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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etter Choosing Experience

맞춤식 추천 으로 선택의 폭 좁혀주기

시나 아옌가 | 74호 (2011년 2월 Issue 1)

세계 최대 아이스크림 체인점인 배스킨라빈스는 1953년 처음 문을 열면서 ‘하루 한가지씩 매일 다른 맛’의 31가지 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 당시로선 신선한 발상이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31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이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상품이었다.
 
배스킨라빈스는 이 기발한 전략으로 경쟁사를 압도했다. 배스킨라빈스의 공동 창업자인 어빈 로빈스는 “우리가 고객에게 파는 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재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 재미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눈과 입으로 맛보는 데 있었다. 배스킨라빈스는 지금도 다양성을 강조한다. 현재까지 개발한 아이스크림 종류만 해도 1000여 종이 넘고, 보통 연간 100여 종을 순서대로 바꿔가면서 매장에 내놓는다.
 
이처럼 오늘날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선택의 다양성이란 개념은 이제 예전만큼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1949년 미국의 평범한 식료품점에서 제공하는 물품의 종류는 3700여 가지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에는 무려 4만 5000종이 넘는다. 월마트에는 평균 10만 종의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면 더 광대한 선택의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는 2700만 종의 책이,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인 매치닷컴에는 1500만 명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식품업체 하인즈는 ‘57종류’로 오래도록 명성을 유지했다. 버거킹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립니다’라는 말로 고객에게 다가갔다. 최근 등장한 업체들은 한술 더 뜬다. 스타벅스는 이론 상 고객의 주문에 따라 총 8만 7000여 가지 음료를 만들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어떻게 원하시든 해드리는(However-You-Want-It)’ 프라푸치노 한 종류만도 고객의 취향대로 수천 가지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 콜드스톤 크레머리는 무려 1150만 가지 방식으로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 믹스를 제공한다. 배스킨라빈스의 31가지 맛에 깜짝 놀라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즉, 이제 선택의 다양성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지금보다 선택권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선택안이 많으면 무조건 좋기만 할까?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때로 선택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선택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원하는 제품을 찾아서 구매하는 만족스러운 상황보다는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구매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상황이 점점 자주 일어난다.
 
때문에 어떤 기업이 이미 다양한 선택안으로 가득찬 시장에다 더 많은 선택안을 내놓아봤자 절대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오히려 소비자들 편에 서서, 이들의 고통스러운 선택 과정을 긍정적이고 부담 없는 경험으로 바꿔준다면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 과정을 돕는 시스템을 창조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선택 시스템은 소비자를 부적절한 선택으로 유도하고 기만해서는 결코 안 된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유익한 협력 방식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업이 ‘소비자 안내를 하겠다’고만 해도 그 저의를 의심하는 일이 다반사다. 때문에 선택의 문제만큼은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를 돕겠다는 기업의 진정성이 드러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 4가지 방안, 즉 선택안의 가짓수를 줄이거나, 전문가 혹은 소비자별 맞춤식 추천으로 신뢰를 얻거나,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선택안을 범주화해 제공하거나, 복잡한 선택안을 제시할 때는 점진적 방안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경쟁업체를 앞서 나갈 수 있다. 소비자를 선택의 늪에 빠지게 하기보다 그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정상에 서는 기업은 흔치 않다. 때문에 이 부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면 다른 기업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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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나 아옌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로 대통령이 수여하는 젊은 연구자상(Early Career Award)을 수상했다. 이 글은 그녀의 저서 <선택의 기술(The Art of Choosing)>(Twelve, 2010)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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