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매니지먼트’의 석학 장 노엘 카페레 교수

“럭셔리는 절대 비교하지 않는다”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최고급 품질과 세련된 이미지로 이른바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명품으로서의 확실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한 기업은 많지 않다. 진정한 명품이란 무엇일까?
 
“당신이 꿈꾸는 것.” 브랜드 매니지먼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노엘 카페레 교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명품을 이같이 정의했다. 그는 “럭셔리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 기획에서 생산, 유통,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전 과정을 까다롭게 통제(control)해야 한다”며 “특히 판매량을 늘리려하기보다는 소수의 고위층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배타성(exclusiveness)’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럭셔리 비즈니스 인스티튜트(SLBI)에서 운영하는 ‘럭셔리 이그제큐티브 매니지먼트 프로그램’ 강연차 방한한 카페레 교수를 2009년 11월 10 서울 강남구 신사동 SLBI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럭셔리(명품)의 정확한 정의가 뭔가?
장인의 손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 또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해 매우 비싼 가격을 받는 제품 등 여러 의미가 혼용되고 있다.
 
“사람마다 럭셔리를 각각 다르게 정의한다. 즉 럭셔리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인도인들에게 럭셔리가 뭐냐고 물으면 절반 정도는 ‘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마디로 ‘당신이 꿈꾸는 것’을 럭셔리라고 볼 수 있다.”
 
대중 제품과 비교할 때 럭셔리 마케팅의 필수 요소는 무엇인가?
 
“럭셔리는 수직적인 지위(status)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란 사회에서 선망받는 고위층으로부터 선망받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고위층으로부터 선망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그들이 원하는 품질, 눈높이, 교육 수준, 예술성, 지불 가능한 가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서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 대중 브랜드는 사회적 서열의 맨 아랫부분에 자리한다. 한마디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브랜드다.
 
럭셔리는 반드시 배타성을 가져야 한다. 브랜드의 문을 조금만 열어 소수 집단에게만 접근을 허용하고, 많은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바로 이 배타성을 잘 통제해야 럭셔리 브랜드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는 적당한 수익을 얻을 만큼만 성장을 추구해야지, 매출을 더 많이 올리고 싶은 욕심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을 허용하면 정체성이 무너진다.
 
배타성이란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방법으로 대중들의 접근을 막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 역사, 장인정신, 배타적 유통망 등으로 배타성을 구축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럭셔리 브랜드는 스스로를 다른 브랜드와 절대 비교하지 않는다. 럭셔리는 타 제품에 비해 더 품질이 좋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롤렉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른 브랜드와 자신을 비교한 적이 없으며, 몽블랑은 절대 ‘내가 더 낫다(I am better)’라고 비교급으로 말하지 않는다. 럭셔리는 스스로를 독특하다고(distinctive) 커뮤니케이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자체만으로 독보적이고 사람들로부터 선망받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럭셔리 마케팅은 지금까지의 마케팅과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전통적인 마케팅은 완전히 잊어버리는 게 좋다. 대중 브랜드의 광고는 ‘판매’를 위한 것이다. 광고 전후의 매출을 비교하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의 광고는 판매를 위한 게 아니라, 소비자들로 하여금 ‘꿈’을 창조하도록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소비자가 일단 럭셔리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부터 선망의 정도가 구입 전에 비해 줄어든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럭셔리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가 럭셔리 제품을 소유하게 되면서 잃어버린 꿈을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들도 (비록 할부를 할지라도) 루이뷔통 가방을 산다. 럭셔리 마케팅 담당자들이 럭셔리의 대중화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배타적으로 제외시키는 것을 싫어한다. 디스코텍에 못 들어가게 막으면 기분이 나쁘면서도 더욱 디스코텍에 들어가고 싶어진다. 이게 바로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루이뷔통 가방을 사는 이유다. 폐쇄적일수록 독보적인 브랜드가 된다. 당신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고 하면 오히려 그 제품에 대한 소유욕은 더 강해진다.
 
물론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서 루이뷔통 가방을 사려는 사람들을 제지할 수는 없다. 단, 그들이 그 제품을 구매하기까지 ‘노력’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려는 노력이 럭셔리 브랜드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또한 부유층이 해당 럭셔리 브랜드가 더 이상 자신들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세컨드 라인(second line)을 만드는 게 좋다. 기존 라인보다 더 비싸고 더 특별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럭셔리 브랜드는 항상 대중 소비자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문을 열고 닫는 데 균형을 맞추는(소비자들을 향한 개방성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와 다른 업종 간의 협업(collaboration)이 활발하다. LG전자와 프라다가 함께 만든 ‘프라다폰’, 삼성전자와 아르마니가 함께 만든 ‘아르마니폰’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협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럭셔리 브랜드와 비(非)럭셔리 브랜드가 협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배타성과 비배타성(non-exclusiveness)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럭셔리 회사들은 휴대전화 제조 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당연히 휴대전화 회사와 제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을 고급화하고 자사의 로고를 새긴다고 해서 그것이 럭셔리가 될 순 없다. 예를 들어 아르마니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겉모습뿐 아니라 아르마니의 예술과 문화 등이다. 럭셔리 브랜드에 걸맞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을 고안하셨는데, 실무 마케터들이 이 모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1991년에 개발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brand identity prism)은 럭셔리 브랜드뿐 아니라 모든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다. 내가 이 모델을 개발할 당시 미국에서는 ‘포지셔닝(positioning)’ 기법이 대두되고 있었다. 포지셔닝은 타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브랜드는 차별성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모델을 고안하게 됐다.(▶DBR TIP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이란?’ 참조)
 
이 모델은 육각형의 프리즘으로 그려진다. 육각형을 이루는 6가지 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문화’다. 마케터들은 자사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 체계가 무엇인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 브랜드의 비전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등을 이해해야만 타 브랜드와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가격을 올려 럭셔리 브랜드를 흉내 내는 사례도 있다.
 
“럭셔리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지, 가격이 럭셔리를 결정하진 않는다. 창업한 지 5년 정도 된 한 시계 회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시계 가격을 25만 달러로 책정했다. 시계 자체는 가볍고 견고해서 제법 괜찮지만 나는 이 브랜드의 미래가 의심스럽다. 비싼 시계를 사는 부유층은 바보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럭셔리란 선망받는 사람들로부터 선망받는 브랜드다. 그들은 그토록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본다. 그러한 정체성이 형성돼 있지도 않은 브랜드가 단순히 가격만 높인다고 해서 럭셔리 반열에 들 순 없다.”
 
한국 브랜드 가운데 앞으로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할 만한 것이 있다면?
 
“아직은 럭셔리라고 할 순 없지만 잠재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가 2개 있다.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사명이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임)이다. 럭셔리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시간’인데, 이 두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설화수는 전통 한방 원료를 사용해 엄격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있으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까지 브랜드에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여성들에게 설화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꿈’을 팔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국인의 미(美)를 비전으로 갖고 있으며 과학에 기반한 브랜드다.
 
한국인들은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이 럭셔리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는 독일에선 많은 사람들이 타는 차지만 해외에서는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설화수와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에서 럭셔리 브랜드 전략을 쓸 수 있을 것이다. 10년 이상의 장기적 전략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로 선진국 시장의 소비가 위축됐다. 불황기에 럭셔리 브랜드를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까?
 
“중국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 루이뷔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뚜렷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중국에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수익을 보완했다. 럭셔리 회사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는 중국에서 향후 50년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는 한 나라에서는 성공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가별 수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불황이라고 해서 럭셔리 브랜드가 가격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럭셔리 전략은 중산층이 럭셔리 브랜드에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지, 럭셔리 브랜드가 가격을 내림으로써 먼저 중산층에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또 럭셔리 브랜드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만약 중국만의 독특한 동양적 디자인을 만들거나 중국에서 특화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라면 중국에서 생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면 럭셔리 브랜드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패션 브랜드는 해외에 아웃소싱할 수 있지만 럭셔리 브랜드는 그럴 수 없다.”

[DBR TIP]‘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brand identity prism)’이란?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6가지 구성 요소를 일컫는다. 이 모델은 6가지 선분, 즉 물리적 특성(physique), 관계(relationship), 고객 이미지(customer reflection), 자아 이미지(self image), 문화(culture), 개성(personality)으로 구성된다.
 
브랜드의 물리적 특성과 개성은 커뮤니케이션의 발신자(sender)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고객 이미지와 자아 이미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수신자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준다. 관계와 문화는 발신자와 수신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또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리즘은 수직적으로 분할된다. 즉 가운데 세로선을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물리적 특성, 관계, 고객 이미지는 브랜드의 외면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오른쪽에 있는 개성, 문화, 자아 이미지는 브랜드의 내면(정신)에 속한 요소들이다.
 
자료: <뉴 패러다임 브랜드 매니지먼트>(장 노엘 카페레, 김앤김북스, 2009)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박진영 인턴연구원(22·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장 노엘 카페레(Jean-Noël Kapferer) 교수는 브랜드 매니지먼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프랑스 명문 경영대학원인 HEC Paris에서 MBA를 마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HEC Paris 교수로 마케팅 전략을 가르치고 있으며, 저서로 <뉴 패러다임 브랜드 매니지먼트> <브랜드와 유통의 전쟁> <The Luxury Strategy> <Reinventing The Brand>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5호 AI on the Rise 2019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