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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있는 한 단어가 마케팅의 성공을 좌우한다.

조서환 | 1호 (2008년 1월)
‘제품은 열심히 만들었는데 어떻게 소비자에게 알리고 팔 것인가.’ 마케터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영원한 고민이자 숙제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태마케팅포럼’과 함께 마케팅 현장 기업인들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제품의 기획, 브랜딩, 커뮤니케이션, 세일즈 프로모션 등 마케팅 전 분야에 걸쳐 분야별 고수들의 비법을 소개합니다. 아태마케팅포럼은 각 대학의 마케팅전공 교수들과 대기업 마케팅담당 임원, 중소기업 사장 등 130여명이 모인 국내 최대의 마케팅전문가 모임.‘마케팅 세계 최강국’의 목표를 내건 이 포럼은 수년간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공부모임을 엽니다. 첫 회 필자는 이포럼의 회장인 조서환 KTF 부사장입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조지 부시의 독주로 싱겁게 끝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부시는 90%에 육박하는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마리오 쿠오모 뉴욕 주지사를 비롯한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부시의 위세에 눌려 출마를 포기했을 정도였다.
 
당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빌 클린턴은 시골 아칸소의 주지사 출신으로 오랜기간 부통령과 대통령을 역임하였던 부시에 비교하면 여러모로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2차 대전 참전용사로 걸프전 승리라는 뛰어난 치적을 가지고 있는 부시에 비해 클린턴은 베트남전 징병 기피를 비롯한 약점이 많았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선거는 포기하고 다음 선거나 준비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클린턴 캠프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내세운 단 한 문장의 슬로건 ‘It’s the Economy! (문제는 경제야!)’로 선거의 판세는 완전히 돌변하게 된다. 부시가 아무리 자신의 치적을 강조해도 클린턴이 일관되고 집요하게 대응한 ‘문제는 경제야!’라는 단 한 마디에 완전히 묻혀 버리고 만 것. 선거의 장이 정치적 문제에서 경제적 문제로 뒤바뀜에 따라 전쟁준비 과정에서 늘어난 세금과 재정 적자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고 부시의 지지율은 급락하게 된다. 결국 1992년 선거의 승자는 부시가 아닌 빌 클린턴이었다.
 
제품을 표현하는 핵심을 찾아라
선거가 유권자의 마음을 사야 한다면 마케터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야 한다. 통찰력 있는 핵심 슬로건을 개발하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일순간에 경쟁의 구도를 바꿔버린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사례는 마케터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마케팅의 성공을 위한 키워드는 ‘제품의 핵심적인 편익을 나타내는 통찰력 있는 한 단어’와 이에 대한 ‘일관되고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마케팅에 몸담고 있던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신상품의 성공 여부도 결국은 이 두 가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좌우된다.
 
하나로샴푸 
이를 잘 나타내는 첫 번째 사례가 바로 1989년 필자가 ㈜ 애경에서 출시했던 ‘하나로 샴푸’의 사례다. 1980년대 후반 생활용품 업계는 ‘겸용 샴푸’, 즉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결합한 상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막 생겨나 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당시 이시장의 선발업체는 L사와 T사였다. L사는 ‘랑데뷰 샴푸’를, T사는 ‘투웨이 삼푸’를 출시하여 각각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만든 랑데뷰 샴푸’,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투웨이 샴푸’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마케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을 하겠지만 시장을 먼저 선점하여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선발업체를 후발업체가 따라잡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당시 선발업체는 막강한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어서 애경이 상대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상대였다. 회사 내부에서는 어렵다는 비관적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랑데뷰’나 ‘투웨이’라는 단어는 비록 ‘겸용 샴푸’의 특성을 잘 나타내기는 하였다. 하지만 제품의 핵심적인 편익을 나타내는 단 한마디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 가능성을 믿고 오랜 고민 끝에 찾아낸 핵심 키워드는‘하나로’라는 단어였으며 마침내 선발업체보다 무려 1년이나 늦게 ‘하나로 샴푸’라는 신상품을 출시하게 된다.
 
‘겸용 샴푸’라는 용어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는 핵심적인 편익(Value)을 정확히 나타내는 ‘하나로’라는 단어에 열광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하나로’라는 단어가 진정 효과적이었던 것은 고객들이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만든 랑데뷰 샴푸’라는 광고 문구에서도 ‘하나로’라는 키워드만을 기억하고,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투웨이 샴푸’라고 광고를 해도 ‘하나로’라는 단어만을 기억해 낸다는 점이었다. 결국 경쟁사가 광고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하나로 샴푸’의 판매가 급증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전체 광고비를 3분의1만 집행하고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절감된 3분의2 예산으로는 당시 10g 짜리 팩을 활용하던 샘플을 40g 짜리 고급스러운 병으로 대체해 몇 배의 마케팅 효과를 거두었으니 시장점유율은 더욱더 급증했다. 실제로 하나로 샴푸는 90년대 중반까지 시장 점유율 20%를 꾸준히 유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저가 생필품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은 지금도 보기 힘든 기록적인 시장 점유율이다.
 
‘하나로’는 난공불락과도 같은 상대방의 강점을 오히려 역이용하여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었던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2080
치약 마케팅의 묘미를 보여주는 두 번째 사례 역시 필자가 출시했던 ‘2080’ 치약이다. 1998년 생활용품 업계에서 믿지 못할 이변이 연출되었는데 ‘2080’이라는 파란색 치약이 기존 경쟁업체가 수십년 간 지켜온 치약 시장의 아성을 무너뜨렸던 것이다. 1998년은 IMF의 광풍으로 전 국민이 신음하던 시기였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비자들은 이를 닦을 때 쓰던 치약의 양 조차 평소의 3분의 1로 줄이게 되었고 치약의 판매량은 격감하였다. 더욱이 당시 치약 시장은 선발 제품인 ‘페리오 토탈 치약’이나 ‘메디던트 토탈 치약’ ‘죽염 치약’, ‘오복 치약’ 등이 확고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는 치약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당시 경쟁사들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토탈(Total)’이라는 단어를 제품명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플라그 제거, 치석 제거, 세균 제거, 입냄새 제거 등 무려 6가지에 달하는 효과를 강조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이러한 경쟁사의 자신감이 오히려 우리가 시장을 역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자신이 개발한 상품에 너무나 많은 성능을 내세우는 것은 마케터라면 누구나 빠지기 쉬운 유혹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고객에게 그 어느 것도 전달하지 못하는 금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것저것 나열식의 제품 성능에 대한 광고는 포기했다. 대신에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라는 캠페인과 더불어 ‘2080’ 치약이라는 차별화된 브랜드의 상품을 출시했다. 그렇고 그런 효능들을 도토리 키재기 하듯 광고하던 치약 시장에서 모든 효능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라는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인식에 깊이 각인 되었다.
 
결국 ‘2080’ 치약은 출시 1년 반 만에 시장의 판도를 뒤집게 되었다. 소비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생활용품 업계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이처럼 단시간에 시장의 판도를 뒤집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2080’ 치약은 출시한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히트상품의 대열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KTF의 SHOW 속도나 기능면에서 우수한 3G 기술의 도입으로 국내이동통신 시장은 기존의 음성통화의 시대를 지나 ‘보면서 말하는 영상통화’의 시대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사가 2G에서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안주하여 3G 시장에 대한 진입을 주저하고 있을 때 KTF는 “세상에 없던, 세상이 기다리던 SHOW를 하라”고 외치며 3G 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확고한 선도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KTF가 3G 시장에 진입하면서 선택한 브랜드 ‘SHOW’는 보면서 말하는 영상통화의 핵심 편익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는 한 마디의 단어이다.영상통화의 핵심 편익이 정확히 나타나 있는 ‘SHOW’라는 브랜드와 함께 어린아이들도 따라 부르는 ‘쇼 곱하기 쇼 곱하기 쇼는 쇼!’라는 광고 문구와 같이 컨셉을 반복적이고 일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KTF의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들은 점차 ‘SHOW’를 3G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경쟁사의 매장에서도 “여기는 SHOW가 없나요?”라고 문의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을 정도였다. 고객들은 점차 3G 서비스 자체를 ‘SHOW’라고 인식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었다.
 
이처럼 ‘SHOW’의 성공 역시 필자가 강조한 ‘제품의 핵심 편익을 나타내는 통찰력 있는 한 단어’와 더불어 ‘일관되고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마케팅의 성공 키워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고사에 증삼살인(曾參殺人)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노나라에 증삼(曾參)이라는 성인이 있었다. 어느날 증삼과 동명이인(同名異人)인 어떤 사람이 살인을 하였다. 이웃 중 누군가가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으나 증자의 어머니는 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곧이어 두 번째 사람, 세 번째 사람이 계속해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자 마침내 증자의 어머니는 두려움에 떨며 담을 넘어 도망치고 말았다는 고사다.
 
고사성어 증삼살인(曾參殺人)의 유래는 아무리 터무니 없는 말이라도 여러 번에 걸쳐 일관되고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 종국에는 사실로 믿어버리고 마는 인간의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터무니 없는 말도 그러한데 하물며 고객의 마음을 사기 위해 오랜 기간 불면의 밤을 거쳐 세상에 출시한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공략한다면 소비자가 어떠한 반응을 나타낼 될지는 불문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마케팅 성공의 2가지 키워드 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케터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시대를 리드하는 시대정신에 대한 것이다.
    
마케터의 마인드와 시대정신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물론 필자가 경험한 사례에서 보듯이 모두가 어렵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할 수있다’라고 생각하고 대역전의 발판이 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결국 마케팅의 성공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라고 외치는 마케터의 긍정적인 마인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또한 모두가 현재의 이슈와 상대방의 강점에 압도되어 있을 때 탁월한 전략가는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여 논쟁의 중심을 모두가 생각하지 못한 전혀 다른 영역으로 전환한다. 마찬가지로 마케터에게 소비자들의 니즈(needs)와 트렌드에 적합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일보다 더 의미 있는 것도 결국은 이와 비슷하다. 바로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앞선 상품을 만들어 내고 이를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어 나감으로써 시대를 리드하는 역량과 시대정신인 것이다.
  
KTF수도권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서환 부사장은 경희대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유니레버 등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터로 출발했다. 1995년 적자에 빠져있던 애경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고 KTF의 3G브랜드인 ‘SHOW’를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맡았다. ‘한국형 마케팅’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전략’ ‘14인 마케팅고수들의 잘난척하는 이야기’ 등의 저서가 있다.
  • 조서환 | - (현) KMA 마케팅평의회 의장
    - (현) 아태마케팅포럼 회장
    - KTF 전무(수도권마케팅본부장)
    - 대한상공회의소 마케팅연구회 회장 (2005)
    - KTF 마케팅전략실장 상무 (2002)
    -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1999)
    - 한국 마케터협회 회장 역임 (1999)
    - 애경산업㈜ 마케팅 상무이사 (1996)
    - 스위스 로슈사 마케팅 이사 (1994)
    - 미국 다이알사 마케팅 이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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