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에도 무수히 많은 브랜드와 상품이 시장에서 경쟁했습니다. 마케터들의 열정과 노력은 많은 ‘베스트 프랙티스’를 남겼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마케팅 전공 교수와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올 한 해 가장 의미 있는 마케팅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목적은 순위를 매겨 포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미 있는 마케팅 활동을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지식을 만들어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입니다. 설문 조사 결과를 기초로 주목할 만한 5개 사례를 골라 전문가와 DBR 취재진이 공동으로 깊이 있는 사례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스토리와 전문가들의 체계적 분석을 함께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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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TIP 2009 베스트 마케팅, 어떻게 선정했나?
DBR은 ‘2009 베스트 마케팅’ 설문 조사를 위해 우선 80개의 설문 후보 브랜드(상품)를 롱 리스트(long list)로 뽑았다. 롱 리스트는 우선 후보를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벌이고, 광범위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활동을 전개한 브랜드(상품)로 제한했다. 그리고 신문, TV, 라디오 등 전통 매체와 인터넷, 블로그 등 뉴미디어 활용,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았던 브랜드(상품) 80개를 선정했다.
이어서 정량적 기준과 정성적 기준을 바탕으로 롱 리스트를 다시 30개의 쇼트 리스트로 압축했다.(표1) 구체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또는 시장점유율의 증가가 현저하거나,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거뒀거나(올해 출시된 새로운 브랜드의 경우), 계량화하기 어려운 창의성과 시장 흐름 주도, 이미지 향상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되는 브랜드를 추렸다.
제작진은 이 30개를 후보로 해 2009년 11월 19일부터 24일까지 총 12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로는 마케팅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직업군(교수·19.7%, 연구원·15.7%, 마케팅 종사자·14.2%, 광고 종사자·6.3%)을 우선적으로 확보했다. 그리고 대조군으로 대학생 및 대학원생 응답자(40.2%)를 포함시켰다(3.9%는 기타). 응답자의 성별은 남성이 86명(67.7%), 여성이 41명(32.3%)이었다. 분석 작업에서는 응답자들을 이론가(교수·연구원), 실무 경험자(마케팅·광고 담당자), 젊은 소비자(학생)로 구분했다.
설문 조사가 끝난 후에는, 그 결과를 놓고 DBR 제작진(김남국 팀장, 문권모 박용 한인재 하정민 신성미 기자)과 DBR 객원 편집위원들(김정수 베인&컴퍼니 이사,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최현아 왓슨와이어트 상무, 홍대순 아서디리틀(ADL) 부사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각 브랜드가 설문 조사에서 얻은 점수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기업과 독자에게 실질적 도움과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브랜드(상품)를 모범 사례로 선정하자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2009년 마케팅의 모범 사례가 될 만한 브랜드(상품) 5개가 최종 선정됐다. DBR 기자들은 마케팅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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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TIP 설문에서 드러난 성별 및 직업별 응답 차이
A. 남녀 차이
설문의 남성 응답자(86명)와 여성 응답자(41명)들은 종합 순위와 부문별 상위(10위까지) 브랜드(상품)에 대해서는 예상만큼 큰 의견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브랜드(상품)에 대해서는 관심과 시각이 매우 달랐다.
먼저 종합 순위에서는 KT 쿡과 SK텔레콤 생각대로T가 남녀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대한항공 미주·중국 노선과 SK텔레콤 11번가의 순위도 비슷했다. 하지만 맥카페(남성 10위, 여성 4위)와 맥심 T.O.P(남성 11위, 여성 3위) 등 감성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브랜드(상품)에 대해서는 남녀 시각 차이가 컸다.
흥미롭게도 기아자동차 디자인 캠페인은 남녀 모두에게 긍정적인 응답(남성 4위, 여성 6위)을 받은 반면 현대차의 YF쏘나타는 상반된 응답(남성 6위, 여성 19위)을 받았다. 기아차는 남성들에게는 자동차라는 상품 카테고리 측면에서, 여성들에게는 감성 측면에서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 휴대전화는 종합 순위(남성 3위, 여성 12위)는 물론 부문별 순위에서도 남성 고객들로부터 ‘몰표’에 가까운 편애를 받았다. 이는 최신 기술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과 손담비 등 젊은 여성 가수를 내세운 광고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11개 부문별 설문 항목 중 아몰레드 휴대전화가 남성보다 여성의 평가를 훨씬 더 잘 받은 것은 ‘STP 측면’ 정도밖에 없었다. 이는 여성이 남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더 객관적으로 알아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상품)들 역시 부문별 설문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맥카페는 기발한 발상 부문에서 여성들로부터 1위에 뽑혔으나, 남성들은 13위로 평가했다. 맥심 T.O.P도 마찬가지(트렌드 선도 부문에서 여성 6위, 남성 20위)였다. 미니홍초를 이용한 ‘홍초소주 칵테일’ 제조법을 적극 홍보한 대상의 ‘마시는 홍초’는 틈새시장 개척 부문에서 남성 순위 4위에 올랐으나, 여성 순위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B. 직업별 순위
이번 설문의 분석은 교수·연구원과 마케팅·광고 담당자, 대학생·대학원생의 3개 그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각각 이론가, 실무자, 소비자를 대변한다. 우선 소비자를 대변하는 학생들은 일부 제품 선호도에 있어 독특한 특성을 보여줬다. 이들은 전체 종합 순위에서 11번가(대학생·대학원생 3위, 마케팅·광고 담당자 6위, 교수·연구원 11위)와 맥카페(4위, 8위, 9위), 맥심 T.O.P(5위, 9위, 12위)를 가장 선호하는 집단이었다. 반면 삼성의 ‘파브 LED TV’는 대학생 종합 순위에서 16위에 머물렀다(마케팅·광고 담당자 7위, 교수·연구원 4위). 이들은 부문별 순위에서는 기발한 발상의 마케팅에서는 서울우유를, 틈새시장 개척 측면에서는 맥카페를 최고로 꼽아 다른 그룹과 차이점을 보였다. 서울우유에 대한 평가는 이들 젊은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소비자의 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건강 과자인 마켓오에 대한 평가도 대학생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더 좋았다.
대학생·대학원생 그룹과 관련해서는 2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첫째, 이들은 사람들이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폰에 대한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아몰레드폰은 학생 종합 순위에서 7위(마케팅·광고 담당자 4위, 교수·연구원 3위)를 차지했다. 부문별 순위에서도 학생 그룹은 아몰레드폰에 대해 STP(26위)와 틈새시장 공략(28위), 투자 효율 측면(29위)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했다. 다만 새 기법(8위)과 단기 파급력(4위)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
둘째, 대학생·대학원생 종합 순위에서만 전체 1위인 KT 쿡과 2위인 SK텔레콤 생각대로T의 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는 SK텔레콤의 마케팅 캠페인이 젊은 층에 상대적으로 더 어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특히 생각대로T의 장기 파급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생각대로T 1위, 쿡 8위).
광고·마케팅 담당자들은 종합 평가에서는 다른 그룹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세부 항목에서 다른 그룹보다 훨씬 날카롭고 전문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창의적(혁신적) 마케팅과 STP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한 아몰레드폰에 대해 기발한 발상(22위)과 새 기법 시도(24위) 부문에서 혹독한 평가를 했다.
종합 1위인 KT 쿡에 대해서는 STP에서 최하점을 줬으며, SK텔레콤의 생각대로T는 투자효율 부문에서 3그룹 중 가장 낮은 평가(22위, 교수·연구원 5위, 대학생·대학원생 3위)를 했다.
광고·마케팅 담당자들은 특히 전략적인 측면의 평가에 냉정했으며, 인지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마케팅 활동을 세밀하게 관찰 및 평가했다. 틈새시장 개척에서 다른 그룹과 달리 대상 마시는 홍초를 1위로, 진로 제이를 2위로 평가한 것이 그 예이다.
한편 교수·연구원 그룹은 전체적으로 종합 순위에 가까운 객관성이 높은 평가를 했지만 다른 그룹과 도드라지게 차이 나는 특징을 드러내진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LED TV(종합 4위)와 한국야쿠르트의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 등이 특기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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