가 발표한 이 연구에서는 취향이 아니라 선점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연구 당시 미국의 지역별 커피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브랜드가 해당지역에 먼저 진입했는지가 더 중요했다고 분석했다.4

 

 

 

바둑에는선착(先着)의 효()’라는 말이 있다. 바둑에서는 흑돌을 들게 된 사람이 바둑판 위에 맨 첫 번째 돌을 두게 되는데, 경기 초반에 돌 하나의 위력은 엄청나게 크다. 또한 흑돌을 든 사람은 판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짜나갈 수 있다. 브로넨버그와 공저자들은 커피뿐만 아니라 맥주, 탄산음료, 마요네즈, 케첩 등 수많은 다른 제품군에서도 같은 패턴을 볼 수 있다고 보고했다. 경영에 있어서 선도자의 경쟁우위(first-mover advantage)가 미국 전체(national level)가 아니라 더 작은 지역시장의 수준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먼저 진입한 브랜드의 이점은 시간과 더불어 공간에서도 위력적이다.

 

<그래프 1>은 서로 다른 2개의 마요네즈 브랜드가 미국의 덴버(Denver) LA(Los Angeles) 두 지역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래프 1>에서 슈퍼마켓 체인점 앨버슨(Albertsons)과 전체 시장을 좌우로 나누고 식료품 브랜드 크래프트(Kraft)와 유니레버(Unilever)를 상하로 배치했다. 시간(time) 단위는 1개월이며 모두 30개월 동안 관측했다. 크래프트가 먼저 진입한 덴버와 유니레버가 선수(先手)를 둔 LA 지역에서 점유율은 근본적인 역전 없이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바둑에서처럼 앞서나가려면 시간과 공간 둘 다 살펴야 한다.

 

Location, Location, Location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물었다. 맥도날드, KFC, 블록버스터에서 각각 부동산 담당 부회장과 CEO를 역임한 루이 살바네스키(Luigi Salvaneschi)는 직접 저술한 책 제목으로 화답했다. Location, Location, Location. 그는 현역에서 활동하는 동안 매장 8000개를 직접 개설했고 지역마케팅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그의 책이 출간된 해는 1996년이다. 거의 20년 전이다. 그 사이 세상은 모바일 시대로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모바일 시대의 마케팅리서치에서공간의 이슈는 어떻게 취급되고 있을까? 지난 6,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벨 교수는입지가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Location is (Still) Everything’라는 제목을 붙여 신간을 내놓았다. 벨 교수는 어디서든 접속 가능하고 어디서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서도 여전히 입지와 장소는 중요하다고 말한다.5

 

“내가 어느 곳에 살든지, 가상세계(virtual world)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세계(real world)는 사는 장소에 따라 상품, 정보, 오락, 문화가 엄청나게 다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따라, 나는 SNS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도 있고, 더 적은 시간을 쓸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 쇼핑을 더 많이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더 많이 어울릴 수도 있다.… 가상세계는 그것이 제공하는 기회라는 측면에서는 평평하지만, 사람들이 가상세계를 이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평평하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세계는 결코 평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세계에서 경험한 것들이 가상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규정한다.”

 

모바일과 공간

구글은 매년 모바일의 지역정보 검색에 관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지역정보라면 관심지역의 날씨, 은행, 호텔, 식당, 관광명소, 병원, 쇼핑몰 등에 관한 정보를 망라한다. 모바일 기기 사용자 중 53%가 집에서, 51%가 이동 중에, 41%가 쇼핑몰에서 지역정보를 검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집 밖의 모바일 검색 56%가 지역검색이며, 51%는 당장 방문을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찾는다. 집에서 이루어지는 지역정보 검색은 당장의 방문이 아니라 대부분 나중 방문을 위한 정보수집 단계에 머문다.

 

컴퓨터나 태블릿 PC 이용자 중 지역정보를 검색한 사람의 34%가 하루 안에 자신이 검색한 공간을 방문한다. 모바일에서는 훨씬 강한 방문율을 보이는데 50%까지 비율이 올라간다. 심지어 방문한 공간에서 다음 행선지를 찾기 위한 지역정보 검색을 멈추지 않는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그렇다. 여행지에 가서 모바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모바일로 지역검색을 해서 해당 공간을 방문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비율은 18%에 달한다.6

 

구글이 모바일 지역검색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는 광고시장의 가능성 때문이다. 구글 매출의 대부분이 광고인 상황에서 지역정보에 대한 소비자 트랜드를 밀착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바일을 손에 들고 이동하는 소비자는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며 어떤 정보를 원하는가? 어떤 정보를 제공할 때 구매와 연결되는가? 모바일 시대 새로운 마케팅리서치의 핵심주제가 되고 있다. 모바일은 공간의 제약을 걷어냈지만 역설적으로 더욱더 공간 의존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인과 공간 그리고 마케터

고은 시인은 매일매일 낯선 곳으로 떠나고 있을까? 문학전문 최재봉 기자가 고은 시인의 서재를 찾아가 인터뷰했다. <그작가 그공간> 시리즈였다. 노시인에게 인터넷이나 트위터를 하는지 물었다.

 

“아뇨. … 관계에 미치거나 고독에 미치거나 두 가지에 미치지 않고 이 양쪽을 오고 가야만 되겠다는 거. … 오늘 고독했다면 내일 관계 속에 참여를 해야 되고, 내일 관계 속에 있다가는 모레는 내가 관계의 무덤에 시체로 누워 있을 것이 아니라 고독의 신생아로 태어나야 될 것이다.”

 

마케팅의 새로운 구상은 어디서 탄생할까? 누구는 거리에서, 누구는 서재에서, 누구는 시장에서, 누구는 여행지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것이다. 고은 시인이 주는 메시지의 키워드는관계고립의 균형이다. 모바일은 인터넷과 인터넷,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연결해준다. 고은 시인의 서재를 가득 채운 책과 자료보다 더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런데도 새로운 생각이 탄생되는 장소는 적절한고립을 배경으로 한다. 고립은 창조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대부분 작가들이 집필할 때는 은둔이나 격리를 택한다. 정교한 수작업이 필요한 지도제작도 이동 중에는 불가하다. 정지한 채 웅크리고 앉아 정리하고 잘라내고 연결하고 방향을 잡아가며 작업해야 한다. 동시에 두 가지의 지적 생산노동도 불가하다. 모든 접속장비를 걷어내고 고립 속에 몰입해야 겨우 한 뼘의 새 지도를 그려갈 수 있다. 시인도, 마케터도, 지도제작자도 홀로 알을 품듯 웅크린 채 궁리해야 과거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상영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songs@ewha.ac.kr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송상영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시립대 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이화여대 경영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