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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인프라 개선… 공공건물 에너지 효율 증진…

미국에서 배우는 신 뉴딜 성공 비결

문휘창 | 37호 (2009년 7월 Issue 2)

현재의 경제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적절한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 경제 위기가 꽤 오랜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많은 나라가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재정 정책, 소위 ‘신(新) 뉴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정책은 국민에게 많은 부담을 안긴다는 점에서 우려의 여지가 많다.

때문에 정부는 마구잡이로 재정 지출만 늘릴 게 아니라 가장 투자 효율이 높은 분야를 찾아 신속하고, 충분한 재정 집행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 경제 위기의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리는 일이 필요하다. 현 경제 위기의 타개를 위한 미국과 한국의 신 뉴딜 정책을 비교 평가하고, 신 뉴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경제 위기의 원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은 2가지다. 첫째는 ‘생산성 이익(productivity gain)’이다. 이는 상품의 생산비를 줄이거나 품질을 높여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거래 이익(transactional gain)’이다. 상품 가격이 원래 가치보다 낮게 형성된 상태에서 가격에 합당한 올바른 거래가 이뤄지면 그만큼 이익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거래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면 상품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아지는 거품 경제(bubble economy)가 온다.
 
지나치게 거래 이익을 추구하다 거품 경제를 초래한 대표적인 예가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튤립 거래다. 튤립 가격은 1634년부터 3년간 무려 60배가 뛰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자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90% 이상 떨어졌다. 당시 유명했던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란 튤립 종자의 최고 가격은 1만 플로린이었다. 네덜란드인의 연평균 소득이 150플로린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국제 유가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럴당 150달러를 오르내리던 국제 유가는 최근 70달러 근처에 머물고 있다. 기름 1배럴의 생산성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가격만 이렇게 급변한다는 건 원유의 거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금융위기의 배경에도 이런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발하기 전 증권과 상품 교역, 투자은행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입은 다른 분야보다 평균 4배 정도 높았다. 수백 만 달러를 벌었다는 이야기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문제는 이 높은 수익이 ‘생산성을 높여주는 생산성 이익’이나 ‘시장의 실패를 줄여주는 거래 이익’이 아니라 ‘거품이 만들어낸 환상의 이익’이라는 점이었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고 결국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거품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투자은행 등 금융기관이 도산하고, 이 상황에 위기를 느낀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는 바람에 실물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온 게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해당 기업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게 좋은 방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도움은 해당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용인해주고, 모럴 해저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이 정도로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확실한 정책이 필요하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후 미국 금융기관들은 정부로부터 상당한 자금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경영 체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엄청난 구제금융을 받는다고 해서 미국의 자동차업계가 과거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물론 시장을 파괴할 정도의 급한 불은 정부가 꺼야 한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식으로는 소비를 진작시킬 수 없다. 대신 정부는 생산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

미국 신 뉴딜 정책이 한국에 시사하는 점
미국 정부는 생산성을 가장 확실하게 높일 수 있는 분야로 다음 5가지를 꼽고 있다. 이들은 그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지만, 여러 이유로 손대지 못했던 분야이기에 개선 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훨씬 크다. 미국의 정책을 살펴보면서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찾아보자.
 
교통 인프라 2007년 8월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고속도로 다리가 무너져 미시시피 강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부터 미국의 교통 인프라를 재건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자동차 교통량은 2배로 늘어났지만 도로는 불과 6.6%만 늘었다. 현재 미국의 고속도로 중 16만 마일(25만6000km)이 즉각 보수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체 교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15만 개의 다리도 안전하지 않거나 매우 노후됐다. 이런 분야에 투자하면 상당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비교적 단기간에 얻을 수 있다.
 
한국의 교통 문제는 미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나 4대강 개발 등 그 효과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사업만 논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지방 도로들은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는 도로나 수도권 내의 일부 지역에서는 병목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교통 체증으로 인한 낭비가 연간 수조 원에 이를 정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교통 인프라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경제가 불황이라 사업 비용도 적게 들 가능성이 높으니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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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휘창

    문휘창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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