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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A Business Forum 2012 Special Section

고객과 가치 공유한 마케팅 3.0, 한계와 발전 방향은?

하영원 |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마케팅 개념은 시대가 바뀌면서 진화를 거듭해 왔다. 필립 코틀러는 지금까지의 마케팅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마케팅 1.0은 표준화된 단순한 제품을 가능한 한 낮은 비용으로 생산해 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품 중심의 마케팅이었다. 마케팅 2.0 시대는 정보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 졌다. 특히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나 필요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손쉽게 얻어내고 처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장의 소비자들을 세분화해 각 시장에 맞는 마케팅 믹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른바 STP(Segmentation, Targeting, & Positioning) 마케팅을 실현할 수 있게 된 점이 마케팅 2.0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2.0은 기업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고객 중심의 마케팅 개념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를 마케팅 활동의 표적이 되는 수동적인 소비자로 본다는 면에서 마케팅 3.0과 구별된다.

 

마케팅 3.0은 마케팅 2.0의 연속선상에서 마케팅 개념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마케팅 2.0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3.0에서도 고객 만족이 핵심 개념인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마케팅 3.0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마케팅 2.0이 상품의 기능적 또는 감성적 속성의 차별화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중요시했던 반면 마케팅 3.0하에서는 그에 더해 소비자의 영혼을 움직이는 것을 통해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values)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이 글에서는 마케팅 3.0 개념이 출현하게 된 배경과 마케팅 3.0의 실천적 특징 및 발전 방향을 살펴본 다음 마케팅 3.0의 한계점을 분석하고 마케팅 3.0 개념에 대한 향후 전망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마케팅 3.0 등장의 배경

 

마케팅 3.0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된 배경 요인들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1.‘New wave technology’ 의 출현

 

마케팅 3.0이 출현하게 된 첫 번째 배경 요인은뉴 웨이브 테크놀로지(new wave technology)’의 출현이다. 20세기 말부터 진행된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개인들 간의, 그리고 그룹들 간의 신속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면서 마케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IBM 같은 기업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자신들의 블로그를 만들어 회사의 지침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IBM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GE에서는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트윗 스쿼드(Tweet Squad)를 만들어 나이가 많은 임직원들에게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P&G 같은 기업은 한걸음 더 나아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전 세계에 걸친 창업자들과 공급업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연결하고 개발하기(Connect & Develop)’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매출의 35%에 해당하는 혁신적인 상품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의 스낵 제조업체인 프리토 레이(Frito-Lay) 2009년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 TV 중계 방송 시에 방영해 최우수 광고의 영예를 얻었던공짜 도리토스(Free Doritos)’ 광고는 광고 대행업체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에 기초해서 만든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은 소비자나 이해 관계자들이 기업의 상품과 커뮤니케이션의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케팅 3.0이 추구하는보다 나은 세상 만들기는 소비자, 주주, 유통 업체, 자사의 임직원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힘을 합하는 협력적 마케팅(collaborative marketing)을 실천하지 않고는 성취할 수 없다.

 

 

2.글로벌라이제이션의 진전

 

마케팅 3.0이 태동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은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의 진전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새롭게 등장한 기술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가수 싸이의강남 스타일이 유튜브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말춤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빌보드 차트의 최상위권에 오르내리는 것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한 나라의 문화 상품을 전 지구적인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국가 간, 기업 간, 그리고 개인 간 정보 교환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으며 교통 관련 기술은 지구적인 가치 사슬 내에서의 물적 교환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이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 냈다.

 

코틀러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관련해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순기능보다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만들어내는 역설들(paradoxes)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1989년에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영향을 받아 일어났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대조적인 사건이 있었다.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던 중국의톈안먼사건과 독일의베를린 장벽 붕괴 사건이 그것이다. 두 사건은 같은 시기에 일어났지만 각기 상징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톈안먼 사건은 중국 내에서 민주화 운동의 처절한 몰락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던 반면 베를린 장벽 붕괴 사건은 동유럽 전역에 걸친 새로운 자유민주주의의 태동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매우 대조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때로는 중국에서 보듯이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반작용을 불러일으켜 국가주의를 오히려 강화시키기도 하는데 코틀러는 이를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정치적 역설이라고 부르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빠른 속도로 진전됨에 따라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과 몇몇 구 공산권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과거보다 더 열악한 상황으로 떨어졌다. 한 나라의 경제로 좁혀놓고 보더라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가져오는 요인들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평균적인 CEO는 평균적인 직원의 약 400배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부유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아직도 하루에 1달러 이하의 돈으로 연명해야 하는 극단적인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만 해도 10억 명이 넘는다. 이것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경제적 역설이다. 경제적인 면과 함께 사회문화적인 면에서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역설을 만들어낸다. ,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가수 싸이의강남 스타일에서 보듯이 범지구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반작용으로 전통적 문화를 더욱 더 강화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을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사회문화적(socio-cultural) 역설이라고 부른다.

 

마케팅 3.0이 위에서 살펴본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역설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마케팅 3.0은 이 같은 문제들을 관리하는 방법의 하나로 활용될 수는 있을 것이다. ,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의해 생겨난 분열, 양극화 및 모순들을 직시하고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연속성, 연결, 그리고 방향성을 제공하는 문화적 마케팅(cultural marketing)을 활용함으로써 이들을 관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영국 자연주의 화장품임을 내세우고 있는 더바디샵(The Body Shop)이라는 브랜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모범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통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비용 절감이나 기업 경영 능력상의 강자들에게 큰 번영을 가져다 주는 반면 대다수의 약자들에게는 상당한 어려움을 안겨 준다. 이 같은 현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데 더바디샵은 바로 이 같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자 노력한다. 소비자들은 더바디샵이 글로벌라이제이션에서 종종 간과되는 개념인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더바디샵은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지원, 자아존중 고취, 인권 보호, 지구환경 보호 등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로 표방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캠페인, 이벤트나 문화 커뮤니티 지원 등을 통해 이 같은 가치들의 구현을 위해 힘쓰고 있다. 더바디샵의 사례는 마케팅 3.0의 한 축을 이루는 문화적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는 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처럼 마케팅 3.0은 문화적 마케팅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이슈들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3.‘창의적 사회의 성장

 

마케팅 3.0을 탄생시킨 세 번째 요인은 과학, 예술, 지식 서비스업 등의 창의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창의적 사회(creative society)’의 양적 및 질적 성장이다. 창의적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수는 일반 근로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적은 편이지만 사회에서 그들의 역할은 점점 더 지배적인 것으로 변화돼 가고 있다. 창의적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혁신적인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대개는 사회적 미디어를 활용해 다른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등 사회적 연결망에 있어 중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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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영원

    - (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현) 서강대 지식서비스R&D센터장
    - (전) 한국마케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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