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OZ)’가 없는 LG텔레콤은 어떻게 됐을까? LG텔레콤의 효자 상품인 오즈의 전략적 중요성은 이 질문으로 보다 명확해진다. 오즈는 일반적인 인식처럼 단순히 무선인터넷 시장 침투를 위한 니치(niche) 상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LG텔레콤은 3세대(G) 이동통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고심 끝에 오즈를 꺼내들었다.(▶DBR TIP 오즈는 3G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이었다 참조)
또 오즈는 ‘2년차 징크스’를 깨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이 있다. 2008년 4월 등장한 오즈는 지난해 52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최근 누적 고객이 100만 명(11월 말 현재)을 돌파해 100% 가까이 성장했다. 현재 LG텔레콤 전체 가입자 중 오즈 정액제 가입자 비율은 12%. 이는 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비슷한 수준이다.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7, 8년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단 2년 만에 따라잡았다. 지금 추세라면 2010년에는 LG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정액 이용자 비율이 SK텔레콤을 앞지를 예정이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가격
오즈 성공의 첫 번째 비결은 경쟁사의 허를 찌른 마케팅 전략에 있다. LG텔레콤은 오즈를 내놓기 1년 전부터 1:1 고객 심층 면접과 포커스그룹인터뷰(FGI)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조사를 실시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경쟁사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가격의 무선인터넷 상품이 탄생했다.
오즈 서비스 출범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팀은 1년 동안 소비자 조사를 통해 고객의 욕구를 도출하고, 이에 따라 서비스를 설계했다. 조사 결과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사용을 막는 3가지의 장애물(①자칫하면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까지 나올 수 있는 높은 이용료, ②작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휴대전화 화면, ③불편하고 복잡한 무선인터넷 사용법)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LG텔레콤은 이 3가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월 6000원(1GB 기준)의 정액 요금제를 마련하고 △제조사와 협의해 화면이 크고 해상도가 높은 휴대전화를 개발했으며 △기존 메뉴 방식을 탈피해 웹사이트 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풀브라우징(full-browsing)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오즈는 월 사용료 6000원이라는 파격적 이용료로 고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이는 저렴한 원가 구조와, 무선데이터 통신이 LG텔레콤의 주력 상품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가능했다. LG텔레콤은 3G 통신망을 완전히 새로 구축한 경쟁사와 달리, 기존 통신망을 업그레이드한 3G 통신망(CDMA 2000 1X EV-DO Revision A)을 이용해 원가 경쟁력이 있었다.
또 LG텔레콤의 기존 매출에서 데이터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용료를 채택할 수 있었다. 2007년 당시 SK텔레콤과 KTF의 가입자 1인당 무선인터넷 매출액은 약 1만 원이었다. 하지만 LG텔레콤의 매출액은 5000원도 되지 않았다. 경쟁사가 6000원짜리 요금제를 만들면 고객 1명당 매달 4000원의 손해가 생기지만, LG텔레콤은 1000원의 이익이 생기는 셈이었다.
2년차 성공의 비결은?
오즈의 성공에서 주목할 또 다른 포인트는 2년차에도 성공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나 제품은 초기의 얼리어답터 구매 이후에 캐즘(chasm)을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LG텔레콤 은 일반 고객을 겨냥한 쉽고 간편한 서비스로 캐즘을 뛰어넘었다. 이에 대해 이승일 마케팅전략 담당 상무는 “이러이러한 서비스가 있으니 고객이 알아서 찾아가라는 건 문제가 있다. 얼리어답터는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반 고객은 스스로 서비스를 찾아 이용할 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그림1)
LG텔레콤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서 연령별로 필요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실시간 교통 정보와 지도 검색, 날씨 정보, 증권 정보 등의 콘텐츠는 오즈 시작 화면에 배치돼 고객 편이성을 극대화했다. 2009년 6월에는 모바일에 최적화되고 접속 빈도가 높은 사이트와 생활 밀착 콘텐츠를 묶어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오즈 라이프 24’ 초기 화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경품을 걸고 특정 메뉴에 들어가보라고 권유하는 ‘오즈데이’ 이벤트는 고객들에게 서비스 내용을 알리는 데 한몫을 했다.
이런 노력은 실제로도 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 오즈의 이용자는 10, 20대가 중심인 경쟁사와 달리 전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 2009년 6월 기준으로 오즈 가입자 중 30대는 23%, 40대는 16%에 이른다. 50대 이상도 15%나 된다. 비슷한 시점의 오즈 이용자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오즈 사용자 중에는 포털사이트 등에 접속해 웹서핑을 즐기는 고객이 가장 많았으나(31%), 생활 밀착형 콘텐츠(29%)와 엔터테인먼트(동영상과 게임 등 27%)를 즐기는 고객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