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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s from the Past

천하무적 조직의 성공 DNA, ‘놀이본능’

김용성 | 1호 (2008년 1월)
편집자주
과거는 경영자들에게 큰 통찰을 줍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인류의 과거 행동양식을 분석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용성 휴잇어소시엇츠 상무가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선조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요즘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 경영진이 적지 않다. 그만큼 직장인들이 열정을 잃고 일하고 있다는 말이다.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서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을 흘리던 한국 직장인 신화는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내가 젊었을 때는 안 그랬다”는 선배의 경험담은 진부한 얘기일 뿐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 열정이 사라진 직원에 대한 고민이 공론화됐다. 윌리엄 바이햄은 1988년 저서 <Zapp! The Lightning of Empowerment>에서 “직장인들이 예전 같지 않다면 권한 이양을 통해 그들의 열정에 불을 지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20세기 말 미국 기업에서는 권한이양, 팀워크, 인정, 육성, 성과관리, 리더십 스타일을 통해 직장인의 몰입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그리 가시적이지 못했고, 직장인들의 몰입도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접근법에는 일 자체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다. 즉, 직원들이 일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주기적인 간담회, 피자 파티, 이달의 직원 선정 등의 노력을 한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요즘 사람들은 스포츠 팀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이 의외로 많다. 적극적으로 클럽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프로야구나 국가대항 축구경기를 관람하며 스포츠에 열광한다. 직장 생활에서 잃어버린 열정을 스포츠를 통해 되찾으려는 것이다. 현대인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일터에서 재미를 찾지 못한다는 사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일터에서는 흐느적거리던 직장인들이 왜 스포츠에는 광기에 가까운 열정을 보이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보다는 스포츠에 참가하는 데 더 큰 열정을 느낀다. 물론 드물게는 재무제표의 숫자가 맞아떨어질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스포츠는 성인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진행 방식과 규칙을 표준화한 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프로 스포츠 선수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에게, 스포츠 활동은 아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놀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생산적인 일보다 비생산적인 놀이에 열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를 두 가지 관점에서 풀어볼 수 있다. 사람은 자고로 일하기를 싫어한다는 X이론 관점의 해석과, 일에는 놀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Fun)라는 요소가 누락됐다는 분석이다. 연예인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야구팀의 좌충우돌을 그린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보면, 놀이본능을 자극하는 요소가 일상과 직장 생활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일을 위해 아마추어 야구팀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야구 자체에 몰입하는 변화가 나타난다. 그들은 야구를 통해 울고 웃는다. 마찬가지로 일이 좋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은 얼마나 성과가 뛰어나겠는가.
 
목적 실력 자발성의 3박자가 사람을 움직인다
<Drive: The Surprising Truth About What Motivates Us> 의 저자 대니얼 핑크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성과 동인 3요소를 목적의식(Purpose), 실력의 성장(Mastery), 자발성(Auto-nomy)으로 정의한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사례에서 확인해 보자. 천하무적 야구단의 목적의식(Purpose)은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상대팀과 기술, 체력, 협동심을 겨루어 이기겠다는 명확한 목표의식이 선수들의 동기를 자극한다. 방송 초기, 야구단 소속 선수들은 실력이 빈약한 약체 중의 약체 팀이었다. 하지만 전문가의 조언과 선수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이제는 어엿한 아마추어 야구단의 실력(Mastery)을 갖췄다. 마지막으로, 야구단 멤버들은 일반적인 리얼리티 쇼 출연자 이상의 열정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참가자들의 자발성(Autonomy)이 한몫을 한다. 심지어 한 연기자는 연습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머지 출연자를 모두 자신의 드라마에 단역으로 기용하는 과도한 애정을 보여준다.
기업 현장에서도 이 성과 동인 3요소를 갖춘 조직을 발견할 수 있다. 뮤지컬 ‘난타’를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PMC 프로덕션은 작품만큼 독특한 조직문화로 유명하다. 직원의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PMC 에서는 직원들의 엉뚱한 아이디어도 주저없이 제시한다. 그리고 입사 연차에 상관없이 투표에서 최다 득표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다. 2007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고객들을 초청하는 공연을 마련했다. PMC프로덕션이 공연 기획을 맡았다. 이 회사는 평균 연령이 40, 50대인 고객들에게 초등학교처럼 학교와 반 이름을 정해주고, 각각의 반 학생들을 서울 각지 공연장으로 초청했다.
아련한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아이디어는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PMC 프로덕션이 뮤지컬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이유를 성과 동인 3요소의 관점에서 되돌아보자. 이 회사는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직원들에게 협업과 경쟁의 문화를 제공한다. 그리고 공연 제작자로서의 실력을 키우고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성과지향적인 PMC 프로덕션이 ‘즐거운 문화 놀이터’를 동시에 표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놀이야말로 성과 동인 3요소를 골고루 갖춘 활동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급여나 여가 시간이 부족하다며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밝은 얼굴로 일하는 이유도 바로 일을 놀이처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놀이 본능을 자극하는 일이야말로 성과동인 3요소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놀이에 밴 성과 동인의 3요소
놀이본능은 모든 동물에서 발견된다. 특히 어린 동물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놀이를 즐긴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면 놀이를 중단하고 생존기술을 고도화하며 살아가는 데 집중한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놀이는 어린이들의 유치한 행동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놀이에는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것 외에 특별한 목적이 없고 먹이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기에 얼핏 비생산적인 듯 보인다. 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놀이와 학습의 관계를 중시한다. 동물은 어린 시절의 놀이를 통해 평생의 생존기술을 습득하고 사회성을 확보한다. 협업을 통해 살아가는 영장류에게는 사회성을 습득하는 놀이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잘 놀아야 잘 성장한다는 말이다. 유독 인간은 유아기가 예외적으로 길다. 태어난 후 몇 시간 만에 부모를 따라 뛰어다니는 말과 달리, 인간은 걷기까지 무려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이후에도 10년 정도는 지적, 육체적 발달이 불충분한 어린 상태로 살아간다. 이렇게 생물학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간이 독보적 문명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동물들이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지적 우수함은 놀이본능과 그에 따른 학습능력이 오랜 기간 유지되기에 나올 수 있다. 놀이본능이 유지되는 동안 인간의 두뇌는 성장하고 학습한다. 특히 지식 노동자들의 학습능력을 자극하고 싶은 조직은 직원들의 놀이 본능도 동시에 자극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혁신적인 상품으로 거듭 세상을 놀라게 하는 구글, 애플, 나이키가 왜 직원들의 놀이본능을 자극하려고 애쓰는지 이해할 수 있다.
놀이에 대한 저항감부터 다스려라
놀이본능을 자극하는 21세기형 조직을 만들려면 놀이에 대한 저항감부터 다스려야 한다. 단순한 달리기를 놀이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땀 흘리는 노역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놀이는 특정한 행위 자체가 아니라 행위를 대하는 사람의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 먼저 놀이는 생산적이지 않다는 생각(이성적 저항)과 놀이가 유치한 행동이라는 태도(감정적 저항)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인이 돼서도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인간 두뇌의 우수성 덕분이다.
안타깝게도 20세기 초 노동자 관리기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현대 경영기법이 적지 않다. 급속한 산업화의 시대인 20세기 초, 기업들은 ‘분업과 전문화’의 관점에서 생산과정을 잘게 쪼갰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노동자들이 과업을 완수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 업무로 일을 분해한 것이다. 일부 관리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전체 공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위 업무에 매달렸고, 주어진 과업의 생산지표에 따라 평가 받았다. 시장이 무한대로 확대될 것 같았던 20세기 초에는 효율성 중심의 노동관리 기법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공급자가 넘쳐나고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자 이 시스템은 문제를 일으켰다. 머리가 없는 손발에 불과하던 생산 부서는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가득 쌓이는 상황에서도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보너스를 받아갔다. 품질 문제는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영업 부서가 챙겨야 할 문제로 치부됐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력이 증가하고 직원들의 급여는 늘었지만, 과거 장인들이 느꼈던 자부심과 노동 주체로서의 자발성은 사라졌다. 
::PASING::
21세기 들어 정보화 사회로 이전했어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20세기의 노동관리 관점에서 크게 진보하지 않은 듯하다. 게리 해멀을 비롯한 경영학 거장들은 경영2.0의 시대를 주장하며 경영을 도구가 아닌 철학 그 자체로 보는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부는 고된 노동을 즐기려 스스로 노래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ROWE(Result-Only Work Environment)라는 경영전략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근무시간(Input)이 아닌 결과물(Output)을 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하자는 이 접근법은 미국의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서 시작됐고, 이를 주도한 임원 두 사람이 만든 컨설팅 회사를 통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프레즌티이즘(Presenteeism·실직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행동)에 염증을 느낀 이 두 사람은 근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결과만 챙기는 근무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기업의 생산성은 10∼20% 증가하고 이직률은 낮아졌다. 이들은 얼굴을 내비치는 시간(Face time)에 따라 평가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한 후 결과만 평가하자는 주장을 담아 <일이 형편없는 이유와 대처법(Why work sucks and how to fix it)>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일을 즐기지 못하는 직원과 그런 직원을 감시해야 하는 기업 사이의 숨바꼭질을 멈추는 최선의 방법은 일을 놀이만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유흥을 즐겨야만 놀이본능이 자극되는 건 아니다. 무슨 일이라도 흥겹고 몰입이 가능하면 놀이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냉정하기 짝이 없는 ROWE 접근법이 펀(Fun)경영보다 놀이본능을 더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펀경영이 국내에 소개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기업들은 놀이본능을 제대로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의 놀이본능을 자극한다는 말은 일을 놀이만큼이나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지, 일의 지루함을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놀이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니다. 펀경영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사우스웨스트항공사(SWA)에서는 승무원이 랩으로 안전수칙을 소개하거나, 비행 중에 승객의 생일파티를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직원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우리 선조가 농사나 뱃일을 하면서 불렀던 노동요의 의미를 되새기면 된다. 농부는 고된 노동을 즐기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다른 농부들은 그 노래에 박자를 맞춰 모내기를 하거나 잡초를 뽑는다. SWA 직원들의 놀이문화는도 바로 이러한 자발성에 근거한다. 국내 기업 중에는 연말에 마술사와 가수들을 초청해 연말 직원 사은행사를 개최하는 곳이 있다. 평소에 놀이가 금지된 직원들을 위해 외부의 펀경영 강사나 고가의 연예인을 불러 행사를 열고 직원들을 동원한다. 취지는 좋지만 직원들의 자발성이 결여되면 과거 TV를 통해 봐왔던 군부대 위문공연의 기업 버전과 다를 바가 없다. 천편일률적이던 펀경영이 빛을 잃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아시아나 항공의 플라잉 매직팀은 놀이본능에 충실한 한국 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장거리 항공 승객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직원들이 모여 만든 플라잉 매직팀은 뜨거운 사내 경쟁을 뚫고 선발된 승무원 공연팀이다. 이들은 펀경영 개념이 한국에 명함도 내밀기 훨씬 전인 1997년에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고객만족이라는 분명한 목적의식(Purpose)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인(Autonomy) 직원들이 근무시간 외에도 마술실력을 연마(Mastery)하면서 실력을 쌓는다. 성과동기 3요소를 갖춘 플라잉 매직팀의 생활이 재미있을까. 3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이 답이 될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를 볼 때, 소리지르고 발을 구르며 응원한다. 긴장감이 넘치는 90분이 흐르는 동안 누구도 큰 소리로 웃는 사람은 없지만, 다들 경기가 재미있었다고 한다. 놀이본능을 제대로 자극하면 재미(Fun)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TV개그 프로그램은 우스울(Funny) 뿐 놀이본능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직원들의 놀이 본능을 자극하지 않는 펀경영은 구호에 불과하다.
놀이가 성장을 부르는 선순환 5단계
놀이본능을 자극하는 조직이 성공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놀이-성장 선순환의 5단계를 발견할 수 있다. 1)먼저 직원들의 자생적인 놀이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가 있어야 한다. 2)놀이를 통해 직원들은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각도에서 업무를 재조명한다. 3)이러한 과정에서 확보된 창의적 사고는 탁월한 상품을 만드는 기반이 되고, 4)더 나아가 기업의 재무적 우위로 이어진다. 5) 조직은 재무적 우위를 기반으로 재투자의 여유를 가짐으로써 놀이 용인 문화를 재생산한다.
놀이-성장 선순환 5단계는 특히 사람을 중시하고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큰 전략 유형을 가진 기업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트레이시와 프레드 위어시마는 <마켓리더의 전략(The Discipline of Market Leaders)>을 통해 기업전략의 세 가지 유형을 소개한 바 있다. 그들은 기업이 세 가지 영역에서 평균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한 후, 한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핵심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들이 소개한 세 가지 전략유형은 운영효율성 전략(Operational Excellence), 제품차별화 전략(Pro-duct Differentiation), 고객밀착 전략(Customer Intimacy)이다. 이 중에서 제품차별화 전략과 고객밀착 전략을 선택한 기업들에서 놀이-성장 선순환이 발견된다.
놀이공원 같이 꾸며진 캠퍼스에서 혁신적 상품을 쏟아내는 구글(Google)이나, 직원들의 놀이본능을 자극해 창의적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이데오(IDEO)는 지식노동 집약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들은 제품차별화 전략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의 SWA나 일본의 라쿠텐 야구팀은 철저하게 고객밀착 전략을 선택한 조직으로 고객과 함께 놀이를 즐긴다. 반면, 생산라인의 효율화와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는 운영효율성 전략의 기업들은 진지함과 어른스러움을 강조하는 조직문화가 강해 놀이의 긍정적 효과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포스코가 창의적 사고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포레카’가 직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직원휴식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6시그마에 기초한 운영효율화 전략을 유지하는 한 ‘포레카’보다 지식관리 시스템의 투자수익률(ROI)이 더 크다는 것이다.
 
조직문화와 경영성과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브라질 기업 셈코(Semco)의 사례는 제조업이라도 제품차별화 전략을 선택한다면 얼마든지 놀이본능을 자극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조직관리 방식을 고수하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21세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리카르도 셈러는 1980년대 후반 보다 큰 자율성을 원하는 엔지니어 세 명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내에서 ‘기술혁신의 핵(Nucleus of Technological Innovation)’이라는 자율 조직을 승인했다. 이후 출퇴근 시간은 물론 업무 목표까지 스스로 정하는 자율 조직의 수는 전체 직원의 60%가 소속될 정도로 증가했다. 자율 조직의 힘은 1990년대 브라질을 강타한 인플레이션에서 셈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 회사는 중앙의 통제를 강화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생산성 관리와 비용처리 권한을 넘겨줬다. 결과는 놀라웠다. 직원들은 스스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재고비용 감소, 생산기간 단축, 1% 미만의 불량률이라는 성과로 화답했다. 직원의 자율성을 보장해 경쟁력을 확보한 셈코는 브라질 경기 회복기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03년을 기준으로 젊은 CEO가 취임한 1982년 대비 매출은 50배, 직원 수는 30배 성장했다. 10년간 연간 퇴직률은 1% 미만이었다.
셈코가 실시한 변화 중에는 서구 기업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과격한’ 내용도 있다. 직원들은 각자의 근무시간, 장소 등을 스스로 결정한다. 급여를 포함한 모든 정보도 공개한다. 임원이 되려면 중간관리자의 인터뷰를 통과해야 하고, 임기 6개월짜리 CEO가 순서대로 경영을 지휘한다. 직원들은 6개월마다 상사를 평가해 결과를 공개한다. 모든 직원들은 재무제표 교육을 받고 기업의 재무 현황에 맞게 자신의 급여수준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자신과 비슷한 경력과 기술을 보유한 직원들의 급여수준을 상호 비교하고 적절한 급여수준과 업무 목표를 정한다. 극단적인 무정부적 사회주의처럼 보이는 셈코의 경영기법은 직원들의 성숙함을 믿고 맡기면 기업이 성장한다는 이론을 증명하는 사례가 됐다. 이는 마치 천하무적 야구단이 게임 후에 선수 상호평가를 통해 우수선수를 선발로 세우고, 실수가 많은 선수를 2군으로 밀어내는 자율적 시스템을 통해 실력이 성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셈코를 화려하게 일으킨 리카르도 셈러는 33세에 스스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 사회활동과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파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CEO부터 특권의식 버려야 놀이본능이 살아난다
많은 기업의 리더와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자율을 보장하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관리자는 직원들이 일찍 출근해 장시간 사무실에 있는 것을 성실이라고 생각한다. 관리자가 그렇게 생각하면 직원들도 그렇게 행동한다. 최근 들어 개인생활을 보장한다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블랙베리나 아이폰 등 스마트폰으로 인해 근무시간이 개인의 삶으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직원들의 출퇴근을 관리하기보다는 놀이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일 잘하는 직원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다.
놀이는 특수한 사람이 즐기는 특정한 행동이 아니다. 행위에 대한 사람의 태도에 따라 일은 놀이가 될 수 있고, 피하고 싶은 고역이 될 수도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최대한의 자율성을 갖고, 일을 통한 실력 성장에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면 일은 놀이가 된다. 농구와 축구 등 모든 스포츠도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바로 그 때문에 열광적인 동호회가 만들어진다.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 일의 주인이 되도록 회사를 변신시킨 브라질 셈코(Semco)의 CEO 리카르도는 우리 기업 리더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원들의 성숙한 자율성을 믿지 않고 하급 직원과는 식당이나 엘리베이터도 함께 쓰지 않는 특권의식으로는 직원들의 놀이본능을 자극하고 직원들의 자발적 창의성에 불을 지피는 회사를 만들 수 없다. 프랑스혁명 당시 귀족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저급한 평민들이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일찍 성숙한 시민사회를 건설한 국가가 됐다. 한국에서도 직원들의 놀이 본능과 창의성을 꽃피우는 조직이 많아질 때 “우리 때는 안 그랬다”는 선배들의 푸념과 잔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와 미국 상무부에서 근무했다. 현재 휴잇어소시엇츠에 재직하면서 글로벌 컨설팅 기법을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변화시켜 기업 성과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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